민준이는 내 청바지를 잡더니 집어 던졌다. "바지 입지 말라구?""으!"민준이는 나더러 학교에 가지 말란다. 요즘 보통 일어나는 시간은 6시 30분. 많이 늦어졌다. 아내가 먼저 씻고, 내가 씻는 동안 민준이는 혼자 놀고, 아내는 출근을 준비한다. 나는 씻고 나와도 내 출근 준비를 계속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엄마와 밥을 먹으려 하던 녀석이 나에게 온다. 오늘 아침에는 그래도 민준이와 시간을 좀 보냈다. "아빠 좀 깨워봐. 뽀뽀해서 깨워줘" 라는 엄마의 말에, 아들은 달려와 내 입술에 뽀뽀한다. 나는 몸을 길게 늘이며, "우와~, 민준이 뽀뽀때문에 아빠가 일어났네." 그리고 팔을 뻗어 민준이는 내 품에 담으려고 한다. 민준이는 슬쩍 피해 자신의 빨간차에 올라탄다. "차. 차."베란다로 가서 함께 차를 구경하잖다.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우리와 헤어지면 민준이가 하는 게 자동차 구경하는 것. 우리 집 베란다로 나가면, 10시 방향 쯤에 큰 사거리가 있다. 차들이 길을 오가고, 차들이 많다보니 차들의 종류도 많았다. 돌즈음에는 자전거를 그렇게 좋아하더니 이제 민준이의 기쁨은노란색 어린이집 차를 찾아 인사하는 것, 할머니가 타고 오는 택시를 찾아 안녕하는 것, 버스나 트럭을 보고 큰차큰차 외쳐대는 것, 아빠나 엄마차와 같은 차를 보고 너무너무 반가워하는 것. 나도 출근하면서 민준이의 시야에 들어갈 때가 있기 때문에 잠시 우회전해서 나가기 전, 8층 우리집을 올려다 본다. 그리고 민준이가 보이지 않으면 섭섭해 하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그래도 오늘은 민준이와 차들을 구경했다. 나는 얼마전부터 민준이에게 불러주고 있는 '아빠차는 은색, 엄마차는 흰색, 어린이집차는 노.란.색' 노래라기 보다는 챈트를 불러준다. 비가 왔던 터라, 방충만에 걸린 빛방울을 건드리고, 지나가는 차들을 호명합니다. '노란색. 신호. 파란색. 신호. '완전한 발음은 아니지만, 모두 알아들을 수 있다. 밥을 차리던 아내는 '신호'라는 말도 아냐며 또 놀랜다. 할 줄아는 것을 당췌 한번에 보여주지 않는 녀석이다. 우리랑 있을 때는 0부터 10까지 잘 세곤 해서, 어린이집에 가서도 그렇게 하겠거니 생각했는 데, 어린이집 선생님은 최근에야 민준이가 숫자를 잘 센다는 걸 알게된 모양이다. 이제 같이 샤워하러 들어가면, '오줌'이라 말하고 혼자 소변도 본다. 너무 이쁜 우리 아들. 스스로를 대견해하는 눈빛이 보이는 데, 내가 느끼는 대견함보다 클까. 민준이의 좋아하는 표정 중에 하나가 있는 데, '어색해 하는 표정. 어색하지만, 어색함을 알고 있는 표정'이 있다. 눈꼬리만 살짝 웃는 표정으로, 자신을 어색하게 만드는 대상에게서 눈길을 피하며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만 그 표정을 잠깐 보여준다. 나는 그 표정을 잡아내고, 사랑스러워 한다. 그런 표정을 짓고 나면 팔을 좀 더 힘차게 혹은 어색하게 흔들면, 꼬마병정처럼 다리도 좀 더 격식있게 저으며 걸어온다.
내게 안겨주면 너무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