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섭의 소설에는 바깥과 소통이 막힌 동굴이나 감옥, 또는 여기저기 파리똥과 거미줄이 얽혀있는 창 하나 없는 방, 아니면 대문은 물론 안방과 건넌방, 문짝과 마루에 이르기까지,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삐걱거리는 밀폐된 공간이 숱하게 나온다. 그의 소설에서는 늘 비가 내린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한결 음습하고 무기력한 분위기를 띤다. 게다가 이런 음습한 공간 속에서 서식하는 인간들은 모두 팔이나 다리가 없거나 폐병환자, 간질병자, 백치, 정신병자, 벙어리 등의 형태로 성치가 않다. 실제로 1950년대 한국 사회에서 흔히 눈에 띄던 인간 군상이다. 그럼에도 손창섭의 소설은 다른 전후 작가들의 소설보다 더욱 절망적이고 참담하며, 때로는 기괴하다. 이는 무엇보다 그의 작중 인물들이 좀처럼 눈앞의 상황에 맞서거나,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최선을 다한 나의 노력은 오늘도 수포로 돌아갔다.”

손창섭의 문학에는 허무주의적인 세계관이 녹아있다. 인간의 비루함에 대한 주목하며 대체로 신체적, 정신적 불구 상태의 인물이 등장하고,‘~하는 것이(었)다.’라는 서술형을 많이 사용한다. 인물의 성격 변화가 거의 없는 특성을 보이는데, 이 작품에서도 이와 같은 특성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절망이라는 부정적 상황으로 일관되어 있다. 배경에서부터 초라한 단칸방에 여러 인물이 더부살이를 하는 암울한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을 전개하는 기반은 인물들의 욕망 추구와 좌절의 원리이다. 취직자리를 얻어 암울한 현실을 탈피하고 더 나은 생활을 꿈꾸지만 끝내 취직을 하지 못하는 ‘달수’나 한쪽 다리를 잃고 무위도식하며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준석’, 그리고 작가를 꿈꾸며 시를 쓰지만 번번이 탈락하고마는 ‘규홍’, 간질에 걸린 ‘창애’ 등은 모두 추구하는 욕망이 매번 좌절되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인물들의 욕망의 좌절은 끝내는 파국으로 치닫게 됨으로써 손창섭 소설의 독특한 세계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