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었다.『마사지사』를 써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육 년 간의 기자생활을 접고 전업 작가로 전향한 지 십 년째.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진 작가 비페이위는 작업실 근처에 있는 맹인 마사지센터를 자주 찾게 됐다. 자연스레 맹인 마사지사들과도 친분이 쌓였는데, 대학 졸업 후 난징의 특수교육사범학교에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가르치는 교사로 일했던 경험도 있던 터라 마사지사들의 생활과 마음을 좀더 쉽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날도 마사지센터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하다 배가 고파진 비페이위와 마사지사들은 밖으로 나가 음식을 먹으려 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통로가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 도움의 손길을 주려 했으나 뜻밖의 어둠 속에서 주저하고 있는 찰나, 비페이위는 한 소녀 마사지사에게 손을 잡혔다. “도와드릴까요?”라는 소녀의 한마디. 소녀의 손을 잡고 무사히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소녀는 “이럴 땐 제가 선생님보다 낫죠?”라며 해맑게 웃었다. 그 순간이었다. 후드득 이야기가 몰려왔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자. 맹인 마사지사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렇게 “세상으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이들을 보게끔” 만드는 이야기가 시작됐다. 비페이위는 중국 문학상 중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꼽히는 루쉰문학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고(「수유기의 여자」 『위미』), 맨 아시아상도 수상하며(『위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중견 작가다. 경극 여배우의 신산한 삶을 그린 소설 『청의』(문학동네, 2008년)와 세 자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그린 『위미』(문학동네, 2008년)로 여성의 삶을 누구보다 실감나게 그리는 작가라 평가받는 그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다. 『마사지사』는 제8회 마오둔문학상을 수상하며 비페이위를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