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는 노수학자와 가사도우미인 ‘나’, 그리고 열 살배기 나의 아들, 이 세 점이 수학과 야구팀인 한신 타이거스라는 두 가지 색의 띠로 엮인 삼각형을 이룬다. 대담무쌍하고 수학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구도에, 문장 몇 개로도 충분히 표현되는 기품 있고 그윽한 문학적 암시가 우아하게 얽혀간다. ‘나’의 생일에서 온 숫자 220과 박사의 손목시계 뒤에 새겨져 있는 번호 284는 우애수이다. 즉 220의 약수(220 자신은 제외하고)를 전부 더하면 284가 되고, 반대로 284의 약수(284 자신은 제외하고)를 전부 더하면 220이 된다. 이런 쌍, 즉 우애수는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도 박사와 ‘나’ 사이의 특별한 관계가 암시된다. 그 애정이 일방적인 것이 아님을, 박사의 변화를 알아차린 형수-과거 박사와 특별한 관계였으리라 넌지시 시사되는-의 냉랭한 시선이 슬그머니 뒷받침한다. 이렇게 스토리의 핵심이 되는 요소들이 절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일 없이 독자의 가슴으로 조금씩 파고든다.

노수학자 ‘박사’와 ‘나’, 그리고 나의 아들 ‘루트’가 숫자로 소통하며 찬란한 순간들을 함께하는 내용의 이 작품은 ‘수’라는 특별한 소재로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수학적 지식 없이도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으며, 특별히 추가된 후지와라의 작품해설은 작품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