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은 죽음과 소멸의 안타까운 뒤안길에서 조용히 그러나 충분히 제 목소리를 내는 희망의 찬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소설집이다.

이미 부커상 수상작 『파이 이야기』를 통해 종교와 믿음이 퇴색된 현대사회 속에서 새로운 희망과 신념의 의미를 진지하게 묘파한 바 있는 작가 얀 마텔은 데뷔작인 이 소설집에서 같은 주제를 다양하게 변주한다.

마텔은 이 소설집에 수록된 네 편의 이야기들을 특유의 진지한 주제의식과 지성적이고 반어적인 위트, 결코 핵심을 놓치지 않는 섬세한 문장으로 절묘하게 요리한다. 각 이야기들은 스토리텔러로 손꼽히는 마텔의 작품답게 모두 배경과 상황, 설정이 다르며, 줄거리의 곡절 또한 흥미진진하다.

매 편의 스타일이 하나같이 판이하며 기존의 평범한 소설 형식은 거부하겠다는 듯 이야기 하나하나마다 다채로운 서술 기법을 활용한다. 단순한 기법에만 경도된 치기어린 작가의 그것이 아닌, 주제와 긴밀하게 호응하며 작품의 맛을 더욱 살려주는 필수요소로서의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