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 그리고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그동안 학교를 다루는 많은 소설들은 학교라는 것을 어떤 제도권의 공간으로 기본적으로 설정을 하고 들어가죠. 갑을 관계가 기본적으로 있는 거예요. 학교와 교사와 어떤 교칙, 제도는 우리를 억압하는 것이고 그 안에서 억압을 당하는 그래서 학교 밖의 세상을 꿈꾸는 학생들이라는 비교적 단일한 구성원들이 존재한다는 거죠. 물론 그 안에서 어떤 친구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저항을 하겠지만 그래도 그들이 학교제도 안에서 피해자고 희생자라는 것은 상정을 하죠. 많은 학원물들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학교라는 공간을 봅니다.
허희 : 일반적인 학원물은 대립관계가 뚜렷하죠. 억압을 가하는 자와 당하는 자. 하지만 이 책은 그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어느 한쪽도 완전한 피해자이거나 가해자이지 않다는 그런 얘기들이 있고요. 이 소설에서는 교사의 존재가 거의 배제되어 있습니다. 잠깐 등장은 하지만. 이 소설에서 전면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학생들 내부의 관계 입니다. 내부의 관계라는 것이 협소하고 편협하다기보다 그 의미망이 너무나 풍부해서 저의 학창시절을 되돌아 보게 되더라고요.
이현 :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가 어쩌면 학교에서 뭘 배운 적이 없었구나 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고요. 내가 배운 것은 학교가 아니라 학교 안의 사람들로부터 배운 것이었구나, 학교는 결국 사람과 사람과 사람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었구나 라는 단순하고 자명한 사실을 오랜만에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