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호 : 모멸은 모욕보다 훨씬 더 까다롭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나한테 막 대놓고 욕을 하면 이렇게 얘기하죠. 너 지금 한 말 다시 해봐 이렇게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이 은근히 나를 무시하는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면 그건 표현하기 힘들어요. 사진을 찍어둘 수도 없고.(웃음) 그게 모멸의 까다로운 지점이에요. 상당히 주관적이죠. 모욕은 누가 봐도 저 사람이 이 사람을 모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모멸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는데 혼자서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느끼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모멸감은 받는 쪽에서 많이 일어나는 감정으로 얘기될 때도 있습니다.
이현 : 현대사회에서 물론 면 대면으로 모욕을 가하는 상황도 분명히 있죠. 그런데 우리는 일상 속에서 상처를 받는 경우가 더 많아요. 직접적인 의도에 의해서, 뺨을 때리거나 그런 게 아니라 알게 모르게 라는 상황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에게 따지자니 뭔가 치사한 것 같고, 아닌 것 같고. 그 사람은 ‘내가 언제’, ‘미안해요. 몰랐네’ 하고 지나가면 그만인데 나는 그 말로는 너무 억울한 거죠.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미안한다는 말이 아닌데. 그럼 내가 더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죠. 정말 또 들여다보게 되고. 내가 이상해서 그런가? 주변 사람에게 또 물어보게 되고요. 현대인의 많은 문제들이 그런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