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로 192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디스 워튼의 자전적 작품인 『이선 프롬』.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활약한 이디스 워튼은 미국 여성 작가들 중에서 순수 문학의 길을 걸은 최초의 작가다. 이 무렵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대중 소설을 쓰는 여성 작가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대다수 작품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잊혔다. 하지만 워튼의 소설들은 미국 문학사에서 정전의 반열에 올랐으며, 대표작 중 하나인 『순수의 시대』는 1921년 워튼에게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안겼다. 특히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이디스 워튼이 재조명되면서, 자전적 요소가 짙은 『이선 프롬』과 미국 본격 문학 최초로 여성의 성적 열정을 다룬 『여름』 등이 널리 읽히기 시작했다. 1993년 전미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고어 비달은 “미국 문학이라는 산에서 이제까지는 헨리 제임스가 이디스 워튼보다 약간 위쪽 봉우리를 차지했지만 이제 동등한 위치를 차지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동네서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책과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섬에 있는 서점』. 서점주인, 출판사 영업사원, 편집자, 독자이자 이웃인 사람들, 그리고 작가까지 책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모든 종류의 사람이 주역으로든 단역으로든 등장하며 10여 년에 걸쳐 진행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섬에 있는 작은 서점 ‘아일랜드 북스’의 주인 피크리는 얼마 전 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 산다. 성격도 까칠한데다 책 취향까지 까탈스러워, 그러잖아도 어려운 서점 운영은 더 어려워져만 간다. 책방을 접을까도 생각하지만 불행한 사건이 생기면서 그마저 여의치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서점에 놀라운 꾸러미 하나가 도착하면서 그의 삶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의 두번째 이야기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백영옥 작가가 추억 속 명작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의 이야기를 웃음과 위로의 메시지로 전달한《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출간 이후 그 후 4년, 작가 백영옥이 〈빨강머리 앤〉의 프리퀄이자 앤의 어린 시절을 다룬 작품 〈안녕, 앤〉과 함께 돌아왔다. 사랑스러운 앤의 목소리를 빌어 그녀는 말한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지만, 여전히 넘어지고 배우며 자라는 중이니 서툴다는 이유로 자책하거나 좌절할 필요 없다고, 여전히 마음 여린 자신을 따뜻하게 달래주고 꼭 안아주자고 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추리 소설계의 중요한 한 흐름을 형성하는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원조이자 대가로 평가되는 작가다. 그의 작품들은 불필요한 수식을 배제한 간결한 문체, 냉혹하고 비정한 현실 묘사, 생생한 거리의 언어로 이루어진 거친 대사들과 시니컬한 유머 등을 특징으로 하는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특히 그가 창조한 매력적인 탐정 캐릭터 필립 말로는 셜록 홈스와 더불어 세계 추리 문학의 전설적인 탐정 중 하나로 손꼽히며 전 세계의 수많은 팬들을 양성해 냈다. 철저한 관찰과 분석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추리를 해나가는 홈스와는 달리, 직접 사건 현장에 뛰어들어 육탄전을 벌이기도 하며 순발력 있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말로의 활약은 이후 탄생한 수많은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들의 모범이자 전설이 되었다.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는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이다. 그는 센강 유람선 공연장 〈판도라의 상자〉에 갔다가 퇴행 최면의 대상자로 선택당한다. 최면에 성공해 무의식의 복도에 늘어선 기억의 문을 열 수 있게 된 르네. 문 너머에서 엿본 기억은, 제1차 세계 대전의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그의 전생이었다. 최면이 끝난 후에도 너무나 생생하고 강렬한 기억에 시달리던 그는 몸싸움에 휘말려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이고 경찰에 자수할지 말지 고민하며 초조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한편 르네는 자신에게 총 111번의 전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제1차 세계 대전 참전병 외에도 여러 기억의 문을 열어 본다. 그중에서도 최초의 전생은 놀랍게도 현대인이 〈아틀란티스〉라고 부르는 전설 속의 섬에 사는 남자 게브였다. 아틀란티스가 바닷속에 잠겨 버렸다고 알고 있는 르네는 어떻게든 게브를 구하고 싶어 하고, 〈판도라의 상자〉 무대에서 만났던 최면사 오팔이 르네의 조력자를 자처한다. 현생에서는 경찰에 쫓기며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전생에서는 대홍수가 예고된 가운데 과연 르네와 게브의 운명은?
『헤세: 바로, 지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하여』는 헤세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작가 정여울이 독일과 스위스에 남겨진 헤세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헤세로부터 받은 치유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전하는 책이다. 특히 여행자, 방랑자, 안내자, 탐구자, 예술가, 아웃사이더, 구도자라는 7가지 키워드로 헤세의 삶을 재조명하는데, 도주에서 방랑으로, 방랑에서 순례로 나아가는 헤세의 삶과 그의 작품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헤세를 좋아하는 이들을 물론, 헤세의 작품을 읽고 싶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을 위한 안내서가 되어줄 듯.
언제부터인가 나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일들은 소설이 된다고 믿고 있었다. 소망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일들, 마지막 순간에 차마 선택하지 못한 일들, 밤이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일들은 모두 이야기가 되고 소설이 된다. (…) 이것은 백석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마음속에서 놓지 않았던 소망에 대한 이야기다. _‘작가의 말’ 중에서
1958년 여름, 번역실에 출근한 기행은 한 통의 편지봉투를 받게 된다. 누군가가 먼저 본 듯 뜯겨 있는 그 봉투 안에는 다른 내용 없이 러시아어로 쓰인 시 두 편만이 담겨 있다. 시를 보낸 사람은 러시아 시인 ‘벨라’. 작년 여름 그녀가 조선작가동맹의 초청을 받아 북한에 방문했을 때 기행은 그녀의 시를 번역한 인연으로 통역을 맡았었다. 그리고 그녀가 러시아로 돌아가기 전 기행은 그녀에게 자신이 쓴 시들이 적힌 노트 한 권을 건넸었다. 그런 만남이 있은 후 기행은 북한에서는 발표할 수 없는 시를 적어 러시아에 있는 벨라에게 보냈던 것인데, 그동안 어떤 회신도 없다가 일 년이 지나 답신이 온 것이었다. 봉투에 러시아 시 두 편만이 담긴 채로. 그 봉투를 먼저 뜯어본 건 누구였을까? 벨라라면 편지도 같이 보냈을 텐데 그건 누가 가져간 걸까? 벨라는 자신이 보낸 노트를 어떻게 했을까? 당의 문예 정책 아래에서 숨죽인 채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기행의 삶은 벨라에게서 온 그 회신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전쟁 이후의 행보가 불확실한 백석의 삶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이 기행이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전쟁 전이 아니라 그가 꿈꾸던 것들이 계속 좌절되던 그 공백의 시간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 공백의 시간 동안 “시인으로 기억되지도 못했고, 사랑하는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지도 못했으며, 시골 학교의 선생이 되지도 못”(83쪽)한 그는 실패자와 다름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건 195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기행이라는 한 개인의 삶만 놓고 봤을 때에만 그러하다고, 김연수는 말하는 듯하다.
영화 〈부산행〉으로 한국형 좀비 열풍을 일으킨 연상호 감독과 만화『송곳』으로 한국 사회의 빈틈과 계급성을 날카롭게 찌른 최규석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는 『지옥』.
어느 날 서울 한복판에서 ‘지옥의 고지’를 받는 사람이 나타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는 고지 대상자에게 ‘이름, 지옥에 간다는 사실, 그리고 지옥에 가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준 뒤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지옥의 사자들이 들이닥쳐 고지 대상자를 갈기갈기 찢어죽이고 태워죽인다. 온 힘을 다해 도망쳐도 소용없다. 그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일단 지옥의 고지를 받은 사람은 차마 눈뜨고 지켜보기 힘들 정도의 무지막지한 고통을 겪으며 사지가 찢어지고 타들어간다. 더욱 끔찍한 것은 이 지옥의 시연은 죄인이 지옥에 가서 영원히 치를 고통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 이 초현실적인 현실을 감당하기 위해,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참회를 요구하며 정의의 사자로 변신해간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땅 위에 스스로 지옥을 건설해가는데…… 책장을 채 다섯 장도 넘기기 전에 독자들의 눈앞에 충격적으로 펼쳐지는 생생한 지옥도. 그리고 저세상에서 날아온 사자들이 집행하는 ‘지옥의 시연’보다 더욱 경악스럽고 비통한 ‘사람이 만들어가는 지옥’. 그 첫번째 지옥문이 열린다.
『유니버설야구협회』는 로버트 쿠버의 초기 실험작이다. 1966년 첫 소설 《브루니스트가의 기원The Origin of the Brunists》으로 포크너상을 받고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의 두 번째 소설이기도 하다. 단도직입으로 말하면 자신이 만든 주사위 야구 게임에 몰입한 어느 중년 남성의 이야기지만, 조금 더 들어가보면 그 이상의 깊이와 특유의 실험성을 확인할 수 있다. 중년이 으레 느끼는 외로움, 그리고 성취에 대한 욕망과 자조가 실재와 환상, 그리고 일상과 일탈의 층위에서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는 2001년 출간 당시 분야를 넘나드는 통합적 지식과 사유를 보여주며 과학계와 일반 대중의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네트워크 이론, 프랙털 패턴 등 최신 복잡계 과학을 일상의 언어로 친근하고 흥미롭게 소개한 이 책은 ‘과학 콘서트’ 신드롬을 일으키며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선정 과학 고전 50선’ 등을 비롯한 다양한 추천 목록에 선정되고 중ㆍ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는 등 대표적인 과학 교양서로 자리매김했다. 과학이 실험실에서 과학자들만의 언어로 주고받는 밀담이어서는 안 되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토론 주제로 우리 곁에 머물러야 한다는 과학자 정재승의 바람대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출간 20년을 맞이하여 출간된 이번 개정증보 2판은 생생한 과학 실험 자료와 풍부한 설명으로 내용을 보강하고, 새롭게 수록된 원고지 100매 분량의 ‘두 번째 커튼콜’에 학문적으로 발전한 내용과 과학계의 변화를 담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시원(始原)의 어느 지점에서 시작한다. 굳이 시대를 밝히자면 인간이 말[馬] 등에 처음 올라탄 무렵이지만, 그 시기를 인간의 역사에서 가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기록이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역사 이전의 시대이며, 인간의 삶이 자연에서 분화하지 못하고 뒤엉켜 있는 상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접해본 적 없는 전폭적이고 독창적이며 흥미로운 설정이다.
이 소설은 긴박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독자를 종횡무진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등장인물의 사사로운 감정에 개입하지 않는, 자칫 무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간결한 문장은 역설적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끌어낸다. 더불어 책에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과 말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붙여 놓았다. 작가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사람의 이름은 한 글자로 말의 이름은 두 글자로 지었다. 더불어 독자가 소설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이야기가 전개되는 전체 공간을 옮겨 놓은 지도를 수록하고 있다.
한반도 백년의 역사를 꿰뚫는 『철도원 삼대』. 이 작품은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방대한 서사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21세기까지 이어지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보여주며, 사료와 옛이야기를 더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문학적으로 구현해냈다.
이백만 이일철 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오늘날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백만의 증손이자 공장 노동자인 이진오의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룬다. 아파트 십육층 높이의 발전소 공장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 중인 해고노동자 이진오는 페트병 다섯개에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각각 붙여주고 그들에게 말을 걸며 굴뚝 위의 시간을 견딘다. 매섭게 춥고 긴긴 밤, 증조할머니 ‘주안댁’, 할머니 ‘신금이’, 어릴 적 동무 ‘깍새’, 금속노조 노동자 친구 ‘진기’, 크레인 농성을 버텨낸 노동자 ‘영숙’을 불러내는 동안 진오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자신에게 전해진 삶의 의미를 곱씹는다.
일본 근대 문학의 거목, 고다 로한의 여운 깊은 환담 세계를 다룬 작품이다. 고다 로한의 기담은 유혈이 낭자하거나 오감을 시큼하게 하는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벼루에 먹을 오래 갈아 느릿느릿 그려내는 담담한 수묵화 세계 속의 기이한 이야기다. 중국 고전을 연상시키는 단단한 문어체와 심원한 이상을 바라보는 대가의 고고한 작풍 너머에는 낚시를 즐기고 술을 좋아하며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는 로한처럼 아련하고 따스한 시선이 녹아 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 히구치 이치요 등에게 큰 영향을 주고 후대 문인에게 대(大) 로한이라 불리는 그를 향해 아주 살짝 경계를 푼다면 깊은 어둠 속에서도 어떤 포근함이 느껴질 것이다.
『임계장 이야기』는 지방 소도시에 살면서 공기업 사무직으로 38년간 일하다 퇴직한 60세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시급 노동의 세계에 뛰어들면서 쓰기 시작한 3년간의 노동일지를 모았다. 저자는 아파트, 빌딩, 버스터미널을 전전하며 경비원, 주차관리원, 청소부, 배차원으로 살면서 겪은 시급 일터들의 팍팍한 현실을 담담히 써내려 감으로써 우리가 외면해 온 노인 노동자의 현실을 전면화한다.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로 실제 저자가 버스터미널에서 일할 때 주변에서 그를 부르던 이름이다. 1장부터 4장까지 동명고속(가명), 노을아파트(가명), 대형빌딩, 터미널고속(가명)을 거치는 그의 임계장 이력을 따라가다 보면 낮은 곳에서 모두가 기피하는 일을 도맡고 있는 반백의 노동자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검표원, 콜센터 상담원, 편의점 알바생, 미화원 등 그가 거쳐 간 일터들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 어디까지 와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는 지금도 주상복합 건물에서 경비원 겸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낭만서점이 코로나19로 인해 변해버린 시대에 맞춰 온라인 독서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토론은 낭만서점 청취자분들의 신청을 받아 총 네분의 참여자를 모집하였고, 온라인 화상 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당일 독서토론에 참석해주신 분들은 박성은, 심승아, 어유경, 하현주 입니다.
독서토론을 위한 선정 도서는 알렉산더 클루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요한 페터 헤벨 등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 『어느 사랑의 실험』이고 이 중 표제작 알렉산더 클루게 작가의 「어느 사랑의 실험」을 다뤘습니다.
「어느 사랑의 실험」은 나치의 생체실험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전후 세대가 어떻게 기억하고 평가할 것인가 하는 주제에 걸맞게 다큐멘트와 픽션의 절묘한 중간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진행된 온라인 독서토론은 유튜브를 통해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bPKvGDkh34
20세기 초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한다. 이곳에 영국에서 여행을 온 두 명의 여성이 도착하는데 둘은 사촌 관계인 루시와 샬럿이다. 두근거리는 설렘을 품고 이곳에 왔지만 펜션 주인이 내준 방의 전망이 좋지 않아 두 사람은 실망스럽다. 그런데 식사 자리에서 불만을 토로하던 그들에게 중년의 남성 에머슨이 말을 건다. 그는 아들 조지와 함께 이곳에 여행을 온 사람인데 자기네 방은 전망이 아주 좋으니, 루시와 샬럿만 괜찮다면 방을 바꾸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뜻밖의 말에 당황하던 두 사람은 결국 서로 방을 바꾸기로 하고 이후 여행지에서 루시와 조지의 동선이 자꾸 겹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과연 이 둘의 우연한 만남이 이들의 장기적인 인연으로 발전될 수 있을까?
폭발적인 서사와 눈부신 문장으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작가 로런 그로프의 소설집 『플로리다』. 한국 독자에게도 커다란 사랑을 받은 『운명과 분노』 이후 삼 년 만에 발표한 최신작으로, 총 11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작가가 십이 년간 플로리다에 거주하며 쓴 이 작품들은 모두 플로리다를 직접, 간접적인 배경으로 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플로리다에서 태어나고 자랐거나, 미국 북부의 다른 주에서 태어나 플로리다로 이주해왔거나, 때로는 플로리다를 벗어나 이국적인 곳으로 잠시 여행을 떠나지만 정서적으로 그곳에 계속 매여 있다. 낭만서점에서는 책에 실린 단편 중 「둥근 지구, 그 가상의 구석」에서를 다뤘다.
『드래곤 라자』 『퓨처 워커』 등 한국 판타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영도가 『오버 더 초이스』 이후 2년 만에 새 장편소설, 『시하와 칸타의 장-마트 이야기』를 내놓는다. 주제의 무거움과 장대한 스케일, 다양하고 새로운 종족들의 끊임없는 출현 등으로 20여 년 넘는 세월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영도는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인물 간의 대화 속에 압축과 생략, 은유와 환유, 숨 막히는 핑퐁식 대화로 이영도식 농담과 유머를 아낌없이 사용하며 소설 읽는 재미를 더했다.
폐허가 된 세상에서 다양한 환상종들과 경쟁하고 또 때로는 공존하며 뒤섞여 살아가고 있는 마지막 남은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토양은 오염되었고,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땅에 살아남은 인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쥐를 잡겠다고 설치한 덫에 요정이 걸렸다. 그 요정을 향해 식용이야, 아니야? 묻는 열아홉 살 소녀 시하와 칸타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헨리동물원에서 살고 있다. 헨리는 동물원 거주자 인간들이 부르는 드래곤의 이름이다. 동물원 거주자 인간들은 무언가를 원할 때 헨리에게 거래를 요청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헨리에게 배운, 선조 인류가 후대에게 전달해야 할 것들을 담아놓은 인류의 보물이자 정수들을 담아놓은 노래와 시를 완벽하게 외워야 한다. 그러나 헨리에게 거래를 요청하는 인간은 시하뿐이다. 자칫 실패하면 잡아먹히는 운명에 놓이기에 섣불리 도전할 수 없으며, 오직 시하만이 그 노래와 시들을 완벽하게 암송할 수 있는데...
볼프강 보르헤르트 전집 중 「이별 없는 세대」, 「문 밖에서」, 「민들레」 를 집중적으로 이야기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한가운데 놓여, 빛나는 젊음을 참혹한 전쟁터와 차가운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보르헤르트는 암울한 시기의 처절한 고백을 자신의 작품에 담아내었다. 전쟁으로 인한 인간의 절망적 상황을 격정적으로 그려낸 그의 작품은 당시 폐허가 된 독일은 물론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 세상의 절망과 불의에 저항하는 커다란 외침은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에게 강렬한 울림을 선사한다.
『초예측, 부의 미래: 세계 석학 5인이 말하는 기술·자본·문명의 대전환』은 지구촌 차원의 위기에 직면한 현 인류가 미래를 향해 던지는 질문들에 세계 석학 5인의 전망과 통찰로 답하는 책이다.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역사가인 유발 하라리를 비롯해 이 시대 최고의 지성들의 인터뷰를 한 권에 모았다. 전 세계가 전례 없는 정치적, 경제적 혼란을 겪고 있는 지금, 『초예측, 부의 미래』는 불확실성 속 숨은 미래를 감지해내는 통찰을 선보임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힘을 제공한다.
주인공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병을 비관하는 대신 삶과 죽음의 의미를, 그리고 세계와 남겨질 사람들을 생각한다. "사람들은 나를 기억해 줄까? 우린 이 세계에 어떤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지구에서 가장 보편적인 이 물음에 대한 그들의 의견은 각기 다르지만, 두 사람은 남아 있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최선을 다해 그 답을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넘쳐흐르는 재기 넘치는 대화들은 이 작품의 백미다.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 가장 눈부신 성취를 보여준 일곱 편의 작품에 수여하는 젊은작가상. 지난 10년간 독자들과 상호작용하며 굳건한 신뢰를 쌓아온 이 상이 2020년대로 진입한 첫해 새로이 호명한 수상자는 강화길 최은영 김봉곤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이다. 다시 한번 젊은작가상을 거머쥔 작가들의 탄탄한 행보와 낯선 기대를 품게 하는 신예 작가들의 신선한 기운이 한 권의 책 속에서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제11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은 가부장제하에서 모든 갈등을 간파해야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아내의 삶을 아무것도 모를 수 있는 권력을 지닌 남편과 날렵하게 대비하며 전 세대 여성을 옭아매고 있는 거대한 구조를 들춰낸 강화길의 「음복(飮福)」이다. 방황 끝에 꿈을 좇아 대학으로 돌아온 화자가 단단한 관점과 다정한 배려를 보여준 선배 여성 강사와 만나고 헤어졌던 애틋한 시절을 복원해내면서 때로 연한 빛처럼 희미해지기도 하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는 여성 간의 유대를 아름답게 펼쳐 보인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둘러싸고 뜨겁게 요청되어온 여성의 재생산권에 관한 고찰을 여러 여성들의 입장에서 다각도로 풀어낸 이현석의 「다른 세계에서도」등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은밀하고 사소하며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 속에서 선량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차별과 혐오의 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 차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직접 찾아가는 현장 활동가이자, 통계학·사회복지학·법학을 넘나드는 통합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국내의 열악한 혐오·차별 문제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는 데 전념해온 연구자인 김지혜 교수가 인간 심리에 대한 국내외의 최신 연구, 현장에서 기록한 생생한 사례, 학생들과 꾸준히 진행해온 토론수업과 전문가들의 학술포럼에서의 다양한 논쟁을 버무려 우리 일상에 숨겨진 혐오와 차별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디미트리오스의 가면』은 앰블러의 대표작이자 〈스파이 소설의 최고 걸작〉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영국의 추리 소설가인 주인공 래티머가 어느 날 터키에서 시체로 발견된 악명 높은 국제적 범죄자이자 스파이 디미트리오스라는 인물에게 흥미를 갖게 되고, 유럽 곳곳을 오가며 그의 현란한 범죄 인생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체를 숨긴 채 유럽 각국의 온갖 범죄에 관여해 온 수수께끼의 악당 디미트리오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서서히 드러나는 놀라운 사실들, 반전과 서스펜스를 거듭하는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에 드리운 충격적인 〈악〉의 실체를 파헤치는 작품이다.
『녹나무의 파수꾼』은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라는 다소 황당무계해 보이는 설정이지만 저자는 대가다운 솜씨를 발휘해서 그 나무의 능력을, 그리고 그 나무에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의 사연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천애고아, 무직, 절도죄로 유치장 수감 중. 그야말로 막장인생 그 자체인 청년 레이토. 그런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묘한 제안이 찾아온다. 변호사를 써서 감옥에 가지 않도록 해줄 테니 그 대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 제안을 받아들인 레이토 앞에 나타난 사람은 지금까지 존재를 알지 못했던 이모라고 한다. 그녀는 레이토만이 할 수 있다며 ‘월향신사’라는 곳의 ‘녹나무’를 지키는 일을 맡긴다. 그 녹나무는 이른바 영험한 나무로,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러 온다. 그러나 단순히 기도를 한다기엔 그 태도에는 무언가 석연찮은 것이 있다. 일한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레이토는 순찰을 돌다 여대생 유미와 마주친다. 유미는 자신의 아버지가 여기서 도대체 무슨 기도를 하는지 파헤치려 뒤쫓아 온 것. 레이토는 반은 호기심에, 반은 어쩌다보니 유미에게 협력하게 된다.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과 『알사탕』
『구름빵』 비 오는 날 아침, 작은 구름 하나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아이들은 하도 신기해서 조심조심 엄마한테 갖다 줍니다. 엄마는 작은 구름을 반죽하여 빵을 굽고 잘 구워진 구름빵을 먹은 엄마와 아이들은 구름처럼 두둥실 떠오른다.
『알사탕』 알사탕을 먹으면 다른 존재의 마음을 들을 수 있다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불편한 소파, 고단한 구슬, 아빠와 할머니의 진심 등 각양각색의 마음을 듣게 된 동동이는 비로소 타인을 이해하고 헤아리게 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최초의 흑인 여성 작가이자 사회운동가 앨리스 워커의 대표작 『컬러 퍼플』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7번으로 출간되었다. 편지글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1910~1940년대 사이로 추정되는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사회 속에서 흑인 여성들이 경험하는 고통스러운 삶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절망 속에서도 빛나는 여성들의 결속력과 강인한 생명력을 그려낸다. 여성들 사이의 다차원적 연대의식과 그로 말미암은 자유와 해방, 구원에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문단과 대중 모두를 사로잡은 베스트셀러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로, 오프라 윈프리가 뮤지컬로 각색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드라마 <킹덤>의 흥행 이유와 그 한계에 대해 심도있게 이야기해보았습니다.
2008년 퓰리처상 수상작『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단편집 <드라운(Drown)>으로 주목을 받았던 작가 주노 디아스의 첫 장편소설로, 2007년 출간 이후 각종 언론에서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고 2008년에는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 도미니카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오스카 와오를 비롯하여 삼대에 걸친 데 레온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몸무게가 11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거구에 SF와 판타지 소설에 열광하는 오스카는 사랑에 목말라하지만, 그의 사랑은 늘 좌절로 끝나고 만다. 반대로 아름다운 외모가 돋보이는 오스카의 누나 롤라는 자신을 변하게 해줄 그 무언가를 찾아 끊임없이 나아간다. 오스카와 롤라의 엄마는 권력이 개인의 삶까지 좌지우지하던 시대에 태어나 고된 삶을 살아간다.
이 소설은 한 가족의 이야기이자, 31년 동안 독재자의 통치 아래 숨죽이며 지내야 했던 한 나라의 이야기이며, 그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낸 개인들의 생존기이도 하다. 이렇게 정치사와 가족사와 개인사가 서로 얽히며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변주된다. 오스카 이야기에서 롤라 이야기로, 엄마 벨리시아 이야기에서 할아버지 아벨라르 이야기로, 다시 오스카에서 롤라, 그리고 화자 유니오르의 이야기를 넘나들며 파란만장한 그들의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준다.
미대입시학원에서 그림을 가르치던 해원은 학생과의 불화를 계기로 일을 그만두고 펜션을 운영하는 이모 곁에서 한동안 지내기로 한다. 열다섯 살 그 일 이후로 사람에게 기대한 적이 없었던 해원은 언젠가부터 사람을 그리는 것이 싫어 인물화를 그리지 않는다. 한편 노부부가 살던 낡은 기와집을 작은 서점 굿나잇책방으로 바꾸어 운영하고 있는 은섭은 자신의 서점을 기웃거리는 해원을 보고 놀란다. 삼 년 전 은섭에게 겨울 들판에 뒹구는 ‘마시멜로’의 진짜 이름이 뭐냐고 묻던 이웃집 그녀다.
이모를 통해 그 낯선 서점의 책방지기가 옆집 사는 은섭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해원은 굿나잇책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녀가 머물 겨울 동안 책방 매니저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다. 어린 시절 타인에게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자기에만 매몰되어 있었던 해원은 은섭과 같은 중고등학교를 나왔지만 그를 잘 모른다. 해원이 알고 있던 것보다 은섭이 그녀의 인생 어떤 페이지에 더 많이 등장했었다는 사실도…….
『멋진 신세계』는 과학이 최고도로 발달해 사회의 모든 면을 관리·지배하고, 인간의 출생과 자유까지 통제하는 미래 문명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인간성을 상실한 미래 세계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한편, 신의 영역을 넘보는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비판한다. 또한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1984』와 마찬가지로 충격적인 미래 예언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도덕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미 『멋진 신세계』에서 인간이 구성해놓은 미래의 전주곡이 진행되는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헉슬리의 풍자적이면서도 냉혹한 미래상이 앞으로 얼마나 현실로서 대두될지 사뭇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헉슬리가 그리는 이 소름 끼치는 미래상은 더 이상 공상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인간성이 맞게 될 위기를 다루는, 인간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전체주의 국가가 인간을 파멸시키는 참혹한 과정이 생생하게 드러나며 유토피아가 곧 파멸이라는 역설이 두드러지고, 문명의 발달과 인간의 몰락이라는 반비례 원칙을 제시한다. 지금,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에서 설정해놓은 악몽이 빠른 속도로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현대 과학 문명의 발달과 함께 점차 개성과 인격을 상실해가는 오늘날, 지금 세태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인가.
낭만서점 스튜디오를 찾은 공지영 작가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책을 쓰게 된 배경,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지, 독자들에 대한 최근의 생각 등을 솔직하게 들려주었습니다.
사랑하는 일, 살아가는 일의 의미에 대해 되묻게 하는『먼 바다』.첫사랑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에 있어 시간과 기억의 의미를 탐구하며 사랑의 힘을 되짚는『먼 바다』는 육체에 각인된 기억을 완전히 잊는 데 필요하다는 40년의 세월이 흘러 비로소 과거의 자신을 용서하고 옛 상처들과 화해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와 내가 살아 있는 한, 한 번쯤 그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될까?” 독문학과 교수 미호는 동료 교수들과 함께 한 심포지엄에 참석하게 되면서 마이애미행 여정에 오른다. 마침 1년 전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이 닿은 첫사랑 요셉도 뉴욕에 살고 있어, 미호는 그를 만나기로 한다. 40여 년 전 성당의 고등부를 가르치던 신학생 요셉과 여고생이던 미호는 첫눈에 서로에게 반하고 서서히 물들어간다. 전두환의 군부세력의 탄압이 광주항쟁 등으로 격화되던 때, 미호의 아버지가 고문을 당하고 교수직에서도 해임된다. 대학입시를 마치고 난 어느 날 요셉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미호는 다급하게 도망치고, 그렇게 둘의 만남은 끝나버린다.
대학에 입학한 미호는 결국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픈 기억의 땅을 떠나 독일로 유학길에 오른다. 뉴욕에서 재회한 미호와 요셉은 함께한 옛 기억을 되짚어가던 중, 서해바다로 떠났던 여름수련회를 떠올리는데, 서로의 기억이 판이하게 다른 것을 알게 된다. 또한 두 사람의 마지막었던 ‘그날’ 자신에게 왜 기다려달라고 했는지 묻지만, 요셉은 그 만남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 육체의 기억, 습관을 지우는 데 필요한 시간이라는 40년이 흘러서도 지워지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뉴욕 한복판에서 비로소 서로가 잊고 있었던 마지막 기억의 퍼즐들이 맞춰지는데...
우한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그렇지만, 늘 그랬듯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예측하지 못한 경로를 통해 나타난 새로운 병원체가 문제를 일으킨다. 2003년 중국 사스 때도, 2015년 메르스와 2016년 지카 바이러스 때도 치명적 바이러스에 속수무책 당하고 말았다.
『바이러스 쇼크』는 그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책이다. 적을 알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불변의 전략을 확실히 충족시켜준다. ‘앎’이야말로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인류의 가장 현명한 자세다. 책에는 바이러스의 역사와 탄생 계기부터, 최근 자주 출현한 박쥐 바이러스의 정체까지 재앙의 해답을 충실히 담았다. 나아가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대처하는 방법 또한 상세히 소개한다.
방송에서는 『바이러스 쇼크』와 함께 최근 다시금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 스티브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컨테이젼>을 다뤘다. 영화는 급격히 퍼지고 있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속에서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는 갖가지 인간군상을 그린다.
《슬픔이여 안녕》은 사강에게 ‘문단에 불쑥 등장한 전대미문의 사건’ ‘매혹적인 작은 괴물’이라는 수식을 안기며 또 다른 천재 작가의 출현을 알린 데뷔작이자 사강 문학의 정수를 이루는 대표작이다. 열여덟 살의 대학생이 두세 달 만에 완성한 이 소설은 프랑수아 모리아크를 비롯한 쟁쟁한 문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비평가상을 받았고 전후 세대의 열광 속에 ‘사강 신드롬’을 일으키며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아버지의 재혼이라는 사건 앞에서 자기 내면의 낯선 감정과 마주하게 된 십 대 후반의 섬세한 심리를 더없이 치밀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내며 어느새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간명하고 예민한 필치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로 이름난 최고급 건강휴양지 ‘평온의 집’. 이곳으로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아홉 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일상을 짓누르던 스트레스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명상과 수련을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꺼이 차도, 휴대폰도 허용되지 않는 열흘간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이제부터 외부 세계와 접촉하거나 일탈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여기서 시키는 대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서로를 알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 낯선 이방인들을 특별한 사명감으로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열흘 후, 과연 아홉 손님들은 자신들의 바람대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이 집을 나갈 수 있을까?
2018년 가을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고, 유수의 여러 언론 매체의 추천 및 찬사와 더불어 전 세계 30개국에 번역 출간된 리안 모리아티의 최신작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이 출간되었다. 매력적인 다양한 캐릭터와 제한된 배경, 쫄깃한 긴장감, 적절하게 숨겨진 복선과 반전까지… ‘특정 장르로 분류되기를 거부하는 어둡고도 재미있는 소설’, ‘웃음과 스릴과 놀라움이 공존하는 섬세한 서스펜스’라는 평을 얻은 이번 작품은, TV미니시리즈로 제작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둔 전작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에 이어서 또 다시 니콜 키드먼이 제작과 주연을 맡은 동명의 TV미니시리즈로 2020년에 방영될 예정이다.
“한국문학의 질적 성장을 이끈 대표적 작가 가운데 하나”(문학평론가 소영현)라는 평에 걸맞게 발표하는 작품마다 동료 작가와 평단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며 한국문학의 품격과 깊이를 더하는 작가 권여선의 여섯번째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 제47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이자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에 선정되며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안녕 주정뱅이』(창비, 2016)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소설집에는 “권여선 특유의 예민한 촉수와 리듬, 문체의 미묘한 힘이 압권”이라는 평과 함께 제19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모르는 영역」을 포함해 8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사실, 독서는 훈련이다.”
누구나 고전을 읽고 싶어 하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 시간이고 TV나 휴대폰, 인터넷과 유튜브를 들여다보긴 쉬워도 30분간 책에 집중하기는 무척 어렵다. 우리를 에워싼 미디어가 문제인 걸까? 『독서의 즐거움』의 저자 수잔 바우어는 미디어가 현대인의 독서를 방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별개로 독서가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독서는 TV가 등장하기 전부터 집중을 요하는 활동이었고, 고전을 읽는 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학습보다 스스로의 훈련과 숙련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고전을 엄선하여 소개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힘으로 꾸준히 고전을 읽어 나갈 방법부터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1863년 출간된 이후 150년 동안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를 탄생시킨 영원한 고전 『작은 아씨들』
“내가 남자가 아니라는 게 참을 수 없어.”라고 거침없이 외치는 소녀에서, “남자 때문에 서둘러 자유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라며 비혼을 선언을 하고 글쓰기에 몰두하는 한 여성이 되기까지. ‘조’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마지막까지 자신의 꿈을 좇아 똑바로 갈 줄 아는 인물이다. 그리고 본인의 사랑이 다가왔을 때에는 “내가 원하던 사람”이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그렇기에 1868년 『작은 아씨들』이 발표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작가들이 사랑하는 캐릭터로 손꼽히고 있다.
‘조’가 누구보다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로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소설이 자전적이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실제로 네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나 검소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며, 글쓰기를 좋아했다. 짧은 글들을 잡지에 기고하며 지냈던 작가는 아직 여성 인권이 자리 잡지 못했던 시절, 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느꼈던 작고 평범한 일들을 글로 풀어내었다.
그렇게 루이자 메이 올컷은 『작은 아씨들』이라는 제목으로 1868년에 1부를 완성해 출간했고, 같은 해 말 『굿 와이브즈Good Wives』라는 제목으로 2부를 발표했으며 이듬해에 두 권을 합본하여 출간했다. 1부가 네 자매의 따듯한 유년시절을 그린 이야기라면 2부에서는 조가 본격적으로 꿈을 향해 성장해 가는 한 여성으로서의 이야기를 담았다.
낭만서점이 신년을 맞아 준비한 마지막 특별기획은 '숫자로 보는 타인의 취향'이다. 도서 판매와 관련된 데이터를 살펴보면 예상 밖으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는데, 독자들의 관심사나 취향을 넘어 사회 트렌드, 정치•경제의 이슈까지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관심 혹은 타인의 생각과 취향을 엿보게 해준다.(믿기 힘들겠지만 그렇다!) 흔히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거짓말하지 않는 숫자들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진실 몇 가지를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박혜진입니다. 아쉽고 죄송한 마음으로 마지막 인사말을 씁니다. 낭만서점이라는 다정한 세계 안에 머무를 수 있었던 건 제 생의 커다란 행운이고 행복이었어요. 고전을 읽을 때면 언제나 클래식편 청취자분들이 떠오를 거예요. 오랫동안 그럴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많이 격려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로셀라 포스토리노의 장편소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로셀라 포스토리노의 소설로, 실제 히틀러의 시식가이자 유일한 생존자였던 실존인물 마고 뵐크의 고백을 바탕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를 감별하기 위해 끌려간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범한 인간인 로자가 스스로 악을 행하는 자와 악의 없이 악한 임무를 수행하는 인간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 속 이야기는 1943년 가을 무렵부터 시작된다. 스물여섯의 로자 자우어는 베를린에서 폭격으로 부모를 모두 잃고, 전장으로 떠난 남편 그레고어의 고향인 그로스-파르치에 홀로 오게 된다. 당시 그로스-파르치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히틀러의 동부전선 본부인 ‘볼프스샨체(늑대소굴)’가 있었다. 적에게 독살당할 것을 의심했던 히틀러는 그 근처의 여성들을 모아 자신의 음식을 미리 먹어보게 했고, 로자는 그중 한 명으로 선택된다. 이렇게 소집된 열 명의 여성들은 매일 히틀러의 음식을 먹으며 하루에 세 번씩 음식이 주는 희열과 죽음의 위협을 함께 느끼는데…….
히틀러가 시킨 일을 하면 음식을 먹다 죽고, 히틀러를 추종해도 전쟁 종결 후엔 나치 추종자란 명목으로 죽어야 한다. 히틀러에 반대하면 그 역시 죽어야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주인공 로자는 삶의 커다란 모순을 경험한다. 내가 살기 위한 일이 어떻게 모두 내가 죽기 위한 일이 될 수 있을까. 시대의 격류에 휩쓸려 스스로 자신의 생존을 결정할 수 없는 평범한 삶을 산 로자. 지금 이 시대에는 로자가 없다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아카데미 4관왕을 비롯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와 영화팬들에게 뜻 깊은 선물을 안겨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각본집과 스토리보드북(콘티집)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기생충>의 각본과 스토리보드는 봉준호 감독이 직접 쓰고 그렸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영화의 스토리보드를 전문 작가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그리는 것으로도 유명한 봉준호 감독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기생충>은 어떻게 봉준호 자신에 의해 종이 위의 스케치가 되어 영화의 뼈대가 되었는지, 스태프와 배우들이 영화에 살을 붙이기 직전 단계의 모습을 이 스토리보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각본집에는 영화전문기자이자 작가인 이다혜 씨네21 기자가 진행한 인터뷰도 함께 담겼다.
‘양귀자 소설’의 진수를 보여주는 연작소설집 『원미동 사람들』. 1986년 3월부터 1987년 8월까지 발표되었던 11편의 소설이 담겨 있으며, 경기도 부천시 원미동을 무대로 1980년대 소시민들의 삶을 그려냈다. 1987년 초판이 발행되었고 현재까지 총 111쇄를 기록하며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80년대의 원미동은 서울이라는 꿈의 도시로 편입하려는 사람들, 혹은 서울에서 숱한 밤을 악몽으로 지새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다.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절망의 고개를 넘고 있는 사람들의 쓸쓸한 자화상을 담고 있다. 치열했던 당시 소시민들의 삶의 풍속도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그러면서도 작가 특유의 박진감 있는 문체와 깊은 성찰을 담은 문장들, 재기발랄한 유머와 소소한 반전으로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새해 의욕적인 마음으로 책 읽기를 다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그 다짐이 실패로 돌아간 성급한(?)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겨우 2월이니 이제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 독한 마음으로 다시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읽을 것인가? 물론 어떻게 읽느냐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정답은 없다. 그런 게 있었으면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으로 들어가 이미 습득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저 다들 내키는 데로 읽을 뿐이다.
그럼에도 책 좀 읽는다는 '고수'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들은 그 비법으로 '지식인'이 되고 '달변가'가 되어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방송을 한다. 나아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니 그 비법은 분명 들어둘만한 가치가 있다. 문제는 듣기만하고 써먹지 않는 게 우리의 가장 큰 문제이지만 또 모르지 연초니까 다들 비장한 각오로 변화를 각오할지도.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구병모의 장편소설『위저드 베이커리』. 2008년의 <완득이>를 잇는, 2009년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집에서 뛰쳐나온 열여섯 살 소년이 우연히 머물게 된 신비한 빵집에서 겪게 되는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미스터리와 호러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서사적 역량이 돋보인다.
흑인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앨리스 워커의 대표작『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 미국 흑인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앨리스 워커는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1920년대 미국 흑인 사회의 현실을 깊이 있게 조명하였다. 이 작품은 사회적 억압과 남성들의 폭력으로 이중고를 겪는 흑인 여성들의 비극을 약자의 시선에서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나요? 첫눈에 반한 두 남녀의 10년 동안 엇갈리는 사랑을 담은 소설 『12월의 어느 날』. 주인공 로리와 잭이 눈 내리는 런던을 배경으로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관계를 이어나가며, 읽는 이로 하여금 달콤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 조지 실버는 독특하게도 ‘스물두 살 생일에 자신이 발을 밟은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시작된 인연이 평생의 사랑으로 이어진 실제 경험 때문일까, 이 소설 또한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원 데이」, 「러브 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비견되는 로맨스소설로 꼽히고 있다.
삶의 깊고 어두운 우물에서 아름답고 정결한 문장으로 희망을 길어내는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그의 여섯번째 소설 『무엇이든 가능하다』가 출간되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가상의 작은 마을 앰개시를 주요 무대로 하여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인물들의 삶을 아홉 편의 단편에 담아 엮었다. 연작소설이라는 점에서 스트라우트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대표작 『올리브 키터리지』와 유사한 형식이기는 하지만, 올리브라는 인물이 이야기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이전 작품과는 달리, 『무엇이든 가능하다』의 연결성은 플롯보다는 주제적 측면에 무게가 실려 있다. 작가는 제각기 자기 몫의 비밀과 고통과 수치심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욕망과 양심의 충돌, 타자를 향해 느끼는 우월감과 연민, 늘 타인에 의해 상처를 입으면서도 타인의 관심을 끝없이 갈구하는 인간의 비극적인 아이러니를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각 단편은 모두 고유한 서사적 완결성을 갖추고 있지만, 이 작품을 단편집으로 분류할 수 없는 것은 모든 이야기의 조각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한 발짝 떨어져서 보았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묵직한 깨달음과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세월이 지난 후에 삶을 되돌아보면, 당시에는 서로 큰 관련이 없는 것 같던 사건들이 느슨하면서도 필연적인 연결성을 지니게 되는 것처럼, 이 작품에 담긴 일련의 이야기들 사이에는 그런 성글지만 단단한 결합성이 있다. 이러한 구성이 주는 효과는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더욱 극대화되는데, 한 단편에서 이야기의 중심이었던, 즉 주체였던 인물이 다른 단편에서는 타인의 삶에 대상화된 조연으로 등장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이렇듯 주체, 객체, 또 주체로의 전환을 반복하며, ‘나’라는 단일한 시선 안에 갇혀 타인을 대상화할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삶을 이해하는 더 넓은 시야와 깊이를 제공한다.
카타리나 블룸은 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하인리히 뵐의 작품『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1975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언론이 한 개인의 명예와 인생을 파괴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성실하게 살아왔던 여인은 언론의 허위 보도와 그에 호응하는 군중에 의해 살인범의 정부, 테러리스트의 공조자, 음탕한 공산주의자가 되고 만다.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는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중편 「뿌리 이야기」를 비롯,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느림에 대하여」를 개작한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 당선작 「중세의 시간」을 개작한 「슬픈 어항」 총 3편의 중단편소설을 묶은 독특한 작품집이다.
교보문고 팟캐스트 낭만서점이 매년 준비하여 발표하는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2019년 리스트를 공개한다. 올해로 4년 차를 맞은 이번 기획은 해를 거듭할수록 출판계의 관심은 물론 '전문가'들의 특별한 추천 리스트로 평가 받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 1회(2016년)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로 선정된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와 같은 경우 역주행 베스트셀러에 오른바 있다.
'2019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리스트는 활발하게 활동 중인 소설가 약 100여 명에게 추천을 의뢰해 그 중 답변을 준 50명의 추천 도서를 모아 정리했다. 소설의 추천은 2019년 출간된 소설로 한정하였으며, 작가에게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 또는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소설을 한 권에서 다섯 권까지 추천 받았다. (2018년 12월 1일~2019년 12월 출간도서로 한정. 매년 추천 받는 시기가 11월임을 감안하여 2018년 12월 출간된 도서도 기간에 포함하였다.)
그렇게 총 79권의 추천리스트가 만들어졌고 여러 명에게 중복으로 추천을 받은 순으로 리스트를 정리했다.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이후 단숨에 수많은 독자와 문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류진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창작과비평 웹사이트에 공개된 직후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누적 조회수 40만 건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을 포함해 주로 이삼십 대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8편의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다.
회사에서 운영 중인 중고 거래 어플에 글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거북이알’의 정체를 알고자 만남을 가진 ‘나’, 카드회사 공연기획팀 소속으로, 유명 뮤지션의 내한 공연을 성사시키고 특진을 약속받았으나 개인 SNS에 공연 소식을 가장 먼저 올리지 못해 토라진 회장의 심술로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대신 받게 되고, 자본주의 시스템을 영리하게 활용해 나름대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거북이알’의 기막힌 사연을 담은 표제작 《일의 기쁨과 슬픔》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소설이다.
장편 '침묵'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한, 일본 대표 작가 엔도 슈사쿠 소설. 평생에 걸쳐 신과 구원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 왔으며, 병마와 사투를 벌이며 완성한 마지막 장편소설로, 선과 악이 혼재한 인간의 내면에 살아 숨 쉬는 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오베라는 남자』, 『베어타운』의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일생일대의 거래』. 가족과 못 다한 삶을 후회하는 한 남자가 죽음을 앞두고 세상에 던지는 마지막 거래를 그린 작품으로, 한 문장 한 문장이 사색적 질문을 담고 있는 시처럼 서정적인 소설이다.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이 이야기는 살면서 누구나 하나쯤 남길 법한 후회에 대처하는 한 아버지의 선택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일깨운다. 아들과 아내가 떠난 것도 출장에서 돌아온 지 이틀이 지나서야 알아차릴 정도로 성공만을 좇아 살아온 ‘나’. 고향에서 바텐더로 사는 게 충분히 행복하다던 아들과는 오래전 멀어졌지만, 암 선고를 받은 뒤로 매일 저녁 아들이 일하는 술집 창밖에서 아들을 바라보다 돌아오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나’는 아들에게 편지를 써서 암 병동에서 만난 한 용기 있는 여자아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림 그리는 것으로는 암을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어른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하루 종일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는 여자아이 이야기를. 한편 병동에는 언제부턴가 사망 명부를 든 여자 사신이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이제 ‘나’는 사신 앞에 인생을 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야만 한다...
『가만한 나날』에서 사회초년생들이 통과하는 인생의 첫 순간을 섬세하게 그리며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김세희의 첫 장편소설로, 사랑의 한복판에 있었기에 제대로 알 수 없었던, 몰랐기에 더 열렬했던 10대 시절의 첫사랑 이야기를 선보인다.
2000년대 초 항구도시 목포, 그 시절 그곳의 여학생들을 사로잡았던 건 뭐였을까? 먼저, 아이돌이 있었다. 그들은 칼머리를 유행시켰다. 아이돌이 있었으므로, 팬픽이 있었다. 아이돌 그룹의 A군과 B군이 서로 사랑하고 섹스하는 이야기를 지어내고 읽으며, 사실이거나 사실이 아닌 모든 섹슈얼한 정보들을 배웠다. 그리고, 사랑이 있었다. 여학생들은 서로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사랑보다 멀고 우정보다 가까웠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강렬하게.
무엇이 우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와 차별, 모순으로 가득 찬 세계를 분투하며 살아가게 하는가!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에서 이제는 소설을 쓰는 작가 김초엽.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의 세계를 특유의 분위기로 손에 잡힐 듯 그려내며,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온 그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관내분실」로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동시에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신인소설가로서는 드물게 등단 일 년여 만에 《현대문학》, 《문학3》, 《에피》 등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작품으로 펴낸 첫 소설집으로, 근사한 세계를 그려내는 상상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허망한 꿈을 꾸는 소시민의 무너진 꿈! "소시민도 위대한 사람들처럼 지치기는 마찬가지야"
현대 희곡의 거장 아서 밀러의 대표작『세일즈맨의 죽음』. 194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공연되고 사랑받는 미국의 대표적인 희곡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인간의 소외와 붕괴를 파고드는 기법으로, 미국 현대극에 새로운 지표를 제시하였다. 허망한 꿈을 좇는 소시민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2018년 세계 3대 문학상이자 영미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 제정 50주년 수상작 『밀크맨』. 북아일랜드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일약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애나 번스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1970년대에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적과 극단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폐쇄적인 마을 공동체 내에서 유무형의 폭력에 노출된 열여덟 살 여성의 일상과 내면을 일인칭 시점의 입말로 들려주는 작품이다.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2018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대표작 『태고의 시간들』. 저자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20세기 폴란드의 역사를 거대 서사의 축으로, 탄생부터 성장, 결혼, 출산, 노화,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면서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40대 이전의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유서 깊은 문학상인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폴란드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니케 문학상의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 부문으로 선정되었다.
총 84편의 조각 글들로 구성된 이 소설의 시간은 연대기적인 단선형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엮인 짤막한 단편들 또는 에피소드들의 짜임으로써 나선형으로 돌아간다. 남편이 전쟁터에 끌려간 뒤 유대인 청년에게 사랑을 느낀 게노베파,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어둠과 슬픔이 깃든 삶을 살아낸 미시아, 술 취한 남자들에게 몸을 팔다가 숲속에서 홀로 아이를 낳고 치유와 예언의 능력을 갖게 된 크워스카, 신산한 삶 끝에 광기에 사로잡힌 노파 플로렌틴카, 독일군과 러시아군 모두에게 강간당하고 사랑 없는 삶을 살아가다 태고를 떠나는, 크워스카의 딸 루타, 독단적인 아버지의 집을 떠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생을 꾸려가는, 미시아의 딸 아델카 등 역사의 비극 뒤편에서 잊힐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삶을 복원하고 그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실랄한 풍자 정신과 따뜻한 휴머니즘의 작가 고골의 대표 단편 모음집. 뻬쩨르부르그를 배경으로 도시의 소외된 인간을 환상적으로 그려낸 코, 외투, 광인일기, 초상화, 네프스끼 거리 등 5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근대 도시의 전형, 질식할 듯한 속물성과 타락한 관료들이 넘쳐나는 말 그대로 카오스인 뻬쩨르부르그에서 시민적 이상과 인간다운 의지의 붕괴를 생생한 풍자정신과 절묘한 이야기 구성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천만 부 이상의 판매 기록을 세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후속작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데뷔작으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요나스 요나손이 네 번째 발표한 소설로,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알란 칼손이 101살 생일날 열기구를 탔다가 조난당하며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알란. 보통 사람 같았으면 낙원과도 같은 섬에서 무위도식하는 데 만족했겠지만 알란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알란의 101세 생일이 다가오고, 친구 율리우스는 생일 파티를 위해 거대한 열기구를 준비한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바람과 조작 미숙, 기계 고장 때문에 알란과 율리우스는 망망대해에 불시착하고 만다. 다행히 지나가던 배가 조난 신호탄을 쏘아 올린 그들을 보고 구조하러 오지만 그 배는 농축 우라늄을 몰래 운반하고 있던 북한 화물선이었다. 알란은 화물선 선장에게 자신이 핵무기 전문가라고 거짓말을 해버리고, 북한으로 끌려가게 되는데…….
영화 <82년생 김지영>, <7년의 밤>, <헝거게임>, <해리포터>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소설을 원작으로 둔 영화라는 것이다. 이미 대중으로부터 검증 받은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는 어느 정도의 흥행을 보장한다. 제작자들 역시 탄탄한 서사나 캐릭터를 갖고 있는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것이 여러 면에서 수월하다. 때문에 스크린셀러의 개봉 소식은 꾸준히 들려온다. 그렇다면 소설은 어떨까? 영화의 개봉이 소설의 판매에 영향을 줄까? 당연히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어렵지 않지만 과연 얼마만큼의 판매 상승이 일어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에 교보문고 팟캐스트 낭만서점에서 이를 조사해보았다.
조사는 몇 가지 기준을 정하여 진행하였다. 우선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개봉된 영화와 원작의 판매량을 분석하였고 이때 조사된 작품 수는 총 150편이다. 시리즈의 경우 2010년대에 1편이 시작된 영화만을 분류에 포함하였고 따라서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해리포터(1999)와 트와일라잇(2007)과 같은 작품은 제외되었다. 가장 중요한 판매량은 영화 개봉 전 2달과 개봉 후 2달 간의 온오프 합계 도서 판매량을 비교하였다. 이 중 유의미한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5천 권 이상 판매된 도서를 추린 후 가장 큰 판매량의 차이량을 보여준 도서 10편의 리스트를 작성하였다. (교보문고 판매량 기준)
은희경의 장편소설 『빛의 과거』. 《태연한 인생》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로, 깊이 숙고해 오랫동안 쓰고 고쳐 쓴 작품이다. 갓 성년이 된 여성들이 기숙사라는 낯선 공간에서 마주친 첫 다름과 섞임의 세계를 그려냈다. 기숙사 룸메이트들을 통해 다양하며 입체적인 여성 인물들을 제시하고 1970년대의 문화와 시대상을 세밀하게 서술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및 퓰리처상 4회 수상 등 미국 최고의 극작가 유진 오닐의 대표작. 가난하고 무지한 아일랜드 이민자에서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해 파멸해가는 아버지와 마약중독자 어머니, 알콜과 여자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는 형, 결핵을 앓는 시인 동생 등의 등장인물을 통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인간의 보편적인 진실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진 오닐의 마지막 희곡이자 리얼리즘이 가장 뚜렷하게 구현된 작품으로 오닐을 가장 음울하고 비관적 작가 중 하나로 만든 비극적 가족사를 이해와 연민의 시선 속에 가족과 자신의 삶에 대한 위대한 용서를 담아낸 걸작.
『양들의 침묵』주인공 ‘한니발 렉터’는 희대의 식인 살인마 캐릭터로 독자들의 뇌리에 지워지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토머스 해리스를 세계 최고 작가 반열에 올려놨다. 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애독자층을 확보하며 범죄 스릴러 소설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 구속과 해방, 욕망과 도덕, 광기와 이상 심리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한 한니발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 여러 매체의 작가들에게 벤치마킹의 대상이 돼 왔다.
아픔을 가로지르는 생생한 입담으로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을 보듬어온 작가 공선옥이 『명랑한 밤길』 이후 12년 만에 신작 소설집 『은주의 영화』를 선보인다. 표제작인 중편소설 「은주의 영화」를 비롯,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발표한 작품 8편을 묶은 이번 소설집은 약자의 아픔을 농익은 필치로 풀어내는 솜씨가 여전하거니와 옛 가족이 해체되며 느끼는 불안과, 폭력의 시대가 여성에게 남긴 상처, 나이 들어가며 느끼는 고독을 공선옥 특유의 활달한 서사로 들려준다.
한트케가 언어 실험적 글쓰기를 극복하고 전통적 서술 방식을 차용하여 문학의 서정성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대략 10년의 시차를 두고 씌어진 작품이지만 이 두 작품은 한트케의 <주제 의식과 관련하여 볼 때 가장 전형적인 작품이며 그의 작가로서의 발전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작품>이라고 평가된다.
스튜디오를 찾은 김보라 감독과의 대화.
김보라 감독은 동국대학교 영상영화학과와 컬럼비아대학 대학원 영화학과에서 공부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상 및 NETPAC상,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트라이베카영화제 최우수 국제장편 영화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최우수 촬영상을 수상했으며, 시애틀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예루살렘국제영화제 최우수 장편 데뷔상 등 영화 [벌새]로 국내외 25개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트라이베카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화려한 등장을 알린, 영화 <벌새>의 시나리오집.
영화 <벌새>는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중학생인 은희가 거대하고 알 수 없는 세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나는, 작지만 힘 있는 날갯짓으로 사랑하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분투하는 한 시절의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 냈다. 개인의 삶과 시대가 서로 교차하는 시공간으로서 영화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을 떠올리게 한다.
책으로 출간되는 『벌새-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은 영화 <벌새>에서 출발하지만 영화 안팎의 세계를 섬세하게 짚어 내고 확장하며, 1994년의 사회와 오늘, 예술과 현실을 연결하는 책이다. 영화에서는 편집된 40여 분가량이 그대로 담긴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감독의 말은 영화 속 서사와의 보다 내밀한 만남으로 초대한다. 『펀 홈』과 ‘벡델테스트’로 잘 알려진 미국의 그래픽노블 작가 앨리슨 벡델과 김보라 감독이 직접 만나 여성 서사,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경험을 함께 다루는 창작자로서 나눈 대담에는 시대와 공간, 매체를 뛰어 넘어 예술가로서, 시대라는 물살 안에서 역동하는 개인으로서의 진솔한 고민들이 담겨 있다. 영화와 사회를 함께 읽어 내는 네 편의 글은 성수대교가 붕괴하고 김일성이 사망한 영화 속 시공간을 이미 닫힌 ‘역사’가 아닌, 여전히 살아 있는 현재로 불러낸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는 대만을 대표하는 작가 우밍이의 첫 한국어판 소설집으로 상가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인간 군상들을 통해 생명력 가득한 80년대 타이베이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책에는 타이베이의 랜드마크로 불리다 1992년 사라진 상가 건물 ‘중화상창’을 배경으로 한 열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우밍이는 2018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후보로 선정되었는데 후보 13명 중 아시아 작가는 한강과 우밍이 단 둘뿐이다. 우밍이는 대만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으며 이를 계기로 자신이 세계적인 작가임을 입증했다. 그의 책은 이미 9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잔잔하고 따뜻한 필치와 몽환적 상상력으로 탄생시킨 열 편의 이야기는 청춘 시절의 빛과 어둠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중화상창에 살았던 아이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비밀스럽게 털어놓고 그 성장통을 돌아보며 새로운 삶의 희망을 발견한다.
길 위에 펼쳐지는 자유로운 청춘들의 초상! 비트 문학의 선구자인 잭 케루악의 소설『길 위에서』제1권. 미국 서부 및 멕시코를 횡단한 체험을 토대로 쓴 이 작품으로 무명이었던 잭 케루악은 소위 '비트 세대'를 주도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즉흥적인 문체, 역동하는 재즈와 맘보의 리듬, 열정적인 에너지와 호기심으로 가득한 이 작품은 당시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뉴욕 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인 『돌팔이 의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 작품의 대가 포프 브록의 도서로 첫 국내 출간되며 또한 영화 <제이슨 본>, <마션>로 잘 알려진 배우 맷 데이먼을 주연으로 영화화가 예정되어 있다. 포프 브록은 이 책에서, 미국에서 가장 뻔뻔한 사기극을 펼친 천재 악마 ‘존 R. 브링클리’와 그를 끝까지 뒤쫓은 ‘피시바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세기 미국의 가장 뻔뻔한 사기꾼이라 불리는 존 R. 브링클리는 시들어가는 정력을 회복시켜주겠다며 남성들에게 기이한 외과수술법을 소개한다. 그의 치료법은 단순했다. 염소의 고환을 제거해 사람의 음낭에 넣는 것이었다. 그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염소 고환 이식술을 통해 발기부전 치료법의 돌파구를 찾게 되고, 터무니없는 주장에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는 곧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자가 되어, 미국 의사들의 소득이 7,000달러에 못 미치던 때 자그마치 1,20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그는 단순히 의학적인 돌팔이 그 이상이었다. 그는 외과의사보다는 비즈니스 정신을 가진 마케터로서의 재능이 훨씬 뛰어났을지도 모른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뛰어난 재능 있는 사기꾼이었던 그는 수술법 이외에도 광고를 위해 라디오 방송국과 송전탑을 짓고, 비행기로 선거운동을 하며, 컨트리 뮤직을 처음으로 라디오에 도입하기도 했다. 브링클리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의학적인 조언을 함으로써 수많은 가정을 병들게 했고, 염소 고환 이식술을 통해 수많은 남자들을 죽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고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이 더해져, 그는 주지사 출마까지 하게 된다.
돌팔이 사냥꾼 모리스 피시바인이 이 ‘대담하고 위험한’ 사기꾼을 업계에서 몰아내려고 애쓰지만, 브링클리는 한 발 앞서는 기발함으로 매번 피시바인을 따돌리며 광고계 와 방송계, 정치계 모두 끝 모를 사기행각이 뿌리내리기 좋은 비옥한 토지임을 증명해낸다. 결국 두 사람은 법정에 서게 되고, 그들의 대결은 극적인 상황까지 치닫게 되는데……
2019년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작가 박상영의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한국문학에서 이미 중요한 주제가 된 퀴어소설. 그중에서도 저자는 성에 있어 가볍게 보일 수 있는 면모를 오히려 작품의 매력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그 안에 녹록지 않은 사유를 담아냄으로써 단연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단숨에 자리 잡았다.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로 평단과 독자의 사랑을 받은 저자의 이번 작품은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을 비롯해 발표와 동시에 화제가 됐던 4편의 중단편을 모은 연작소설이자 두 번째 소설집이다.
『이갈리아의 딸들』은 오랫동안 국내에서도 인기를 크게 모은 작품으로 여성의 사회지배라는 가상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녀의 성역할을 들여다보게 해주면서 여성과 출산, 직장 내 남녀차별 등 여성학 이론을 둘러싼 여러 가지 쟁점을 제시하고 있어서 여성학 교재로도 즐겨 쓰인다. 또한 여성, 남성 어느 누가 주도하는 사회이든지간에 피지배 계층의 성(性)은 언제나 부당한 권리와 억압에 착취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어떤 성별에도 국한하지 않는 진정한 남녀평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외계인 경민과 지구인 한아의 아주 희귀한 종류의 사랑 이야기 『지구에서 한아뿐』. 창비장편소설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작가 정세랑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10년 전 쓴 작품을 다시 꺼내어 과거의 자신에게 동의하기도 하고 동의하지 않기도 하며 다시 한 번 고쳐 펴낸 다디단 작품이다. 칫솔에 근사할 정도로 적당량의 치약을 묻혀 건네는 모습에 감동하는 한아는 저탄소생활을 몸소 실천하는 의류 리폼 디자이너다. '환생'이라는 작은 옷 수선집을 운영하며 누군가의 이야기와 시간이 담긴 옷에 작은 새로움을 더해주곤 하는 한아에게는 스무 살 때부터 좋아한, 만난 지 11년 된 남자친구 경민이 있다. 늘 익숙한 곳에 머무르려 하는 한아와 달리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경민은 이번 여름에도 혼자 유성우를 보러 캐나다로 훌쩍 떠나버린다. 자신의 사정을 고려해주지 않는 경민이 늘 서운했지만 체념이라고 부르는 애정도 있는 것이라 생각하던 때, 캐나다에 운석이 떨어져 소동이 벌어지고, 경민은 무사히 돌아왔지만 어딘지 미묘하게 낯설어졌다. 팔에 있던 커다란 흉터가 사라졌는가 하면 그렇게나 싫어하던 가지무침도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아를 늘 기다리게 했던 그였는데 이제는 매순간 한아에게 집중하며 조금 더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 달라진 경민의 모습과 수상한 행동이 의심스러운 한아는 무언가가 잘못되어간다고 혼란에 빠지는데…….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페인트』. 국가에서 센터를 설립해 아이를 키워 주는 양육 공동체가 실현된 미래 사회, 청소년이 부모를 직접 면접 본 뒤 선택하는 색다른 풍경을 그리며 좋은 부모란, 나아가 가족의 의미란 무엇인지를 청소년의 시선에서 질문하는 작품이다. 심사위원 전원의 압도적인 지지와 청소년심사단 134명의 찬사 속에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소설의 제목인 ‘페인트’는 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을 뜻하는 소설 속 아이들의 은어로, 재산이 많으면 좋은 부모인지, 인품이 훌륭하면 좋은 부모인지, 부모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것인지, 생각하게 하며 부모의 그늘에서 쉽사리 벗어나기 어려운 10대의 억압된 심리를 위로하는 동시에 흥미로운 전개로 해방감을 맛보게 하면서 자아의 균형을 찾도록 이끈다.
마거릿 애트우드가 1985년 발표한 장편소설 『시녀 이야기』. 2017년 미국 Hulu 채널을 통해 《핸드메이즈 테일》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새롭게 선보이며 또다시 주목받은 작품으로 여성을 오직 자궁이라는 생식 기관을 가진 도구로만 본다는 설정으로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고, 마거릿 애트우드를 일약 화제 작가로 급부상시켰다. 출간한 지 30년이 되어가는 오늘날에 와서는 성과 가부장적 권력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친 저자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인해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부터 『미중전쟁』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김진명의 장편소설 『직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받은 ‘직지’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둘러싼 중세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작품으로, 치밀한 자료조사와 프랑스 등 현지 취재, 그리고 현대 과학의 성과에 역사적 상상력을 더해 금속활자의 전파에 관한 실체적 진실에 다가선다.
평온안 주택가에서 경악스런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귀가 잘려나가고 창이 심장을 관통한 시신. 더 놀라운 것은 드라큘라에게 당한 듯 목에 선명한 송곳니 자국에, 피가 빨렸다는 점이다. 피살자는 고려대에서 라틴어를 가르쳤던 전형우 교수다. 사회부 기자 기연은 중세풍의 기괴한 살해방식에 강렬한 의문을 품고 사건을 파고든다. 전형우 교수가 죽기 전 교황청의 비밀 수장고에서 발견된 편지를 해석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용의자를 좁히지만, 범행동기와 살인현장이 매치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에 당혹해한다. 기연은 원점으로 돌아가 사건현장을 살피다 교수의 서재에서 두 개의 이름을 발견하고 전 교수가 계획했던 동선을 따라 그들을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날아간다. 그리고 그곳엔 기연이 상상도 못한 반전과 충격적인 사실이 기다리고 있는데…….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을 통해 꾸준히 단편을 발표해온 작가의 첫 장편 공포소설로, 뱀과 관련된 유명한 설화인 김녕사굴의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 제주 김녕사굴에서 라이딩을 하던 산악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6개월 후 한 명이 돌아오지만 의식불명에 빠진다. 이 사건이 원혼과 관련이 있을 거라 추측한 케이블 TV의 PD 박혜인은 퇴마의식을 빌미로 평소 취재하고 싶어하던 퇴마사 신진명을 불러낸다. 마지못해 퇴마의식을 맡게 된 진명은 생존 여성이 원혼에 의해 조종당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조이스 캐럴 오츠의 『악몽』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발표한 작품 가운데 저자가 ‘악몽’을 테마로 직접 선별한 여섯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중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개인의 꿈처럼 사적이고 은밀하며 그렇기에 한층 더 불온함을 내뿜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자신 혹은 타인으로 인해 좌절하고 상처받고 불안에 흔들리는 인간들의 비참하고 과격한 외침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공포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의 『미저리』. 두 사람의 심리를 묘사하여 오싹함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폴 셸던은 다름 아닌 지은이 스티븐 킹의 분신이다. 통속 소설 《미저리》를 써서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지만 평론가들의 악평에 괴로워하며 문학상이 주는 권위에 집착하는 폴은, 한때 싸구려 공포 소설 작가로 치부당한 스티븐 킹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소설은 자동차 사고로 의식을 잃었다가 산골 외딴 집에서 깨어난 베스트셀러 작가 폴이 자신을 구해준 전직 간호사 애니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생명의 은인이자 '넘버원 팬'인 애니 윌크스는 주사기와 도끼로 정성껏 폴을 돌보고, 고물 타자기가 토해 낸 하루치 이야기를 애니에게 들려주며 그날그날 목숨을 이어 가던 폴은 마침내 애니의 도끼에 맞서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는데...
사실주의적인 무대 위에서 삶의 부조리를 여과 없이 보여 주며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으려 하는 이 작품은 미국 연극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을 수상하며 당시 브로드웨이 연극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작가는 비상식적 언어유희와 노골적인 언어폭력으로 미국적 허상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가하며 미국적 낙관주의의 토대에서 소통의 가능성을 찾고자 하였다. 지금까지 700회 가까이 상연되었으며, 엘리자베스 테일러, 리처드 버튼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일본에서 1980년 이후 최고의 시청률인 42.2%, 마지막회 순간 시청률 50.4%를 기록하면서 최고의 드라마로 손꼽히며 두고두고 회자되는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의 원작소설 『한자와 나오키』 제1권 《당한 만큼 갚아준다》. 에도가와 란포상, 나오키상 수상에 빛나는 스토리텔러 이케이도 준의 대표작으로, 현재까지 약 57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마지막 권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도 독자들에게 그 다음 권을 요청받고 있을 정도로 열렬히 사랑받고 있는 시리즈이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은행원, 한자와 나오키. 잘될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고 잘된 후 그 돈을 돌려받는 일이 은행 업무의 본질이고, 그 중간에서 돈을 움직여 기업의 피를 돌게 하는 것이 은행원인 그의 일이다. 도쿄중앙은행 본부에서 오사카 지점의 융자과장으로 발령 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지점장의 강요로 대출을 승인해준 회사가 부도가 나고, 대출금 5억 엔이 고스란히 손실이 될 위기에 처하자 은행 조직과 상사는 그에게 책임을 돌린다. 본부의 융자부에서 일하는 동기 도마리는 한자와에게 아사노의 사내 정치 행각을 귀띔하며, 관계사로 방출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5억 엔을 회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여기서 밀려나면 은행에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라인도, 사내 정치도 없이 오직 실력만을 믿고 일해 온 한자와는 비리를 봐주지 않고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다. 한자와는 즉시 채권 회수를 위해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도산 때문에 큰 피해를 입은 하청기업의 사장 다케시타와 협력한다. 한자와는 은행에 인생을 건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걸고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달려든다. 살아남으려면 돈을 되찾아야 한다!
비평가 겸 소설가로 미네소타 주 세인트 올라프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던 중 작가 폴 오스터와 만나 결혼한 허스트베트는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나 곧 소설가로 전향. 그리고 1992년에 발표한 첫 소설 《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The Blindfold》은 잡지에 미리 공개된 일부가 ‘올해의 미국 단편’에 2년 연속으로 선정되었으며 20여개 언어로 번역 출판된다. 후속작으로 2003년 출간된 《내가 사랑했던 것》은 평단의 찬사 속에 30여 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페스트'라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20세기 문학이 남긴 기념비적인 고전으로 꼽힌다.
작가 가르도시 피테르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1948년 태어났다. 그는 헝가리의 유명 영화감독으로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시카고 국제영화제에서 골든휴고상을 수상하였다. 이밖에도 스무 개가 넘는 국제영화제에서 여러 부문에 걸쳐 수상하였다. 『새벽의 열기』는 저자의 첫 장편소설이자, 자신이 만든 영화 <새벽의 열기>의 원작소설이다. 이 책은 30여 개국에서 출간되었으며, 전 세계가 사랑한 감동적인 실화소설로, 절망 속에서 희망과 사랑을 찾아 삶을 개척한 피테르 감독의 부모님의 이야기이다.
『새벽의 열기』는 가르도시 피테르의 첫 장편소설이자 그가 만든 영화 《새벽의 열기》의 원작소설로, 절망 속에서 희망과 사랑을 찾아 삶을 개척한 저자의 부모님의 감동적인 실화를 담고 있다. 헝가리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스웨덴의 한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중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스물다섯 살 미클로스는 절망 대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불가능한 꿈을 꾼다. 결혼도 하고, 난치병 결핵도 치료하겠다는 것. 새벽만 되면 어김없이 38.2도까지 오르는 열기는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지만 그는 굴복하지 않는다. 의사가 무슨 말을 하든, 의자에 앉았을 때 의자 다리 두 개로만 버틸 힘만 있다면 살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미클로스는 결혼이라는 희망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신붓감을 찾아 나섰고, 자신처럼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헝가리 여인 117명 모두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렇게 만난, 병약한 헝가리 남자 미클로스와 우연과 우연이 날실과 씨실처럼 짜여 답장을 보내게 된 헝가리 여자 릴리는 6개월 동안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환상 문학의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의 대표작『화씨 451』. 『화성 연대기』와 함께 레이 브래드버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인간의 생각이 통제되는 사회에 대한 경고가 담긴 디스토피아적 미래 소설이다. 책이 금지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라져가는 정신문화를 되살리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세속적이고 통속적인 정보만이 중요하게 취급되고, 사람들은 쾌락만을 추구하는 가까운 미래. 비판적인 생각을 갖게 만드는 독서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책을 불태우는 것이 직업인 '방화수' 가이 몬태그는 아무런 의문 없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어느 날, 생동감 넘치는 옆집 소녀 클라리세를 만나면서 몬태그는 자신의 삶이 텅 비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던 중 클라리세가 갑자기 실종되고, 몬태그는 변화하기로 결심하는데…. 이 소설의 제목인 '화씨 451'은 책이 불타는 온도를 상징한다. 출간된 지 60년이 넘은 소설이지만, 그 속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매스미디어에 중독되어 살아가면서 독서와 스스로 생각하는 일을 멈춘 현재의 젊은 세대에 대한 경고를 전해준다. 또한 개성적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환상 공포 문학의 거장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 단편들을 엄선한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오늘의 독자들을 위해 엄선하여 번역한 문학 고전을 선보이는 「세계문학전집」의 308번째 책이다. 환성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소재를 다루며 이성과 감성, 현실과 초현실, 일탈과 순응 사이의 간극을 넘나드는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 특히 그는 이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간 심리의 복합성을 포착하여 탁월한 통찰을 보여주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실릴 만큼 성장 소설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다. 1978년 ‘도서출판 동녘’의 전신인 ‘광민사’에서 첫 선을 보인 후 50여 곳 이상의 출판사에서 중복 출판되어 400만 부(추정) 이상이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2003년 ‘MBC !느낌표’에 선정되었고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사랑스런 꼬마 악동 제제의 슬프고 아름다운 동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너무나 일찍 삶에 숨겨진 슬픔을 발견한 5살 꼬마 제제의 이야기를 그린 전 세계의 베스트셀러다. 제제의 아름답고도 가슴 저미는 성장 이야기와 함께 제제에게 진실된 사랑과 우정을 가르쳐준 뽀르뚜가와의 장난스런 만남과 고통스런 이별까지 따라간다. 감성적인 삽화가 책의 감동을 더해준다.
장편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내 심장을 쏴라』로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후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등을 연달아 펴내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정유정의 신작 『진이, 지니』가 출간됐다. 많은 작품이 영미권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일본 등 해외 20여 개국에서 번역•출판되어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정유정. ‘악의 3부작’이라고도 불리는 전작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이 인간 내면의 ‘어두운 숲’을 탐색하는 고도의 긴장감과 극한의 드라마를 그린 스릴러였다면, 이번 작품은 완전히 새롭고, 경쾌하고, 자유롭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직후 보노보 ‘지니’와 하나가 되어버린 사육사 진이는 찰나의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된 청년 백수 민주와 거래를 하고, 상황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야기는 가장 절박한 상황 앞에서 성장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묻고, 진이(지니)와 민주의 시점을 넘나들며 시공간을 면밀하게 장악한다. 빈틈없는 자료 조사로 판타지마저 현실성 있게 그려낸 촘촘한 플롯, 독자를 단박에 사로잡는 흡인력과 속도감 넘치는 스토리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아체베가 불과 스물여덟의 나이에 발표한 이 작품은 1958년 초판이 발행된 후 전 세계에 45개국어로 출간되어 8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19세기 말 아프리카 우무오피아 마을이 폭력적인 서구 세력의 유입으로 서서히 몰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 낸 이 작품은 아프리카 탈식민주의의 대표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4번의 휴고상, 4번의 네뷸러상, 4번의 로커스상 등 최고의 SF에 수여되는 모든 상을 석권한 테드 창의 두 번째 작품집 『숨』.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후 17년 만에 펴내는 이번 소설집은 로커스상, 휴고상, 영국과학소설협회상을 수상한 표제작 「숨」을 비롯해 총 9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을 통해 테드 창은 훌륭한 SF는 아름다움과 의미와 공감을 자아낼 수 있음을 증명해낸다. 일어난 일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연금술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20년 전에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과거를 향해 세월의 문을 통과하는 푸와드의 이야기를 담은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등장인물도 없고 대화도 없이 인간의 자유의지가 환상이라는 확실한 실증이 있을 때, 그것이 인류에게 불러일으킬 결과에 대해 말하는 짧은 소설 「우리가 해야 할 일」 등의 작품과 이 책을 통해 최초 공개되는 인간은 정말 우주의 중심적 존재인지 묻는 「옴팔로스」, 여러 개의 세계에 여러 개의 우리가 살고 있다면 우리의 선택은 여전히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보게 하는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등 신작 단편까지 만나볼 수 있다.
한겨레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두루 인정받고, 독자에게는 ‘메이드 인 윤고은’의 작품세계를 고대하게 만드는 작가 윤고은. 한국문학의 가능성과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온 윤고은 소설가의 네번째 소설집이자 일곱번째 책을 선보인다. 2008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무중력 증후군』을 시작으로, 평균 이 년에 한 번씩은 독자들에게 새 책을 선물하는 작가의 행보를 지켜보노라면 ‘간단없이’라는 부사를 떠오르게 한다. 새로운 소설을 선보이는 데 그침 없고, 이야기의 발상은 거침없다. 이번 신작 소설집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은 작가가 두 해에 걸쳐 써내려간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데뷔 30주년 기념작 『라플라스의 마녀』. 그동안 치밀한 트릭과 반전이 빛나는 본격 추리소설부터 우리 시대의 문제점을 파고든 사회파 작품, 서스펜스, 판타지, SF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미스터리의 경계를 넓혀온 히가시노 게이고, 30년 미스터리를 모조리 담은 작품이다.
두 개의 죽음과 연관된 8년 전의 사고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번 소설은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과 라플라스 이론 등 물리학, 수리학의 난제들과 함께 뇌의학의 세계, SF적 상상력 그리고 황화수소를 이용한 교묘한 범죄에 얽힌 주인공들의 가족사와 그들의 사랑과 복수를 그리고 있다.
돌연한 토네이도에 휩쓸려 한순간에 엄마를 잃은 마도카. 그날 뇌의학계의 권위자인 아버지 우하라 박사는 한 소년의 수술 일정이 잡혀 재난을 피한다. 그로부터 8년 뒤, 마도카의 경호를 맡게 된 전직 경찰 다케오는 그녀가 미래를 예측하는 듯한 일들을 접하면서 마도카에게 어떤 신비한 '능력'이 있다고 느낀다.
그 무렵, D현의 온천지에서 황화수소 중독으로 육십 대의 영화 프로듀서가 사망하고 또 다른 온천지에서도 유사한 양상의 황화수소 중독 사망 사고가 일어난다. 원인 규명에 나선 지구화학 전문가 아오에 교수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해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중, 두 현장에서 누군가를 찾고 있는 마도카와 마주치는데…….
2007년 '황금 노트북'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던 작가 도리스 레싱의 데뷔작. 백인 남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메마른 남아프리카의 불모지에서 절망과 고독 속에 쇠잔해 가는 가난한 백인 여성의 분열을 그리고 있다.
소설은 흑인 하인에게 살해당한 농장 여주인 메리에 관한 기사로 시작된다. 원래 메리는 활기 없는 남아프리카의 작은 도시에서 판에 박힌 생활을 하면서도 행복하기만 했던 여자였다. 그러다 그녀는 리처드를 만나 급히 결혼을 하고, 리처드는 메리를 자신의 농장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그녀가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던 완전히 다른 삶이 시작된다. 외딴 농장에서 아무 할 일이 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는 숨 막히는 작은 집과 원주민들을 증오하게 되고 때로는 리처드마저 증오한다.
소설은 정체된 식민지인 남아프리카의 병리 현상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식민 사회의 부정과 병폐를 그저 감추려 하는 백인 남자들이 메리가 살해당한 사건을 미개한 원주민이 아무 동기 없이 저지른 살인 사건으로 묻어 버리려 하는 모습이 소설의 첫 장에 그려진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 소설 전반에 걸쳐 메리가 죽음에 이른 것은 단지 흑인 하인의 우발적인 범행 탓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한다.
줌파 라히리의 작품은 주로 미국 내에서 살아가는 인도인의 정체성 문제를 바탕으로 연인, 친구, 가족 등 밀착된 관계에서 일어나는 불화와 소통을 다룬다. 이는 작가 자신의 정체성과 성장통을 반영한다. 『그저 좋은 사람』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은 케임브리지에서 시애틀로, 인도에서 타이로 오가면서 형제자매, 어머니와 아버지, 딸과 아들, 친구와 애인 들의 삶이라는 또 다른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그 세계 속의 관계는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끊임없이 열망하면서도 끊임없이 소원해지는’(「옮긴이의 말」에서) 관계이다. 이런 고민은 줌파 특유의 쉬운 문체로 녹아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써 내려간 듯한 글 속에는 저마다 가시가 들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도쿄기담집』. 가장 하루키다운 이야기라고 평가받는 이 소설집은 불가사의하며 기묘하고, 있을 것 같지 않지만 내게도 일어날지 몰라 납득할 수 있는 이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라진 남편을 찾는 아내, 한쪽 가슴을 도려낸 여자, 하와이의 바다에 아들을 잃은 엄마 등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상실을 기묘한 사건이나 신기한 우연을 계기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만화로 읽는 열세 편의 인생 고전 에세이 『퇴근길엔 카프카를』. 셰익스피어부터 카프카를 지나 하루키까지, 단순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체로 이름을 알린 웹툰 작가 의외의사실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민음사 블로그에서 연재한 웹툰 ‘의외의사실의 세계 문학 읽기’를 엮은 것으로, 여기에 2017년 노벨상 수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나를 보내지 마》를 더했다.
2018년 퓰리처상 수상작 『레스』. 그동안 캘리포니아 북 어워드, 뉴욕공립도서관 젊은사자상, 오 헨리 단편소설상 등을 수상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가 앤드루 숀 그리어의 이 작품은 나이 듦과 사랑의 본질에 관한 경쾌한 소설, 음악적인 산문과 광활한 구조의 책이라는 평을 받으며 퓰리처상 픽션 부문 선정 사상 가장 과감한 선택으로 주목받았다. 50세 생일을 앞둔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게이 무명작가 아서 레스. 9년간 연인으로 지냈던 전 남자 친구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보내오고, 이 초대를 받아들이지도 거절하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에 몰린 레스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기 위한 핑계를 쥐어짠 끝에 세계 문학 기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동안 거절해왔던 각종 문학 관련 행사 초대에 모두 응하기로 한 레스. 뉴욕, 멕시코,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모로코, 인도, 일본까지의 여정 속에서 짠 내 나는 사건 사고들이 우연처럼 연달아 발생하지만 그는 그 모든 경험에서 삶의 희망을 되찾는다. 연인과 트레이드마크인 파란색 정장, 여행 가방, 턱수염과 자존감까지 모든 것을 잃어버린 레스는 출판사에서 반려한 소설을 새롭게 다시 쓰고자 마음먹는데…….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특유의 리드미컬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사회적인 문제와 소재들을 두려움 없이 작품들에 녹여내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쳐오고 있는 작가 박상영의 첫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주류 세계에서 밀려나 있거나 그곳을 거부했기에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열심히 사랑하는 일이 최선의 삶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 청춘의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2018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이자 표제작인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게이들의 현실을 그린 영화를 만들고자 하지만 혹평을 듣고 영화판에서 밀려난 ‘나’와 현대무용에 매진하지만 결국 자신이 연기한 작품의 제목처럼 세상의 작은 점조차 되지 못하는 왕샤의 이야기를 통해 끝내 사라지지 않는 청춘의 생기를 경쾌하게 그려낸다. 이처럼 주류 세계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삶과 사랑과 꿈과 욕망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웃음과 공감을 선사한다.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문학 최고의 문제작. 비좁고 음습한 감방, 낭만적인 동성애자와 냉소적인 게릴라의 만남, 싸구려 멜로 드라마를 매개로 펼쳐지는 성과 억압, 사랑과 편견, 자유와 폭력에 대해 들려주는 매혹적인 장편 소설. 감금의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몰리나의 몸부림, 그리고 몰리나의 얘기를 '싸구려 낭만주의에 빠진 헛소리'라고 비아냥거리던 발렌틴 역시 결국 몰리나가 만들어낸 환상에 빠지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현실 속에 갇혀 사고의 자유가 경직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푸익은 독창적이고도 도발적인 방식으로 사회 문제에 정면으로 대항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비감정적이고 정밀한 문체로 인간 세계가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다(Time Literary Supplement)'.
이 작품에 대해 시인 황인숙은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몰리나의 사랑이 불쾌하지 않은 건 몰리나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육체를 벽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몰리나의 가슴은 평화와 우아함과 미소로 가득했다. 몰리나는 진정한 여성이며 진정한 인간이었다. 나는 이 기묘한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한 편의 판토마임을 생각했다.'
《여울물 소리》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거장 황석영의 신작 『해질 무렵』. 60대의 건축가 박민우의 목소리와 젊은 연극연출가 정우희의 목소리를 교차 서술하며 우리의 지난날과 오늘날을 세밀하게 그려낸 짧은 경장편이다. 언제나 시대를 직시해왔던 저자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두루 아우르며 어느 장편소설보다 지평이 넓고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코맥 매카시의 장편소설『로드』. 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문명이 파괴되고 거의 모든 생명이 멸종한 무채색의 땅. 작가는 지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시적인 언어로 우리가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황폐함을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영웅의 발전 과정을 기록하지는 않는다. 이 소설의 배경은 단치히이고, 대상은 겁많고 평범한 소시민들이며, 주인공은 정신 병원에 수감돼 지난 날을 회고하는 오스카다. 그리고 전통적인 리얼리즘의 방식으로 서술된 오스카의 회고 속에서 지난날 개인을 추상적으로 만들었던 것들, 가령 가톨릭이라든지 전쟁, 섹스 같은 기억들이 생생하게 복원된다.
오스카의 이 전통적인 서술 표본은 종횡무진하는 상상력과 언어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회자되곤 하는 '소설의 위기'에 맞서 대항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고, 비평가들은 귄터 그라스의 이러한 서술 양식에 대해 시적 리얼리즘의 진실한 수단으로서의 그로테스크라는 정당한 평가를 내려주었다.
한겨레문학상 수상, tvN 드라마 〈아르곤〉 작가 주원규 신작 장편소설. 『열외인종 잔혹사』 『반인간선언』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삶의 표면 위로 끌어 올리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주원규의 이번 작품은 우리 사회의 모든 자본과 욕망이 몰리는 강남을 배경으로, 헤어날 수 없는 욕망의 덫에 빠진 사람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오늘’을 이야기한다. “철옹성처럼 보이는 그들만의 리그가 견고하게 자리 잡은 곳도 강남이며, 배금주의가 낳은 자본의 노예들이 괴이한 동경과 애증을 갖고 모여드는 곳도 강남”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욕망과 천민자본주의로 점철된 강남의 모습을 화려하지만 어두운 색채로 그려내고 있다.
사전이라는 배를 편집하고 엮는 사람들의 고군분투 이야기 『배를 엮다』. 2012 서점대상 1위,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일본 출판계를 놀라게 했던 이 작품은 마츠다 류헤이, 미야자키 아오이, 오다기리 죠가 출연하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사전 한 권을 위해 하나가 되어 열심히 일하는 어느 출판사 편집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다양한 아날로그적 가치의 소중함을 사전 편집 과정의 생생한 에피소드와 섬세한 감정 묘사를 통해 담아냈다. 사전 『다도해』 편찬을 준비하고 있는 대형출판사 겐부쇼보의 사전 편집부. 그곳에 보통 사람들에게는 없는 날카로운 언어적 센스를 가진 마지메가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전 만들기에 일생을 바친 편집자 아라키와 감수자 마쓰모토 선생, 사전 편집부의 분위기 메이커 니시오카, 눈치 빠른 여성 편집자 사사키, 패션지 경력을 가진 어린 편집자 기시베 등은 10여 년에 걸쳐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노력한다. 여기에 마지메가 한눈에 반한 여인 가구야와의 연애 스토리가 더해진다.
2015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 수상작 『13.67』. 제2회 시마다 소시 상 수상작가 찬호께이의 연속성 있는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옴니버스 식으로 묶어낸 독특한 형식의 장편 추리소설이다. 홍콩에서 나고 자란 홍콩 작가 찬호께이는 미스터리의 불모지인 홍콩에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번 소설에서 저자는 홍콩이라는 도시의 변천사, 사회문제, 경찰의 역할을 묘사하는 동시에, 본격추리기법으로 등장인물과 단서를 이용해 독자들에게 미스터리를 푸는 즐거움과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책 제목인 ‘13.67’은 2013년과 1967년을 가리키는데, 1967년부터 2013년까지 벌어진 여섯 건의 범죄사건이 각 단편의 주된 이야기다. 특이하게도 가장 최근인 2013년의 사건에서 시작해 1967년의 사건까지 시간의 역순으로 전개된다. 뛰어난 추리 능력을 갖춘 홍콩 경찰총부의 전설적 인물 관전둬, 오랜 파트너인 뤄샤오밍과 함께 복잡하고 의문점이 많은 사건을 해결해왔다. 첫 단편 ‘흑과 백 사이의 진실’은 관전둬가 경찰총부에서 퇴직한 뒤 오랜 시간이 흘러 암 말기 환자로 혼수상태에 빠진 시점에서 시작한다. 뤄샤오밍은 특수한 기계장치를 통해 관전둬와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사건의 진상을 찾아간다.
고딕 소설, 그중에서도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벌판과 대저택을 배경으로 하는 남부 고딕 소설의 대표 작가이자 현대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대표적인 소설집 『흉가』. 비밀을 간직한 어린아이, 낯선 남자에게 모델 제안을 받는 소녀, 아픈 강아지 비비, 폭력적인 형과 함께 사는 형수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열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 「흉가」는 어른이 된 ‘나’가 어릴 적 친구였던 메리 루 시스킨을 회상하며 전개된다. 나와 쌍둥이 자매처럼 붙어 다니던 메리 루는 나와 달리 매우 예뻤다. 그녀가 예쁘다는 사실은, 남자 상급생들에게 캣 콜링을 당할 때면 의심 없이 확실해졌다. 나는 그런 메리 루를 걱정했고, 또한 질투했다. 나와 메리 루는 방과 후 ‘출입 금지’ 팻말이 세워진 흉가들을 몰래 탐험하는 놀이를 즐겼는데, 어느 날 홀로 흉가에 들렀던 나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감당할 수 없는 비밀의 무게, 열세 살 우정의 미묘한 어긋남, 그리고 메리 루의 집요한 호기심은 그들을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몰고 가는데…….
20세기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현대문학의 불멸의 신화가 된 프라하 출신 작가의 단편집. 프란츠 카프카는 20세기 문학의 한 특징적 징후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카프카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인의 삶,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삶 속애서 인간에게 주어진 불안한 의식과 구원에의 꿈 등을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고 단순한 언어로 형상화했다.
넓고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한 동시에 평단의 확고한 지지를 받으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황정은의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 「d」라는 제목으로 다시 선보이는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웃는 남자」, 《문학3》 웹 연재 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 묶은 소설집이다.
낭만서점 3월 특별기획에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그 당시의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하였고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제국에서 민국으로 가는 길』, 『교과서 밖으로 나온 한국사』, 『우리 아이 첫 경주 여행』 등의 저자 박광일 역사가를 초대하였다.
박광일 작가와 함께 3.1운동이 일어나게 된 계기와 일어나기까지의 긴박했던 순간들, 그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발했던 외교, 정부의 정당성을 찾기 위한 노력, 일본의 모략으로 인해 중국과 갈등이 벌어지게 된 일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더불어 이봉창, 윤봉길 의사의 활약과 그 희생이 국제관계에 미친 영향과 의미 등을 들어보았다.
청년 산티아고가 만물에 깃들인 영혼의 언어들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언하고, 진정 자기 자신의 꿈과 대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는 희망과 환희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우리는 책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어떠한 소비든지 다 저마다의 사연과 필요가 있기 마련이다. 책 역시 다양한 욕구에 의해 구매가 이뤄지는데 실제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하나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힐링이 유행일 때는 위로를 전하는 에세이나 시집이 많이 팔리고 가상화폐가 유행일 때는 관련 경제 경영서가 많이 팔린다. 또 대선이나 총선을 앞두고 있을 때는 정치 관련 도서의 판매가 급증하며 대중의 관심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베스트셀러 목록 안에 우리의 호기심과 욕망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낭만서점에서는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우리도 잘 모르던 우리의 관심사에 대해 살펴보았고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위해 낭만서점 단골 출연자인 인터넷교보문고 소설분야 구환회MD를 비롯해 인문•교양의 이익재, 경제•경영의 한유선, 역사•여행의 김수현까지 총 네 명의 MD를 초대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시바타 쇼 장편소설 『그래도 우리의 나날』. 1960년, 스물여섯 나이에 데뷔한 저자가 자신이 통과한 대학시절을 담아 서른 살에 쓴 장편소설로, 일본 젊은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1960, 7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자신들이 믿고 있던 가치관의 붕괴로 삶의 방향과 의미를 잃어버린 청춘의 삶, 그리고 그들의 그 이후의 삶을 담았다.
언어에 집중한 실험적 글쓰기로 새로운 문학 세계를 연, 오스트리아 태생의 페터 한트케의 장편소설이다. 한때 유명한 골기퍼였던 요제프 블로흐는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던 중 자신이 해고당했다고 착각하고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불안을 느끼다가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고 만다. 저자는 요제프 블로흐의 심상에 대해 중점적으로 탐구나가면서, 사회와 타인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불안과 공포가 불러일으킨 극단적 범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은 한 순간에 일상이 무너져 내린 어느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다. 톰은 약 1개월 반 후면 아빠가 될 예정이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미처 하지 못한 아내 카린과의 결혼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카린이 갑작스러운 고열과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실려 가며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다. 처음에는 단순한 독감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의사는 ‘급성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내놓는다. 세상 모든 사람이 그렇듯, 톰 또한 자신에게 이러한 불행이 닥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갑작스레 톰을 덮쳐온 불행, 이 슬픔은 결코 우리와 먼 이야기도, 아주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다. 죽음과 상실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순간 준비도 없이 찾아온다. 슬픔이 우리를 휩쓸고 있을 때, 그리고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을 때. 아무런 힘도 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절망의 순간에도 삶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흘러간다. 아픔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야만 한다.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은 우리가 아직 살아 있는, 그 모든 순간들과 이유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2014년 첫 번째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로 신동엽문학상을, 2016년 『너무 한낮의 연애』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기대주로 급부상한 김금희의 첫 번째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고등학교 시절 호프집 화재 사건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경애와 같은 사고 현장에서 단 한명의 소중한 친구를 잃은 상수가 만나며 시작되는 소설로, 한 가지 독법으로 해석할 수 없을 만큼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연인과 이별하고 씻는 일조차 할 수 없는 깊은 무기력에 빠진 경애가 그 잔인했던 여름 내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은 연애를 상담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그런데 심상한 솔루션을 답신으로 보내주곤 했던 연애상담 페이지 ‘언니는 죄가 없다’의 운영자 ‘언니’를 경애는 몇 년 뒤 회사에서 만나게 된다. 반도미싱 영업부의 팀원 없는 팀장대리로, 낙하산이라는 오욕을 견디는 상수가 퇴근 뒤 밤에는 ‘언니’라는 이름으로 이중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 회사에서 팀장과 팀원으로 만나게 된 경애와 상수 사이에는 사실 그들도 모르는 연결고리가 또 하나 숨겨져 있었다.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에서 소중한 친구를 잃은 두 사람. 경애는 동시에 그 사고의 생존자이기도 했다. 그 연결고리를 알지 못한 채 둘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점점 더 특별한 애틋함으로 다가가게 되는데…….
미국 낭만주의 문학의 선구자 너새니얼 호손의 대표작 『일곱 박공의 집』. 심리학적 접근법과 청교도적 도덕의식으로 인간 근원의 어두운 본성을 파헤치는 작가 특유의 문학적 화두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 탐욕과 위선의 문제를 통해 변화하는 19세기 미국의 사회상을 보여준다. 비밀스러운 고택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죽음들과 그에 얽힌 진실을, 사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그려내고 있다.
『일곱 박공의 집』은 핀천이라는 한 가문의 이야기인 동시에 급격하게 변화하는 19세기 미국 사회에 대한 그림이기도 하다. 일곱 박공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청년 홀그레이브는 은판 사진사라는 직업이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글을 쓰는 일을 즐기고 새로운 사상을 주장하는 모임에 나가 어울리는 모습에서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고정된 것, 지나간 것을 거부하는 새로운 시대상을 상징한다.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 핀천 판사가 사망한 뒤 헵지바와 클리퍼드가 집을 벗어나 처음으로 올라타는 기차이다. 반면 여기저기 낡고 음울한 기운이 깃든 ‘일곱 박공의 집’은 현재를 내리누르고 지배하는 세습 질서를 상징한다. 현실 감각이 없고 무기력한 헵지바 역시 쇠락해 가는 지난 세대, 유명무실해진 상류층을 상징한다.
끊임없이 변신을 모색해온 작가 기욤 뮈소가 한국에서 15번째로 출간하는 장편소설 『아가씨와 밤』. 판타지, 로맨스, 스릴러가 복합적으로 가미된 소설을 써오다가 근래 들어 스릴러의 비중을 높인 저자가 선보이는 이번 소설은 판타지적인 요소는 없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강렬한 서스펜스로 기욤 뮈소 스릴러의 정점에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매우 단순한 사건인 듯 보이지만 비밀을 파헤쳐갈수록 놀라운 사실들이 새록새록 드러나는 흥미진진한 전개와 기막힌 반전과 결말이 함께 하는 이번 소설은 저자가 나고 자란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의 앙티브를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금껏 저자가 발표한 소설의 주요 배경이 뉴욕이나 파리였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소설의 화자인 토마의 직업이 작가로 되어 있어 이번 작품이 자전적 소설은 아닌지 오해하기 쉬운데,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완전 허구에 기반을 둔 작품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낭만서점이 '숨만 쉬어도 멋있었던 시대' 1969년 한 해를 월별로 돌아보았습니다.
7월 - 아폴로 11호, 달에 착륙하다 8월 -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개최되다 9월 -대하소설 『토지』의 연재가 시작되다 10월 - 두 편의 50년대 문학이 재주목 받다 11월 - 켄 로치의 영화 <케스>가 공개되다 12월 - 와타나베, 나오코에게 편지를 쓰다
낭만서점이 '숨만 쉬어도 멋있었던 시대' 1969년 한 해를 월별로 돌아보았습니다.
1월 - 도쿄대 야스다 강당 사건이 일어나다 2월 - 의 녹음이 시작되다 3월 - 『어둠의 왼손』과 『제5도살장』이 출간되다 4월 - 첫 번째 맨부커상 수상작이 발표되다 5월 - 『밤의 군대들』, 퓰리처상을 수상하다 6월 - 뉴욕에서 스톤월 항쟁이 일어나다
이언 매큐언은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집단 무의식'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데 탁월한 작가로, 그는 『속죄』를 통해 명실공히 영국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올랐다. 2008년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어톤먼트' 원작이기도 하다.이 소설은 한 소녀의 천진한 오해가 불러일으킨 어이없는 사건을 통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폭력'의 여러 수위를 다루고 있다. 1930년 영국의 어느 시골 저택. 감수성 만큼이나 예민한 결벽증을 가진 주인공 브리오니는 소설가를 꿈꾸는 열세 살의 소녀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집에 내려와 있는 언니 세실리아는 생의 권태로움에 조금씩 젖어들기 시작하는 영국 상류층 아가씨. 의대생이라는 전도유망한 미래를 앞둔 가정부의 아들 로비 터너와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지만 최근 들어 싹트기 시작한 성적 긴장감으로 오히려 오해와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사이다. 이 저택에 브리오니의 사촌언니인 롤라와 쌍둥이 동생이 찾아오고 이어 오빠의 친구이자 초콜렛 재벌 2세인 마셜이 손님으로 초청된다. 그리고 농밀한 여름 저녁, 쌍둥이 동생들을 찾아나선 롤라는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하고 로비와 세실리아 사이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목격한 소녀 브리오니는, 단편적인 사실과 자신의 상상력을 교묘히 조작해서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하는데…….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느날 들이닥친 한 사건이 그들을 어떤 이해관계로 결속하고 내밀한 욕망과 타협하게 하는지, 그것이 또 얼마나 천진한 허울을 쓰고 나타날 수 있는지 파헤친다. 2부에서는 강간 혐의로 전쟁에 징집된 로비 터너의 행보를 통해, 개인의 뒤틀린 욕망이 야기하는 비극 뿐 아니라 그것이 집단 광기로 드러날 때 나타날 수 있는 폭력의 더 큰 수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온 이스라엘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지난 2015년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아모스 오즈가 작년 12월 28일 타계했다. 아모스 오즈는 현대 히브리 문학의 거장으로 이스라엘 문학상을 비롯해 프랑스 페미나상, 영국 윙게이트상,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상, 괴테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제5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책은 1956년의 수 에즈 위기 전후를 무대로 한나 고넨과 미카엘의 사랑,결혼생활을 다룬 소설이다. 히브리대학교 지질학자인 미카엘은 착한 남자. 한나와 우연히 만나 결혼을 하게되는데. 여주인공의 내적세계의 갈등을 묘사했다.
SF에서부터 환상문학, 하드보일드, 대체 역사, 전기 소설에 이르기까지 켄 리우의 작품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품집 『종이 동물원』. 총 14편의 중단편 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2017년 로커스 상 최우수 선집상을 수상하였다.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일반 대중이 누구나 실생활에서 생각해 볼 만한 소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시절, 선물 포장지를 사용해 종이 동물을 만들고 생명을 불어넣어주던 중국인 어머니와 그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짧지만 가슴 찡한 감동을 전하며 저자를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린 표제작 「종이 동물원」, 일본군의 731부대의 잔학성을 다큐 형식으로 그려낸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사람들」 등 중국계 미국인인 저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느 동북아시아의 역사적 굵직한 사건들을 SF 환상문학 장르에 녹여낸 작품들과, 장르적 재미와 완성도를 모두 갖춘 수작들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저자 섀퍼는 30여 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 책을 썼지만 최종정리 작업을 하기도 전에 암 진단을 받고, 조카 동화작가인 애니 배로스에게 마무리를 부탁했다. 그리고 2008년 2월, 책이 출간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73세의 나이에 복부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애니 배로스는 기꺼이 이모의 요청을 받아들여 책을 세상에 내놨고,『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출간되자마자 열렬한 반응을 얻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 책은 독자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자신 있게 밝혔다.
1940년 6월 15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정부는 영국 왕실 자치령 채널제도의 군사적 방어를 포기한다. 전략상 요충지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리고 보름 뒤, 독일군이 건지 섬에 상륙한다. 이후 섬 전체가 독일군의 영국 공격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되었고, 건지 섬 점령은 1945년 5월 9일까지 이어졌다. 끔찍한 기근, 강제노동의 실상, 집단수용소. 평화롭게 살던 건지 섬 사람들은 나치 감시하에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며 점차 지쳐간다. 가축도 모두 몰수당해 독일군이 재배를 명령한 감자로 끼니를 이어가던 그들은 어느 날, 독일군의 눈을 피해 몰래 돼지구이 파티를 연다. 그런데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과 회합으로 즐거움을 만끽하다가 그만 통금시간을 어기고 독일군의 검문에 걸리고 만다.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구금을 당하고 달아났다가는 그 자리에서 총살을 당할 위기일발의 순간, 회합의 참여자 중 한 명이었던 엘리자베스가 임기응변으로 문학회 모임이 있었다는 핑계를 둘러댄다. 그녀의 기지 덕분에 일단 위기를 모면했지만, 이들은 단 한 번의 거짓말로 인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기이한 이름의 문학회를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로렌스의 초기 대표작인 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로서 로렌스를 평생 따라다녔던 집착과 불안정한 애정을 묘사한 작품으로 가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연인과도 같은 어머니의 사랑이 아들들의 삶을 지탱하는 너무나 강력한 힘이었기에, 폴은 미리엄과의 정신적인 사랑도, 도스 부인과의 육감적인 사랑도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영국의 주요 작가 로렌스는 생전에 세상의 편견으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으나, 그의 작품들은 영문학사에 큰 획을 긋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독자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아들과 연인}은 당시 로렌스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이다. {아들과 연인}은 로렌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데, 로렌스의 심리적 깊이가 자세히 드러나 있는 자서전적인 소설이기 때문에, 로렌스 연구 및 이해에 필수적인 작품이다. 또한 영국 노동자 계급의 가족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속에서 다양한 인관 관계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성공적으로 형상화하였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명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장남인 태식의 시선을 따라 구태식네 애달픈 가족사가 이어진다. 어떤 것이 결핍인지 모른 채 각자 성실히 살아온 가족들의 각각의 이야기가 부산 수영구청 근처 고갯마루를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며 하나로 모인다. 황현진은 끊임없이 밀려들고 빠져나가는 파도처럼 반복되고 실패하고 다시 시작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두려운 가족들의 사정을 포근하게 감쌌다. 신모래의 핑크빛 노을 앞에서 황현진의 담담하고 우직한 캐릭터의 마음이 먹먹하게 물들어 간다.
이번 최은영 작가의 단편 「몫」이 담긴 이 책은 미메시스에서 2018년 6월부터 출간하고 있는 <테이크아웃> 시리즈로 2030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엮고 있다. 그리고 시리즈 중 11번째로 출간된 「몫」은 손은영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함께 실렸다. 소설은 학교 신문편집부에서 만난 희영과 나, 그리고 정윤. 글 쓰는 일에 마음을 쏟는 그녀들의 성장 과정을 담은 소설로, 어디까지가 우리의 몫인지, 어디까지 책임지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제안한다.
「다시, 만나다」는 소설의 삽화를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와 출판사에서 일하는 편집자, 「마마」는 어려서 잃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상상 속에서 재구축한 남자와 그의 아내가 된 여자, 「매듭」은 초등학교 시절의 생을 짓누르는 어두운 기억의 매듭을 풀기 위해 다시 만난 그 시절의 친구,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는 저녁 시간 도심에서 언뜻 스친 살인범을 뉴스에서 다시 보게 되는 중년의 여자, 「꼬리등」은 세상과 세상을 오가며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는 세 이야기 속 남녀와 투우, 「파란 하늘」은 위기 상황에서 죽은 아내의 환영과 다시 만나는 남자와 그 아들의 이야기다.
여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 『다시, 만나다』는 이렇게 일상 속에 자리한 만나고 헤어짐, 그리고 다시 만남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일시적이든 영원하든 어제의 만남과 헤어짐이 낳은 회한과 아쉬움 그리고 안타까움과 애틋함을, 오늘 다시 만나 매듭을 풀듯 오해를 풀고 사랑을 확인한다. 지금의 삶에서 다하지 못한 만남을 다음 세상에서 다할 수 있기를 기약하며 오늘의 삶을 새롭게 승화시키고 만남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다.
소설전문 팟캐스트 교보문고 낭만서점이 소설가 50인이 추천하는 올해의 소설이라는 기획을 시작한 것이 벌써 3년째다.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기다리는 추천이 되었다. 추천에 응하는 소설가들 역시 ‘아 벌써 그 시기가 되었군요.’라고 반응하며 선뜻 추천에 응해주었다. 물론 몇 몇은 올해는 많은 책을 읽지 못해서 추천하기가 힘들다고 정중히 거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해를 거듭하며 더 많은 이들이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설가들이 선택한 소설은 예상대로 여느 베스트셀러 목록과는 많이 달랐다. 소위 ‘업계’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은 대중들에게는 의외인 작품들이 많았는데 덕분에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리스트를 만들 수 있었다. 그 특별한 리스트를 교보문고 낭만서점에서 공개하니 책과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폭넓은 독서와 안목을 넓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2018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리스트는 약 100여명의 소설가들에게 연락하여 그 중 답변을 준 50명의 추천 도서를 모아 정리했다. 소설의 추천은 2018년 출간된 소설로 한정하였으며, 작가에게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 또는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소설을 한 권에서 다섯 권까지 추천 받았다. (2017년 12월 1일~2018년 11월 출간도서로 한정. 매년 추천 받는 시기가 11월임을 감안하여 2017년 12월 출간된 도서도 기간에 포함하였다)
그렇게 총 95권의 추천 소설 리스트를 만들 수 있었고 중복하여 추천을 많이 받은 순으로 다시 정리해보았다.
러시아의 어느 소도시에 암행 검찰관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시장을 비롯한 관리들은 여관에 묵고 있던 허풍쟁이 하급 관리 흘레스따꼬프를 검찰관으로 착각한다. 이들은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가짜 검찰관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연회까지 베풀어준다. 흘레스따꼬프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시장의 딸에게 청혼을 하고, 고위 관리를 사위로 맞게 된 시장 집은 축제 분위기가 된다. 그가 유유히 떠나간 후, 가짜 검찰관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경악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진짜 검찰관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알려진다.
'눈물을 통한 웃음'이라고 이야기되는 그의 풍자기법은 이 책에서 속물적인 인간 본성을 다룬다. 마을사람들에게 검찰관으로 오인받은 주인공 홀레스따꼬프가 보여주는 허영과 자만은 우스꽝스러워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에게 내재한 본성적인 속물근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시사를 남긴다. 작품이 발표되었을 당시 러시아에서는 '홀레스따꼬프시치나'라는 단어가 허풍과 자만의 동의어로 쓰였다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제0호』. 2016년 2월 19일 췌장암으로 별세한 움베르트 에코가 2015년에 펴낸 마지막 소설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올바른 저널리즘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1992년, 실제 이탈리아에서 전무후무한 정치 스캔들이 터지며 대대적인 부패 청산의 물결이 일던 시기를 배경으로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세력가를 배후에 둔 어느 신문사의 편집부를 주 무대로, 무솔리니의 죽음을 둘러싼 황색 언론의 행태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싸구려 글쟁이로 변변찮은 직장을 전전하던 중년의 콜론나는 창간을 앞둔 신문사 ‘도마니(내일)’의 부름을 받는다. 그가 주문받은 역할은 신문사 주필의 대필 작가로서, 끝내 창간되지 않을 신문 ‘제0호’의 제작 과정에 투입되어 편집부에서 벌어지는 그간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다. 주필은 신문이 끝내 창간되지 않고 일자리를 잃게 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폭로를 담은 책을 한 권 마련해 두려 한다. 제안을 받아들인 콜론나는 주필과의 비밀을 공유한 채, 곧 ‘도마니’가 고용한 여섯 명의 기자들과 대면한다. 그는 기사에 쓰일 표현을 검토하는 일종의 고문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창간 예비 판인 ‘제0호’를 위해 일한다. 현장에 자금을 대는 이는 콤멘다토르 비메르카테로 알려진 세력가로, 큰 신문을 이끄는 엘리트의 세계를 장악함으로써 정재계의 거물들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입증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다. 한마디로 말해 ‘도마니’는 세력 확장을 위한 협박용 언론으로, 창간 예비 판에 사회의 거물들이 궁지로 몰 만한 정보를 흘려 그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주고자 한다. 연이은 편집 회의에서 그들은 진실보다 특종에 갈증을 느끼는 대중들을 위한 자극적인 기사 작성법을 논의한다. 제목만 바꿔 단 재탕의 뉴스거리 등 ‘제0호’가 준비한 기획물들은 엉터리 저널리즘의 표본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세운 가설을 토대로 사라진 무솔리니의 흔적을 추적하며 교황, 정치가, 테러리스트, 은행, 마피아, CIA, 프리메이슨까지 얽힌 폭로 기사를 준비하던 기자 브라가도초가 등에 칼을 맞고 살해된 채 발견되는데…….
로맨틱 코미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원작소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할리우드의 인기 배우 제니퍼 로렌스와 브래들리 쿠퍼를 비롯하여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영화는 아카데미 8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제니퍼 로렌스에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로맨틱 코미디이면서도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 사랑에 대한 깊이와 통찰이 돋보인다. 소설은 영화 이상으로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엮어냈다. 지나간 사랑에 집착하는 ‘마초’ 스타일의 남자 팻. 다시 아내와 재회할 수 있다고 믿으며 운동에 매달리던 그의 앞에 한 동네에 사는 이상한 ‘시크녀’ 티파니가 나타난다. 티파니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떠돌지만 팻은 시간이 지날수록 티파니의 고장 난 마음을 조금씩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티파니는 팻에게 그토록 갈망하는 아내와 재회를 도와주는 대신 댄스 대회에 함께 출전해 달라고 제안하는데….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헤르만 헤세의 소설. 유복한 바라문 가정에서 태어난 주인공 싯다르타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존재이다. 그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원천이지만 자기 스스로에게는 기쁨을 주지 못한 채 내면에 불만의 싹을 키우기 시작하고, 결국 친구 고빈다와 함께 집을 떠나 사문 생활을 시작하는데... 동서양의 정신적 유산을 시적으로 승화시킨 성장소설이다.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 『매스커레이드 나이트』. 현 사회의 이슈를 민감하게 포착하면서, 다양한 면을 가진 인간과 그 본성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가. 히가시노의 추리소설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호텔' 그 자체가 주역이 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하는 작가는 ‘닛타 형사’와 대척점을 이루는 또 한 명의 주인공 ‘호텔리어 나오미’를 탄생시켜 두 인물의 시선을 번갈아 호텔의 세계를 묘사한다. 사건은 살인이 예고된 호텔, 그러나 범인과 그의 표적이 누군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사관들이 이곳에 위장 잠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가면’ ‘가면무도회’를 뜻하는 ‘매스커레이드masquerade’라는 제목처럼 호텔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적으로 저마다의 가면을 쓴다.
2018년 7월,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 50주년을 기념하여 수상작들 중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는 ‘황금 맨부커상(The Golden Man Booker Prize)’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그것은 바로 1992년 ‘맨부커상’(당시 ‘부커상’)을 수상했던 마이클 온다치의 『잉글리시 페이션트』이다. 안소니 밍겔라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던 이 작품은 제69회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감독상 등 9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을 배경으로 심한 화상으로 죽어가는 영국인 환자, 그를 돌보는 간호사 해나, 연합군 스파이로 활동했던 도둑 카라바지오, 영국 군대에서 폭탄처리 전문가로 일하는 공병 킵이 모여 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국인 환자는 아름답지만 슬픈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해나와 카라바지오, 킵에게 들려준다. 거기에 영국인 환자에게 보이는 해나의 헌신적인 사랑부터 킵과 해나가 나누는 순수한 사랑까지. 그들의 사랑은 지속되는 역사 속에서 변화하는 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쟁의 황폐함 속에서 온전한 인간으로 남고자 하는 사람들. 그들은 상처와 치유라는 또 다른 이름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독서클럽이 유행이다. 사실 독서클럽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특별할 것도 없는 모임이다. 그저 읽고 온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니 말이다. 그런데 이 독서클럽이 때아닌 '유행'이라니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폭넓게 오프라인 문화의 확산과 연계하여 생각해볼 수 있다. 최근 인문학 강의, 다양한 취미생활로 성장해온 각종 동아리,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한 산발적 모임 등 문화 활동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마치 17세기 프랑스의 유명 살롱들을 중심으로 예술과 문학이 활발히 성장했던 모습과 비교하여 21세기 '살롱'의 부활을 말하기도 한다. 또 한편에서는 가족의 축소와 1인 가구의 증가, SNS로만 이어지는 관계의 피로에 대한 탈출로 오프라인 모임을 찾는다고도 분석한다. 이외에도 오프라인 문화의 확장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테지만 덕분에 독서클럽이 새롭게 조명되고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한 <2017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16년 10월~’17년 9월) 독후감 쓰기, 독서 토론, 저자 강연회 등의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라는 물음에 성인은 전체의 5.3%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대와는 달리 저조한 숫자이기는 하지만 지난 2011년 2.5%, 2113년 3.9%, 2015년 2.9%에 비해 성장한 수치이다. 성인의 독서 프로그램 참여율이 5% 내외로 낮다는 점이 비극적이기는 하지만 (억지로라도 긍정적으로 보자면) 그만큼 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희망이기도 하다. 그래서 낭만서점이 고민해보았다. 오프라인 문화의 확장이라는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야 독서인구를 늘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보다 능동적인 고민을 위해 박혜진 문학평론가의 진행으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와 책방 고요서사의 차경희 대표, 오프라인 고객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이코퍼레이션의 안나현 이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독서 모임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러시아 단편문학의 천재 체호프가 쓴 웃음과 눈물의 대역전극. 대표작 「관리의 죽음」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체호프의 단편 9편을 포함 총 10편의 단편을 수록했다. 사소한 인물 군상을 통해 일상의 본질과 삶의 아이러니를 포착, 단순한 유머를 넘어서 우수 어린 서정적 미학을 창출해 낸 체호프의 작품 세계를 접할 수 있다.
고독한 소년의 눈을 가직 작가 트루먼 커포티가 그려낸 아름답고 슬픈 세계 『티파니에서 아침을』. 빈틈없는 문장과 유머, 삶의 공허를 감지하는 예리한 통찰력으로 현대 문학사에 길이 남을 여주인공인 홀리 골라이틀리를 탄생시킨 트루먼 커포티의 대표작이다. 이전 작들에 비해 간결하게 통제된 문체와 유머, 성숙해진 이야기로 한 단계 더 나아간 어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작가 지망생이던 ‘나’의 허름한 뉴욕 원룸 아파트의 아래층 세입자였던 홀리. 늘 건물 현관의 열쇠를 잃어버려 한밤중이든 새벽이든 이웃의 초인종을 눌러 깨우는 그녀를 어느 새벽 ‘나’ 또한 그렇게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홀리는 술 취한 손님을 피해 화재 비상구를 통해 ‘나’의 집에 침입하고 ‘나’와 홀리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확실한 수입이라고는 일주일에 한 번 싱싱 교도소를 방문 마약 거래단의 거물에게 기상 예보를 전달받는 역할로 100달러를 받던 그녀는 어느 날 마약 거래단과 연루된 일로 경찰에 체포되었다가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데……
여자들의 우정에 천착해온 작가로, 여자들의 따뜻한 우정뿐만 아니라 서늘한 관계까지 그려내며 다양한 여성캐릭터를 창조해온 유즈키 아사코의 소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도서 출간 전 네이버에서 연재되었던 소설로, 2015년에는 《런치의 앗코짱》이라는 제목으로 드라마화 되어 NHK에서 방영되었다. 앗코짱과 미치코의 이야기를 담은 두 편의 소설과 각각 독립된 이야기인 다른 두 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출판사 영업부의 파견사원으로 근무하는 23살 미치코. 첫 직장. 신입인 미치코의 유일한 처세술은 ‘yes’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런 미치코에게 어느 날 앗코 여사라 불리는 부장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다음 주 일주일 동안 내 도시락을 싸주지 않겠어?” 영업부 내 유일한 여자 정직원, 45세 독신, 떡 벌어진 어깨에 173센티미터의 키. 앗코라는 별칭을 가진 가수 와다 아키코를 닮은 카리스마 부장 구로카와 아쓰코의 제안이다. 앗코 여사를 마주할 때면 무서워서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인 미치코는 이번에도 “Yes”라고 하고 만다. 아침에 미치코는 앗코의 책상 서랍에 도시락을 넣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가는 가게도, 메뉴도 항상 정해져 있는 앗코는 점심값과 가게 지도와 주문 메뉴를 쓴 종이를 미치코에게 준다. 이렇게 일주일 점심 코스와 도시락을 바꾸는 놀이를 시작하게 된 두 사람. 과연 앗코짱이 미치코에게 갑질을 하기 위해 점심 바꿔먹기 놀이를 하자고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요일이 바뀔 때마다 하나 둘 풀려가는데….
문명사회가 보장하는 안이한 삶을 박차고 나와 궁극적 자기인식을 성취할 수 있었던, 의식이 깨어있는 한 인간의 자기 탐구담을 그린 폴란드 출신 작가의 장편『암흑의 핵심』. 헨리 제임스와 더불어 20세기 영국 소설을 개척한 콘래드의 대표작으로, 영화 '지옥의 묵시록' 의 원작소설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서구 제국주의를 예리하게 비판한 점에서 주목받는다. 이 소설의 화자 말로는 유럽인들이 '암흑의 대륙'이라고 부른 아프리카로의 항해를 통해, 탐험을 동경해 온 자신의 꿈이 궁극적으로는 위장된 제국주의적 꿈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맨해튼의 성매매업소 ‘놀이터’에 갇힌 뉴욕 상원의원의 딸 리사. 고작 열세 살에 불과한 그녀를 구하기 위해 해결사 조가 고용된다. 그러나 위험한 음모와 우연히 마주친 조는 자신을 죽이려는 자들과 싸우는 것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깨닫는다. 조너선 에임즈 작가의 첫 스릴러 소설인 『너는 여기에 없었다』 는 2016년 [타임스]에서 ‘올해의 범죄소설’로 선정되었고 평단에서 “작품성 있는 스릴러”로 인정받으며 화려한 주목을 받았다. <케빈에 대하여>로 유명한 영화감독 린 램지가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만들어, 2017년 제70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가 조너선 에임즈는 프린스턴대학교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소설 전공으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다수의 소설과 에세이를 발표했다.
아쿠타카와상 수상작가 무라카미 류의 자전적 성장소설로, 1969년에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무라카미 류가, 당시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와 히피문화가 세상을 휩쓸고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불순했던 69년, 열일곱 살 아웃사이더들의 혁명 같은 학원쾌담을 담고 있다.고등학교 시절의 무라카미 류의 대변자인 듯한 '겐'은 레이디 제인이라는 아름다운 소녀를 위해 혁명을 일으키기로 결의한다. 이 책은 선생이나 형사와 같은 앞잡이에게 복수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풍자와 무서운 독을 품은, 유쾌한 웃음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열일곱 살의 고교생인 '겐'은 삶이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영화, 연극, 록과 시가 있는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영화를 제작하면서 겐은 학교에서 가장 예쁜 소녀와 친해지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정치적인 행동에 흥미를 가진 그녀와 학교의 바리케이드 봉쇄를 결심하는데……
『사양』은 다자이 오사무의 서른 아홉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 1년 전에 쓴 작품이다. 『인간 실격』에서 보여 주었던 자기 파멸과는 다른, 인간 영혼에 대한 다채로운 시선을 엿볼 수 있다. 귀족 출신이라는 우월감과 자괴감을 동시에 품고 있는 나오지와 사랑 없는 결혼의 실패 후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탈바꿈하는 가즈코의 모습은 더욱 풍부하고 깊어진 그의 세계관을 담아낸다.
졸업생 70% 이상이 미국의 최고 명문 대학으로 진학하는 웰튼 아카데미,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철저하고 엄격한 교육을 받는 영재 고등학교다. 목표는 오직 명문대 진학. 학생들에게 스스로의 결정과 판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목표 설정과, 그 목표에 대한 정당성은 학교와 부모가 내려줄 뿐이다. 그런 웰튼 아카데미에 존 키팅이 국어 교사로 부임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키팅 역시 웰튼 아카데미 출신이지만 색다른 교육 방법으로 학생들을 사로잡는다. 앞날을 스스로 설계하고 그 방향대로 나아가는 일이야말로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고 가르친다. 존 키팅과 6명의 그의 제자들이 -닐, 토드, 낙스, 카메론, 믹스, 달튼- 이뤄 내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의 신작 장편소설 『연애의 기억』. 막 어른이 되려 하는 19세 청년과 오래전부터 어른이어야 했던 48세 중년의 여인, 그들이 나눈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깊은 슬픔과 심오한 진실을 관통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저자가 평생에 걸쳐 답하고 이해하고자 했던 단 하나의 사랑에 대한 행복과 고통, 기쁨과 슬픔이 집약된 통찰과 지혜를 전한다. 1960년대 초 열아홉 살의 대학생 폴은 여름 방학을 보내기 위해 런던 교외의 본가로 돌아온다. 어머니의 권유로 테니스클럽에 참가하게 된 폴은 파트너로 수전 매클라우드를 만난다. 자신감 넘치고 위트 가득한 그녀는 그의 두 배는 나이를 먹었고, 그의 나이 또래의 두 딸이 있는 결혼한 여자다. 그녀는 그의 눈에 훌륭한 테니스 파트너이자, 가장 이야기가 잘 통하는 단 한 명의 특별한 사람으로 보인다. 폴은 급속도로 수전에게 빠져들고, 수전 또한 폴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수전의 남편이 그녀에게 수시로 폭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폴은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애를 쓰고, 수전이 모아둔 자금으로 두 사람은 각자의 가족을 떠나 런던에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두 사람만의 세상,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고 해가 거듭되며 서서히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수전은 혼란을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폴은 자신과 함께하면서도 행복하기보다 점점 더 고통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그녀를 지켜보며 사랑이라는 것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내내 고투하는데…….
이 책은 유령소설일까, 아니면 심리소설일까? 정답은 없다. 이 책을 읽는 과정은 그 자체로 인간의 복합적인 심리와 숨겨진 진실을 탐색하는 과정이 된다. 헨리 제임스는 작품 속의 한 인물의 시점을 통해 다른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를 묘사함으로싸 각 인물의 의식 심층을 깊숙이 파고들며 '의식의 흐름'이라는 서술기법의 선구적 역할을 했다. '최초의 심리 소설'이라고 손꼽히는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이러한 서술기법을 사용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을 담은 『19호실로 가다』는 1994년 다시금 출판된 ‘To Room Nineteen: Collected Stories Volume One’을 번역한 것으로, 작품 20편 가운데 11편을 묶어 출간한 것이다. 『19호실로 가다』에 담긴 단편소설 가운데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한 남자와 두 여자」, 「방」, 「영국 대 영국」, 「두 도공」, 「남자와 남자 사이」, 「목격자」, 「20년」은 국내에서는 최초 번역되는 것으로, 기묘하고도 현실비판적인 레싱만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준다. 현대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19호실로 가다」와 「옥상 위의 여자」도 포함되어 페미니즘 작가로서의 레싱의 면모 또한 발견할 수 있다. 『19호실로 가다』에 담긴 이 소설들은 대부분 레싱의 초기 단편소설로, 전통적인 사회질서와 체제가 붕괴된 1960년대 전후 유럽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으며, 사회로부터 억압받는 개인의 일상과 욕망, 때로는 저항을 레싱만의 창의적 방식으로 담담히 그려냈다.
19세기 영국 최고의 극작가이자 단편소설의 대가인 오스카 와일드의 대표작 모음집『오스카 와일드 작품선』. 퇴폐와 천진난만함, 신랄한 풍자와 기상천외한 유머, 극적인 유미주의 등 오스카 와일드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잘 보여준다.
2005년 봄, 중국 광둥성 격월간 문예지 《화청(花城)》 3월호에 장편소설 한 편이 상당 부분 삭제된 채 발표된다.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어느 군부대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그러나 이미 많은 부분을 사전에 걸러냈음에도 발간되자마자 중앙선전부의 긴급 명령으로 초판 3만 부가 전량 회수·폐기되고, 향후 출판 및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이른바 ‘5금(禁) 조치’를 당하게 된다. 중국 문단은 발칵 뒤집혔고 당국은 문예계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작품은 당국의 바람대로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 이 작품은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 바로 오프라인 출판물이 전량 폐기되자 수많은 중화권 독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해적판을 돌려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과잉 탄압은 오히려 독자들의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작품은 중화권은 물론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읽어야 할 문제작이 되었다. 그렇게 작가 의도와는 달리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21세기 중국 문단 최고의 화제작이자 비공식 베스트셀러로 떠올랐으며, 해외에서도 10여 개국에 소개되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인터넷교보문고 판매집계가 시작된 2002년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829주 동안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팔린 책이 있다. 그 영광의 1위를 차지한 책은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두 권의 책이 공동 1위를 차지하였는데 바로 미하엘 엔데의 『모모』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집계 이전의 판매까지 감안한다면 훨씬 더 오랫동안 사랑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오만과 편견』이 769주로 3위를 『데미안』이 755주 4위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752주로 5위에 올라 이른바 ‘고전’으로 불리는 세계문학시리즈의 작품들이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스트에서 고전에 포함되지 않은 작품으로는 『모모』와 748주 연속 판매 기록을 세운 『눈먼 자들의 도시』 단 두 권 뿐이었다. ‘고전’이라는 후광을 받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띈다. 리스트에서 유일하게 두 권의 작품을 이름에 올린 조지 오웰은 『1984』가 722주로 9위를, 『동물농장』이 720주로 10위를 차지하였다.
커밍아웃한 첫 게이 소설가라는 수식어로부터 파생될 다양한 첫 느낌들을 독자들에게 안겨줄 김봉곤 작가의 소설집 『여름, 스피드』. 발표하는 장품마다 이 시대 한국문학의 가장 신선하고 특별한 성취로 논의되고 있는 저자의 이번 소설집은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부모와의 갈등, 사회적 편견과 억압적 시선에 옴짝달싹 못하거나 자조적 태도로 웅크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고, 그 끝을 글로 담아내고, 그러면서 사랑을 재확인 혹은 새로이 기억에 갈음하는 일인칭의 ‘나’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남겨진 사람, 기다리는 이가 느끼는 감정을 담은 표제작 「여름, 스피드」, 함께 살던 남자친구와 이별한 뒤의 일들을 담은 저자의 등단작 「Auto」, 그 남자친구가 이별을 고하고 ‘나’가 이별의 시간, 남겨진 시간, 기다리는 시간을 응시하고 견디는 시간을 그린 「컬리지 포크」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한국 근대 페미니즘 작가 나혜석의 페미니즘 걸작선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이 책은 나혜석의 삶을 나혜석 자신의 글로 읽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나혜석이 남긴 열일곱 편의 소설, 논설, 수필, 대담을 가려 뽑고 현대어로 순화하여 엮은 것이다. 오늘 방송에는 근대 여성 지식인의 삶과 사상을 연구하고 있는 장영은 성균관대학교 한국학연계전공 초빙교수가 함께했다.
현대 영문학의 대표 작가 이언 매큐언의 열한번째 장편소설 『솔라』. 오랫동안 기후변화를 소설로 다루고 싶었지만 각종 수치와 그래프로 가득한 까다로운 주제인데다 가치 판단의 문제가 결부되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저자가 2005년 환경단체 케이프 페어웰의 초청을 받아 여러 예술가, 과학자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실체를 확인하러 북극해의 스발바르로 떠난 여행에서 실마리를 찾아 써내려간 작품으로, 지구온난화라는 위기와 그에 마주한 탐욕스러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의 인생을 통해 인간 본성과 현대사회의 모순을 통렬하게 풍자한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 『슌킨 이야기』에 대해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그저 탄식할 뿐, 더할 나위 없는 걸작”이라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문학가 마사무네 하쿠초 또한 “인간의 솜씨라고는 믿기지 않는 작품”이라 감탄하였다. 역시나 이 소설은 작가가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천착해 온 일본 고전 미학의 정수를 구현한 작품이자 다니자키의 문학적 전회, 즉 일본 전통 문화에의 관심을 종합하는 대표작이다. 이야기의 구조 면에서도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행갈이와 문장 부호, 심지어 구두점마저 생략한, 이를테면 도발적일 만큼 대담한 문체 실험을 시도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자키 문학의 핵심 주제라 할 수 있는 여성 숭배, 마조히즘, 발 페티시즘은 초지일관 중요하게 다뤄진다. 『슌킨 이야기』(1933)는 소설의 화자가 모즈야 고토, 즉 ‘슌킨’이라 불리는 칠현금과 샤미센의 명인을 탐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화자는 순킨의 묘소를 참배하며 그 옆에 자리한 사스케라는 인물의 묘지도 함께 둘러본다. 사스케는 화자로 하여금 슌킨의 존재를 조사하게끔 이끈 『모즈야 슌킨전』, 즉 슌킨의 일생을 기록한 책의 저자로 슌킨과는 (실질적인) 부부이자 (명목상) 사제 관계로 지내며 한평생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기이한 남성이다. 『슌킨전』은 천부적인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순킨이 무슨 까닭으로 맹인이 되고, 어찌하여 최고의 예술가가 되었으며, 말년에 어떤 변을 겪었는지를 소상히 기록한다. 이처럼 『슌킨 이야기』는 순킨을 마치 신처럼 떠받들며 오로지 그녀를 위해 기꺼이 일생을 바친 사스케의 증언과 화자의 추측만이 교차할 뿐 어떠한 내면도, 심상도 묘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잠잠하게 가라앉은 이야기 속에, 슌킨과 사스케의 기묘한 관계가 절절한 사랑의 향취를 풍기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이 놀랍다. 다니자키의 우주 속에서 절정의 순애보를 차지하는 소설이자, “일본 근대 소설 중 열 작품을 꼽으라 하면 반드시 들어가야 할 걸작”(나카무라 미쓰오)이라 평가받는 불세출의 작품이다.
손창섭의 소설에는 바깥과 소통이 막힌 동굴이나 감옥, 또는 여기저기 파리똥과 거미줄이 얽혀있는 창 하나 없는 방, 아니면 대문은 물론 안방과 건넌방, 문짝과 마루에 이르기까지,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삐걱거리는 밀폐된 공간이 숱하게 나온다. 그의 소설에서는 늘 비가 내린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한결 음습하고 무기력한 분위기를 띤다. 게다가 이런 음습한 공간 속에서 서식하는 인간들은 모두 팔이나 다리가 없거나 폐병환자, 간질병자, 백치, 정신병자, 벙어리 등의 형태로 성치가 않다. 실제로 1950년대 한국 사회에서 흔히 눈에 띄던 인간 군상이다. 그럼에도 손창섭의 소설은 다른 전후 작가들의 소설보다 더욱 절망적이고 참담하며, 때로는 기괴하다. 이는 무엇보다 그의 작중 인물들이 좀처럼 눈앞의 상황에 맞서거나,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최선을 다한 나의 노력은 오늘도 수포로 돌아갔다.”
손창섭의 문학에는 허무주의적인 세계관이 녹아있다. 인간의 비루함에 대한 주목하며 대체로 신체적, 정신적 불구 상태의 인물이 등장하고,‘~하는 것이(었)다.’라는 서술형을 많이 사용한다. 인물의 성격 변화가 거의 없는 특성을 보이는데, 이 작품에서도 이와 같은 특성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절망이라는 부정적 상황으로 일관되어 있다. 배경에서부터 초라한 단칸방에 여러 인물이 더부살이를 하는 암울한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을 전개하는 기반은 인물들의 욕망 추구와 좌절의 원리이다. 취직자리를 얻어 암울한 현실을 탈피하고 더 나은 생활을 꿈꾸지만 끝내 취직을 하지 못하는 ‘달수’나 한쪽 다리를 잃고 무위도식하며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준석’, 그리고 작가를 꿈꾸며 시를 쓰지만 번번이 탈락하고마는 ‘규홍’, 간질에 걸린 ‘창애’ 등은 모두 추구하는 욕망이 매번 좌절되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인물들의 욕망의 좌절은 끝내는 파국으로 치닫게 됨으로써 손창섭 소설의 독특한 세계를 이룬다.
『높고 푸른 사다리』 이후 5년 만에 발표하는 공지영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해리』. 1988년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시작한 집필 활동이 올해로 30년째인 공지영 작가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의 집필을 위해 약 5년간 사건의 현장 속에 뛰어들어 취재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단행본 2권 분량의 장편소설을 완성했다. 불의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부정의 카르텔을 포착하고 맞서 나가는 약한 자들의 투쟁을 담은 이 소설은 선(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실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악(惡)의 진실을 다루고 있어 충격적이다.
소설은 주인공 ‘한이나’가 어쩌면 그냥 스쳐 지나쳤을지 모를 사건들을 접하게 되고, 그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악이 사실은 집단의 악을 구성하거나 대표한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그 근원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어느덧 거대 세력으로 뿌리내려 내부의 작은 잘못 하나 뽑아내지 못하고 덮고 감추기에 급급한 일부 종교 단체, 대중의 인기에 부합하는 정치 활동을 빌미로 개개인의 선의를 갈취하는 사회 활동가 그리고 장애인을 돕는다며 모금 활동을 하면서도 기부금을 빼돌리고 보호받아야 할 이들을 오히려 학대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람들의 행태 등 우리가 선하다고, 또는 선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비리와 부패, 욕망을 낱낱이 드러냄과 동시에, 부정한 행태가 지속되도록 방치하는 보다 뿌리 깊은 악의 거미줄을 추적한다.
여기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십 여 년 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버린 지키지 않을 수 없는 무서운 약속. 그리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행복한 현실이 무너져버리게 되는 한 남자의 사연은 독자로 하여금 조바심을 갖게 만든다. 그냥 도망쳐버리면 안 되는 걸까? 하지만 이야기는 남자로 하여금 그 위험한 약속을 지킬 수 밖에 없는 극한 상황으로 밀어 넣는다. 그가 처한 선택의 상황은 이렇다.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무카이. 그는 과거의 폭력적이고 거칠었던 삶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살고 있다. 심지어 성형수술까지 해가며. 그렇게 과거를 묻고 살아가던 어느 날, 버렸던 과거에서 도착한 한 통의 편지가 예전에 봉인한 기억을 되살린다. 「그들은 지금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편지지에는 그 한 줄만 적혀 있었다. 무카이는 성형수술을 하기 전 암에 걸려 죽어가는 한 여인과 약속을 한다. 그 약속은 그 여인의 딸을 잔인하게 살해한 두 명의 살인범이 교도소에서 출옥했을 때 찾아가 죽여달라는 부탁이었다. 그 부탁의 대가로 무카이가 과거를 묻고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신분과 성형수술을 할 수 있는 돈을 주기로 한 것이다. 고민 끝에 무카이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여느 때보다 행복한 나날을 살고 있는 지금, 약속을 지키라는 편지를 받게 된 것이다.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가족은 죽게 될 것이라는 협박과 함께. 사람이 죄를 지으면 어떻게 그 대가를 치러야 할까? 죄를 한 번 저지르면 그 사람은 영원히 행복해질 수 없고 새로운 삶을 꿈꿔서도 안 되는 것일까? 피해자의 복수는 얼마나 이해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다양한 질문을 떠오르게 만드는 소설은 『천사의 나이프』, 『악당』, 『형사의 눈빛』 등으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야쿠마루 가쿠가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딘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낭만서점 Classic 한국 고전 특집은 총 3부작으로 이어집니다.
현진건 「운수 좋은 날」
가난한 인력거꾼 김첨지의 하루를 통해 식민지 시대 조선인의 가난과 울분을 묘파한 한국 초기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작이다. 작가 현진건은 이 대한민국 문학사에 이바지한 것은 문장과 서사방식. 이광수의 작품들이 아직은 신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문장에 계몽사상을 주입하는 방식이지만, 현진건의 경우는 최초의 근대식 문장과 리얼리즘을 한국문학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공로가 있다.
김유정 「동백꽃」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꽃은 남쪽 해안에 피는 상록교목의 붉은 동백꽃이 아니라 생강나무의 꽃이다. 강원도 사람들은 생강나무 꽃을 동백꽃 혹은 산동백이라고 불러왔다. 김유정은 소설에서, 붉은 동백꽃과 구별이라도 하려는 듯이 ‘노란 동백꽃’이라 표현하고 있다. 당시 강원도의 동백꽃이 생강나무라는 것을 알 턱이 없었을 것인데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음새‘라고 꽃 냄새를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김유정이 쓴 소설들을 읽어보면 농촌사회의 암울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만무방에선 제 논의 벼를 떳떳이 거두지 못하고 몰래 훔쳐 거둬야 하는 비참한 상황이 나온다. 소낙비에서는 이 해학 속 비극이 더욱 두드러진다. 남편이 도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내에게 매음을 종용하여 동네 유지에게 보내는 줄거리가 해학적이고 향토적으로 묘사되고 있으나, 그 중심에는 생존을 위해 윤리마저 버린 일제강점기 농촌의 비참한 현실이 깔려 있다.
『쇼코의 미소』 이후 2년 만에 펴내는 최은영의 두 번째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 2년 동안 한 계절도 쉬지 않고 꾸준히 소설을 발표하며 자신을 향한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에 소설로써 응답해 온 저자가 일곱 편의 중단편소설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매만지며 퇴고해 엮어낸 소설집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 어떤 진실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과거를 불러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사랑에 빠지기 전의 삶이 가난하게 느껴질 정도로 상대에게 몰두했지만 결국 자신의 욕심과 위선으로 이별하게 된 지난 시절을 뼈아프게 되돌아보는 레즈비언 커플의 연애담을 그린, 2017 젊은작가상 수상작 『그 여름』과 악착같이 싸우면서, 가끔은 서로를 이해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두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지나가는 밤』 등의 작품이 담겨 있다.
영화 《헬로우 고스트》, 《슬로우 비디오》의 김영탁 감독이 쓴 첫 장편소설 『곰탕』.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어 50만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스릴러 소설로, 몇 번의 쓰나미 이후 안전한 윗동네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랫동네로 나뉜 2063년의 부산에서 2019년의 부산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63년 부산, 쓰나미가 지나갔고 언제 또 다시 올지도 모를 위태로운 아랫마을에 사는 우환은 생애 반은 고아원에서 또 반은 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살았다. 어릴 때의 기억도 없고 더 나은 삶을 꿈꾸지도 않는다. 어느 날 식당 사장은 옛날에 먹던, 맛좋은 국물에 구수한 고기가 올려진 곰탕 맛을 배워오기를 제안한다. 유독 검은 구멍, 블루 홀을 통과해 지금과 다른 현재로 가야 하는 여행이었고, 돌아온 사람을 본 적 없는 위험한 여행이었지만, 이곳에서의 삶과 다를 것도 없기에 우환은 검푸른 바다 위, 열세 명 만석의 배에 오른다. 하지만 이미 도착한 배에 살아남은 사람은 우환과 화영 단 둘뿐이었고 그 둘은 열심히 헤엄쳐, 각자의 목적지로 향한다. 우환이 도착한 곳은 허름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부산곰탕’. 어딘가 부자연스럽지만 착해 보이는 이곳 사장은 문앞에서 웅크리고 있는 우환에게 방을 내어준다. 우환은 다음 날부터 열심히 식당 일을 돕는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이들이 온 이후로 부산에는 몸에 구멍이 난 채 갑자기 나타난 머릿속에 칩이 탑재된 시체, 본 적 없는 무기의 흔적 등 실체 없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1843년 캐나다에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미스터리 소설이자, 기묘한 매력을 지닌 여인 그레이스 마크스와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의 복잡한 욕망을 파헤치는 심리 소설이다. 억눌린 심리와 일그러진 성차별 문제를 서스펜스와 미스터리를 오가며 그려낸 이 작품은 거거릿 애트우드의 최고의 작품으로 불린다. 16세의 나이에 살인에 가담하고 종신형을 선고받아 30년간 옥살이를 하다 사면된 그레이스는 19세기 내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캐나다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여성 범죄자로 알려진 그레이스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던 저자는 CBC 텔레비전 드라마 《하녀》의 극본을 집필했고, 가려진 진실을 보다 정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사료들을 참고하고 연구하여 《하녀》 이후 20년 만에 소설 『그레이스』를 완성했다. 『그레이스』는 그레이스가 수감된 지 16년 후의 이야기로, 정신과 의사 사이먼 조던과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삶과 행적을 쫓는다. 살인 혐의로 기소돼 15년 형을 선고받고 옥살이 중인 그레이스는 생생하고 비통한 목소리로 아일랜드에서 보낸 비참한 어린 시절과 캐나다로 이주한 후 하층 계급으로 살았던 삶, 그리고 하녀로 일하다 열여섯 살의 나이로 고용주를 죽였다는 모함에 휩싸인 상황에 대해 들려준다.
영국이 낳은 세기적인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작품. 왕위를 빼앗긴 주인공 햄릿이 부왕의 망령에 의해 겪는 갈등과 복수를 치밀하게 그린 작품이다. 서구 문학사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제적인 인물로 평가받아온 '햄릿'. 흔히 죽느냐 사느냐로 번역되는 그의 독백은 하나의 식상한 속어가 돼버렸지만 이번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의 『햄릿』은 그 동안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었던 번역을 지양하고 보다 깊이 있는 작품 해석에 기반한 최종철 교수의 번역판을 새로 내놓는다.
평행선을 달리는 엄마와 아들로 인해 빗나간 한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린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소설 『케빈에 대하여』. 연기파 배우 틸다 스윈튼과 독특한 연출로 유명한 린 램지 감독의 영화 《케빈에 대하여》의 원작으로, 세계적인 권위의 여성 문학상인 오렌지 상을 수상했다. 지극히 평범한 남자 프랭클린과 결혼하고 곧 아이를 임신한 뉴욕의 커리어우먼 에바. ‘내가 정말 이 아이를 원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 에바의 마음에는 극도의 애증과 분노가 자리잡고, 태어난 아들 케빈은 자라면서 유독 그녀에게만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뒤늦게 딸 셀리아를 낳은 에바는 케빈 때와는 달리 딸에게 무한한 애정을 퍼붓고, 그와 비례해서 케빈은 더 난폭해진다. 케빈의 행동을 점점 제어하기 힘들어진 에바는 신경질과 불안증에 시달리고, 이를 참지 못한 남편은 그녀에게 이혼을 제의한다. 그러나 얼마 후, 에바는 끔찍한 대학살을 저지른 자신의 아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소설가 이승우가 27편의 짧은 소설을 담은 신작 『만든 눈물 참은 눈물』출간하였다. 10년 전 쓴 소설부터 최근 작품까지 엄정하게 선별한 작품들을 완전히 새롭게 구성하고 다듬어 엮어냈다. 기이하고 알 수 없어서 질문할 수 있고 혹은 대답할 수 있고, 그래서 의미를 갖는 소설적 풍경들과 함께 서재민 화가의 다채로운 그림 19점을 만나볼 수 있다. 걸작과 우연의 상관관계, 영원히 남는 책과 수정이 거듭되는 책의 독특한 운명, 읽지 않은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한 작가의 억울한 사연 등 쓰는 인간이 맞닥뜨린 아이러니를 비롯하여, 공장 기술자에서 공장 소유자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의 당황스러운 죽음, 어느새 슬픔에 중독되어 더 이상 슬픔을 떠날 수 없는 한 남자의 기이한 정황 등 특정할 수 없고 이해 불가한 인간의 여러 모습들을 속에서 삶의 아이러니와 모순을 헤아리고자 하는 저자 특유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전혀 다른 두 사랑 앞에서 방황하는 폴의 심리를 중심으로, 그녀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된 로제와 시몽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프랑스 문단의 '매력적인 작은 괴물'이라 불리는 사강이 스물넷의 나이에 쓴 이 작품은, 일상을 배경으로 난해하고 모호한 사랑의 감정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골든 슬럼버』, 『사신 치바』 등 다수의 흥행작을 탄생시키며 미스터리 소설 독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까지 사로잡은 작가 이사카 고타로가 『그래스호퍼』, 『마리아비틀』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킬러 시리즈」의 신작 『악스(Ax)』. 겉으로는 평범한 회사원이자 가장, 지독한 공처가이기까지 하지만 사실은 업계에서 알아주는 베테랑 킬러 풍뎅이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시리즈 가운데서도 모순된 설정과 유머, 개성 있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재미가 단연 돋보이는 소설로, 가장이자 회사원으로서의 일상과 킬러의 일상이 뒤섞인 흥미로운 세계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킬러 업계에서 완벽한 일 처리를 자랑하는 전설적인 존재, 풍뎅이. 살인 지령을 내리는 안드로이드 같은 의사의 의뢰를 처리하고 밤늦게 집에 들어가는 날이면, 아내가 깰까 봐 소리가 덜 나는 어육 소시지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것이 일상인 지독한 공처가다. 고등학생 아들 가쓰미는 그런 아버지가 때론 조금 한심해 보인다. 그가 지금 가장 원하는 건 업계에서 은퇴하는 것. 하지만 일을 그만두려면 돈이 더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에 풍뎅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살인을 계속하는 처지가 된다. 그리고 얼마 뒤 풍뎅이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받고, 위험한 사건들에 휘말린다. 그는 과연 가족을 지키고 은퇴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1위(2016년 3월, 교보문고 최근 10년간 국내외 작가별 소설 누적 판매량 집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 『고양이』. 『고양이』는 제목 그대로 주인공인 고양이의 시각에서 인간의 문명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파리에서 살고 있는 암고양이 바스테트. 그녀는 ‘집사’가 틀어 놓은 TV 화면과 점점 잦아지는 골목길의 총성을 통해 그동안 당연시하던 안락한 일상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이 무렵 바스테트는 옆집에 이사 온, 어떤 이유에선지 인간 세계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고양이 피타고라스와 친구가 되는데…….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타자의 시각을 도입하여, 인간 중심주의를 해체하고 이 지구에서 인간이 차지해야 할 적절한 위치를 끊임없이 고민해 온 베르베르가 이번 『고양이』에서는 그 문제의식이 그동안 좀 더 성숙해지고 발전해 왔음을 알게 된다. 베르베르가 보기에, 이 지구상의 생물종들과의 대화는 단지 인간의 어떤 흥밋거리나 지식의 확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전쟁과 테러 등 자기 파괴적인 경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다룰 줄 알고, 과학과 철학, 그리고 역사의 에피소드들을 유머러스하게 버무리는 베르베르의 솜씨는 여전하다.
농담 한마디 잘못 했다 “삶의 길 밖으로 내던져진” 루드비크는 십오 년 만에 고향을 찾았다가 한때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 루치에와 마주치지만 그녀는 루드비크를 알아보지 못한다. 당에 자신의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 모두를 바쳤던 파벨은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고, 파벨과 헤어진 후 루드비크와 사랑에 빠진 헬레나는 그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죽음을 택하지만 인생은 그녀에게 비웃음을 보낸다.
2014년 「몬순」으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2015년 「소년이로」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하고 <이효석 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동인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역량을 인정 받은 편혜영 작가가 신작 『죽은 자로 하여금』을 출간하였다. 이번 그녀의 신작은 2017년 7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에 200여 매를 더해 장편소설로 새롭게 쓰여진 소설이다. 발표하는 소설마다 묵직한 무게감과 서늘함을 느끼게하는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주었던 작가의 신작은 지방도시의 한 종합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벌어지던 불법적인 관행에 휘말려 쫓겨난 한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은 새로 들어간 병원에서 조직의 내부고발자가 되어 본성과 욕망 사이에 고뇌하는, 언제든 우리가 직면하게 될 수 있는 ‘내적 갈등’에 대해 말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헛간을 태우다」는 소설가인 ‘나’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소설가인 ‘나’는 지인의 결혼 피로연에서 열한 살 연하의 ‘그녀’를 만나 알게 되어 내연의 관계를 유지한다. 팬터마임 공부를 하던 그녀는 어느 날 북아프리카로 훌쩍 여행을 떠났다가 3개월 만에 돌아오고 새 애인이라며 한 남자를 소개해준다. 그 뒤 (나의 아내가 친척집에 간) 10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 그녀와 그녀의 애인은 나의 집으로 놀러오고, 남자는 내게 기묘한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자기는 가끔 남의 헛간에 방화를 하면서 쾌감을 느끼고, 조만간 나의 집 근처에 있는 한 헛간을 태울 거라는. 이후 나는 지도를 사서 헛간이 있는 곳들을 표시하고, 그 코스를 정기적으로 달리며 헛간을 체크한다. 작가 스스로 “나는 때때로 이렇게 엄청나게 섬뜩한 소설을 써보고 싶어진다”고 밝힌 이 소설은 기묘한 상황을 보여주며 미스터리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또한 다양한 은유와 의미를 숨겨 독자로 하여금 여러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프랑스의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중년의 사내(스트릭랙드)가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세속의 세계에 대한 냉소 또는 인습과 욕망에 무반성적으로 매몰되어 있는 대중의 삶에 대한 풍자가 담겼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달과 6펜스』는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의 생애를 모델로 하고 있다. 몸은 한때 파리의 화가들과 어울리며 보해미안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이때 타히티에서 비참하게 죽은 고갱에 대해 듣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달과 6펜스』는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작가 자신의 지론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달과 6펜스』가 재미있고 수월하게 읽히는 이유는 그의 문체적 특성에도 있다. 회화체가 주를 이루는 그의 문체는 명쾌하고 간결하며 논리가 선명하여 지극히 자연스럽게 읽히고 이해하기 쉽다. 평이하고 재치에 넘치는 문장들이 평범한 어순을 부드럽게 연속되면서 기막힌 솜씨로 인정을 꿰뚫고 있다.
아홉 살부터 일흔아홉 살까지 60여 명의 여성들을 인터뷰해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경향신문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다’라는 제목의 르포 기사로 연재했던 그녀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다시 쓰고 28편의 이야기로 묶어 책으로 펴낸 것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그녀, 엄마의 간호를 도맡은 그녀, 열정페이를 강요받는 비정규직 그녀, 손자손녀를 양육하는 그녀까지 『82년생 김지영』에서 다 하지 못한 수많은 그녀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지난 25일 2018 맨부커상 발표에 앞서 맨부커상 운영위원회는 맨부커상 50주년을 맞아 '골든 맨부커상'을 수상한다고 공지하였다. 지난 50년 동안의 작품을 10년 단위로 나누고 각각의 기간별로 최고의 한 작품을 선정하여 '골든 맨부커상'을 뽑는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발표한 후보로 다섯 작품은 조지 손더스의 『Lincoln in the Bardo』와 힐러리 맨틀의 『Wolf Hall』, V. S. 나이폴의 『In a Free State』, 페넬로페 라이블리의 『Moon Tiger』, 마이클 온다체의 『The English Patient』이 후보로 발표되었다. 선별된 최종 다섯 작품은 인터넷 투표를 통해 '골든 맨부커상'을 선정하게 된다. 투표는 5월 26일부터 6월 25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며 최종 발표는 7월 8일 맨부커상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할 예정이다. 이에 낭만서점은 맨부커상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낭만서점이 '골든 맨부커상' 두편을 선정하여 이야기 나눴다. 낭만서점이 고른 골든 맨부커상은 살만 루슈디의 『한 밤의 아이들』과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이며 보다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소설가 정이현과 교보문고 소설MD 구환회를 초대하여 함께 하였다.
블로그에 연재하던 이야기를 소설로 출판해보라는 방문자들의 권유로 책을 출간하게 된 『오베라는 남자』는 프레드릭 배크만을 일약 세계적인 스타 작가로 만들었다. “가장 매력적인 데뷔”라는 보도가 외신을 통해 퍼졌고 그의 소설은 전 세계 40개국에 판권이 팔리고 28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소설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으며 2016년에는 미국에서도 역시 돌풍을 일으키며 77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랭크되었다. 이후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를 펴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그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소설을 들고 돌아왔다. “『오베라는 남자』를 뛰어넘었다” “이 시대의 디킨스다”라는 언론의 열광적인 찬사를 받은 그의 신작은 『베어타운』이다. 출간 즉시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배크만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베어타운』은 “꼭 읽어야 할 이 시대의 모던 클래식”이라는 평과 함께 아마존 올해의 책 Top 3, 굿리즈 올해의 소설 Top 2로 선정되며 또 한번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 후』는 나쓰메의 문학 역정에서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나쓰메 문학에 있어서 삼각관계 소설의 원형을 이룬다 해도 무방하다. 한 여자를 둘러싸고 두 남자가 불신과 질투, 사회적 / 개인적 윤리의 갈피에서 고뇌를 거듭하는 것이 작품의 줄기이지만 작가는 사랑의 진행 과정이 아닌 인물의 내적인 갈등과 사고에 집중한다.
『흰』은 소설과 시의 경계에 있는 이 작품은 강보, 배내옷, 성에, 눈, 백목련, 각설탕, 구름 등 세상의 흰 것에 대해 쓴 65편의 짧은 글을 묶었다. 한국에서 2016년 5월 한강이 『채식주의』로 처음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직후 출간됐고, 영국에서는『채식주의』의 번역가인 데버러 스미스가 다시 번역해 지난해 11월 출간됐다. 영국 가디언은 이 작품을 ‘2017 올해의 책’ 중 하나로 꼽았다. 맨부커상 운영위원회는 『흰』을 “애도와 부활, 인간 영혼의 강인함에 대한 책이다. 삶의 연약함과 아름다움, 기묘함을 탐구한다”고 소개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만이 써낼 수 있는 현실적이고 솔직한 연애소설 『연애의 행방』. 『백은의 잭』, 『질풍론도』, 『눈보라 체이스』에 이은 스키장 연작 「설산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시리즈의 배경인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을 무대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사를 늘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저자만의 솜씨로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소개팅에서 만난 모모미와 스키장을 찾은 고타는 곤돌라에서 잘 아는 사람과 꼭 닮은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고글을 벗고, 페이스마스크가 벗겨지면서 드러난 얼굴은 고타의 동거 상대 미유키였는데…….
셰익스피어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가 세계문학전집 351권, 352권으로 출간되었다. 소년 올리버의 인생 역정을 통해 영국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풍자하는 동시에 삶에 대한 충만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이십 대의 디킨스를 일약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어린 나이에 직접 겪은 빈곤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인식, 그리고 기자로 일하며 삶의 현장을 누볐던 독특한 경력을 통해 디킨스는 산업혁명의 그림자가 드리운 19세기 런던의 뒷골목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작가 정울림은 1977년 5월 대한민국의 항구 도시인 부산에서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났으며, 1979년 5월 스웨덴의 한 가정으로 입양되었다. 이른바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라는 곳에서 다른 삶이 시작된 것이다.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정울림은 극심한 정체성의 혼돈을 겪는다. 그에게 입양인의 삶이란 “선택이 아니라 버려짐을 당했다는 뜻”이었다. 자신도 의미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뿌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이런 시도는 곧바로 벽에 부딪치고, 그는 더욱 길고 참혹한 절망의 늪에 빠진다. 그런데 끝이 없을 것만 같던 고통의 시간에도 한 줄기 빛이 비친다. 몇 해 전만 해도 텅 비어 있던 가족나무에 어린 가지들이 움트고 자라나는 것이다. 그는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출생과 입양 과정에 얽힌 수수께끼와 맞서기로 결심한다.
2015년 봄에 발펴된 단편 「삼인행」은 부부인 규와 주란, 그리고 그들의 오랜 친구 훈의 이야기다. 이들은 1박 2일의 겨울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여행의 성격이 기묘하다. 규가 이미 집에서 자신의 짐을 뺀 상태인 것이다. 말하자면 이번 여행은 규와 주란 부부의 별거를 앞둔 여행이다. 하지만 세 사람은 침울하기보다는, 강원도의 여러 식도락을 즐기며 1박 2일을 보낸다. 식욕과 음주욕을 자극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 가운데, 삶의 페이소스가 드러나는 소설이다.
프랑스 현대 문학의 대표적 여성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공쿠르 상 수상작. 베트남에서의 가난한 어린 시절, 중국인 남자와의 광기 어린 사랑을 섬세하고 생생한 묘사로 되살려 낸 자전적 소설이다. 1929년 프랑스령 베트남. 가족과 함께 방학을 보낸 프랑스인 소녀는 기숙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나룻배를 타고 메콩 강을 건넌다. 난간에 홀로 기대서서 강물을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은 남성용 중절모와 생사 원피스, 굽 높은 구두 차림에서 풍기는 조숙하고 독특한 분위기로 같은 배에 타고 있던 부유한 중국인 남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소설은 여러 시공간을 넘나드는 짤막한 문단들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가 프랑스인 소녀와 중국인 남자와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 순차적으로 사건을 진행시킨다면, 소설은 베트남에서의 어린 시절이, 프랑스로 귀국해 문단과 학계의 저명인사들과 교류하던 시절이, 노년에 이른 현재의 시간이 뒤섞여 있다.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소설가라 추앙받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대표작 『칠레의 밤』. 칠레의 한 보수적 사제이자 문학 비평가인 세바스티안 우루티아 라크루아의 독백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임종을 앞둔 칠레의 사제이자 문학 비평가. 그는 한 늙다리 청년의 환영에 시달리는 가운데 피노체트 치하 칠레에서의 일생을 회고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오데임과 오이도라는 정체불명의 두 남자가 불쑥 나타나면서 우루티아 신부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피노체트 정권의 공모자가 되는데….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 현실에서 소외되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이 죽음을 앞두고 마주하는 실존의 체험을 강렬하게 그려낸 고전. 주위에 무관심한 청년 뫼르소는 어느 날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 이후 세상에서 이방인이 되어 버린다. 변호사도, 재판관도, 사제도 뫼르소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뫼르소 역시 주위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타인에 의해 내려진 사형 선고를 받으며 뫼르소는 신앙과 구원의 유혹을 떨치고 자신의 죽음과 정면으로 대결하게 된다.
「타인의 방」, 「깊고 푸른 밤」, 『사랑의 기쁨』, 『도시의 사냥꾼』 등으로 유명한 작가 최인호는 한국문학계에서 소설의 대중성에 있어 누구보다 큰 기여를 한 작가로 평가 받는다. 1970년대 상업 소설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대중에게 사랑 받는 작품, 시대적 아픔을 희극적으로 그려낸 소설 을 꾸준히 발표하며 한국문단에 소설붐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별들의 고향》, 《바보들의 행진》, 《고래 사냥》, 《겨울 나그네》 등이 개봉되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얻었다. 낭만서점 139회 1부에서는 그의 초기 단편 중 하나인 「술꾼」을 다룬다. 술꾼은 심각한 병에 걸린 어머니를 둔 한 아이가 매일 밤을 술을 마시는 아버지를 찾아 술집을 전전한다는 이야기다. 그곳에서 아이는 아버지의 지인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아버지의 행방을 듣게 된다. 방금 다른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아버지를 찾아 다른 술집으로 쫓아가지만 무슨 일인지 아버지는 좀처럼 만날 수 없다. 소설은 후반으로 가며 '술꾼'이라는 제목이 갖는 다른 의미를 드러낸다. 술에 취해 살 수 밖에 없는 가게 안의 술꾼들, 찾을 수 없는 아버지, 그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아이 등 우리 삶의 고단함과 슬픔이 아이와 술꾼들의 모습으로 가슴 먹먹하게 그려진다.
현대 희곡의 거장 아서 밀러의 대표작 『시련』. 1950년대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서 발표된 작품으로, 당시 미국 사회의 왜곡된 모습을 투영하여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마녀 사냥이 횡행하던 17세기 미국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을 무대로, 고발하는 자와 고발된 자의 인간 본성이 그려낸 비극적인 초상이 펼쳐진다. 동네 소녀들이 재미로 시작한 한밤의 집회가 청교도 윤리에 위배되는 죄악인 ‘마녀 집회’로 오인받으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작품은 절대적인 이데올로기가 집단의 규범을 이끌 때 생길 수 있는 비극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개인적 이익과 사회적 이념이 결부되어 집단적 광기로 번져 나갈 때 드러나는 인간 본성의 추악한 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당시 매카시즘 열기를 통렬하게 풍자한다.
제9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박민정 작가를 초대하여 수상작 「세실, 주희」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2018년 제9회 젊은작가상 심사를 위해 젊은 평론가 노태훈, 이은지, 이재경이 2017년 한 해 동안 발표된 수백 편의 중단편소설을 빠짐없이 읽고 토론하며 작품을 선별했고, 김녕, 안지영, 이지은, 한설 평론가가 합류해 열아홉 명의 작가가 쓴 스물두 편의 작품을 선정해 본심 심사위원들에게 전달했다. 본심 심사위원 성석제, 신수정, 신형철, 이장욱, 정이현이 토론을 거쳐 일곱 편의 수상작과 그 가운데 한 편의 대상을 선정했다.
제9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임성순 작가를 초대하여 수상작「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순식간에 읽게 하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그림을 좋아하는 작가라면 누구나 써보고 싶어할 만한 작품인데 그렇다고 쉽게 써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과 전형성에 빠지지 않은 점도 높이 살 만했다. _성석제(소설가)
현대 미학은 개념적이고 관념적이며 통시적인 맥락이 중요한 탓에 그것을 즐기려면 학습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렇기에 부자들이 사랑했다. 잉여의 돈과 시간이 없는 이들에게는 결코 들어올 수 없는 장벽 너머의 세계였으니까. 미학적 감수성이 새로운 계층을 만들어냈다.(문장웹진 2017년 9월호)
노르망디 시골을 배경으로 꿈 많고선량한 한 귀족 여인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로, 오늘날 모파상의 소설 중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 작가가 아버지 어머니의 별거와 이혼 등 평탄하지 못한 부부 관계를 바라보며 모티프를 얻은 이 작품에는 꿈 많던 한 소녀가 한 남자의 아내가 되면서 겪게 되는 인생의 좌절과 고통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단편 소설의 미덕을 넘어서서 이야기를 읽는 본질적인 재미를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여자의 일생』의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상황 묘사와 장황하거나 복잡하지 않은 문장은 자연주의 문학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작품에는 예상 외로 서정적이며 현대적인 감수성이 담겨 있다.
90회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의 원작 소설 『그해, 여름 손님』 . 화이팅 어워드((Whiting Award) 수상자 안드레 애치먼이 감각적인 언어로 피아노 연주와 책이 삶의 전부인 열일곱 소년 엘리오와 스물넷의 미국인 철학교수 올리버, 두 남자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원제이기도 한 “Call Me by Your Name.”이 나오는 장면은 몸과 몸의 관계를 넘어 누구와도 공유한 적 없는 정신 영역까지도 함께 해야 비로소 두 사람이 완전한 하나가 된다는 주제를 잘 드러낸다. 진정한 사랑을 육체의 끌림과 관계로 표현하는 대신 사람과 사람의 완벽한 교감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읽은 2015년 최고의 책으로 뽑아 화제가 되었던 로런 그로프의 최신작이자 대표작 『운명과 분노』. 로토와 마틸드, 두 사람의 이십여 년에 걸친 결혼생활을 통해 사랑과 예술, 창조성과 힘, 거짓과 진실, 그리고 결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창조적 동반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 소설은 남편 로토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전반부 ‘운명’과 아내 마틸드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후반부 ‘분노’로 나뉘어 부부의 삶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다.
세상물정에 어두운 자작이 한 명 있다. 열정적이지만 순진하고 호기심 많지만 대책 없는 그는 전쟁 중 날아오는 포탄에 정면으로 맞서는 바람에 몸이 두 동강으로 쪼개진다. 정확히 절반으로 갈라진 자작은 악한 오른쪽만 남은 모습으로 귀향한다.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로 연결되는 ‘우리의 선조들’ 3부작 중 하나로, 칼비노는 십 년에 걸쳐 쓴 이 작품들을 한 권으로 묶어 ‘우리의 선조들’이라는 제목을 붙여 1960년에 발표했다. 동화처럼 환상적이면서 분열된 채 쪼개지는 인물들의 사건과 이야기 속에서 현재 우리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승리를 위해 전력 질주하는 남자들의 삶을 그린 곤도 후미에의 소설『새크리파이스』. 자전거 로드레이스를 배경으로 한 청년이 진정한 승리와 희생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스포츠 소설의 감동과 미스터리 소설의 카타르시스가 결합된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2008년 제5회 서점대상 2위에 오르고, 제10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하였다.
향후 70년 후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 가보고 싶어하는 꿈의 도시 아르테미. 면적 약 0.5평방킬로미터. 인구 약 2천여 명. 대부분 관광객이나 억만장자가 거주하는 이 도시에는 다수의 노동자와 범죄자도 공존하고 있다. 재즈 바샤라는 범죄자이다. 최하층 짐꾼으로 일하며 하루하루 집세를 감당하기도 벅찬 그녀에게 삶의 신조가 있다면 돈 되는 일은 뭐든 다 하자는 것. 그러던 어느 날 인생 역전을 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생긴다. 임무는 미션 임파셔블.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는 일이다. 어릴 적부터 과학과 수학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재즈는 배짱 좋게 도전장을 던지기로 한다. 하지만 범죄에 깊이 개입하면 할수록 도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거대 음모와 대면하게 되는데……. 작가 앤디 위어는 신작 『아르테미스』에서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완벽하게 새로운 가상 세계를 창조해내며 누구나 빠져들 만한 경이롭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북구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 「진주 귀고리 소녀」는 화가의 삶만큼이나 신비에 싸인 작품이다. 이 소녀는 누구이고, 어떻게 그림의 모델이 되었는가? 커다란 두 눈과 보일 듯 말 듯한 불가사의한 미소는 순수함인가 유혹하는 것인가? 『진주 귀고리 소녀』 는 17세기 네덜란드 델프트에 대한 치밀한 복원과 미술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이러한 질문들에 답한다. 그림 속 소녀를 세상의 햇살 아래 불러내는 소설적 상상력을 통해 펼쳐지는 이 작품은 주인과 하녀, 화가의 모델, 스승과 제자, 그리고 남자와 여자로 마주선 베르메르와 소녀 두 사람이 예술과 삶 사이에서 벌이는 아슬아슬하고 열정 어린 드라마로 가득하다.
2008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지난 10년간 주요 10개 세계문학전집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여 연령대별로 순위를 뽑아 보았다. 10개 시리즈에서 중복되어 출간된 작품은 도서별 판매량을 모두 합산하여 집계했다. 이번 집계를 위해 분석한 세계문학전집 브랜드는 문예 세계문학선, 대산세계문학총서(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모던 클래식(민음사), 세계문학의 숲(시공사), 열린책들 세계문학, 을유세계문학전집, 창비세계문학, 펭귄클래식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고전'을 읽었을까? 흔히 얘기하는 '세계문학'이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기준으로 그 리스트가 선별되고 선정되는지 알아보았다. 방송에는 박혜진 평론가와 배우 김성현 그리고 『속물 교양의 탄생』의 저자 박숙자 교수가 함께 하였다.
회사에 충성을 다하며 출세를 위해 살았던 한 남자의 삶을 추적한 소설 『끝난 사람』. 도호쿠 지방 출신으로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대형 은행에 입사해 한동안 승승장구하다가 임원 진급을 눈앞에 두고 출세 경쟁에서 패해 자회사로 좌천된 이후 정년을 맞이한 다시로 소스케. 그가 온갖 역경을 딛고 출세에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 아니라, 야망을 이루지 못하고 불완전 연소된 채 회사에서 버림받은 은퇴 이후의 삶을 담고 있다. 대형 은행의 임원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자회사로 좌천되어 정년을 맞이한 다시로 소스케는 취미도 친구도 없이 평생 일만 하고 살아온 탓에 무한정으로 주어진 시간 앞에서 삶의 방향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다. 못 다 이룬 꿈을 찾아 두 번째 인생을 설계하고 싶지만, 그런 마음과는 달리 이미 ‘끝난 사람’ 취급하는 주변 분위기로 인해 의욕마저 잃은 상태다. 이대로 늙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구직 활동에도 나서 보지만 공허감은 커져만 간다.
『우리는 날마다』는 ‘첫’을 테마로 한 손바닥소설집으로 강화길, 공선옥, 박상영, 유응오, 이만교, 정지향 등 현재 문학장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중견·신예 소설가들의 작품 19편을 담았다. 이 시대의 작가들이 어떤 ‘첫’을 간직하고 있는지, 또 그것을 어떤 언어로 그려내고 있는지 살피는 것은 물론, 우리 마음속의 특별한 순간들에 대해서도 새삼 더듬어보게 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대표작『개인적인 체험』. 오에 겐자부로는 개성적인 작품 세계를 인정받아 1994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일본 현대 문학의 거장이다. 이 소설은 오에 겐자부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중중 장애아를 둔 아버지가 내적 변화와 성장을 통해 비극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의 소설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 27세의 학원 강사 버드는 결혼한 후 아기가 생겨도 아프리카로의 모험 여행을 꿈꾸는 젊음이다. 하지만 아기가 뇌 손상을 가진 장애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자유를 잃어버린 현실에 절망하고, 아기에 대한 책임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과 옛 여자친구에게 집착하게 된다. 그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오스트레일리아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빛나는 상상력의 소유자로 거론되는 리처드 플래너건이 12년간 심혈을 기울여 완성해낸 걸작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오스트레일리아판 《전쟁과 평화》라는 평을 받으며 2014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태국-미얀마 간 철도건설 현장에서 살아남은 전쟁 포로이자 현재 화려한 전쟁영웅으로 부활한 외과의사 도리고 에번스의 기억과 현실을 중심으로 사랑과 죽음, 전쟁과 진실, 상실과 발견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도리고 에번스가 젊은 날 전쟁터로 출정 전 우연히 만난 자신의 젊은 숙모와 나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기억과 태국-미얀마 간 ‘죽음의 철도’ 건설 현장의 일본군 전쟁포로로서 겪는 잔혹하고 비참한 현실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괴로워하는 삶의 어둡고도 치열한 두 여정을 보여준다. 온갖 모험과 고초 이후 살아남은 생존자의 방황하는 기억의 여정을 통해 전쟁과 사랑이 지닌 파멸과 공포의 두 얼굴과 폐허가 된 전장과 일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일본군 전쟁포로로서 버마 철도 건설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였던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체험을 듣고 자란 저자는 아버지의 경험담, 역사 기록, 버마 철도와 일본군 경비병 생존자들과의 만남과 취재를 통해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신음하는 다양한 인간의 삶을 생생하고 압축적으로 그려 보인다. 저자는 이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이고 가족과 나라에 대한 애정은 무엇인지, 사랑이라고 부르는 그 정체란 도대체 어떤 현실인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한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주인공 맥머피가 ‘콤바인’으로 상징되는 무시무시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1962년 발표 당시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통치자에 저항하고 좌절하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현실 사회를 날카롭게 묘사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히피 문화가 확산되던 발표 당시의 분위기와 사회적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아낸 이 작품은 연극으로 각색되어 성황리에 상연되었으며, 1975년에 잭 니콜슨이 주인공으로 열연한 영화로 제작되어 아카데미 시상식 다섯 개 부문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비극적인 서사시 『모비 딕』은 소설의 화자 이슈메일이 포경선에 올라 이 항해의 목적을 알게 되기까지를 그린 부분, 대서양에서 희망봉을 돌아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항해 부분, 마지막으로 모비 딕과의 결투와 ‘피쿼드’호의 침몰을 그린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이 이야기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는 것은 에이해브가 아닌 화자 ‘이슈메일’이다. 그는 에이해브 선장이 이끄는 포경선 ‘피쿼드’호에 승선하여 흰 고래 ‘모비 딕’을 쫓는 항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다. 엄혹한 삶의 현실을 밑바닥까지 체험한 이슈메일은 침착하고 냉정하고 분석적인 태도로 우리에게 세상이라는 가면 너머의 진실을 보여주며(그는 멜빌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파멸을 향해 내달린 ‘피쿼드’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 되어 동료의 죽음을 대가로 얻은 삶의 비밀을 세상에 전한다.
재주소년 박경환이 소개하는 두 편의 책,
G. K. 체스터튼 , 도로시 세이어즈,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로버트 바이런 등이 쓴 글을 모은 『천천히 스미는』과
이상 , 현진건 등의 작가들이 쓴 글을 모은 『모단 에쎄이』에 대한 이야기
우스갯소리처럼 흔히 쓰이는 말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인생은 독고다이(獨孤DIE)’인데요. 어차피 인생이란 외롭게 살다 혼자 죽을 수밖에 없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생의 비정한 단면을 냉소적으로 표현한 문구이지요. 사실 이 말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습니다. 인생은 분명 그런 면을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인생 전체가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생은 독고다이일지도 모르지만, 인생이 독고다이가 되지 않도록 우리가 애쓰기 때문이지요. 고독에 쉽게 체념하기보다는 공존을 위해 힘껏 노력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러기 위한 책 세 권을 소개합니다.
1960년대 런던, 아주-정상적인 두 남녀 해리엇과 데이비드가 만나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민다. 그들은 주위 사람들이 놀리듯이 오늘날에는 보기 드문 경우이다. 문란한 혼전 성관계, 이혼,또는 혼의정사, 산아 제한, 마약 같은 것들을 거부하며 그들은 진통적 의미의 행복한 가정을 건설해 나간다. 그런 행복한 가정의 요소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고 뿔뿔이 흩어져 있는 핵가족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커다란 빅토리식 집을 포함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를 낳고 사랑하는 모성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자식들이 필요로 할 때 기꺼이 도움을 주는 부모로서의 의무가 포함된다. 그러나 '다섯쩨 아이' 벤은 해리엇과 데이비드의 통제 밖에 있는 이상한 유전자의 지배를 받고 있어 그들의 삶을 계획했던 행로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벤은 그들의 '이상적인' 가정을 파괴해 간다. 비정상적인 한 아이가 그들의 가정과 그 가정의 기초가 되었던 모든 이상들을 완전히 파괴해 버리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벤 같은 아이가 태어났을까 생각하면서 해리엇은 행복하게 살려는 자신들에 대한 신의 형벌일까 아니면 태고로 거슬러 올라가는 우주적진화의 소산일까 질문해 본다. 그러나 레싱은 그 문제의 정답을 내놓으려고 시도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벤과 그 무리들을 대도시 지하 어느 곳에 풀어놓음으로써 해리엇과 데이비드, 그리고 우리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미래의 어떤 모습을 예언하고 있다.
윌리엄 트레버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오헨리상을 네 번 수상하고 맨부커상 후보에 다섯 번 올랐으며 휘트브레드상, 아이리시 펜상, 래넌 문학상, 호손덴상, 왕립문학협회상, 하이네만 문학상, 선데이 타임스 문학상, 아일랜드 문학상, 밥 휴즈 평생공로상 등 무수한 상을 꾸준히 받아 왔고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뉴요커》는 그에 대해 “영어로 단편소설을 쓰는, 생존해 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찬사를 보냈으며, 줌파 라히리는 “트레버의 작품에 견줄 만한 이야기를 단 한 편이라도 쓸 수 있다면 행복하게 죽겠노라고 생각했다”라고 존경을 표하는 등 1928년생인 이 아일랜드 출신 원로 작가는 전 세계 언론과 평론가, 문인들로부터 대단히 높이 평가받고 있다. 트레버는 현대인의 분열된 삶과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작품을 주로 썼지만 “내 소설은 때로 인간 삶의 여러 면을 비출지도 모른다. 그러나 특별히 의식해서 그렇게 쓰지는 않는다. 나는 그저 이야기꾼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조이스와 프랭크 오코너의 아일랜드적 토양을 디디고, 형식에 있어 유럽의 대가인 체호프와 모파상을 계승하며, 서머싯 몸, 그레이엄 그린, V. S. 프리쳇과 같은 영국 문학 전통과 함께한다.
낭만서점 12월 콘서트, ‘우리가 녹는 온도’
[출연]
재주소년의 박경환 문학평론가 허희 소설가 정이현 뮤지컬 배우 김성현 뮤지컬 배우 오상은 & 뮤지션 랄라스윗
대만의 대표 소설가 핑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 『검은 강』. 대만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실제 카페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는 작품. 욕망, 돈, 치정 살인, 죽음이 얽힌 이 사건을 담담하고 절제된 언어로 서술하고 교차되는 지점마다 의도적으로 검사, 변호인, 판사, 네티즌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등장시켜 수많은 사람들이 왁자하게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다양한 각도에서 사건을 바라보도록 했다. 대만 단수이허 강기슭으로 흉기에 찔려 피살된 시신 두 구가 떠밀려온다. 늙은 남자와 중년 여자의 시신으로 두 사람은 부부였다. 수사 결과 부근의 카페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의 범행으로 밝혀졌고, 돈 많은 부부의 돈을 노리고 일어난 살인 사건이라고 결론이 났다. 사람이 죽고 살인자는 죗값을 받았다. 하지만 소설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범인으로 구속된 젊은 여자 ‘자전’과 칼에 찔린 채 물속에 누워 죽어가고 있는 아내 ‘훙타이’, 두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전’은 감옥 속에서 가난하고 불우했던 성장기부터 ‘훙보’라는 늙은 남자가 자신의 삶에 파고들어 온 순간까지를 되돌아본다. 그리고 늙은 남자 훙보의 아내 훙타이는 강물 속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돈 많은 노신사인 줄 알고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남자와 결혼해 남의 이목만 신경 쓰며 쇼윈도 부부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데…….
노르웨이의 국민 작가 요 네스뵈가 전하는 북유럽의 서늘한 공포 『스노우맨』. 인기 뮤지션, 저널리스트, 경제학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작가에게 명성을 안겨준 「해리 홀레」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으로, 스칸디나비아는 물론 유럽 각국과 영미권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연쇄살인범을 체포한 경력이 있는 노르웨이 유일의 형사,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 해리 홀레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첫 눈이 내리는 오슬로. 집 안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창밖에서 가족을 향해 집요한 시선을 던지는 눈사람의 존재에 아이는 두려움을 느끼고, 그날 밤 아이의 엄마가 사라진다. 수사에 투입된 형사 해리는 지난 11년 동안의 데이터를 모아 실종된 여자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정체불명의 ‘스노우맨’이 보낸 편지가 그에게 도착한다. 사라진 여자들, 사건현장을 바라보듯 세워진 눈사람. 해리는 그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음을 직감하고 여형사 카트리네와 함께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데…. 전 세계 40개국에 번역 출간되었고 천만 독자를 보유하며 거의 모든 언어권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 인기 작가 마이클 코넬리와 제임스 엘로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와 주인공’으로 서슴없이 꼽으며, 외국소설 안 읽기로 유명한 영국 서점가에서 석 달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이다.
‘2017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리스트는 총 90여명의 소설가들에게 연락하여 그 중 답변을 준 50명의 추천 도서를 모아 정리했다. 소설의 추천은 2017년 출간된 소설로 한정하였으며, 작가에게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 또는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소설을 한 권에서 다섯 권까지 추천 받았다. 그렇게 총 86권의 소설 리스트를 만들 수 있었고 중복하여 추천을 많이 받은 순으로 다시 정리해보았다.
이번 특별기획에 참여해준 작가들은 강병융, 강이경, 강태식, 강화길, 구병모, 권정현, 기준영, 김봄, 김성한, 김영리, 김옥숙, 김이설, 김이정, 김주연, 김주영, 김탁환, 김혜진, 도선우, 도진기, 문지혁, 박민정, 박상, 백영옥, 손보미, 손솔지, 손원평, 안보윤, 윤고은, 윤대녕, 은희경, 이기호, 이도우, 이립, 이석원, 이영훈, 이유, 이재익, 임성순, 임현, 장강명, 전석순, 정세랑, 정용준, 정이현, 주원규, 최민석, 최은영, 최진영, 한은형, 해이수 까지 총 50명이며 가,나,다 순임을 밝힌다.
『달콤한 노래』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경력 단절 여성, 산후 우울증을 겪는 어머니, 변방의 국가에서 흘러 들어온 이민자, 계급적 소외를 겪는 빈곤층까지. 인생 전체에 걸쳐 배척받고, 끊임없이 거절과 모욕을 받으며, 결국은 삶 전체를 부정당하는 사람들. 슬리마니의 시선은 특히 소외된 여성을 향하고 있으며 강요받는 모성, 짓밟힌 개인성을 그린다. 작가는 여성이 겪는 소외를 “숨겨진 고통”이라고 표현하면서, 하찮게 여겨지고 은폐되어 있던 여성의 삶을 무대의 한가운데로 끌어와 보여준다.
끔찍하게 살해된 두 아이의 모습을 묘사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하지만 누가 죽였는지, 어떻게 죽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오히려 잔인한 살인자 루이즈의 삶, 마약과도 같은 고독 속에서 평생을 견뎌온 그녀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끝내 독자들은, 아니 그 누구도 그녀를 완전히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작가는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인생, 결국은 자기 자신도 외면하고자 했던 고통스러운 삶을 그리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스티븐 킹, 조이스 캐럴 오츠, 마이클 코널리 등 17명의 작가가 에드워드 호프의 그림 17점에서 포착한 이야기를 모아 엮은 『빛 혹은 그림자』. 현대 미국인의 삶과 고독, 상실감을 탁월하게 그려내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아 온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 로런스 블록의 주도로 호퍼의 그림을 소설로 쓰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이 각자 한 점씩 호퍼의 작품을 선택한 후 그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단편소설을 써내려갔다.
20세기 초 자동판매기로 음식을 판매하던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2017년 에드거상 최고 단편 부문을 수상한 로런스 블록의 『자동판매기 식당의 가을』, 호퍼의 1932년 작 '뉴욕의 방'을 선택해 대공황 시기를 사는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스티븐 킹의 『음악의 방』 등 호퍼의 그림 속에서 발견한 빛과 그림자를 지닌 삶, 그리고 강렬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두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 낸 '느와르 소설'의 창시자, 제임스 M. 케인의 데뷔작. 모순으로 가득한 미국 사회 이면의 욕정과 탐욕을 냉정하게 그려낸 미국 하드보일드 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알베르 카뮈는 데뷔작이자 대표작 『이방인』(1942)을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서 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갈 데 없는 떠돌이로인 프랭크는 작은 간이식당에 들어가 대책 없이 음식을 주문을 한다. 그 곳 주인 닉은 그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고, 망설이던 프랭크는 젊고 매력적인 안주인 코라를 보고 제안을 받아들인다.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린 프랭크와 안주인 코라는 닉의 눈을 피해 밀회를 즐긴다. 닉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생활이 성에 차지 않자, 둘은 아무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닉을 없애 버릴 계획을 짜는데….
천명관은 그 이름 자체로서 힘이 넘치고 독자를 유쾌하게 만드는 작가이다. ‘희대의 이야기꾼’으로서 등단 이후 꾸준히 ‘폭발하는 이야기의 힘’을 선보여온 작가 천명관의 두번째 소설집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풀리지 않는 인생, 고단한 밑바닥의 삶이 천명관 특유의 재치와 필치로 살아나는 여덟편의 이야기가 소설집에 담겨 있다. 읽다보면 여전히 웃음이 나면서도 어느 순간 가슴 한구석이 턱, 막히는 먹먹한 감동을 얻게 되고 그 여운은 진하게 오래 남는다. 낭만서점에서는 소설집에 실린 단편 「우이동의 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혜진 장편소설 『딸에 대하여』는 혐오와 배제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인 ‘나’와 딸,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이 경제적 이유로 동거를 시작한다. 못내 외면하고 싶은 딸애의 사생활 앞에 ‘노출’된 엄마와 세상과 불화하는 삶이 일상이 되어 버린 딸. 이들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며 엄마의 일상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엄마는 전직 초등학교 교사였다. 남편은 병환으로 사망. 일찍이 딸을 돌보기 위해 교사 직업을 그만두고 도배장이, 유치원 통학 버스 운전, 보험 세일즈, 구내식당에서 음식 만들기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끝없는 노동 속에서 살아 왔다. 딸이 대단히 성공적인 삶을 살아 주리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토록 예기치 못한 삶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작품 내내 엄마는 자신에 대해, 딸에 대해, 미래에 대해, 인생에 대해, 독백을 멈추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인종정책에 맞서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300명이 넘는 유대인을 숨겨준 바르샤바동물원장 얀 자빈스키와 그의 아내 안토니나의 실화를 다룬 다이앤 애커먼의 걸작 논픽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이며 박물학자인 애커먼은 안토니나의 회고록과 여러 역사 자료를 토대로 동물원장의 아내로서 가족과 동물, 유대인 ‘손님’들을 돌봤던 안토니아의 당시 삶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유대인에게 고의로 은신처를 제공하는 일은 말할 것도 없고 목마른 유대인에게 물 한 잔 건네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시대에, 대담한 용기와 자기희생으로 위기에 처한 이들을 품어준 안토니나와 얀의 이야기는 실로 경탄과 감동을 자아낸다. 애커먼은 자빈스키 부부의 이야기 한편으로 인종적 순수성과 우생학을 신봉하는 나치의 이데올로기가 특정 민족을 지구상에서 말살하려는 광기로 표출되는 과정 또한 분명하게 담아냈다. 전쟁 기간 내내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포유류·파충류·곤충·조류 등 여러 동물들과 한 지붕 아래 산 안토니나는 자문한다. “동물들은 겨우 몇 달 만에 포식 본능을 억누를 수 있는데, 인간은 수세기 동안 교화 과정을 거침에도 급속히, 어떤 야수보다도 잔인해질 수 있다니 어째서일까?” 『주키퍼스 와이프』는 출간 당시 “특별한 영웅의 놀랍고도 감동적인 삶의 초상을 탁월하게 그려낸”(커커스 리뷰) ”위대한 소설과도 같은 실제 이야기“(재레드 다이아몬드)라며 유수 언론과 명사들의 격찬을 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베스트북에 올랐으며, 매년 최고의 생태주의 작품에 수여하는 오리온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본격 직장인 소설을 표방하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가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 이 소설은 일본에서 제21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웍스문고상'을 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출간 즉시 "이건 바로 내 이야기다!"라는 직장인 독자들의 호응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화제작. 최근 우리 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문화적 사건은 『미생』, 『송곳』 등 평범한 직장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직장인들의 현실을 다룬 만화 작품들이 주목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 만화들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만화에 이어 소설에서 그러한 열기를 잇는 작품이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이다. 이 소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로 때문에 녹초가 되어 입사 반년 만에 모든 의욕을 상실한 신입사원 아오야마가 어느 날 갑자기 그의 앞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친구 야마모토와 교감하며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를 통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회사생활의 고충과 고민을 현실감 있게 묘사한다. 또한 자신의 꿈이나 적성에 대해 채 고민해 보지도 못한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이야기!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장편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 사랑의 다양한 뉘앙스를 표현하고,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문제와 역경을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은 콜롬비아 카리브 해의 어느 이름 없는 마을을 배경으로 식민 시대에서 근대 사회로 넘어가는 19세기 말부터 1930년대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것은 사랑하는 여인 페르미나 다사와 함께 있기 위해 51년 9개월 4일을 기다리는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사랑이 세월의 흐름과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인내와 헌신적인 애정이 행복한 결말로 보상받는다는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런 멜로 드라마적인 이야기의 표면 아래에는 라틴 아메리카 사회에 관한 강한 비판과 풍자가 숨어 있다. 또한 제목이 보여주는 사랑과 늙음과 질병이라는 주제와 더불어, 자살이나 노화 공포증, 부정, 근대화, 사회적, 환경적 책임과 같은 문제들도 탐구한다.
동학의 접주로서, 의병장으로서 활약하던 청년 김창수는 1896년 3월 9일, 황해도 안악의 해변가 지역인 치하포 객줏집에서 일본인 쓰치다 조스케(土田讓亮)를 죽였다. 그런 다음 주막 주인 이화보에게 필기구를 갖고 오게 해서 몇 줄의 포고문(布告文)을 썼다. 먼저 일본인을 죽인 이유를 “국모보수(國母報讐)의 목적으로 이 왜인을 죽이노라”라고 밝히고, 마지막 줄에 “해주 백운방 텃골 김창수(金昌洙)”라고 써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 벽에 붙이도록 했다. 그리고 다시 이화보에게 명령하기를, “네가 이 동네 동장이니 안악 군수(安岳郡守)에게 사건의 전말을 보고하라. 나는 내 집으로 돌아가서 연락을 기다리겠다. 기념으로 왜놈의 칼은 내가 가지고 가겠다”라고 말한 다음, 그 길로 도망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체포되기를 기다렸다. 5월에 해주옥에 투옥되고, 7월에 인천감옥소로 이송, 8∼9월 동안 세 차례 심문을 받고 교수형을 받게 되었지만 고종의 판결 보류로 미결수로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1898년 3월, 23세의 김창수는 인천감옥소를 탈옥한다. 탈옥 이후 신분을 감추고 살면서 1900년에 김구(金龜)로, 1912년에 지금의 이름 김구(金九)로 개명하였다.
이 책은 치하포 사건 이후 인천감옥소에서 미결수로 생활하다 탈옥한 짧은 시기를 다뤘다. 이 시기에 백범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당시 기록에 따르면 백범은 인천 감옥소에서 『대학』(大學)·『세계역사』(世界歷史)·『세계지지』(世界地誌)·『태서신사』(泰西新史) 등을 읽으며 서양 근대문물을 본격적으로 접했다고 되어 있다. 이 책은 현재 기록으로 남아 있는 부분과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청년 김창수의 역사적 찰나를 소설로 재구성하였다.
『지금 두 가지 길을 다 갈 수만 있다면』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미국 작가 마일리 멜로이가 쓴 열한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이다. 마일리 멜로이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 니콜 크라우스, 이윤 리 등과 함께 2007년 영국의 문예지 〈그란타〉가 선정한 ‘미국 문단을 이끌 최고의 젊은 작가’에 선정되었으며, 최고의 단편소설집에 수여되는 ‘펜/말라무드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단편 장르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작가다. 『지금 두 가지 길을 다 갈 수만 있다면』은 멜로이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고 꼽히는 책으로, 출간되었던 해에 〈뉴욕 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같은 유수의 언론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는 등 큰 호평을 받았다.
『남아 있는 나날』은 “한 인간의 삶을 눈앞에 보듯 설득력 있게 풀어낸 이 초상은 독창성, 유머와 부조리가 뒤섞여 있으며, 궁극적으로 깊은 감동을 준다.”(《선데이 타임스》), “인간성과 계급과 문화를 가슴 저미게 파고드는 수법이 마술에 가깝다.”(《뉴욕 타임스 북 리뷰》) 등의 평가를 받으면서, 작가에게 본격적인 문학적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이다. 소설은 영국의 한 저명한 저택의 집사로 평생을 보낸 스티븐스가 생애 첫 여행을 떠나는 현재와, 그곳에서의 지난 시절에 대한 회상이 짜임새 있게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스티븐스는 여행하는 내내 ‘위대한 집사’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한다. 위대한 집사란 주인에 대한 절대적 믿음, 복종, 이를 넘어선 헌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이 현재까지 헌신해 온 영국 최고의 저택인 달링턴 홀과 그의 주인 달링턴 나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난 5일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호명되었다. 이에 낭만서점은 가즈오 이시구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그의 작품들과 그가 살아온 생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았다. 이번 특별편에는 낭만서점의 두 진행자 박경환, 허희 그리고 박혜진 평론가가 함께 했다.
『플립』은 괴짜 소녀 줄리와 외모만 번듯한 소심 소년 브라이스, 이 두 주인공이 마치 일기를 쓰듯 각자의 속마음을 번갈아 서술하는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래서 첫사랑의 진통을, 그것이 진통인지조차 모른 채 겪는 소년, 소녀의 다양한 감정과 심리 묘사가 더욱 진정성 있게 그려진다.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남녀의 차이, 오해가 발생하고 발전하는 과정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크고 작은 소동으로 이어진다. 베일 위기에 처한 플라타너스 나무를 지키기 위해 가지 위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고, 수정란을 부화시켜 병아리를 키우고, 도시락 바구니를 들고 데이트 경매에 참가하는 것처럼 자극적이지 않아 오히려 신선한 사건들은 마치 한두 가지의 양념으로 맛을 낸 봄나물처럼 풋풋한 매력을 지녔다. 두 주인공이 7살부터 13살까지 성장기를 보내며 겪는 이야기들을 다룬 이 작품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독자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소설이다. 현재 첫사랑의 진통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미처 알지 못했던 첫사랑 상대의 새로운 빛깔에 눈부셔하는 주인공들의 마음에 오롯이 이입해서 볼 수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지하로부터의 수기』.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로 여겨지는 이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세계에서 전환점이 된 소설로도 꼽힌다. 자기만의 세계 '지하'에 세상에 대한 싸늘한 경멸을 품은 채 살아온 한 남자의 독백과 경험담이 수기의 형태로 펼쳐진다. 젊은 시절 하급 관리로 사회생활을 했지만 친분 관계도 거의 없이 모든 이들을 혐오하는 남자는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복수할 궁리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지하에 틀어박혀 있다.
순간이었다.『마사지사』를 써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육 년 간의 기자생활을 접고 전업 작가로 전향한 지 십 년째.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진 작가 비페이위는 작업실 근처에 있는 맹인 마사지센터를 자주 찾게 됐다. 자연스레 맹인 마사지사들과도 친분이 쌓였는데, 대학 졸업 후 난징의 특수교육사범학교에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가르치는 교사로 일했던 경험도 있던 터라 마사지사들의 생활과 마음을 좀더 쉽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날도 마사지센터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하다 배가 고파진 비페이위와 마사지사들은 밖으로 나가 음식을 먹으려 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통로가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 도움의 손길을 주려 했으나 뜻밖의 어둠 속에서 주저하고 있는 찰나, 비페이위는 한 소녀 마사지사에게 손을 잡혔다. “도와드릴까요?”라는 소녀의 한마디. 소녀의 손을 잡고 무사히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소녀는 “이럴 땐 제가 선생님보다 낫죠?”라며 해맑게 웃었다. 그 순간이었다. 후드득 이야기가 몰려왔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자. 맹인 마사지사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렇게 “세상으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이들을 보게끔” 만드는 이야기가 시작됐다. 비페이위는 중국 문학상 중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꼽히는 루쉰문학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고(「수유기의 여자」 『위미』), 맨 아시아상도 수상하며(『위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중견 작가다. 경극 여배우의 신산한 삶을 그린 소설 『청의』(문학동네, 2008년)와 세 자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그린 『위미』(문학동네, 2008년)로 여성의 삶을 누구보다 실감나게 그리는 작가라 평가받는 그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다. 『마사지사』는 제8회 마오둔문학상을 수상하며 비페이위를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7년 만에 선보인 본격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제1권. ‘이것이 하루키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전부 담겨 있다는 평을 들으며 일본 출간 당시 130만 부 제작 발행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저자가 지금까지 구축해온 작품세계를 다양하게 변주하며 현세대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이자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내면 깊은 곳까지 내려가 농축한 결과물이다. 저자가 작가생활 초기에 주로 썼던 일인칭 시점으로 돌아와 그 매력이 한층 짙게 느껴지는 이 소설은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융합된 하루키 월드의 결정판으로도 볼 수 있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 후 집을 나오게 된 삼십대 중반의 초상화가 ‘나’. 친구 아마다 마사히코의 도움으로 그의 아버지이자 저명한 일본화가 아마다 도모히코가 살던 산속 아틀리에에서 지내게 된다. 어느 날 ‘나’는 아틀리에 천장 위에서 아마다 도모히코의 어느 화집에도 수록되지 않았던 그의 미발표작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하게 된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등장인물을 일본 아스카 시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 한 폭의 그림은 ‘나’를 둘러싼 주위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놓는다. 골짜기 맞은편 호화로운 저택에 사는 백발의 신사 멘시키 와타루가 거액을 제시하며 초상화를 의뢰하고, 한밤중에 들리는 정체 모를 소리를 따라 집 뒤편의 사당으로 가보니 돌무덤 아래에서 방울소리가 들려온다. 멘시키의 도움으로 돌무덤을 파헤쳐보니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어놓은 듯한 원형의 석실이 드러나고, 얼마 후 ‘나’의 앞에 아마다 도모히코의 그림 속 기사단장과 똑같은 모습을 한 ‘기사단장’이 나타나는데…….
이 모든 이들의 마음에 신선한 파동을 줄 백영옥의 장편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세월의 흐름만큼 성숙했고 여전히 스타일리시하다. 작가는 오랜 시간 작품을 마음에 품었다. 그리고 이를 독자들에게 새롭게 돌려주려 기존의 원고에서 상당 부분을 과감히 덜어냈고, 시류에 영향 받을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하면서 시간과 세대를 뛰어넘는 연애소설로 자리매김할 준비를 마쳤다. 개고를 거듭한 끝에 완성된 이 책은 인생과 일상, 일과 꿈, 사랑과 이별을 세련된 필치로 그려내며 연애소설이자 성장소설로도 손색이 없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백영옥은 관계 안에서 자족하고 성장하고 상처받고, 다시 또 새로운 관계를 탐색하는 등장인물들의 발걸음을 촘촘히 따라가며 그들 마음의 결을 포착하는 데 소홀하지 않는다. 또 작가 스스로 작품에 온전히 빠져들어 인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는 장점을 십분 발휘하는데, 상처를 이야기하면서도 재치를 잃지 않고, 이야기가 어둠속을 헤맬 때에도 독자로 하여금 빛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게 만드는 것 또한 백영옥의 서사가 일구는 긍정의 힘이다.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2007)과 『인간적이다』(2010)의 일부 원고와 그후 2017년까지 써온 최근작을 엮은『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에는 55편의 짧은소설들이 담겨 있다. 시인 성석제가 1994년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를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산문의 길이에, 시의 함축성을 품고 있으며, 소설의 재기발랄한 서사와 캐릭터까지 담긴 이 책은, 이야기꾼 성석제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17년의 성석제는 여전히 장르를 넘나들고, 책장이 서너 장 넘어가기도 전에 폭소와 찡한 감동을 선사하며 짧은소설의 미학과 현재성을 입증해낸다.
흔히 짧은소설은 ‘엽편소설(葉篇小說)’ ‘장편소설(掌篇小說)’로도 불린다. 그 분량의 단출함으로 인해 ‘나뭇잎 한 장’과 ‘손바닥’에 비유한 것이지만, 성석제의 손바닥소설은 다 읽고 나면 ‘장편소설(長篇小說)’이 주는 감정에 부럽지 않은 인생에 대한 통찰과 감동을 선사한다.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은 지긋지긋하게 사랑스러운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한 성석제식의 해부도이자, 요즘 ‘문학’과 ‘책’이 다소 어렵고 멀어 보인다는 이들에게도 거침없이 건넬 수 있는 유쾌한 프로포즈이다. 성석제는 신작이 담긴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과 함께 데뷔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와 성석제 짧은소설의 백미로 평가받는『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의 개정판을 함께 펴냈다.
인간과 컴퓨터(또는 기계)가 공존하는 시대를 세밀하게 그려낸 『보이지 않는 세계』는 과학과 암호학, 그리고 인공지능의 역사까지 아우르면서 인간의 사랑과 상실감, 그리고 관계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해주는 작품이다. 1920년대부터 2020년대를 넘나들면서 펼쳐지는 여정, 그리고 작가의 빛나는 상상력이 물 흐르듯 문장 하나하나 속으로 스며들어 때론 긴장감을, 때론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에이더를 홀로 키우는 데이비드는 명석하고 독특하고, 사교성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는 1980년대 보스턴 소재 컴퓨터공학 연구소 소장이다. 홈스쿨링을 받는 에이더는 매일 아버지와 연구소에 나간다. 열두 살 무렵의 에이더는 지독히도 수줍음을 타는 영재다. 연구소가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서 데이비드의 비밀스런 이력이 문제가 된다. 뒤이어 그가 앓고 있는 병이 알려지면서 연구소의 동료가 에이더를 보살핀다. 에이더는 그동안 아버지가 숨겨온 것들을 하나씩 알게 되고 암호화해놓은 비밀의 실체를 파헤쳐나간다. 커져가는 의혹, 하지만 그 속에서 에이더는 연민과 사랑을 느끼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나간다. 그리고 어른이 된 에이더가 가상 세계로 들어가면서 발견하는 사실과 비밀. 사랑하는 아버지의 숨겨진 과거와, 그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서는 천재 소녀. 진실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그것과 당당하게 마주 볼 수 있을까.
로빈 엘라코트에게 배달된 수수께끼의 상자. 그 안에 든 것은 끔찍하게도 여자의 잘린 다리다. 로빈은 기겁하고, 그녀의 상사인 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 역시 충격을 받는다. 그는 과거에 마주쳤던 사람들 중 이런 일을 저지를 법한 용의자로 네 명을 꼽는다. 모두 이토록 참혹한 일을 저지르고도 남을 사악함의 화신이다. 경찰은 그중 한 명의 용의자에 집중하지만, 스트라이크는 그가 범인이 아님을 확신한다. 결국 로빈과 함께 범인을 직접 추적하기로 결심한 스트라이크는 나머지 세 용의자의 어둡고 뒤틀린 세계로 들어간다. 하지만 끔찍한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두 사람은 시간에 쫓기게 되는데… 저자 로버트 갤브레이스는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 시리즈와 『캐주얼 베이컨시』를 쓴 J.K. 롤링의 필명이다. 『커리어 오브 이블』은 격찬받은 [코모란 스트라이크] 범죄소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전작 『쿠쿠스 콜링』과 『실크웜』은 각각 2013년과 2014년에 출간되었다.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프랑스에서만 2백만 독자를 보유한 밀리언셀러 작가이자 프랑스 톱베스트셀러 작가 프랑크 틸리에의 작품 『현기증』.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히치콕의 《현기증》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작품은 플롯보다는 인물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밀실 스릴러’로 출간 당시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극한 상황에 부딪힌 인간의 내면에서 이성과 광기가 충돌하는 순간을 세세히 그리며, 인간이 인간다움을 포기할 때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인간 본성 한가운데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두운 지하 동굴에서 깨어난 세 남자. 두 남자의 발에는 족쇄가, 한 남자의 얼굴에는 철가면이 채워져 있다. 메모에는 철가면의 남자가 나머지 두 남자에게서 50미터 이상 멀어질 경우, 철가면에서 폭탄이 터진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근처에서 벌거벗은 채 발견된 시체 한 구. 시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왜 이 세 사람이 선택되었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안고, 세 사람은 물과 식량 모두 제한된 동굴 속에서 생존과 탈출을 위해 몸부림친다. 마지막까지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생존을 위해 모든 걸 감내할 것인가. 두 가지 선택 사이의 갈등,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본성과 광기를 그린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이후 10년간의 집대성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7년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의 후보작에 이름을 올린 모리미 도미히코의 신작 『야행』이 예담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모리미 도미히코의 독특한 세계관과 고풍스러운 문체로 출간 즉시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를 일으켰다. 그의 기존 작품들이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드는 풋풋한 로맨스를 주로 다루었다면, 『야행』은 미묘한 심리 묘사를 유지하면서 여행과 열차, 그리고 괴이한 경험담을 주제로 여름밤에 읽기 좋은 서늘하고 오싹한 세계를 펼치고 있다. 특유의 ‘매직 리얼리즘’ 기법으로 현실과 가상을 교묘하게 배열하며 진행되는 이 소설은 작가의 고향인 교토 외에도 일본의 실제 지역들이 다수 등장하며 주인공들의 여행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섬세한 묘사가 뛰어나다. 10년 전 영어회화 학원 동료들과 밤의 불 축제인 진화제에 참가했을 때 동료인 하세가와 씨가 홀연히 사라진다. 주인공 오하시를 비롯해 영어 회화 학원의 동기였던 다섯 사람은 그녀의 행방불명 이후 10년 만에 같은 축제에서 다시 모인다. 오하시는 조금 일찍 도착해 약속 시간을 기다리다가 실종된 하세가와 씨와 꼭 닮은 사람을 발견하곤 뒤를 쫓는다. 그리고 그 여자를 따라 한 화랑에 들어가지만 어째서인지 종적을 놓치고, 마침 화랑에서는 ‘기시다 미치오’라는 작가의 동판화를 전시하는 중이다. 「야행」이라는 제목의 이 연작 동판화들에는 하나같이 얼굴이 달걀처럼 매끈한 여자가 새겨져 있다. 이후 동료들과 합류해 숙소에서 식사를 하면서, 오하시는 좀 전의 기이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동료들이 모두 「야행」이라는 동판화 연작과 관련된 신비로운 체험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축제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각자 자신이 겪은 기묘한 밤의 모험담을 풀어내는데….
윌리엄 골딩은 〈사실적인 설화 예술의 명쾌함과 현대의 인간 조건을 신비스럽게 조명하여 다양성과 보편성을 보여주었다〉는 수상 이유와 함께 198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그의 첫 장편 소설이자 출세작인 〈파리대왕〉은 1954년, 골딩의 나이 43세 때 출간되었다. 그때까지 장편 세 편을 따로 써 둔 게 있었지만 발표는 하지 않았다. 이미 남들이 써놓은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핵전쟁이 벌어진 위기상황에서 한떼의 영국 소년들이 후송되던 중 무인도에 불시착한다.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소년들의 삶과 죽음, 투쟁을 그린 작품으로 인간 본성의 결함에서 사회결함의 근원을 나타낸 소설이다. 일반적인 불안의 풍토 속에서 구상된 모험담으로 우화와 알레고리의 차원을 지닌 작품으로 폭발적인 호소력을 발휘한 소설이다.
제7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행복의 과학』. 한 달에 한 번씩 등단 10년차 이내의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여 ‘이달의 소설’을 선정, 웹사이트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후보작으로 하여 수상작을 선정하는 문지문학상의 제7회 수상작품집이다. 수상작인 박민정의 「행복의 과학」을 비롯해 「쇼코의 미소」로 작년 한 해 큰 주목을 받은 최은영의 작품 두 편과 윤해서, 구병모 등 9명의 작가의 10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
일본의 신흥 종교 ‘행복의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행복의 과학」. 전 세계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신민족주의와 소수자혐오의 문제를 행복의 과학이라는 종교와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굵직한 문제의식들을 중첩시켜 다루고 있다.
『비행운』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김애란의 신작 소설집. 역대 최연소 수상으로 화제를 모은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와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포함해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렸다. 가까이 있던 누군가를 잃거나 어떤 시간을 영영 빼앗기는 등 상실을 맞닥뜨린 인물의 이야기, 친숙한 상대에게서 뜻밖의 표정을 읽게 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스러움, 언어의 영(靈)이 들려주는 생경한 이야기 등이 김애란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펼쳐진다. 낭만서점에서는 소설집에 실린 「건너편」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아베 코보는 《뉴욕타임스》선정 세계 10대 문제 작가 중에 속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가이다. 그와 동세대인 전후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로는 미시마 유키오, 오오카 쇼헤이 등을 들 수 있다. 그들은 일상사에서 소재를 찾는 일본의 전통적인 사소설 작가들과는 차별성을 띠며, 인간의 존재 양식을 근본적으로 묻는 관념적 성향과 새로운 방법론 추구를 특징으로 한다. 아베 코보의 대표작『모래의 여자』는 한 남자의 실종 사건이 근간이 된다. 주인공은 잿빛 일상에서 도피하기 위해 모래땅으로 곤충 채집을 나선다. 그가 찾아간 해안가 모래 언덕에는 기이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마치 부서져가는 벌집처럼 거의 20미터나 될 정도로 깊게 파인 모래 구덩이들 속에 집이 세워져 있다. 남자는 마을 사람들의 계략으로 여자 혼자 사는 모래 구덩이에 갇히게 되고, 흘러내리는 모래에 집이 파묻혀 버리지 않도록, 마치 쉬지 않고 돌을 굴려야 하는 신화 속의 시지프처럼 매일매일 삽질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어이없어 하는 그에게 여자는 자기 혼자서는 그곳 생활을 견디기가 벅차다고 해명한다. 한 집이 붕괴되면 사구에 자리잡은 마을 전체가 붕괴되기 때문에 작업을 멈출 수가 없다고. 모래 구덩이에 갇힌 주인공이 끊임없이 겪게 되는 육체적, 정신적 변화를 꼼꼼하게 추적하여 그 속에서의 하루하루를 실감나게 묘사한, 서스펜스와 철학적 인식의 깊이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소설이다.
세상을 해석하는 다채롭고 새로운 시선
소설집의 표제작인 「예술과 중력가속도」는 계간 『창작과 비평』2010년 겨울호에 발표한 단편소설로, 달에서 했던 무중력 공연을 완벽하게 재연하고자 하는 의지로 가득한, 달에서 온 무용수 은경 씨와 쉽게 가닿을 수 없는 그녀의 내면을 이해하고자 애쓰는 ‘나’ 사이의 웃지 못할 해프닝을 그려낸 작품이다. ‘식사 시간을 피해서 읽을 것’이라는 주의사항을 달아두어야 할 만큼, 읽는 내내 거부할 수 없는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이 작품은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의 불가능함과 그로부터 말미암은 나와 너 사이의 간극, 끝내 읽혀지지 않는 의미의 심원함에 대해 환기시킨다.
조이스, 프루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기수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간 본성과 삶의 진실을 규명한 버지니아 울프 최고의 소설이자 가장 자전적인 작품
아름다운 여름날, 헤브리디스 군도의 작은 별장에 램지 가족과 그들의 손님들이 모인다. 막내 제임스가 등대에 가고 싶어 하자, 램지 부인은 희망적인 대답을 들려주지만 램지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아들을 낙담시킨다. 재능이 있으나 성정이 불안한 남편 램지를 한결같이 보살피고 내조하는 전형적인 빅토리아 시대 여성 램지 부인은 단절되고 분열된 사람들을 화합으로 이끄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감정적인 피로에 시달리며, 자기 행동이 이기심이나 허영심의 발로는 아닌지 괴로워한다. 명민한 철학자이나 위압적인 아버지 아래서 지내 온 쓰라린 유년 시절의 추억과, 젊은 세대 예술가이자 여성으로서의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작가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등대로』는 버지니아 울프의 작가 세계를 이해하는 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선보이는 작품마다 마니아를 양산하며 대중을 끊임없이 매료시켜왔던 작가 이정명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장편소설 『선한 이웃』이 출간되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정보기관 공작원과 권력의 타깃이 된 연극 연출가 간의 대립을 담은 『선한 이웃』은 생존을 위해 악에 부역할 수밖에 없었던 이 사회의 주변인들이 겪는 고뇌, 갈등 그리고 최후의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전작들에서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역사와 허구의 결속을 흥미롭게 이끌어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직접 겪은 80년대의 한국 현대사를 바탕으로 한층 진화한 서사, 보다 깊이 있고 묵직해진 메시지를 선보인다. 『선한 이웃』은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을 모티프로 운동권의 실세로 지목된 미지의 인물과 그를 쫓는 공작원, 젊은 연극 연출가와 그의 연인 그리고 모든 공작의 배후에 서 있는 관리자 등 다섯 명의 시점으로 격동의 시대를 돌아본다. 작가는 각각의 등장인물들을 차분하게 조명하면서 혼돈과 절망의 구렁텅이로 개개인을 몰아가는 국가권력에 주목한다. 또한 그 이면에서 ‘정의’와 ‘선’이 도구적 가치로 활용되며 굴절되어가는 과정들을 생생하게 조명해낸다. 특히 작품 말미에 등장하는 충격적 반전은 우리에게 이 이야기가 과거에 묶인 것이라기보다 현재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만하다는 점에서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또렷하게 각인시킨다. 특히 1987년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선한 이웃』은 지난날 권력의 횡포에 맞서 촛불을 들었던 우리의 기억과 맞물리며 또 다른 의미의 결을 획득한다.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가 5년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시대의 소음』. 맨부커상 수상 이후 발표한 첫 소설로, 거대한 권력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평범한 한 인간의 삶을 내밀하고도 깊이 있게 그려내며 스스로를 뛰어넘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치밀한 자료조사와 섬세한 상상력, 극적인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시적이고 철학적인 문장들로 살아남은 자로서 역사가 된 쇼스타코비치의 인생을 그려내고 스탈린 치하 러시아의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려내 우리의 현실과 마주하게 한다. 한때 불세출의 천재로 추앙받다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남자, 작곡가 쇼스타코비치가 여행 가방을 들고 승강기 옆에 서 있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스탈린 정권의 눈밖에 나 음악을 금지당하는 것은 물론, 언제 끌려갈지 몰라 매일 밤을 이렇게 지새우는 남자. 친구도 동료도 은밀히 사라져가는 하루하루, 그는 그 암흑의 시대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스미노 요루의 압도적 데뷔작『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처음에는 파격적인 타이틀로 눈길을 끌었고,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문체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필력이 대단하며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2016년 일본 문학계를 휩쓴 작품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소녀와 함께한 어느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2017년 여름 일본 현지에서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먼지 뿌연 도서실, 낡은 책장에 꽂힌 서적들의 순번, 조용히 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기는 걸 좋아하는 ‘나’는 익숙한 것에서만 위안을 찾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나는 병원에서 낡은 소파 구석에 놓인 공책 한 권을 발견한다. ‘췌장…… 죽는다…… 공병(共病)문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에 마음을 빼앗긴 내 앞에 예쁘고 명랑한 사쿠라가 나타나 공책이 자신의 것이라고 말한다. 당황한 나, 그리고 환한 미소를 짓는 사쿠라. 그녀와 나는 점점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 그 이상의 관계로 맺어지기 시작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이후 7년 만에 펴낸 김영하의 소설집 『오직 두 사람』.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한국문학의 지평을 확장해온, 이른바 ‘김영하 스타일’이 총망라된 작품집이다.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 그리고 상실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일곱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한 인간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부터 다종다양한 관계의 모순, 더 나아가 소위 신의 뜻이라 비유되는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인간의 고뇌까지 담아낸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2014년 겨울에 발표한, 제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아이를 찾습니다」를 기점으로 그전과 그 후의 삶과 소설 모두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해 4월에는 모두가 알고 있는 비극적 사건이 있었다. 그 이전에 쓰인 소설 「옥수수와 나」, 「최은지와 박인수」, 「슈트」에서는 무언가를 잃은 인물들이 불안을 감추기 위해 자기기만에 가까운 합리화로 위안을 얻고 연기하듯 살아간다. 그 이후에 쓰인 소설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 「신의 장난」, 「오직 두 사람」 속 인물들은 자위와 연기를 포기한 채 필사적으로 그 이후를 살아간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하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저자는 문학을 통해 혼란으로 가득한 불가역적인 우리 인생에 어떤 반환의 좌표 같은 것을 제공하고자 한다.
영화와도 같은 강렬한 사건과 매혹적인 문체로 시선을 사로잡는 한국형 영 어덜트 소설 『아몬드』.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해진 공감 불능인 이 시대에 큰 울림을 주는 이 작품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소년의 특별한 성장을 그리고 있다. 감정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열여섯 살 소년 선윤재와 어두운 상처를 간직한 곤이, 그와 반대로 맑은 감성을 지닌 도라와 윤재를 돕고 싶어 하는 심 박사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우리로 하여금 타인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럼에도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전한다.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열여섯 살 소년 선윤재.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 분노도 공포도 잘 느끼지 못하는 그는 타고난 침착성, 엄마와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 덕에 별 탈 없이 지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이던 열여섯 번째 생일날 벌어진 비극적인 사고로 가족을 잃는다. 그렇게 세상에 홀로 남겨진 윤재 앞에 ‘곤이’가 나타난다. 놀이동산에서 엄마의 손을 잠깐 놓은 사이 사라진 후 1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곤이는 분노로 가득 찬 아이다. 곤이는 윤재를 괴롭히고 윤재에게 화를 쏟아 내지만, 감정의 동요가 없는 윤재 앞에서 오히려 쩔쩔매고 만다. 그 후 두 소년은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고, 윤재는 조금씩 내면의 변화를 겪는데…….
일본의 대표적 소설가 엔도 슈사쿠.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적이 있으며, 종교소설과 세속소설의 차이를 무너뜨린 20세기 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저자의 대표작 『침묵』. 이 작품은 그에게 다나자키 상을 안겨 준 것으로 오랫동안 신학적 주제가 되어 온 '하나님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시는가?'라는 문제를 17세기 일본의 기독교 박해 상황을 토대로 진지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신앙을 부인해야만 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고민하는 인물들에 대한 심리 묘사가 치밀하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절제된 고전 기법으로 묘사된 등장인물들의 시련, 일본 문화와 지극히 서양적인 종교 양식의 미묘한 대립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배설, 성장통, 성, 질병, 노화, 죽음 등에 대한 가식도 금기도 없는 내밀한 기록을 담은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 『몸의 일기』. 한 남자가 10대부터 80대까지 존재의 장치로서의 몸에 관해 쓴 글을 모은 것으로, 흔히 일기라고 할 때 떠올리게 되는 내면에 대한 일기가 아닌 오로지 몸에 관한 일기다. 제목부터 독특한 이 소설은 2012년 출간 당시, ‘몸’의 일기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프랑스 서점가에 센세이션을 몰고 왔다. 문학에서는 낯설지만 동시에 우리의 삶에서는 익숙한 새로운 세계를 연 이 작품 안에는 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상황이 사실적으로 솔직하게 서술되어 있다. 양치질의 귀찮음, 가려운 곳을 긁는 즐거움, 코딱지를 가지고 노는 재미, 나이 대에 따른 대변의 변화 등 타인에게 털어놓기 힘든 내밀한 경험들까지 고스란히 적힌 이 일기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몸을 발견하게 된다.
「별들의 들판」 이후 13년 만에 펴내는 공지영의 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2000년 이후 집필, 발표한 작품들 가운데 21세기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작과 신작 산문을 수록한 소설집으로, 단편소설이 갖춰야 할 소설 미학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다고 평가받은 저자의 최근 작품 경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죽음에 직면한 할머니를 둘러싸고 가족들 사이에 벌어지는 또 다른 죽음의 행렬 속에서 경악하는 소녀의 독백을 담은 표제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일찍 집을 떠나 서울로, 지방의 공장으로 떠돌다가 다시 고향땅에 돌아와서도 밑바닥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 순례가 다시 희망의 싹을 틔우는 「부활 무렵」 등 저자의 매력적인 문장들과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미국 현대 문학의 개척자라 불리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 퓰리처상 수상작이자 헤밍웨이의 마지막 소설로, 작가 고유의 소설 수법과 실존 철학이 집약된 헤밍웨이 문학의 결정판이다. 한 노인의 실존적 투쟁과 불굴의 의지를 절제된 문장으로 강렬하게 그려냈다. 십여 년 동안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했던 헤밍웨이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적 생명력을 재확인하고 삶을 긍정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개인주의와 허무주의를 넘어 인간과 자연을 긍정하고 진정한 연대의 가치를 역설한다. 감정을 절제한 문체와 사실주의 기법, 다양한 상징과 전지적 화법을 활용하여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아랍인이라는 출신 성분에 장애인이란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삐딱한 시선을 받으며 살아온 서른 살 청년 자말. 체제와 편견의 희생자로서 그는 스스로 운이 없는 사내이며 동전은 늘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조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가장 험난한 몽블랑 산의 울트라트레일 완주를 꿈꾸며 날마다 달리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어느 겨울, 훈련을 위해 찾은 작은 해안마을의 절벽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투신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그의 운명은 또다시 크게 흔들린다. 행운의 여신은 언제나처럼 그의 편이 되지 않으며 그가 던진 동전은 늘 나쁜 쪽으로 떨어진다는 걸 증명하듯이. 자말은 자신이 사건의 목격자일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절벽에서 떨어진 여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임이 밝혀지면서 모든 정황은 그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2012년 『그림자 소녀』의 성공으로 프랑스에서 대대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미셸 뷔시는 매년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왔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소재와 놀라운 상상력으로 감탄을 자아냈던 저자는 추리소설 독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까지도 사로잡으며 2016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 2위에 올랐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시각적인 요소, 유려하고 거침없는 문체, 인물들의 심리와 감정에 대한 빼어난 묘사, 적절한 유머와 진한 여운, 완벽한 속도의 완급은 명품 스릴러를 만들어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또한 음악, 미술, 문학, 영화, 역사, 자연환경 등 소소하게 곁들어진 인문학적 사료들은 추리소설을 교양의 영역으로 확장하며 더욱 풍성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로 한 단계 끌어올린다.
외국에선 유명한 작가이지만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작가 네 명을 소개한다. 『왕과 서커스』의 요네자와 호노부, 『로드』의 코맥 매카시, 『딩씨 마을의 꿈』의 옌롄커, 『절대 잊지마』의 미셸 뷔시까지. 물론 이들 역시 이미 한국에서 유명하고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작가들일 테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외국에서의 유명세에 비해 국내에서 덜 유명한 작가라고 생각되어 꼽은 작가들이다.
코맥 매카시의 경우 윌리엄 포크너, 허먼 멜빌,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비견되는,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 출간하는 작품마다 큰 사랑을 받을 만큼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는 『로드』외에는 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요네자와 호노부 역시 2014년 출간된『야경』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주간분슌 미스터리 베스트 10’ 일본 부문 1위에 올라 사상 최초로 미스터리 3관왕을 달성했고 그것도 모자라 다음해 『왕과 서커스』로 2년 연속 동일 부문 3관왕을 달성했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이다. 하지만 그 유명세에 비해 한국에서는 큰 사랑을 받고 있지 못한 게 사실이다. 중국을 대표하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옌롄커와 최근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 받는 작가 중 하나인 미셸 뷔시 역시 그 인지도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낭만서점의 두 진행자와 교보문고 소설분야MD 구환회, 문학평론가 박혜진이 함께한 이번 방송에서는 국내에서의 인기가 아쉬운 네 명의 작가와 작품 그리고 그들의 작품이 유독 한국에서 약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칠레의 국민 시인 네루다를 통해 문학의 진실과 감동, 시의 본질을 일깨워 주는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대표작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파블로 네루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작품으로, 한 편의 시가 삶과 자연과 세계와 만나 마침내 새로운 삶과 사랑을 이끌어내는 문학의 진실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위대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소박한 칠레 민중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이 책에는 잔잔하면서도 진한 감동 외에도 재치 넘치는 묘사와 대화, 해학적인 성 묘사, 순수함이 빚어낸 각종 일화 등 독자를 매료시키는 요소들이 풍부하다. 사회 부조리를 진지하고 침울하게 성찰하고 고발하는 데 주력한 당시 칠레 문학과는 달리, 인간의 삶은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것인 만큼, 문학도 역시 삶의 활력과 즐거움을 다루어야 한다는 신념을 반영한 스카르메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2017년 제8회 젊은작가상 심사를 위해 젊은 평론가 노태훈, 이은지, 이재경이 2016년 한 해 동안 그 방대한 작품들을 찾아 읽고 토론하여 문제작을 선별해 스물아홉 편의 작품을 추려냈고, 여기에 신샛별, 황현경 평론가가 합류하여 1차 선고 결과를 보완해 2차 선고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 결과 총 열아홉 편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본심 심사위원 권희철, 김연수, 김인숙, 남진우, 하성란이 토론글 거려 일곱 편의 수상작과 그 가운데 한 편의 대상작을 선정했다.
낭만서점 90회 두번째 트랙에서는 강화길 작가와 대상을 받은 임현작가를 초대해 수상 소감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등단 10년 이내의 젊은 작가가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작품에 수여하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매해 일곱 편의 수상작과 젊은 평론가의 해설을 엮어 출간해온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한국문학의 정체(停滯)를 한순간도 용납하지 않고 갱신을 반복하는 젊은 작가들의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는 임현 최은미 김금희 백수린 강화길 최은영 천희란의 빼어난 소설들이 수록되었다.
낭만서점 90회 첫번째 트랙에서는 임현 작가와 강화길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 다룰 예정이며 90회 두번째 트랙에서는 작가들을 직접 초대해 젊은작가상 수상 소감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나눌 예정이다.
저자 테드 창 Ted Chiang(1967~)은 미국 브라운 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과학도이자 ‘전 세계 과학소설계의 보물’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소설가. 동시대 과학소설 작가들의 인정과 동시대 과학소설 독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작가이다. 작품이 매우 드물어 1990년 등단 후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이 완성도 높은 중 ㆍ 단편 15편뿐이다. 현재까지 그의 유일한 작품집인『당신 인생의 이야기』에는 그중 8편이 실려 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전 세계 15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사고실험의 향연을 통해, 과학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지적 상상력과 소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철학적 사유를 선사한다. 그중 언어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다른 외계 지성과의 조우를 통해 인류가 맞이하는 인식의 변화를 그린 「네 인생의 이야기」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2016)로 만들어졌으며, 지성의 향상으로 인한 인식의 변용과 초지능 대 초지능의 대결을 그린 「이해」 역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
지난 3월 17일(금) 광화문 워켄드 내 아크홀에서 낭만서점 낭독극장이 열렸다. 이번 낭독극장은 소설가 김훈과 함께 하는 낭독극장으로, 작가의 신작 『공터에서』를 각색하여 뮤지컬 배우 김성현과 낭만서점의 두 진행자 박경환, 허희가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낭독 이후에는 김훈 작가가 직접 나와 독자와 만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날 독자들과 함께 낭독극장을 관람한 김훈 작가는 "음성이 글을 증폭시켜 글을 읽으면 머 릿속에 영상이 떠오르잖아요. 그걸 더 구체적으로 육화해서 현실화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고 말하며 자신의 작품을 낭독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행사를 찾은 최희진씨는 "낭독 콘서트를 처음 가봤는데, 귀로 글을 읽는 체험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김훈 작가의 책은 그냥 늘 가슴을 찡하게 하는 게 있는데, 귀로 들으면서도 그랬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관객 김소희씨는 "어지러운 나라에서 살아가는 남루한 우리들의 슬픔과 고통을 위로해주는 시간이었다"고 공연에 참석한 소감을 밝혔다. 공연은 약 두 시간 가량 진행되었으며 이후에는 사인회를 열어 작가를 찾은 팬들에게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피의 꽃잎들』은 독재 정권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작가를 투옥되게 한 문제작이다. 1977년, 식민주의자들과 결탁한 신식민주의자들의 문제를 파헤친 이 작품을 발표한 후 당시 부통령이자 1982년부터는 대통령이 되어 이십 년 동안 장기 집권한 대니얼 아랍 모이의 분노를 사고 투옥되었던 것이다. 투옥 가능성을 감수하고 써 내려간 『피의 꽃잎들』은 자본주의와 부패한 권력자들에게 농락당하는 농민과 지식인의 처절한 삶을 기록하고, 식민 지배자였던 백인 세력과 야합하여 민중을 배신하고 그 위에 군림하는 기회주의자들을 고발한다. 작가란 “마음의 의사요, 공동체의 영혼”이라 규정했던 응구기이기에 이 작품 역시 고통받는 민중을 대변하면서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다. 수감된 상황에서도 그는 김지하 시인의 「오적(五賊)」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인 『십자가 위의 악마』를 썼는데, 종이가 없어 화장지에다 써 내려갔다고 한다. 구체적인 기소나 재판 절차 없이 수감되어 있던 그는 국제사면위원회의 석방 노력 덕분에 1년 만에 감옥에서 풀려났다. 그 후 1982년, 응구기는 기쿠유어로 썼던 『십자가 위의 악마』를 직접 영어로 다시 써서 출간한 후 홍보차 영국에 갔다가 케냐 독재 정권의 살해 음모를 알아채고 귀국하지 못한 채 유랑하게 된다. 이후 영국에서 한동안 살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예일 대학교, 이스트매사추세츠 대학교, 스미스 대학교, 미시건 대학교, 뉴욕 대학교 등에서 객원 교수를 역임하며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계속해 갔다.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여전히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 속 '지영'은 82년에 태어난 여아 중 가장 많이 등록된 이름이라고 한다. 가장 흔한 이름을 사용한 것은 이 시대 젊은 여성들의 삶을 보편적으로 그리기 위한 작가의 전략적 선택이다. 실제 소설은 소설 같지 않다고 생각될 만큼 현실적이며 이 시대의 여성들이 겪고, 듣고, 보아온, 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그 흔히 듣고 보아온 이야기가 글로 쓰이니 뭔가 이상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성들이 살기에 이 세상은 부당하고 불편한 것 투성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양성평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성의 직선적이고 강경한 목소리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그런 소설이다. 주인공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 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는 이 소설은 1982년생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하게 묘사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제도적 성차별이 줄어든 시대의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억압하는지 보여준다. 맘충, 여혐, 메갈리아 등 페미니즘 관련 이슈가 연일 뜨거운 요즘 관련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자신의 경험을 소설 소재로 녹여내 왔던 박완서가 오롯이 본인의 경험만을 써내려간 ‘자전적 이야기’다. 그중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끝난 시점, 박완서의 20대, 한국전쟁의 한가운데서부터 시작한다. 오빠의 다리 부상에서 시작하여 어쩔 수 없이 공산당을 도왔던 1·4 후퇴 당시 인공 치하의 서울 생활, 생존을 위해 빈집을 털고 다과점을 개업하고 PX에서 일하던 시절의 모습, PX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찬란히 빛나던 유년 시절은 풍광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는 굵직한 시대 격변기 속에서 빛을 잃고 삭막한 곳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늘의 이웃이 내일의 적으로 바뀌고, 암흑만이 가득하던 상황에서 박완서는 삶, 정확히는 생명이 약동하는 것들에 대한 갈망이 움트는 것을 느낀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피할 수 없는 시대에 고통 받고, 다시 이겨낸 개인, 한 가족,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헤어짐을 고민할 정도로 사이가 멀어진 남편 사치오와 아내 나츠코. 서로에게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된 부부지만 겉으로는 특별한 걱정이나 갈등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잘 나가는' 작가와 번듯한 미용실을 운영하는 미용사인 두 부부는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멀어져 이제는 서로의 존재 자체가 부담이 되었다. 심지어 남편은 자신의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 직원과 불륜을 저지르기까지 하며 둘의 관계는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던 중 아내 나츠코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모든 사고가 그렇듯 갑작스럽게. 그리고 이제 영화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아주 긴 변명』은 아내를 잃은 남편의 상실감과 후회, 극복을 위한 노력, 실패 등 인물의 다양한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며 쫓는다. 그 일련의 과정은 하나의 '긴 변명'이 되어 독자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일본에서만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역사를 다시 쓴 <너의 이름은。> 줄곧 자신의 애니메이션을 소설로 각색해왔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섬세한 문체로 완성된 이 작품 역시 일본 소설 판매 100만부를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만날 수 없었던 두 사람, 미즈하와 타키의 극적인 만남, 기적 같은 사랑과 더불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던지는 또 하나의 화두가 담긴 이 소설을 통해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산간 지역 시골 마을에 사는 여고생 미츠하는 어느 날 자신이 남자가 되는 꿈을 꾼다. 낯선 방, 처음 보는 친구들, 눈앞에 펼쳐지는 대도시 도쿄의 거리. 한편, 도쿄에서 생활하는 남고생 타키 역시 어느 산 속 마을에서 자신이 여고생이 되는 꿈을 꾸게 된다. 드디어 두 사람은 꿈속에서 서로가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더 이상 두 사람의 몸은 뒤바뀌지 않게 되고 타키는 꿈속 기억에 의지해 미츠하를 찾아 나서는데…….
교보문고 낭만서점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독자에게 가장 많이 사랑 받은 일본 소설에는 어떤 책들이 있는지 교보문고 온,오프라인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여 상위 30개의 도서를 뽑아 보았다.(분권으로 출간된 도서는 가장 판매가 좋은 상위 한 권으로 집계하였다) 한국 소설 시장에서 일본 소설은 크게 3명의 작가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판매 순위 상위 30편의 작품 중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8편,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4편,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이 4편으로 절반을 차지하였다. 더구나 10위 안에는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와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를 제외하고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무라카미 하루키 두 작가의 작품이 무려 8권을 차지하며 두 작가가 한국에서 얼마나 많이 사랑 받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도서 리스트를 살펴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이 판매 1위를 차지하였고 그 뒤를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그리고 2005년 출간된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가 3위에 올랐다.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은 2012년 12월에 출간되어 다른 책들에 비해 판매 기간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 1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는 출간이 조금 지난 시점부터 집계된 것임에도 현재까지 꾸준한 판매가 이뤄지며 독자에게 사랑 받고 있지만 이후 출간된 그의 다른 작품들은 순위권에 오르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며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와 『상실의 시대』, 『여자 없는 남자들』이 각각 4위와 5위, 7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고 『1Q84』의 경우 1, 2, 3권 각각이 모두 높은 판매 순위를 보여주며 판매순위 상위에 올랐지만, 낭만서점에서 뽑은 리스트에서는 한 권으로 집계하였다. 그 뒤를 이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가면산장 살인사건』, 『라플라스의 마녀』가 각각 6위와 8위, 9위를 차지했고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로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얻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동명 원작 소설이 10위에 올랐다.
러시아 문학의 거장 도스또예프스끼의 중편 『노름꾼』. 외국을 여행하는 한 러시아 인의 체험을 통해 러시아 사회의 현재와 그 특징들을 살펴보고 있다. 노름꾼인 주인공의 이야기이면서, 나아가 당시 러시아 사회의 모습을 한 개인의 의식 속에 투영해 놓은 작품이다. 출판사의 위협 아래 27일 만에 즉흥적으로 씌어진 작품이지만, 개인과 개인을 둘러싼 환경, 개인의 고립, 신비주의적 세계관, 의식의 분열 등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제기되었던 문제들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또한 중심 테마와 모티프들에서 작가의 실제적인 삶과 일치하는 부분들을 엿볼 수 있다.
임성순 작가하면 우선 자유로움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작가 본인 역시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글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장르의 구분 없이 그저 쓰고 싶은 글을 자유롭게 쓰고 싶다고 밝혀왔던 작가는 실제 색깔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소설들을 출간해오며 독자들을 또 다른 의미로 놀라게 했다. 살인을 설계하는 청부살인범의 이야기 『컨설턴트』를 시작으로 뜬금없이 문근영을 위험에 빠트리는 세 남자의 이야기이지만 그 형식이 파격적인 소설 『문근영은 위험해』로 독자를 혼란에 빠지게 했다. 이어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에서는 장기적출과 시한부 인생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진중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그리며 다른 ‘결’을 보여준다. 좀처럼 작가의 스타일을 가늠하기 힘든 그의 소설은 『극해』에 이르러 절정을 이른다. 태평양 위를 표류하는 포경선 유키마루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 전쟁을 그린 『극해』는 강한 몰입감과 긴박감이 뛰어난 작품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작인 『자기계발의 정석』에서는 다시 한번 작가의 재기 발랄함을 뽐내며 돌아왔다. 이처럼 뛰어난 작가임에 틀림없는데 아직 많은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진 못했다. 물론 임성순을 따라 읽는 많은 독자들이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소설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지만 소설가를 알리는 것 또한 낭만서점의 사명이라 생각하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아니 이미 기대하고 있는 소설가 임성순을 소개한다. 임성순 작가의 멋진 목소리는 낭만서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이왕이면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는 것도 큰 힘이 될 것 같다. 작가에게도 낭만서점에게도.
소설을 쓴 김주연 작가는 "부디 이 책이 당신 곁에 머물며 작은 위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방글방글 터지는 아이의 미소, 맛있는 커피 한 잔, 속이 뻥 뚫리는 맥주 한 캔이 주는 그 기쁨의 크기만큼으로 말이지요. 이 순간에도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로 인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이 땅의 모든 당신들. 그대들 덕분에 나도 지금까지 잘 해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출간의 이유를 밝힌다. 작가의 육아 경험이 잔뜩 묻어난 소설이지만 육아의 힘겨움을 소설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작가의 의지와 노력이 전해진다. 또한 육아를 하는 이들 혹은 육아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철저히 타겟팅 된 소설이란 게 흥미롭다. 물론 육아를 간접 경험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문학이 육아를 비롯해 우리의 무관심 속에 홀대 받고 있는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에 대해 다양한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라며 낭만서점 79회에서는 김주연 작가의 『육아의 여왕』을 다루기로 한다. 방송에는 소설을 쓴 김주연 작가가 함께 참여해 주어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06년에 『B컷』으로 출사표를 던진 최혁곤 작가는 이 작품이 제대로 된 한국형 스릴러 소설로 인정받으며 업계(?)의 주목을 끌었고 2013년 『B파일』로 한국추리문학대상을 수상하며 주목할 만한 한국 추리소설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최근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을 출간했다. 이번 소설은 2012년 네이버에서 연재되며 큰 호평을 받았던 「두 개의 목소리(연재 당시 제목 : 밤의 노동자)」를 포함한 총 7편의 에피소드가 담긴 연작단편집으로, 성향이 다른 두 남자가 짝을 이뤄 사회 뒷골목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경쾌하고 밝은 필치로 그리고 있다. 사랑했던 옛 여인의 처참한 죽음을 발견하며 시작되는 소설은 빠른 호흡을 유지하며 다양한 사건들을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기자와 형사의 조합이라는 다소 전형적인 캐릭터 조합이지만 현직 기자 신분을 갖고 있는 작가이기에 그가 그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더욱 핍진하다. 사라진 개를 찾아달라는 사건부터 중동의 테러리스트일지도 모르는 남자를 쫓는 위급한 일까지 사건의 스펙트럼은 무척이나 방대하다. 잔혹한 범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정하고 쾌활한 분위기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클로즈드 서클, 암호 풀기 등 본격 미스터리 요소도 잊지 않았다.
신년을 맞아 준비한 낭만서점 특별기획 '알리고 싶은 소설, 알리고 싶은 소설가'.
특별기획 1편에서 다룰 소설은 이영훈 작가의 『연애의 이면』이다. 은행나무 출판사의 노벨라 시리즈로 나온 소설 중 한 권으로 삶의 기로를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주인공이 불가해한 사랑을 만나 비로소 스스로 삶을 선택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벨라 시리즈는 200자 원고지 300~400매 분량의 소설 시리즈로 한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리즈다. 소설은 여느 로맨스 소설과 같이 달콤하고 이상적인 사랑 이야기로 시작한다. 백마 탄 왕자님 느닷없이 등장하고 삶에 찌든 공주를 구출하는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의 공식을 따른다. 대기업 계약직 말단 사원인 연희와 건실한 투자회사 대표로 있는 연호. 연호는 그림자처럼 연희의 곁에서 선의를 베풀며 머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연희는 연호가 자신에게 과분한 사람일 뿐 아니라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특별한 자극 없던, 다소 닭살스러운 로맨스를 보여주던 소설은 페이지를 몇 장 남겨두고 충격적인 반전을 던진다. 이전이 이야기는 결말을 위한 일종의 함정(?)이었다고 할만한. 그 놀라운 결말은 물론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낭만서점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더구나 낭만서점에선 작가의 생생한 설명을 곁들을 수 있다. 는 점을 강조한다. 더 재미있다는 얘기다.
최근의 근황과 작업중인 작품 소개 그리고 박경환이 추천하는 두 편의 에세이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 대한 이야기
소설가들은 과연 어떤 소설을 읽을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소설가라는 직업은 꽤나 긴 시간 동안 하나의 호흡을 이어가야 하는 일인데 그 와중에 시간을 내어 굳이 찾아 읽는 책이라면 과연 어떤 소설일까? 물론 소설을 쓰지 않을 때 읽을 수도 있지만 글을 좋아하는 이들이라 소설을 쓰는 와중에도 소설 읽기는 멈출 것 같지 않다. 더구나 그들은 소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이니 정말 좋은 소설만 찾아보지 않을까? 그래서 소설가들에게 부탁했다. 2016년 출간된 소설 중 재미있게 읽었거나 혹은 눈에 띄는 소설이 있었다면 3~5권을 추천해 달라고.
총 70여명의 소설가들에게 추천 리스트를 부탁했고 그 중 답변을 준 50명의 추천 리스트를 모아 정리했다. 총 107권의 소설을 추천 받았으며 중복하여 추천된 도서는 다시 정리하여 표시하였다. 단지 여러 작가가 추천했다는 것만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무의미하겠지만 여러 소설가들에게 관심을 받고 중복으로 언급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중복 추천도서는 따로 순위를 매겼다.
하지만 가장 많이 추천된 소설이 단 7명의 소설가들이 선택한 소설이라는 점, 그리고 중복으로 추천되지 않은 도서가 무려 53.2%%를 넘는다는 사실을 보면 소설가들은 정말 다양한 소설을 자유롭게 읽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들어보는 소설의 제목과 작가 이름 조차 생소한 책이 절반 이상이었다. 읽을 소설이 없다고들 하는데 그런 말이 무색하게 정말 많은 소설들이 출간되고 있었고, 추천 또한 이렇게 다양한걸 보면 읽을 책이 없다는 말은 우려에 불과하니 이제 책에 대한 관심만 있으면 될 것 같다.
추천 참여 소설가 50명 (가나다 순)
강병융, 강태식, 구병모, 기준영, 김봄, 김성한, 김애현, 김연수, 김영리, 김옥순, 김이설, 김중혁, 김탁환, 김혜나, 김혜진, 문지혁, 박민정, 박상, 박영선, 배명훈, 백수린, 백영옥, 서유미, 성석제, 손솔지, 안보윤, 오한기, 오현종, 윤고은, 윤이형, 은희경, 이도우, 이립, 이승민, 이영훈, 이유, 이장욱, 임성순, 전석순, 정세랑, 정용준, 정이현, 조남주, 조해진, 천명관, 최진영, 한은형, 해이수, 황현진
례프 니꼴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는 『안나 까레니나』, 『전쟁과 평화』, 『부활』 등 세계적인 명작으로 칭송받는 톨스토이의 단편 13편이 담긴 단편집이다.
단편집에는 젊은 20대의 청년 톨스토이가 겪은 전쟁을 바탕으로 한 「습격」과 「세바스또뽈 이야기」, 영지 경영과 어린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힘쓴 모습이 드러나는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와 「바보 이반」,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영적으로는 초라한 귀족의 생활을 부정하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데서 인생을 찾고자 했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등의 작품이 실려 있다.
18년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무라타 사야카의 자전적 소설 『편의점 인간』. 2016년 일본의 권위 있는 순수문학상인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시상식 당일에도 편의점에서 일하다가 왔다며, 자신에게 성역 같은 곳인 편의점이 소설의 재료가 될 줄은 몰랐는데 상까지 받게 되었다는 수상소감을 전한 저자는 이 작품에서 편의점을 배경으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엇으로 구분하고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모태솔로에 대학 졸업 후 취직 한 번 못 해보고 18년째 같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서른여섯 살의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 계속 바뀌는 알바생들을 배웅하면서 여덟 번째 점장과 일하고 있는 게이코는 매일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정해진 매뉴얼대로 정리된 편의점 풍경과 “어서 오십시오!”라는 구호에서 마음의 평안과 정체성을 얻는다. 하지만 적당한 나이에 일을 얻고 가정을 꾸린 주위 사람들의 수군거림에서 게이코는 자유로울 수 없다. 편의점을 핑계 삼아 ‘보통 인간’인 척 살아가던 그녀도 서른여섯 살이 되자 더 이상 ‘편의점 알바생’으로는 정상적인 인간인 척 살아가기가 어려워진다.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고 변변한 직업 한번 가져본 적 없는 그녀를 ‘비정상’이라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지병이나 집안 사정 핑계가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 그녀 앞에 백수에 월세가 밀려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고 항상 남 탓만 하는 무뢰한, ‘시라하’가 나타나면서 가지런히 진열된 편의점 매대와 같던 그녀의 일상이 어질러지기 시작하는데…….
신작 『상냥한 폭력의 시대』으로 돌아온 정이현 작가님이 오랜만에 낭만서점을 찾았습니다.
그동안의 근황과 함께 신작에 대한,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낭만서점 청취자들을 위해 들려주셨습니다.
반가운 목소리를 방송으로 확인하세요.
『낭만적 사랑과 사회』,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을 출간해온 ‘도시기록자’ 정이현이 9년 만에 선보이는 단편소설집 『상냥한 폭력의 시대』. 소설집으로는 통산 세 번째인 이번 소설집은 저자가 단편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부단하게 고민해온 흔적이자, ‘그래도’ 소설로 세계를 이해하고 써낼 수밖에 없어 끊임없이 노력해온 증거다. 2013년 겨울부터 발표한 소설들 가운데 미소 없이 상냥하고 서늘하게 예의 바른 위선의 세계, 삶에 질기게 엮인 이 멋없는 생활들에 대하여 포착한 자취들이 가득 담긴 일곱 편의 작품을 모아 엮었다.
늘 도발적이고 발칙하며, 감각적이고 치밀하다는 수식이 따라붙었던 저자는 2010년대와 동세대 사람들에게서 이제는 톡 쏘는 ‘쿨함’ 대신 ‘모멸’과 ‘관성’이라는 서늘한 무심함을 읽어낸다. 저자가 포착한 ‘오늘’은 친절한 표정으로 무심하게 모멸감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시대다. 이 세련된 폭력이 조금씩 모습을 바꿔가며 소설 속에 등장한다.
거장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독재자의 마지막 나날
1961년 5월 30일 도미니카 공화국의 한 고속도로에서 총성이 울려 퍼진다. 1930년부터 이어진 트루히요의 기나긴 독재가 끝나는 순간이다. 『염소의 축제』는 바로 이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한다.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는 193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래 ‘후진국을 혼란과 무지와 야만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도미니카 공화국을 32년간 통치했고, ‘조국의 아버지’ ‘자선가 ’ ‘수령님’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무소불위의 지도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조국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의 자유를 철저히 억압하며 수많은 탄압을 자행했고, 국민의 일상생활과 정신까지 완벽하게 지배하고자 했던 독재자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소설의 배경인 1960년은 트루히요 집권기 동안 미국의 지배질서와 반공주의 노선을 지지하며 최우방임을 자처해온 도미니카 공화국이 미국으로부터 ‘폭력 체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고, 또한 미주기구(OAS)의 제재 조치로 경제적 압박을 받던 시기였다. 설상가상으로 트루히요 체제를 공식적으로 지지해온 가톨릭교회가 이른바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정권을 위협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극심한 혼란 상황에 놓여 있었다. 바르가스 요사는 이러한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한 독재자 트루히요의 마지막 나날을 기술하면서, 통치자로서 그가 벌인 많은 사건을 일별하며 ‘조국을 위해 손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었다’는 독재자의 고뇌를 짜임새 있게 연결시킨다.
허희의 일기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는 노수학자와 가사도우미인 ‘나’, 그리고 열 살배기 나의 아들, 이 세 점이 수학과 야구팀인 한신 타이거스라는 두 가지 색의 띠로 엮인 삼각형을 이룬다. 대담무쌍하고 수학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구도에, 문장 몇 개로도 충분히 표현되는 기품 있고 그윽한 문학적 암시가 우아하게 얽혀간다. ‘나’의 생일에서 온 숫자 220과 박사의 손목시계 뒤에 새겨져 있는 번호 284는 우애수이다. 즉 220의 약수(220 자신은 제외하고)를 전부 더하면 284가 되고, 반대로 284의 약수(284 자신은 제외하고)를 전부 더하면 220이 된다. 이런 쌍, 즉 우애수는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도 박사와 ‘나’ 사이의 특별한 관계가 암시된다. 그 애정이 일방적인 것이 아님을, 박사의 변화를 알아차린 형수-과거 박사와 특별한 관계였으리라 넌지시 시사되는-의 냉랭한 시선이 슬그머니 뒷받침한다. 이렇게 스토리의 핵심이 되는 요소들이 절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일 없이 독자의 가슴으로 조금씩 파고든다.
노수학자 ‘박사’와 ‘나’, 그리고 나의 아들 ‘루트’가 숫자로 소통하며 찬란한 순간들을 함께하는 내용의 이 작품은 ‘수’라는 특별한 소재로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수학적 지식 없이도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으며, 특별히 추가된 후지와라의 작품해설은 작품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천재 소녀와 홈리스 소녀의 우연 같은 만남, 운명 같은 시간 “우리는 함께인 거지? 그렇지?”
아이큐 160의 지적 조숙아 ‘루’는 발표 수업 주제로 노숙자를 택한 것을 계기로 파리 시내 기차역에서 노숙하는 소녀 ‘노’를 만난다. 더러운 옷을 입은 채 한 끼 식사를 위해 시내를 떠도는, 냉소로 가득한 소녀 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학교 생활,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 밤마다 몰래 혼자 우는 아버지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천재 소녀 루.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두 소녀의 공통분모는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이 내던져진 세상에 의문점이 많다는 것이다. 소녀들은 닮은 만큼 조금씩 서로 마음을 열고, 그만큼 점점 둘도 없는 사이가 되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소녀는 조금은 위험하고도 도발적인 실험을 시작하는데…….
성석제의 소설집 『믜리도 괴리도 업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집필한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책이자, 작가가 1996년 첫 소설집을 출간한 이후 꼭 20년이 되는 해에 펴내는 새로운 소설집이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성실한 농부처럼 끊임없이 소설을 써온 저자의 이번 소설집의 제목인 『믜리도 괴리도 업시』는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한 구절에서 인용한 것으로,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서 이처럼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그 어떤 대단한 환희나 통렬한 절망도 없이 꾸역꾸역 살아가다가 어떤 사건 혹은 사람과 맞닥뜨리는 인물들,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인물들의 일대기를 들려준다.
제목만큼이나 기묘한 표제작 《믜리도 괴리도 업시》. 어느 날, 금발의 동성 애인을 둔 정상급 재불 화가가 되어 돌아온 옛 친구 ‘너’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중년의 ‘나’. ‘너’는 화려한 외양과 성공의 표상들로써만이 아니라, ‘나’에게 대놓고 커밍아웃을 해서 ‘나’를 휘청거리게 하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묵의 대표작 『하얀 성』. 동양과 서양이 서로 마주보는 도시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나는 왜 나인가?'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물음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다. 17세기, 베네치아에 살던 젊은 학자 '나'는 나폴리로 향하던 중 타고 있던 배가 오스만 제국 함대에 잡히면서 이스탄불에서 노예 생활을 하게 된다. '나'를 노예로 삼은 사람은 호자라는 남자로, 놀랍게도 외모가 '나'와 아주 닮았지만 오직 '나'가 가진 학문적 지식과 그가 살던 나라에만 관심을 보인다. 모든 면에서 닮은 두 사람은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기 시작하고, 어린 시절과 아픈 과거까지 함께 나누게 되는데….
동양의 호자와 서양의 '나'는 처음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점만을 발견하지만, 점차 서로의 공통점을 인식하게 된다. 작가는 주인공들의 차이에 주목하는 대신 유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모든 삶은 서로 닮았으며, 그런 삶 속에서 정체성을 발견하는 것이 인간이 끝까지 고민해야 하는 문제임을 이야기한다. 이후 작가의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동서양 문제와 정체성이라는 주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소설이다.
두 남자, 문학평론가 허희와 재주소년 박경환이 읽고 느낀 알랭 드 보통의 신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키스 앤 텔』이후 21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소설과 에세이가 절묘하게 만난 이 소설은 결혼한 한 커플의 삶을 통해 일상의 범주에 들어온 사랑에 대해 통찰한다. 영원을 약속한 그 후, 낭만주의에서 현실주의로의 이행을 특유의 지적 위트와 섬세한 통찰력으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평생을 함께할 확신이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도 어째서 우리의 사랑에는 위기가 빈번하고, 더 크게 파멸을 맞기도 하는 걸까. 저자는 이 작품에서 사랑은 열렬한 감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말로 응축된 유연한 사랑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의 생활을 따라가며 점차 섹스의 스릴을 잃고, 함께하는 기쁨이 혼자일 필요성에 자리를 빼앗기고, 육아에 시달리고, 외도의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 등 자신의 사랑에도 찾아올 수 있는 균열의 순간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 모험을 펼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9세기 소설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소설로, 이후에 만들어진 많은 창작물과 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다. 몸이 줄었다 늘어났다를 반복하며 신기하고 이상한 사건 속에 말려드는 주인공 앨리스와 조끼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보며 바쁘게 돌아다니는 흰 토끼, 담뱃대를 입에 물고 인생을 이야기하는 애벌레, 언제나 큰 소리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하트 여왕 등 기발하고 개성 넘치는 수많은 인물들이 환상의 세계를 선보인다.
이 책은 한 아이의 모험을 중심으로 정교한 철학과 독특한 지적 재치를 구체적으로 축조하여, 어른으로 하여금 유년 시절로의 회귀와 그것의 재창조를 가능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어른과 아이 사이의 경계를 마술처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일곱 살 소녀에게 들려주기 위해 지어내기 시작한 이 이야기는, 작가의 별스러운 상상력으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이후 수많은 해석과 각색을 낳았고, 아동문학뿐만 아니라 모든 문학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예술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시라노』는 17세기 프랑스의 실존 인물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모티브로 한 5막 운문 희곡이다. 자유분방한 철학자이자 뛰어난 풍자 작가이며 당대 최고의 검술가였던 그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주인공 <달타냥>의 모델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로스탕은 이 호방한 귀족에게 기형적으로 거대한 코라는 외적 장애물을 설치함으로써 백마 탄 왕자류의 이상적인 연인상을 파괴하는 한편 헌신적인 외사랑의 전형을 창출해 내었다. 또한 작품에 스며 있는 명랑하며 감상적인 영웅주의와 감미로운 연애 감정, 그리고 기발하며 화려한 시구(詩句)들은 오늘날에도 세계적 명작으로 이름을 남기고 있다.
우리 사회와 교육의 지향점을 제안하는 조정래의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 1년에 40조가 꿈틀대는 거대한 교육 시장에서 고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된 손자들이 대책 없이 휩쓸리는 것을 보며, 3년간 집중적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학교와 사교육 현장을 찾아가 관련 종사자를 취재한 후 소설의 틀을 짜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집필에 돌입해 펴낸 작품이다. 전국 680만 초중고생들이 자신의 꿈과 미래를 선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오로지 대학이라는 한 길만 바라보며 달리는 비통한 현재를 진단하고 우리 모두 함께 그려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안한다. 아무도 모르게 피어나는 길가의 잡풀에서도 꽃이 피어나고 그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리듯, 우리 모두가 풀꽃으로 태어나 각기 그 빛을 발하며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전하고자 한다.
최고의 현대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밀란 쿤데라. 그의 작품 『정체성』은 프랑스에서 1998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으로 한국에도 같은 해 번역되어 소개됐다. 당시 쿤데라는 『정체성』에서 “우리 시대 남녀의 사랑이 존재할 수 있는 양태의 극한을 추구했다”고 밝혔다. 소설은 51개의 짤막한 장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샹탈’과 ‘장마르크’ 두 사람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허희 : 20대의 방황들, 안정된 삶을 꿈꾸려고 했던 노력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며 삼십 대에 자기 세계를 가지려는 노력이 결국 은희경 작가라는 소설가를 만들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은희경 : 저는 20대 때 방황을 많이 안 했어요. 시키는 대로 하는 편이었어요. 그 나이에는 당연히 나이에 맞는 일을 해야지. 그 길이 안정된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정말 원하는 길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그냥 어떤 객관적인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문제 없어 보이는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안정된 구도를 갖췄지만 제가 동의하지 않는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대해 마음 속에서 균열이 생기더라고요. 나 자신도 거짓인 것 같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남들 다 갖고 있으니까 갖게 되고.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뭘까? 나는 어떤 때 행복한 걸까 이런 생각을 뒤늦게 했어요. 그럼 날 이렇게 만든 게 뭘까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를 써보자 해서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거죠.
은희경 소설집 『중국식 룰렛』.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등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은희경 작가의 여섯 번째 소설집이다. 술, 옷, 신발, 사진, 책, 음악 등 지금 우리의 삶에서 놓을 수 없는 모티프들을 여섯 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일상의 우연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행운과 불운이 교차하는 날들이 얼마나 공교롭게 우리를 이끄는지를 은희경 특유의 섬세하고 정련된 필치로 펼쳐낸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개 표정을 감추고 ‘거짓된 진실게임’을 하면서 상대에게 속마음을 보이지 않거나 ‘현실을 수긍하고 거기에 맞춰 자신의 입장과 한계를 정하는’ 고립되고 단조로운 삶을 살아간다. 저자는 이들 주변의 사물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한 개인에 한정된 것이 아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실상을 그대로 담아낸다.
2011년 제15회 일본 미스터리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마에카와 유타카의 장편소설 『크리피』. ‘크리피(creep)’란 ‘(공포로 인해) 온몸의 털이 곤두설 만큼 오싹한, 섬뜩할 정도로 기이한’이라는 뜻이다. 제목 그대로 소설은 현대인의 고립된 환경을 배경으로 일상 가까이에 도사린 공포와 상상을 초월하는 악행의 연쇄를 오싹하게 그린다.
주인공 다카쿠라는 대학에서 범죄심리학을 가르치는 마흔여섯 살의 교수로 아내와 둘이 한적한 주택가에 산다. 어느 날,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경시청 형사 노가미가 8년 전에 일어난 미해결 일가족 행방불명 사건에 대해 자문을 구한 후로 그의 주변에서 이상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다. 노가미의 실종, 스토킹을 당하는 제자, 앞집에서 일어난 화재와 불탄 집에서 발견된 의문의 사체, 그리고 옆집 소녀가 내뱉은 기이한 한마디.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공포의 서막에 불과했다. 일본 미스터리문학대상 심사위원인 작가 아야쓰지 유키토는 “전개를 예측할 수 없는 실로 기분 나쁜(크리피한) 이야기”라는 말로 이 작품의 개성과 매력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크리피』는 공포영화의 세계적인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오는 6월 18일 일본에서 개봉될 예정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수십 편의 원작가인 스티븐 킹이 2013년 벌어진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 메르세데스』로 탐정 추리소설에 도전했다. ‘묻지마 테러’를 벌인 살인마와 정년퇴직한 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저자 특유의 세밀한 심리 묘사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훔친 메르세데스 승용차로 취업박람회 개장을 기다리던 시민들에게 돌진하여 아기를 포함한 8인의 희생자를 내고 도주한 일명 '미스터 메르세데스'. 미제 사건으로 남은 채 담당 형사 호지스는 정년퇴임한다. 훈장을 수차례 받을 만큼 명성이 드높던 경찰이었지만 하루하루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그는 ‘메스터 메르세데르’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스마일 마크와 함께 온갖 조롱이 담긴 범인의 편지는 호지스에게 사건을 다시 맡을 기회를 제공하고, 편지에 담긴 범인의 말투와 심리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추리해 ‘미스터 메르세데스’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은 범인이 보낸 편지 한 통을 단서로, 촘촘한 묘사와 추론으로 고전 추리소설의 형식을 따라 사건을 풀어나가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자는 자기만의 추리소설을 선보이고 있다. 금발 미녀 대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신경질적인 중년 여성 ‘홀리’와 똑똑한 흑인 소년 ‘제롬’을 사건에 개입시키며 탐정을 사건 해결의 중심에 두었던 과거 추리소설과는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최초의 공상 과학 소설이자 괴기 소설의 고전 『프랑켄슈타인』. 연금술과 자연 과학을 공부한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낸다. 2미터 40센티미터의 키에, 납골소에서 구해온 뼈로 팔다리를 구성했고, 아름다운 외모의 특징들을 골라 맞추었다. 하지만 그것은 희끄무레한 눈구멍과 거의 비슷한 색깔의 두 눈, 쭈글쭈글한 피부, 새까만 입술과 대조를 이루어 더욱 섬뜩하게 보인다. 어느 날 동생 윌리엄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빅터는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이 살인자임을 직감하는데….
이 작품은 공상 과학 소설의 선구자이자 극작가이며 수필가였던 메리 W. 셸리의 대표작이다. 생명의 비밀을 밝혀내려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시의 과학자들이 이룬 발견과 발전을 토대로, 작가는 공상 소설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그럴듯한 상상력으로 소설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세계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2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연극과 영화, 만화 등으로 거듭나고 있다.
리얼리즘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발자크의 대표작『골짜기의 백합』. 1836년에 발표된 비교적 초기의 작품으로, 처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대표작으로 떠올랐다. 발자크의 낭만적인 성향이 발휘된 연애 소설이자, 인간의 내적 성숙을 묘사한 성장 소설이며, 당대 사회와 인간 군상을 날카롭게 묘사한 사회 소설이다. 어린 시절 억압받고 애정에 굶주렸던 펠릭스는 모르소프 부인을 보자 참을 수 없는 격정에 휩싸이고, 그녀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바치게 된다. 역시 어린 시절이 불행했던 모르소프 부인은 동병상련을 느끼며 그를 모성애로 감싼다. 하지만 결국 플라토닉한 사랑으로 만족하지 못한 펠릭스는 욕망을 이기지 못해 레이디 더들리와 관능적인 사랑에 빠지는데….
이 소설은 이후의 프랑스 연애 소설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결말의 거듭되는 반전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독해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사회에 나서는 펠릭스를 위해 모르소프 부인이 쓴 당부의 편지는 이 소설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당대 현실과 사회에 대한 발자크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인다.
낭만서점 콘서트 네번째 이야기의 일부를 편집한 방송 입니다. 공연 실황을 녹음하여 음질이 다소 고르지 못한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진행 : 박경환, 허희 출연 : 백영옥, 빨간의자, 오은비, 요조
주근깨 빨강머리 소녀 앤의 이야기를 그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빨강머리 앤』. 1908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출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주근깨투성이에 말라깽이고 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지만,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소녀 앤을 만날 수 있다.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있는 에이번리 마을의 초록 지붕 집에 사는 매슈와 마릴라 커스버트 남매. 매슈의 농사일을 도울 남자아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마릴라는 고아원에 아이를 부탁하지만, 말이 잘못 전해져 여자아이 앤 셜리가 오게 된다. 여자아이를 키울 생각이 없었던 마릴라는 앤을 돌려보내려 하지만, 결국 마음을 바꿔 앤을 키우기로 한다. 낭만파이자 공상가인 앤은 온갖 사물에 이름을 붙여주고, 이웃에 사는 다이애나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학교에 간 앤은 자신의 머리를 '홍당무'라고 놀리는 길버트와 다투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게 되는데…. 이 작품은 초록 지붕 집에서 살게 된 소녀 앤이 어엿한 숙녀로 자라 에이번리 학교의 교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국 작가의 세계적인 장편소설. 인간에게 착취 당하던 동물들이 인간을 내쫓고 동물농장을 세운다는 큰 줄거리 아래 독재자와 사회주의 사회의 문제를 실랄하게 비판하고 풍자한 장편소설. 오웰의 '동물농장'이 영국에서 출판된 것은 일본의 항복으로 세계 제2차대전이 끝난 8월 17 일이다. '동물농장'은 인간에게 착취당하던 동물들이 인간을 내쫓고 동물농장을 세운다는 이야기에서 인간이 누구이고 동물이 누구인지, 동물들 중에서도 동물공화국을 지배하게 되는 똑똑한 돼지들이 누구를 가리킨 것인지, 독재자 나폴레옹은 누구이며, 그와 경쟁하다 쫓겨나는 스노볼은 또 누구인지 등을 내세우고 있다.이처럼 우화로서의 '동물농장'은 소비에트 체제라는, 한 시대의 권력 형식만을 재현 대상으로 하는 역사적 정치 풍자를 넘어 독재 일반에 대한 우의적 정치 풍자를 담고 있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 스탈린 시대까지의 소련의 정치상황을 소재로 했다.
펴내는 작품마다 압도적인 서사와 폭발적인 이야기의 힘으로 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작가 정유정의 장편소설 『종의 기원』. 전작 『28』 이후 3년 만에 펴낸 이번 신작은,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미지의 세계가 아닌 인간, 그 내면 깊숙한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지금껏 ‘악’에 대한 시선을 집요하게 유지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 이르러 ‘악’ 그 자체가 되어 놀라운 통찰력으로 ‘악’의 심연을 치밀하게 그려보인다. 영혼이 사라진 인간의 내면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그 누구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던 ‘악’의 속살을 보여주고자 한다.
가족여행에서 사고로 아버지와 한 살 터울의 형을 잃은 후 정신과 의사인 이모가 처방해준 정체불명의 약을 매일 거르지 않고 먹는 유진. 한없이 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약과 늘 주눅 들게 하는 어머니의 철저한 규칙, 그리고 자신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듯한 기분 나쁜 이모의 감시 아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었던 유진은 가끔씩 약을 끊고 어머니 몰래 밤 외출을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왔다. 이번에도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며칠간 끊은 상태였고, 그래서 전날 밤 ‘개병’이 도져 외출을 했었던 유진은 자리에 누워 곧 시작될 발작을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의 집에 양자로 들어와 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해진의 전화를 받는다. 어젯밤부터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집에 별일 없는지 묻는 해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유진은 피투성이인 방 안과, 마찬가지로 피범벅이 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핏자국을 따라, 아파트 복층에 있는 자기 방에서 나와 계단을 지나 거실로 내려온 유진은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보게 되는데…….
이 책은 저자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자전 소설이다. ‘토토’는 수업을 방해하는 문제아 취급을 받아, 초등학교에서 퇴학당한다. 그런 토토가 새로 다니게 된 초등학교는 폐전철 여섯 량을 교실로 만든, 전교생이 50여명인 작은 학교 ‘도모에 학원’이다. 도모에 학원에 가게 된 첫날,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은 토토에게 질문하는 대신 이렇게 말한다. “자, 이제부터 뭐든지 좋으니까 선생님한테 얘기해 보렴. 이야기하고 싶은 것 전부.” 토토는 교장선생님에게 생각나는 모든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교장 선생님은 네 시간 동안 토토의 말을 다 듣고 난 뒤, 토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자, 이제부터 넌 이 학교 학생이다.”라고 말해준다. 토토는 교장 선생님과 도모에 학교가 단박에 마음에 든다. 도모에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토토는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제3인류』 . 저자 특유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과학 소설로 판타지 요소와 우화적 수법을 더한 독특한 방식의 서사를 통해 인류 성장의 기록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인류가 어리석은 선택으로 자멸을 향해 가는 미래의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하여 그 위기를 뛰어넘기 위해 기상천외한 시도를 벌이는 과학자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저명한 고생물학자 샤를 웰즈의 탐사대가 남극에서 17미터에 달하는 거인의 유골을 발굴하지만 이 중대한 발견은 사고와 함께 파묻히고 만다. 미래의 인류 진화를 연구하는 샤를 웰즈의 아들 다비드 웰즈. 인류의 진화가 소형화의 방향으로 이루어지리라는 지론을 펼치는 다비드와 여성화가 인류의 미래라고 믿는 과학자 오로르 카메러는 나탈리아 오비츠 대령이 이끄는 비밀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어 눈앞의 현실로 닥쳐오는 인류의 파멸을 막기 위해 미래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실험을 시작하는데…….
암울한 경고를 담은 묵시록이며 희망을 말하는 우화이기도 한 이 소설은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이야기 속에서 인격화된 지구의 독백을 들려주며 인류가 지금처럼 자기 파괴적 생활방식을 유지하며 지구 행성을 소모한다면 종말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영국인들에게 셰익스피어는 인도하고도 바꾸지 않는 영국의 보물 중의 보물이다. 그의 작품은 어떤 작품보다 가장 많이 공연에 오르고 있으며, 당대는 물론 만세(萬世)를 통해 통용되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작품중 『폭풍우』는 1611년에 집필한 것으로 추측되며, 1611월 1일 궁정에서 초연되었다. 밀라노 공작 프로프세로가 동생 안토니오와 나폴리왕의 계략으로 밀라노 공국을 잃고 오랜 세월 고도에 숨어 살지만, 마법으로 나폴리왕 아론조와 동생 안토니오가 탄 배를 난파시켜, 그가 사는 섬에 표착하게 한다는 희곡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만년작으로, ‘로만스’ 극 중의 걸작으로 여겨진다.
모두의 예상을 깨는 대반전과 흥미로운 전개로 세계가 주목하는 스릴러 작가 사만다 헤이즈의 소설『Until you’re mine』은 주인공인 세 명의 여자가 각자의 시점에서 서술하는 내용이 한 번씩 교차하며 진행된다.
첫 번째 주인공인 클라우디아는 재력가인 남편 제임스와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녀는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임신하고 희망찬 나날을 보내는 중이지만, 워킹맘으로서 일과 출산 준비가 벅차 새로운 가정부 조를 고용하게 된다. 두 번째 주인공인 수상한 가정부 조는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고 더없이 친절하지만, 클라우디아는 그녀가 뭔가 꿍꿍이를 가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의 출장 후 그녀의 불안은 점점 커진다.
연쇄 살인범을 쫓는 여형사 피셔, 수상한 가정부 조,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불안한 클라우디아! 이 세 사람은 어떤 관계로 엮여 있는 것일까? 각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서술의 진실과 거짓은 무엇일까? 세 사람의 진짜 모습은 무엇이며, 범인은 누구일까?
멕시코의 소설가 라우라 에스키벨의 첫 번째 장편 소설. 22년동안 이어진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1월부터 12월까지 볼 수 있는 요리책처럼 독특하게 구성한 장편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멕시코 요리 특유의 냄새와 맛을 통해 에로틱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티타는 '막내딸은 죽을 때까지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가족의 전통 때문에 연인인 페드로와 결혼하지 못한다. 페드로는 티타와 한 집에 있기 위해 티타의 언니인 로사우라와 결혼하고, 티타와 페드로의 사랑은 더욱 애틋해진다. 요리 재료와 시간에 마법을 걸어 부엌을 은밀하고 신비로운 세계로 창조해낸 티타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와 자신만의 사랑을 요리와 함께 완성하는데……. 음식을 자신을 표현해내는 수단으로 삼고 있는 티타의 사랑에 대한 묘사와 티타의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매개체인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절묘하게 섞여 있는 이 장편 소설은 기존의 남성 중심 문학에서 소외되어 있던 부엌과 음식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부각시켜 '요리 문학'이라는 페미니즘 문학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라우라 에스키벨의 남편이었던 영화 감독 알폰소 아라우가 영화화하였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개인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된 현재를 관통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폼 나는 사람들, 세련된 사람들이 아닌 좌충우돌 전전긍긍 갈팡질팡 하는 우여곡절 많은 평범한 사람들, 그렇게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맞닥뜨린 어떤 순간을 작가는 호명해낸다. 솔직하고 정직한 이 사람들의 ‘지지리 궁상’들을 특유의 비애와 익살로 되살린다. 이름하여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들.
모두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세상사가 마음처럼 쉽지 않음을 알게 된 이들이 마주한 ‘당혹스러운’ 순간들. 하지만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이 순간들이 그들에게는 체념과 자조가 아닌, 그럼에도 기꺼이 생의 알 수 없는 고통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긍정의 태도를 의미한다. 무작정의 긍정이 아닌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성실한 긍정에 불순물은 없다. 그렇게 작가는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모든 세상의 ‘아마추어들’을 위로한다. 유머를 한껏 장착한 채.
이번 50회에서는 책 속에 담긴 40편의 짧은 소설 중 비치보이스, 출마하는 친구에게, 미드나잇 하이웨이, 아파트먼트 셰르파의 전문을 낭독하였다.
셜록 홈즈는 약물과 화학에 탐닉했으며, 당시의 정신적인 스승인 토머스 칼라일은 누구인지 몰라도 흙 색깔만 보고도 어느 지역에서 온 것인지 맞힐 정도로 실용적인 지식에 해박했다. 또한 사건을 의뢰받으면 해결될 때까지 끼니도 거른 채 편집증적인 증세를 보일 정도로 매달렸으며, 사설탐정의 공이 경찰관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못마땅해하는 시대의 반항아였고 괴테의 말이나 프랑스 속담을 인용하는 등 잘난 체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캐릭터인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1900년에서 1993년까지 211편에 이르고(기네스북에 올라 있음, 2위는 드라큘라, 3위는 프랑켄슈타인) 찰스 헤스톤 등을 비롯하여 60명이 넘는 배우가 이 역을 맡았다.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재탄생되고 있다.
‘셜록Sherlock’이란 단어가 ‘수수께끼를 잘 맞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전에 오를 정도로 이 2인조의 이야기는 전 세계 독자를 매료시켰고, 홈즈의 활약상을 연구하는 수많은 셜로키언(Shelockian)과 홈지언(Homesian)을 탄생시켰다. 역사상 그 어떤 탐정소설도 이만큼 열렬한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모든 독자를 전율케 한 홈즈는 이후 현대 탐정소설 주인공의 원형이 되었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한강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 1부《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2부 《몽고반점》, 그리고 3부《나무 불꽃》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있는 구성력이라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혀 점점 육식을 멀리하고 스스로가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영혜를 주인공으로 각 편에서 다른 화자가 등장한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 《몽고반점》에서는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진작가인 영혜의 형부, 세번째 《나무 불꽃》에서는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했으나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혜가 화자로 등장한다.
잔잔한 목소리지만 숨 막힐 듯한 흡인력이 돋보이는 이 소설은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인 상상력을 결합시켜 섬뜩하지만 아름다운 미적 경지를 보여준다.
바로 이 순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어느 마을에 ‘모모’라는 소녀가 나타난다. 낡아빠진 헐렁한 남자 웃옷을 입고 까만 고수머리를 한 모모는 부모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외톨이이다. 하지만 청소부 아저씨 베포와 이야기꾼 기기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모모는 폐허가 된 도시 외곽의 원형 극장에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색 신사들이 나타나, 사람들에게 시간을 저축할 것을 종용한다. 회색 신사들의 효율적으로 보이는, 그러나 실제로는 이상한 계산법에 넘어간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꾼다. 사람들이 예전보다 훨씬 바쁘게 살게 된 것이다.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바쁘게 살면 살수록 사람들은 점점 불행해진다. 사람들이 아꼈다고 생각하는 그 시간은 ‘회색 신사’, 아니 시간 도둑들에게 빼앗기고 있었던 것이다. 잘못된 상황을 눈치 챈 모모는 사람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주기 위해 길을 나선다.
작가 미하엘 엔데(1929~1995)는 남독일 가르미쉬-파르텐키르헨에서 태어났다. 2차세계대전 때에 발도르프 스쿨에서 공부하다가 나치의 눈을 피해 도망했다. 전후에 연극 배우, 연극 평론가, 연극 기획자로 활동했다. 1960년에 독일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기관차 대여행』을 내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0년에『모모』를, 1979년에 『끝없는 이야기』를 내면서 세계 문하계의 별이 된다. 1995년, 예순다섯에 위암으로 눈을 감았다.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가 『솔로몬의 위증』에 이어 발표한 또 한 편의 교내 미스터리 『음의 방정식』. 『솔로몬의 위증』으로부터 약 20년 후 변호사가 되어 다시 등장한 주인공 후지노 료코와 『이름 없는 독』,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등의 작품에 등장했던 사립탐정 스기무라 사부로가 콤비를 이루어 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도쿄의 사립중학교에서 재난 훈련의 일환으로 실시한 1박 2일 교내 캠프 도중 히노 다케시라는 남자 교사의 부적절한 언동이 알려져 파문을 빚는다. 교사를 제외하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학생들의 진술이 일치하는 상황. 그러나 그는 학생들의 주장을 부정하며 정면으로 대립하고, 끝내 징계해고를 당한 후에도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피해자 학부모의 의뢰로 사건을 조사하던 사립탐정 스기무라 사부로는 우연히 교사 측 변호인을 맡은 후지노 료코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며 진상을 파헤치는데 협조한다. 교사 히노 다케시와 학생들의 엇갈리는 진술 속, 이윽고 해묵은 갈등과 오해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일본 근대 문학의 출발, ‘소설이 없던 시절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근현대 일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20세기의 대문호, 일본의 셰익스피어 등으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1984년에서 2004년까지 1천 엔권 지폐에 그의 초상이 사용되었고, 이와나미쇼텐에서 1907년 소세키 전집이 간행된 이후 시대를 달리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발간되어 현재까지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소세키가 38세라는 늦은 나이에 작가로 입신하는 계기가 된다. 소세키의 등단작이자 출세작이 된 이 소설은 처음에 단편으로 내놓은 작품이다. 고양이를 1인칭 관찰자 시점의 화자로 내세운 이 작품은, 중학교 영어 선생인 구샤미를 주인으로 둔 고양이가 사람들의 동정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는 자신이 고양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인간 세계의 일원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들려주는 이야기다. 저자 자신을 포함한 자기 본위의 이기주의 와 위선적 교양주의에 물든 지식인의 군상과 사회 전체를 풍자하고 있다.
미국 아카데미 6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린 영화 《캐롤》의 원작소설. 범죄 소설의 대가인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의 저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자전적 소설이자 유일한 로맨스 소설이다. 첫 작품 집필 당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던 저자가 얼마라도 벌기 위해 맨해튼에 있는 대형 백화점에서 인형 판매 사원으로 일하던 중 딸의 선물을 사로 온 모피 코트를 걸친 금발 여성에게 매혹된 후 바로 플롯을 짜고 스토리를 써내려갔고, 다음 날 본격적인 창작에 돌입해 완성시킨 작품이다.
1950년대 뉴욕, 무대 디자이너를 꿈꾸며 맨해튼 백화점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테레즈 벨리벳. 어느 날 딸의 장난감을 사러 온 연상의 여성 캐롤 에어드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낀다. 무미건조하고 확신 없는 삶에 지쳐있던 테레즈와 무기력한 결혼 생활에 지쳐있던 캐롤은 미국 서부를 가로지르는 여행을 떠나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지만 캐롤의 남편이 고용한 사립탐정이 이들을 뒤쫓고, 그는 딸과 테레즈 중 한 사람을 택하라며 캐롤을 위협하는데……. 동성애자였던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50년대 미국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사회적 지탄을 두려워하지 않고 보란 듯이 해피엔딩을 암시한 결말을 선사하고, 캐롤의 입을 빌려 진정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들의 사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자 하고 이윽고 삶을 변화시키는 두 여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이처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문학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6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의 소설분야 베스트셀러 상위 10권에 대한 이야기
1위.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2위. 꾸뻬시의 행복여행 - 프랑수아 를로르 3위.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4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5위. 빅 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6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7위. 구해줘 - 기욤 뮈소 8위. 덕혜옹주 - 권비영 9위. 도가니 - 공지영 10위. 공중그네 - 오쿠다 히데오
허희 :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에서 기획위원들이 이런 얘기를 썼습니다. 두시언해(杜詩諺解)가 단순히 번역문학이 아니라 당당한 우리의 문학고전이듯 우리말로 옮겨 놓은 모든 문학은 사실상 우리 문학이라고요. 저도 이런 입장에 동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문을 읽지 못했으니 그 작품에 대해 얘기하지만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대해 반대합니다. 원문중심주의 라는 것이 자기만의 전문성을 내세우면서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억압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한국 문학 비평가이지만, 외국문학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외국소설을 이야기함으로써 한국문학이 풍성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이번 대담을 준비하였습니다.
박경환 : 오늘 주제를 위해서 거창한 얘기를 해주셨습니다.(웃음)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 다시는 보지 못할 거라는 단절감에서 오는 불안과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는 사라짐을 비난하고 버티지 못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도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사라짐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되었다. 그 사라짐의 이유 역시 몹시 단순하다. 돈이 되면 살아남고 돈이 되지 않으면 사라진다. 그저 안타깝다고, 사라지는 것들을 억지로 존속시키자고 우길 수도 없다. 돈이 되지 않는 것을 존속시키기 위해 누군가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사라지는 것들을 붙들고 있어야 하는 당사자라면 어떨까?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또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버티고 살아남아봐도 정작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무관심과 외면으로 대할 텐데 말이다. 내 주머니 속 돈 얼마를 직접 꺼내 쓰는 행동을 하지 못할 거라면 괜한 훈수 대신 살아남기 위해 온갖 변화를 시도해보는 그들에 대한 응원의 말이 더 큰 도움이 된다.
허희 : 내가 한국소설을 읽어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는다면 저는 한국소설의 전망이 생각보다 어둡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문단 내에서 내가 독보적인 작가가 되어야지, 한국문단 내에서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해야지 라고 생각한다면 일부 평론가들에게 지지를 받고 주요 매체들에게 주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 독자들이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서사 속에서 내가 한국소설을 어떻게 읽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 할 것입니다.
노태훈 : 한국소설만이 줄 수 있는 장점이 당연히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얘기다. 우리 엄마의 이야기다.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그런 소설도 당연히 있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 한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서 줄 수 있는 통찰력이라든지. 한국작가들만이 줄 수 있는, 외국작가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런 것들을 작가들이 좋은 글을 써준다면 독자들도 그것에 응답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독자에 대한 불만은 있어요. 독자라고 하면, 이런 얘기할 때 독자는 항상 이상적인 집단이고 작가나 평론가들이 잘해야 책을 읽는다고 하는데 독자들의 잘못도 있어요. 책을 너무 안 읽죠. 책을 읽는 것을 뭔가 '진지충'이라고 한다든지 '선비'라고 하면서 마치 고루하고 낡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작가들과 유통하시는 분들 그리고 저희 같은 평론가들이 어떻게 이 바닥을 이끌어 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할게 많은 것 같습니다.
『어스시』는 세계 창조를 실험했던 톨킨에서 한걸음 진화하여 작품의 주제를 분명히하는 동시에 판타지 소설의 단골 소재로부터 일정한 의미를 찾아냈다. 마법을 단순한 문제 해결의 도구나 전투 방법 이상으로 본 것은 『어스시』가 처음이다. 이후 수많은 작품들에 전해진 언령 마법 즉 말의 힘에 근원한 마법의 설정이 이 작품에서 나왔고, 가장 참신하고 독창적으로 사용되었다. 첫 작품 『어스시의 마법사』에서 마법 능력을 가진 주인공 게드는 실수로 불러 낸 그림자 괴물과 쫓고 쫓기며 온 어스시를 가로지르는데, 이 괴물과의 대결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그것의 이름을 알아내는 일이다. 모든 사물에 고유한 이름이 있어서 참 이름을 알아내는 것이 곧 지배력을 갖게 되는 일이라는 설정은 그대로 자아 발견이라는 주제에 연결된다. 『어스시의 마법사』에서 게드는 괴물의 이름을 알아냄으로써 자기의 실수를 만회해야 하고, 『아투안의 무덤』에서 아르하는 빼앗긴 자기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하여 그들은 성장하고,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어스시』 소설 중 효시가 된 첫 번째 작품 『어스시의 마법사』는 원래 르 귄이 편집자로부터 십대 청소년을 위한 판타지 모험 이야기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집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발표 후 곧 연령층의 벽을 넘어 성인 독자들의 찬사를 얻게 되었고,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드문 걸작의 지위를 차지했다. 장르 소설 작가이면서도 장르 안에 갇힐 수 없고 언제나 특별한 경우로 취급 받는 르 귄의 지위는 ‘판타지 작가 가운데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1순위’라는 평으로 잘 나타난다. 르 귄의 모험담은 품격이 있고 진정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말초적 재미에 그치지 않고 작품 전체를 통하여 퍼즐처럼 조각조각 짜맞추어진 치밀한 구조가 절정부에서 강력한 폭발을 일으켜 독자의 가슴을 두드린다.
허희 : 어떤 분들이 이 책『다르마 행려』를 봤으면 하시는지?
김목인 : 일단 가깝게는 '비트 세대'나 케루악 이란 이름을 들어봤던 분들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료가 많지 않으니까, 이것도 부족하지만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제가 번역을 하고 간간히 검색을 해봐요. 어떤 분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갖는지 하고. 그런데 반응들을 보면 그 분들의 나이가 얼마나 될까 하고 궁금한 경우가 많아요. 케루악 얘기를 많이들 하시는데 되게 다른 사람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또 그 당시 사람들 옷차림을 찾아보고 간지 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단편적으로 그런 이미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케루악이 불교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알 길이 없어요. 그런 분들이 이 책을 알게 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습니다.
박경환 : 『길 위에서』라는 작품에는 불교에 대한 이야기가 없나 봐요.
김목인 : 거의 없죠. 한두 군데 윤회나 전생을 보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는데 직접적인 언급은 없죠. 사실 『다르마 행려』가 불교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책이긴 한데 내용을 자세히 보면 에큐메니칼(Ecumenical)이라고 하잖아요. 종교를 굳이 따지지 않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번역을 할 때도, 신을 나타내는 말 'Lord', 'God' 이런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 고민을 했습니다. 이 책이 완전 기독교 관련 내용이면 주님으로 번역을 하면 되지만 이 책에는 부처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하니까 구별하기가 애매해서 '신'으로 표현을 많이 했습니다.
허희 : 그렇게 독실한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웃음)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예수님, 부처님, 알라신을 다 찾잖아요.
김목인 : 케루악의 어머니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여서 케루악도 그런 여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매일 기도하고, 자기는 거친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수도자 같이 사는 사람이라고 변명을 많이 했더라고요.
허희 : 잭 케루악의 사상적 궤적을 따라가는데 어쨌든 『다르마 행려』는 『길 위에서』다음에 쓰여진 작품이고 어떻게 보면 잭 케루악의 전성기 라고 할 수 있을만한 그 시기에 쓰여진 작품이니까 잭 케루악에 대해서 잘 알고 싶으신 분들이 이 책을 보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됩니다.
박경환 : 길 위에서 에는 '얍 윰 (Yab-Yum)'을 안하겠네요.(웃음)
허희 : 그냥 하죠. '얍 윰'이라는 말을 붙일 필요가 없죠.(웃음)
김목인 : 실제로 『길 위에서』를 처음 쓸 때는 적나라한 게 많았다고 해요. 그런데 편집자가 많이 들어냈고. 그 시대는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인 시대였잖아요. 많이 걸러내고 나온 게 『길 위에서』였던 거죠.
허희 : 그러니까 나오는데 6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거예요.
박경환 : 쓰는 건 3주 걸렸는데. 퇴고가 6년.(웃음)
‘방황하는 청춘의 작가’ 잭 케루악의 1958년 장편 『다르마 행려』. 케루악의 대표작인 『길 위에서』와 함께 1960년대 젊은이들의 필수품, 비트 세대의 경전으로 불리는 『다르마 행려』는 출간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 젊은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영원한 청춘의 고전’으로 남아 있다. 『길 위에서』가 당대의 자유분방한 미국 문화에 초점을 맞추어 젊은 시절의 자유와 일탈을 그렸다면, 『다르마 행려』는 스스로를 ‘비구(比丘)’라 여긴 케루악의 진지한 영적 고민이 담겨 있는, 한때의 반항이 아닌 진지하고 혹독한 삶의 체험으로서의 방랑을 그리고 있기에 케루악 문학의 정수로 꼽히기도 한다.
『다르마 행려』는 시인이자 선불교의 괴짜 선승을 자처하는 청년 제피 라이더와, 열정적이고 순수한 작가 레이 스미스가 정신적 방랑과 구도의 길을 찾기 위해 감행한 유쾌하고 진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들은 ‘다르마’ 즉 ‘진리’를 찾기 위해 화려한 도시의 조명 아래든 절대 고독의 험난한 산중이든 마다하지 않고, 달리는 기차에 무임승차하고 히치하이크로 미 대륙을 누비며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간다. 환영과 같은 찰나의 세계에 구애됨 없는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 고행 같기도 하고 기행 같기도 한 갖가지 모험을 자처하는 두 청년의 여정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결국 삶에 대한 아름다운 위엄과 뜨거운 열정이다. 케루악의 다른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다르마 행려』 역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세미픽션 형식의 소설이다. 케루악은 작품 속 괴짜 선승으로 등장하는 제피 라이더의 실존 모델인 시인 게리 스나이더를 195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고, 생태학과 동양사상에 해박한 기인이었던 게리 스나이더는 당시 무명작가로서 지쳐 있던 케루악에게 새로운 삶의 가능성과 희망을 가르쳐주었다. 작품 속에 나오는 로지의 죽음이나 ‘식스 갤러리’에서의 낭송회 장면, 매터혼 등반 장면 역시 이즈음 케루악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겪었던 실제 사건들로, 특히 식스 갤러리 장면은 훗날 이 낭송회가 미국 문학사의 중요하고 역사적인 사건으로 재평가되며 당대의 중요한 기록 중 하나가 되었다.
『당신―꽃잎보다 붉던』은 2015년, 일흔여덟 살의 주인공 윤희옥이 이제 막 죽어 경직이 시작된 남편을 집 마당에 묻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치 오랫동안 남편의 죽음을 준비해온 것처럼 부인 윤희옥의 뒤처리는 섬세하고 깔끔하다. 그런데 일을 마친 윤희옥은 경찰서를 찾아 남편이 실종되었다고 신고를 한다. 그녀는 왜 사망 신고 아닌 실종 신고를 택했을까?
한평생을 부인 윤희옥과 딸아이 주인혜에게 헌신하며 살아온 듬직한 남편이자 아버지 주호백, 그는 2009년 두 차례 뇌출혈을 겪으면서 그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생의 말년을 맞이하게 된다. 치매에 걸린 그의 정신이 구심력을 따라 먼 과거의 시간을 향해 나아갈 때, 파킨슨병과 당뇨와 고혈압은 그의 육체를 원심력의 힘으로, 삶의 끝으로 몰고 간 것이다. 주호백의 정신과 육체의 에너지 흐름이 이처럼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면서, 그로서는 결코 밝히고 싶지 않았을 한평생의 인내, 헌신, 사랑의 이면을 부인에게 또 딸아이에게 드러내 보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저자가 안내하는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사이의 슬픈 시간여행을 따라가는 동안 우리는 삶이란 죽어가는 긴 과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된다. 더불어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치매가 선물이라는 역설을 슬프도록 아름답게 전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이 이야기를 통해 앞선 세대의 삶과 사랑을 만나고 그 이해와 공감의 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전한다.
김호연 : 범죄입니다.(웃음) 이 친구들은 어떻게 보면 무모하고 어리석어요. 한 명은 재연을 첫사랑이고 생각하고 다른 한 명은 재연을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 다 여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요. 그러나 자기들이 잘 아는 관점으로, 마치 경주마가 눈의 양 옆을 가리고 뛰는 것처럼 그렇게 재연을 좋아했던 거죠. 그 순수한 사랑의 지점들에 집착하는, 어떤 한 지점만 집중하는 사람들인 거죠. 총체적인 사랑에 대한 이해보다는 아직은 어리석은 사랑을 하는 친구들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 없고요. 저는 합리적이고 훌륭한 사랑을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고요. 어리석은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결국 자기 오해에서 시작하는 거라고요. 자기 욕망에서 출발하고 그 피드백을 통해서 발전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게 죽은 거예요.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어리석은 사랑이라 범죄까지 저지르지만 소설의 에필로그에서 이 친구들이 뭔가를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자기들의 사랑에 대해서 어느 정도 반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게 독자들에게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허희 : 작가님이 자기 오해에서 출발하는 사랑 이라고 하셨는데요. 저는 한재연이란 인물이 천사였을까? 그렇게 고민중의 고민을 다 들어줬을까? 그랬을까? 아니라는 쪽에 저는 저의 왼 손목을 걸 수 있습니다.(웃음) 왜냐하면 뒤에 문감독이라는 캐릭터가 나와서 얘기를 하는데요. 한재연이 '고민중 당신이 고지식하다고 나한테 푸념을 늘어놓았다'고 말하잖아요.
『망원동 브라더스』가 코딱지만 한 옥탑방에서 펼쳐지는 네 남자의 동거기였다면 『연적』은 한 여자를 사랑한 두 남자가 죽은 연인과 함께 떠나는 기묘한 여행기다.
출판사 편집자인 ‘나’는 ‘결정장애인’이라 불릴 정도로 매사에 신중하다 못해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다. 반대로 여자친구 재연이 ‘나’를 만나기 전에 사귄 남자인 앤디는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던 사람답게 우람한 근육을 장착한 허세 많고 저돌적인 행동파다. 과거에 연적이었던 두 사람은 죽은 연인을 사이에 두고 또다시 연적이 된다. 무엇 하나 닮은 구석이 없는 두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더 좋은 곳으로 보내준다는 생각 하나로 무모한 행동을 감행하고 죽은 그녀와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작가는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두 남자의 좌충우돌을 그리면서 여행이 주는 성찰과 변화도 놓치지 않는다. 재연을 잘 보내주려는 여정은 재연을 추억하고 그들의 사랑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재연과 사귀던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의 사랑이 서툴고 부족했음을 뼈아프게 자각한다. 자신의 옹졸함과 소심함과 비겁함이 재연을 떠나게 했다는 것을.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뒤늦은 회한과 자책, 연민과 미련, 추억마저 뭉개버리는 잔인한 현실에 대한 울분으로 몸부림치는 ‘나’에게 앤디는 슬며시 위로를 건넨다. 그 역시 사랑을 잃은 사람이기에. 단순무식하고 진지함이라곤 없다고 생각했던 상대에게 나름의 멋진 구석과 아픈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면서 ‘나’는 짧은 순간이지만 무언의 연대를 경험한다.
추리적인 향기와 깊이를 잃지 않는 명작,『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2012년 3월 일본에서 출간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이다. 작가가 그동안 일관되게 추구해온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의에 대한 믿음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이번 이야기에는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떠올랐던 살인 사건이나 명탐정 캐릭터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퍼즐을 맞추어가는 듯한 치밀한 짜임새는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명불허전의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며 감동을 자아내 작가의 고정 독자를 충분히 매료시킨다.
×× 시 외곽에 자리한 나미야 잡화점은 30여 년간 비어 있던 오래된 가게이다. 어느 날 이곳에 삼인조 좀도둑들이 숨어든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아동복지시설에서 함께 자란 친구 사이로 몇 시간 전 강도짓을 하고 경찰의 눈을 피해 달아나던 참이었다. 인적이 드문 외딴집인 줄로만 알았는데 난데없이 ‘나미야 잡화점 주인’ 앞으로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하고, 세 사람은 얼떨결에 편지를 열어 본다. 알고 보니 과거의 사람이 보낸 고민 상담 편지가 시공간을 초월해 현재의 잡화점 우편함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처음에는 누군가 자신들을 노리고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다가 하늘에서 툭 떨어진 듯한 이상한 편지에 이끌려 답장을 해주기 시작한다. 각 장마다 고민 상담 편지를 보낸 이들의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고 수십 년 전 나미야 유지에게 고민을 상담하는 편지가 무슨 이유로 현재는 비어 있는 가게 우편함으로 들어왔는지, 과연 그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에 대한 비밀은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풀려간다. 그리고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너를 닮은 사람」은 2011년 현대문학에 발표된 정소현 작가의 소설집 『실수하는 인간』에 실린 단편소설이다. 소설은 아주 오랜만에 ‘너’를 만난 ‘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름도 성도 똑 같은 두 여자의 이야기, ‘나’와 섬뜩하게 닮았지만 어딘가 다른 ‘너’에게 느끼는 괴롭고 끔찍한 감정을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생생하게 그려낸다.
저자 정소현은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양장 제본서 전기」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0년 제1회 젊은작가상과 2012년 제3회 젊은작가상에 선정되었다.
2014년 출간되어 논픽션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새뮤얼존슨상과 그해 장르를 불문하고 최고의 책에게 수여하는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코스타상까지 석권하며 작품성을 검증받은 이 책은, 《가디언》과 《이코노미스트》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히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대중 독자들에게도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더 나아가《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타임》, 《피플》, 《텔레그래프》 등 전 세계 유력 언론들도 앞 다퉈 올해 최고의 책으로 상찬하며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고전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현재 아마존에서 선정하는 2015년 ‘올해의 책’ 리스트 선두에 올라 있으며,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브라질, 터키, 중국, 일본 등 20여 개국에 출간 계약되는 등 갈수록 그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저자 헬렌 맥도널드는 어릴 때부터 사진 저널리스트인 아버지와 함께 자연을 누비며 매잡이가 되려는 꿈을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길거리에서 심장마비로 급사하자 그녀는 삶 전체가 흔들리는 충격을 받는다. 그것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별의 슬픔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상실했을 때 오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든 붙잡으려는 심정으로 그녀는 어려서부터 기르고 싶었던 야생 참매를 길들여 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부둣가에서 야생 참매 메이블을 8백 파운드에 사서 케임브리지의 집으로 데려간다. 참매를 훈련시키면서 그녀는 잔혹한 야성 그 자체인 참매에게서 자신의 분노와 슬픔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매의 시각과 정신으로 자기 자신을 비춰 보며 인간성의 한계를 시험하고 삶 자체를 바꾸려 시도한다.
저자에게 매를 기르는 일은 곧 슬픔을 길들이는 일이다. 야생 참매 메이블이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날것 그대로의 고통을 상징한다면, 매를 조련하는 것은 고통을 다루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발에 가죽 줄을 달아서 조금씩 더 멀리 날리다가, 결국엔 줄 없이 자유롭게 날리는 점진적인 훈련 과정을 통해 자신의 아픔과 상처도 자연스럽게 놓아 버리게 된다. 특히 인간 사회를 등지고 매가 되어 야생에 동화되려고 했던 무모한 시도가 결국 ‘메이블과 저자가 각각의 삶이 있고, 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성숙한 확신으로 승화하여 다시 본래의 삶으로 돌아오는 대목은 이 책의 백미. 자연에 의탁하여 슬픔을 망각하고 고통에 무뎌지는 방식이 아닌, 상실과 슬픔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돌파한 뒤 다시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긴 여정을 담은 이 책은, 일시적인 위로와 손쉬운 치유법을 부르짖는 수많은 책들과는 확연히 달라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최진영 작가의 소설 『구의 증명』은 사랑하는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겪게 되는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 혹은 죽음의 의미를 되묻는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최진영은 퇴색하지 않는 사랑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아름다운 문장과 감성적이며 애절한 감수성을 통해 젊고 아름다운 남녀의 열정적인 사랑과 냉정한 죽음에 대해 세련된 감성과 탁월한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소설은 현재를 말하고 있으나 이미 연인의 죽음으로 시간은 정지되었고, 화자인 그녀가 독백하는 모든 것은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한 지난 시간이 지금의 그녀 머릿속의 전부다. 소설은 천천히 그와 그녀의 과거로 돌아간다. 먹으면서 과거 속에 머문다. 그를 먹는 것은 그의 시간을 먹는 것이고 그들의 과거를 통째로 삼키는 일일 것이다. 제의. 죽은 자에게 남아 있는 자들이 할 수 있는 예의. 그녀는 그를 먹음으로써 제의한다. 비극이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비극 그것은 어떤 본질에 가 닿아 있는 무엇이다. 그럼으로 그녀는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하고 있는 지금의 이 제의를 믿을 수밖에 없다. 고로 완전히 자신의 몸속에 그를 씹어 넘긴다. 그래야만 그는 죽지 않고 그녀 안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체국』은 부코스키가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쓴 첫 장편으로, 하급 노동자로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하다 우연히 취직한 우체국에서 10년간 근무하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이 소설에 처음 등장하는 헨리 치나스키는 작가의 분신과 같은 존재로 이후 발표된 일련의 소설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 된다.
『우체국』은 여태껏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캐릭터가 끊임없이 독자를 당황시키는 작품이다. 금기시되는 욕망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고백하지만 선의는 물론 악의조차 부재하기에 세상 모든 질서에서 자유로운 인간 헨리 치나스키. 여자, 술, 경마 세 가지가 삶의 전부인 하층민 치나스키는 매일 새벽 숙취에 찌든 몸을 일으켜 우체국으로 출근한다. 비에 흠뻑 젖은 우편 자루를 짊어지고, 살벌한 경비견을 따돌리고, 가학적인 상사와 정신 병원에 가도 이상하지 않을 동료들을 견디는 일상 속에서 그는 영원히 노동하지 않는 삶을 꿈꾼다. 그는 우체국 하급 직원으로 12년간 반복적 노동과 비합리적인 관료주의에 시달리면서도, 조직의 톱니바퀴가 되는 것만은 결단코 사양한다.
허희 : 작가님께서는 공모전에 많이 도전하신 걸로 유명하십니다. 당연히 수상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시기 어린 질타도 받으셨으리라 예상을 하는데요. 어떠셨나요?
장강명 : 제가 이제 소설가가 되겠다고 하고 회사를 그만뒀을 때는 생계도 막막하고 소설가로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원고를 두 종류 썼습니다. 어떤 글은 투고를 하고 또 어떤 글은 공모전에 보내고 그랬죠. 그런데 공모전 문이 좁은 건 알았지만 투고 문이 그렇게 좁은 줄은 몰랐어요. 제가 투고로 책이 나온 건 『호모도미난스』 한 권뿐이고 공모전 수상으로는 그 이후로 세 권이 더 나왔어요.(웃음) 투고의 문이 더 좁더라고요. 어떤 식으로든 작가로서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하고 소설을 계속 쓸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어서 공모전도 하고 투고도 하고, 그 때는 시기, 질투 이런 것들은 신경 안 쓰고 했습니다.
허희 : 투고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게 대체로 투고는 편집자 한 사람이 보잖아요. 혹은 편집자 위의 한 분이 더 보신다거나.
장강명 : 제가 나중에 편집자들을 뵙고 여쭤봤는데요. 서로 뭐가 원인이고 뭐가 결과인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더라고요. 공모전이 많잖아요. 상금이 있고 공모전으로 당선되어 출판된 거랑 그렇지 않고 출판되는 거랑 차이가 많으니까, 좋은 원고들은 사실 공모전이 다 빨아들이고 있고 출판사로 투고되어 들어오는 원고에 대해 편집자들의 입장에서 약간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예요. 정말 좋은 원고이고, 그리고 이 사람이 출판계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공모전으로 보냈겠지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또 편집자들이 너무 바빠서 그걸 검토할 시간도 많지 않고.
허희 : 이상한 일이죠. 공모전이 정말 많아졌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문학계 자체는 빈곤해진 거죠. 이상한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이학년 때 자신을 괴롭히던 동급생을 살해하고 교도소에 들어갔다 나온 남자가 있다. 그리고 그의 뒤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자신의 아들은 그를 괴롭힌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 어머니가 있다. 가해자 대 피해자라는 구도를 내세우는 듯하지만, 소설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드러내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 아주머니에 의해 살해될 미래를 이미 알고 있는 남자는 그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한 길이 아니라, 살인자가 될 그녀를 구하기 위한 길을 선택한다. 남자는 자신이 죽은 다음에도 여전히 남아 있을 사람들을 살아가게 할 거짓말을 마련해두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의 죽음 뒤에야 여자는 그간 남자가 자신에게 했던 귀여운 농담들이 진실이었음을 알게 된다. ‘우주 알’을 품게 되었다는 말, 그래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말들. 그 말은 곧 남자가 비극적인 결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여자와 함께하는 순간을 위해 다시 그녀를 찾아왔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별과 고통스러운 죽음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오로지 여자를 만나기 위해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로 한다.
장강명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인간의 존재 방식, 그 예정된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설적 모험을 감행하는 작품이다.
가쿠다 미쓰요 장편소설『종이달』. 80년대 말부터 일본 경기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는 이 소설은 버블 경제의 막바지, 부동산 가격이 마지막으로 치솟을 무렵 큰 규모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 고령자들과 자식 세대에 벌어지는 갈등을 그리고 있다. 마치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는 듯한 점점 쇠락해가는 경기 속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청년들, 사소한 빈부의 격차에도 예민하게 발동하는 여성들의 심리적 갈등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자신이 근무하던 은행에서 1억 엔을 횡령하고 태국으로 도주 중인 41세 주부 우메자와 리카의 회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횡령 사건 직후 일본에서는 리카의 여고시절 동창생 오카자키 유코, 요리교실 친구 주조 아키, 옛날 애인 야마다 가즈키 이렇게 3인의 시점에서 리카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떠올린다.
순수한 정의감을 갖고 자라온 우메자와 리카는 회사원인 남편과 무미건조한 삶을 이어가다 친구의 권유로 은행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경제적 우월감을 은연중 드러내는 남편에게 위화감을 느끼던 차에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점차 실적도 올라가 계약사원이 된 리카는 부유층 고객, 특히 돈은 많지만 외로운 노년을 보내는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색하기로 유명한 노인의 손자 히라바야시 고타를 만나면서 삶이 급변한다. 리카는 가난한 고학생 고타를 동정한 나머지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들의 돈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순진한 마음에 시작된 저축상품 위조는 걷잡을 수 없이 계속되고 자신이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쓰는지, 돈을 쓰는 게 좋은지조차 무감각해진 순간, 리카는 더 이상 자신이 있을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대공황의 여파로 피폐해진 미국의 모습과 사회계층 간, 인종 간의 첨예한 대립을 고스란히 녹여낸 작품이다. 호감 가는 등장인물들, 우리네 사는 다정한 모습들을 담아낸 데다가 은둔하는 이웃에 얽힌 괴담, 신경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재판 장면까지 더해 웃음과 긴장을 골고루 이끌어내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특히 비중 있게 다룬 흑인의 인권 문제는 정의와 양심, 용기와 신념이 무엇인지 독자 더 나아가 사회로 하여금 자문의 기회를 제공한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출간 직후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 이듬해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 준 작품이다. 지금까지 40개 국어로 번역되어 4천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현재까지도 미국에서는 매년 1백만 부 이상씩 팔리고 있는 스테디 베스트셀러다. 1991년에는 미국 국회 도서관 선정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 1998년에는 미국 『라이브러리 저널』 선정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 2008년에는 영국 <플레이닷컴> 선정 <영국인들이 꼽은 역사상 최고의 소설> 1위 등 추천 도서 목록의 1위 자리를 차지한 작품이다. 미국의 고등학교에서는 교과 과정에 『앵무새 죽이기』를 포함해 학생들에게 읽힐 정도로 미국의 역사와 인권 의식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01년에는 시카고에서 선정한 <한 도시 한 책> 운동의 도서로 선정되어 당시 그곳의 큰 문제였던 인종 차별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대공황의 여파로 피폐해진 미국의 모습과 사회계층 간, 인종 간의 첨예한 대립을 고스란히 녹여낸 작품이다. 호감 가는 등장인물들, 우리네 사는 다정한 모습들을 담아낸 데다가 은둔하는 이웃에 얽힌 괴담, 신경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재판 장면까지 더해 웃음과 긴장을 골고루 이끌어내는 보기 드문 수작.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은 죽음과 소멸의 안타까운 뒤안길에서 조용히 그러나 충분히 제 목소리를 내는 희망의 찬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소설집이다.
이미 부커상 수상작 『파이 이야기』를 통해 종교와 믿음이 퇴색된 현대사회 속에서 새로운 희망과 신념의 의미를 진지하게 묘파한 바 있는 작가 얀 마텔은 데뷔작인 이 소설집에서 같은 주제를 다양하게 변주한다.
마텔은 이 소설집에 수록된 네 편의 이야기들을 특유의 진지한 주제의식과 지성적이고 반어적인 위트, 결코 핵심을 놓치지 않는 섬세한 문장으로 절묘하게 요리한다. 각 이야기들은 스토리텔러로 손꼽히는 마텔의 작품답게 모두 배경과 상황, 설정이 다르며, 줄거리의 곡절 또한 흥미진진하다.
매 편의 스타일이 하나같이 판이하며 기존의 평범한 소설 형식은 거부하겠다는 듯 이야기 하나하나마다 다채로운 서술 기법을 활용한다. 단순한 기법에만 경도된 치기어린 작가의 그것이 아닌, 주제와 긴밀하게 호응하며 작품의 맛을 더욱 살려주는 필수요소로서의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제34회 부커상 수상작인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의 첫 소설집. 각각 소재와 문체, 스타일 등이 판이하게 다른 네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죽음'에서부터 '영감'과 '음악', '기억'에 이르기까지 절망의 얼굴을 한 삶 속에서 공허를 부수고 건져낸 희망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표제작인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에서는 에이즈로 죽어가는 친구와 20세기 역사에서의 희망과 절망의 순간을 병치시키고, 「죽는 방식」에서는 한 사형수의 죽음이라는 상황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비타 애터나 거울 회사」에서는 페이지를 왼쪽과 오른쪽, 세로로 분할해 각각 다른 화자의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이야기는 액자 밖에서부터 시작된다. 복수를 꿈꾸며 온갖 책들에 파묻혀 복수에 관한 문장을 모으는 사내가 있다. 그에게, 역시 복수만이 삶의 전부인 여인 ‘정(貞)’이 다가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준다. 액자 안에서 확장되는 그 흥미로운 이야기에는 피 묻은 칼로써 나라를 제 손에 틀어쥔 극악무도한 재상이 등장한다. 온 사방이 그의 적인지라, 재상은 방이 마흔 칸이나 되는 구불구불한 미궁을 만들어 그 안에서 매일 밤 침소를 바꾸며 생활한다. 어느 밤 솜씨가 뛰어난 한 자객이 재상을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자객은 제가 죽은 뒤 남을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얼굴 가죽을 벗겨서 씹어 삼키고는 숨을 거둔다. 이 사건을 구심점으로 하여, 재상을 증오하지만 미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저히 그의 손발이 되어 악을 행해야 했던 재상의 의붓아들, 의붓아들에게 물려받은 복수심을 품고 살아가는 자객의 아이들 ‘명(冥)’과 ‘정(貞)’, 그리고 미궁 안에서 이 모든 것을 기록하는 재상의 벙어리 첩 등이 번갈아가며 등장하여 관련된 진술을 겹쳐나간다.
소설 속 인물들은 더 깊은 악(惡)을 향해 가라앉아가는 듯하다. 작품 속에서 악은 읽는 것만으로 몸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게 표현된다. 악의 근원, 악을 없앨 수단으로서의 악에 대한 오현종의 사유가 드러나는 이 작품에는 전작 『달고 차가운』(2013)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소설 속에서 악인과 선인은 점점 얼굴의 왼편과 오른편처럼 닮아간다. 자신의 불행을 남에게 퍼뜨려 고독감을 견디고 싶었던 재상과 그 의붓아들의 감춰진 연약함, 그리고 그들과의 대척점에 서 있는 자들이 숨기고 있던 잔혹함이 뒤로 갈수록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진실에 근접해간다.
다채로운 상상력으로 장르 간의 경계를 해체해온 소설가 오현종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옛날 옛적에 자객의 칼날은』 은 화살과 표창이 날고, 검광이 번득이는 무협 서사다. 사마천의 『사기』에 수록된 「자객열전」 속 인물 ‘섭정’에 매료된 오현종은 이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 줄기를 뻗어나간 끝에, 2010년부터 동명의 단편소설들을 연작 형식으로 발표한 바 있다. 단편 한 편으로는 속에서 끓는 이야기를 다 할 수 없어 연작소설로 이어나가고, 급기야 장편의 형태로 완성해내기 위해 오랜 시간 개고를 거듭한 작가의 집요한 노력은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하고자 하는 열망’의 대변이기도 했다. 오현종의 각고(刻苦)의 결정체인 이 소설은 가상의 무대를 활보하는 자객들의 끝없는 복수극이자, 옛이야기의 요소들을 현대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녹여낸다.
"시체로 발견된 44명의 아이들. 그러나 그곳에 범죄는 없었다.”
인류사상 최악의 대기근을 겪던 어느 마을, 배고픔에 허덕이던 어린 소년이 고양이 사냥을 나갔다 사라진다. 그로부터 20년 후, 기차선로에서 한 소년의 사체가 발견된다. 입 속에 흙이 가득 든 채로. 유능한 국가안보부 요원 레오는 상부의 지시에 의해 이 사건을 단순 사고로 마무리 짓는다. 완벽한 국가 소비에트에서 범죄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광활한 국토 전역에서 연쇄적으로 아이들의 사체가 발견되는데…. 철저한 감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며 전 세계 400만 독자에게 충격을 안겨 준 그 정교한 미스터리 『차일드44』 . 철저한 감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벌어진 44명의 연쇄 살인 사건을 파헤치게 된 한 남자의 길고 외로운 싸움을 담은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CWA 대거 상 수상, 맨 부커 상 후보 등 7개의 국제 문학상을 수상했다. 톰 롭 스미스는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NPR 선정 역대 스릴러 TOP 100에 선정되며 스티븐 킹, 댄 브라운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리들리 스콧 제작, 톰 하디, 게리 올드만 주연의 영화 《차일드 44》의 원작 소설. 철저한 감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벌어진 44명의 연쇄 살인 사건을 파헤치게 된 한 남자의 길고 외로운 싸움을 담은 작품이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CWA 대거 상 수상, 맨 부커 상 후보 등 7개의 국제 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긴박하게 진행되는 스릴러의 묘미와 함께, 평생을 분투하며 싸우는 한 남자의 진실한 인간애가 돋보이는 『차일드 44』의 서막을 알리는 첫 번째 작품 《차일드 44》는 44명의 아이들이 시체로 발견되는 충격적인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정용준 : 결국 소설은 다 허구죠. 뻥인데. 글을 쓰다 보면 고민이 되죠.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이렇게 되어야만 했을까? 그런 부분들을 고민하게 되면 인간에 대한 고민, 사회에 대한 고민, 제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죠. 격렬하게 정신이 날카로운 인간들인데 왜 우리의 공동체는 이런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면 폭력에 대한 문제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문제, 무기력함에 대한 문제와 같이,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보편적으로 있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되죠.
『바벨』은 실은 정말 말 그대로 말도 안되는 요소들로 이뤄진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에 담겨진 것은 제가 살고 있는, 제가 보고 경험한 것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부로 그걸 겨냥해서 쓴 건 아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쓰면 그렇게 되어요. 왜냐하면 제가 감각하고 있고 제가 보고 의구심을 갖고, 슬퍼하고, 한심해하는 모든 게 이 세계니까. 문제는 이 세계가 모습만 다르지 거슬러 올라가면 전쟁이전에 독일 나치부터 수용소까지 모든 게 비슷비슷해요. 그런 부분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다른 사람을 가해할 수 있고. 힘이 약하면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고. 이런 것은 특별한 발견이 아니라 계속해서 확인되는 거죠. 그걸 잘 다룰 수 있는 매체가 뭘까. 저는 그게 이야기인 것 같아요. 근대철학이 나온 오래 전부터 인간들은 이런 이야기를 다뤄왔고. 저 역시도 이야기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담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바벨』은 2009년 등단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짙은 인상을 남기며 평단의 기대를 받아온 소설가 정용준의 첫번째 소설집 『가나』(2011)에 이은 첫번째 장편소설이다.말이 얼음 결정이 되어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는 아름답고 불길한 동화 「얼음의 나라 아이라」로 시작되는 『바벨』은 이 동화에서 영감을 받은 천재 과학자 노아가 말을 결정화하는 실험에 실패한 뒤, 말이 만들어내는 부패하고 냄새나는 펠릿 때문에 사람들이 말문을 닫고 살아가는 새로운 시대(‘바벨’)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말’과 ‘소통’이라는 언어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이런 SF적 상상은 작가 특유의 시적인 문체와 결합해 먹먹하고 절망적인 시기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고 그 고통을 실감하게 한다.
사랑에 도달한다는 것은 언어를 나누는 공통 감각의 현장에 두 사람이 함께 입회하여, 근원적인 실존을 나누고 느끼면서, 다시 둘로 나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에 대한 정용준의 끈질긴 천착이야말로 종말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어떤 새로운 가능성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예표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바벨』은 여전히 우리가 희망을 더듬어 나갈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이유를 느끼도록 만드는 중이다. - 강동호 (문학평론가)
정용준의 장편소설 『바벨』. 2009년 《현대문학》에 단편 ‘굿나잇, 오블로’가 당선되어 등단한 저자의 첫 장편소설로 성서의 ‘바벨탑 신화’를 흥미롭게 변주하여 우리 시대가 봉착한 절망을 말의 문제와 관련해 사유한다. 말의 소실로 전 인류가 종말의 길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리며 독자를 가혹한 상상 속으로 몰아넣는다. ‘말’과 ‘소통’이라는 언어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SF적 상상을 특유의 시적인 문체와 결합시켜 공감을 이끌어내고 고통을 실감하게 해준다.
말이 얼음 결정이 되어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는 아름답고 불길한 동화 《얼음의 나라 아이라》에서 새로운 언어에 대한 영감을 받은 닥터 노아는 말을 결정화하여 기록하고 전달하는 실험에 매달리지만 실패하여, 모든 사람들이 내뱉은 말이 ‘펠릿’이라는 부패하고 냄새나는 덩어리로 변해 몸에 달라붙는 결과를 남긴다. 말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절망한 채 스스로 혀를 자르고, 새로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어떤 말도 배울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닥터 노아의 처벌을 주장하는 반정부 세력과지지 세력 간의 팽팽한 긴장이 유지되고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점차 거친 방식으로 입장을 표현하는데…….
황정은의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 2012년 가을호부터 2013년 여름호까지 '소라나나나기'라는 제목으로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했던 작품으로 연재 종료 후 일 년여 동안 개고하여 책으로 펴냈다. 같은 시간, 한 공간에 존재하는 소나, 나나, 나기 세 사람의 이야기를 각각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 소설은 서정의 곁을 이어가면서도 잔잔하게 흘러가 폭발적으로 파급되는 황정은식 서적의 마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인생의 본질이 허망한 것이라고 세뇌하듯 이야기하는 어머니 애자의 곁에서 소라와 나나는 관계와 사랑, 모성에 대한 깊은 회의를 품고 자란다.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멸종하기를 꿈꾸는 소라와 사랑을 경계하는 나나. 두 사람은 나나의 임신에 당황한다. 사랑의 폐허에서 자란 그녀들에게 임신을 하는 것이나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저 두려운 일일 뿐이다. 세상이 언제 망하든 개의치 않을 것 같던 나나와 소라는 평생 벗어나지 못한 황막한 폐허에서 꽃을 피워 올릴 수 있을까?
『계속해보겠습니다』는 2012년 가을호부터 2013년 여름호까지 ‘소라나나나기’라는 제목으로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연재 종료 후 일년여 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고한 끝에 주인공 소라와 나나, 나기의 감정선이 더욱더 깊고 선명해져 행간에서조차 세 인물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작품의 농도가 짙어졌다. 황정은은 앞선 두권의 소설집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그것을 구현해내는 뛰어난 언어 조탁력을 보여주었고 그의 첫 장편이자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인 『백의 그림자』에서 기저에 품은 서정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계속해보겠습니다』는 그 서정의 결을 이어가면서도 잔잔하게 흘러가 폭발적으로 파급되는 황정은식 서정의 마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소라, 나나, 나기 세사람의 목소리가 각 장을 이루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계속해보겠습니다』는 같은 시간, 한공간에 존재하는 세사람의 서로 다른 감정의 진술을 각각의 온도로 느낄 수 있다. 서로 갈등하는 소라와 나나의 속마음을 보는 것이나, 공유한 과거를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소설적 장치는 독자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18세기 서간체 소설을 연상시킨다. 이메일을 통한 그들의 세련된 대화는 고전시대 낭만주의자들만큼이나 장난스러우면서도 고상하다. 끊임없는 반어법과 빠른 속도감으로 군더더기 없이 심리를 묘사하고 감정의 솔직한 흐름을 담아낸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매력은 에미와 레오의 심리전에 있다. 초연한 태도를 일관하던 한 쪽이 갑자기 몰아칠 때면 다른 한 쪽이 쿨하게 자기 페이스를 유지한다. 특히 언어심리학자 레오는 담백하면서도 은근한 고난도의 전술을 펼친다. 사랑에서는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말 때문일까. 상대에게 패를 쉬이 보이지 않는다. 매번 톡톡 튀는 재치라면 에미도 만만치 않다. “내가 예스라고 말하면 당신은 노라고 말하지. 당신이 굿바이라고 말하면 나는 헬로라고 말하지(I say yes, you say no. You say goodbye, hello.)”라는 비틀스의 노래가사처럼, 에미와 레오는 끊임없는 밀고 당기를 되풀이한다. 하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두 사람은 현실에서 멀어져간다. 밋밋한 일상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온전히 그리워할 수 있는 대상은 가상공간에나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런 사랑이 과연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독일 현대문학에서 가장 매혹적이고 재치 있는 사랑의 대화”라는 호평을 얻은 이 책은 2006년 독일에서 출간된 이래 수년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협회와 독일서점협회가 주관하는 독일어문학상 후보에 올랐고, 독일 아마존에서 현재까지도 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다니엘 글라타우어 장편소설『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메일로 이루어져 있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칼럼니스트이자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지극히 현대적인 소통 매체인 이메일을 통해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서간문 특유의 은밀한 호흡과 간결한 리듬으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여주인공 '에미'는 잡지 정기구독의 해지를 위해 이메일을 보내지만, 그 메일은 잡지사 직원이 아닌 '레오'라는 사람에게 잘못 보내진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던 웹디자이너 에미와 언어심리학자 레오의 만남은 이렇게 우연히 시작된다. 두 사람은 친구가 되고, 메일로만 하는 묘한 데이트가 계속 이어지는데…. 에미는 "나는 당신과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아요"라고 맹세까지 하지만, 점점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게 되고 차츰 사랑에 빠지고 만다.
매력적인 캐릭터 오베는 스웨덴의 무명작가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을 일약 스타 작가로 만든 데뷔 소설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의 주인공이다.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까칠하고 버럭버럭 화를 내는 오베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아내를 그리워하며 자살을 준비하는 모습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살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를 챙기며 ‘물건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세상’이라며 투덜대는 모습은 또다시 배꼽을 잡게 만든다.
이웃집에 이사 온 ‘이상한’ 가족들 때문에 자살도 마음대로 못하는 오베. 과연 그는 희한한 이웃들과 성가신 고양이의 기상천외한 방해공작, 관료제의 로봇 하얀 셔츠들의 도발을 물리치고 무사히 아내 곁으로 갈 수 있을까? 아니면 자신의 일상에 생기기 시작한 균열을 받아들이고, 하얀 셔츠들로부터 루네를 지켜낼 수 있을까?
스웨덴의 한 블로거를 일약 스타 작가로 만든 데뷔 소설 『오베라는 남자』는 ‘스칸디나비아식’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이든 발길질을 하며 상태를 확인하는 남자. BMW 운전자와는 말도 섞지 않는 남자. 키보드 없는 아이패드에 분노하는 남자. 매일 아침 6시 15분 전 알람도 없이 깨어나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양의 커피를 내려 아내와 한 잔씩 나누어 마시고 마을 한 바퀴를 돌며 시설물들이 고장 난 것은 없는지, 아니 누군가 고장 낸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남자, 오베. 그런 그의 인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작은 이렇다. 한 세기의 3분의 1을 한 직장에서 일한 그는 하루아침에 일생을 바친 직장에서 쫓겨나고 만다. 이렇게 된 상황에 반년 전 떠난 아내의 빈자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늘 같은 일상을 반복해왔던 그이지만 이제는 책임져야 할 사람도, 일자리도 없이 죽을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그는 결심한다. 자살할 것이라고. 하지만 오베가 막 천장에 고리를 박으려는 순간, 건너편 집에 지상 최대의 얼간이가 이사를 오고 엄청나게 귀찮고 성가신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사람을 다방면으로 귀찮게 하는 인간들은 오베가 자살을 기도할 때마다 기막힌 타이밍에 오베가 자살을 포기하고 싶게 만들 만큼 방해를 하기 시작하는데…….
『허즈번드 시크릿』은 미국에서 출간과 동시에 독자들의 입소문과 탄탄한 스토리에 힘입어 2013년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아마존 ‘최고의 책’에 선정되는 등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소설이다. 1,000만 부에 가까운 판매 기록, 평점 4.5점에 13,800건이 넘는 어마어마한 독자 리뷰는 이 책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뜨거운 사랑을 증명하며, 그 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오스트레일리아 소설가 리안 모리아티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게 만든 힘이 되었다.
『허즈번드 시크릿』은 세 명의 인물의 사연이 교차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남편이 남긴 편지 한 통이 불러온 파장을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실리아, 사랑하는 남편과 소울메이트 같은 사촌이 서로 사랑에 빠졌다는 고백을 듣게 되는 테스, 30년 전 살해당한 딸의 범인을 잡지 못해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레이첼까지. 처음에는 각자가 처한 고민과 상황을 이야기하던 이들이 어느덧 같은 공간, 서로의 삶 속에 얽히면서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되고, 알쏭달쏭한 퍼즐을 맞추듯 그 사건을 증폭하고 확장하는, 흥미진진한 재미를 선사한다.
『허즈번드 시크릿』은 남편이 남긴 편지 한 통이 불러온 파장을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실리아, 사랑하는 남편과 소울메이트 같은 사촌이 서로 사랑에 빠졌다는 고백을 듣게 되는 테스, 30년 전 살해당한 딸의 범인을 잡지 못해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레이첼까지 세 명의 인물의 사연이 교차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 딸아이의 엄마이자 완벽한 남편을 둔 행복한 가정주부 세실리아는 다락방에서 우연히 봉인된 낡은 편지 봉투를 발견한다. 남편 존 폴이 직접 손으로 쓴 편지다. 편지 봉투에는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부부로 살아온 15년 동안 서로가 모르는 비밀은 전혀 없다고 여겨왔던 세실리아는 호기심에 사로잡혀 편지를 결국 뜯고 만다.
세실리아가 펼쳐든 편지에는 아주 오래 전, 남편이 저질렀던 끔찍한 실수에 대한 고백이 담겨 있다.
마흔두 살 남녀의 조금은 철없고 유쾌한 사랑이 시작된다!
멀미가 심해 멀리 여행도 가지 못하는 학원 강사 사카에와 철학과를 나와 꽃집을 운영하는 지우. 남들이 보기엔 천하태평이고 돈 걱정 없이 살아가던 두 사람은 마흔두 살에 만나 연애를 시작한다. 태평함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던 그들에게 한 소년이 나타나 사카에가 한심하다고 외치고 도망간다. 뒤쫓아 가 보니 그는 사카에의 아들이고, 지우는 아이를 통해 그동안 사카에가 가족과 신상에 대해 거짓말을 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담하고 감각적인 묘사와 문학의 틀을 허무는 시도로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꼽히는 야마다 에이미의 연애소설『돈 없이도 난 우아한게 좋아』. 마흔두 살 남녀의 조금은 철없고 유쾌한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외국인과의 연애, 이국적 배경, 젊고 폭발적인 사랑을 주로 그려온 저자의 작품들과 달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하고 따뜻한 연애를 다루었다. 사랑, 연애, 일상의 시시콜콜함이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그려진다.
허희 : 오늘 다룰 책은 제프 다이어의『베니스의 제프 바라나시에서 죽다』입니다.
박경환 : 소설 이름이 깁니다. 작가 이름이 제프 다이어인데 주인공 이름도 제프예요. 그래서 책에 보면 저자가 주인공 제프가 피력하고 있는 예술에 대한 견해는 작가 제프와는 다르다고 변명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허희 : 저는 그 변명이 예술에 대한 견해 차이에 대한 변명이라기 보다는 여기에 농밀한 성애 장면들이 나오는데 그 것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웃음)
박경환 : 그런 안전 장치를 한 것 같은데. 소설을 읽는 내내 작가 자신이 겪어봤을 것 같은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경험해보고 나서 썼을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허희 : 특히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웃음)
박경환 : 마약과 섹스에 관한 이야기들인데 그런 것들을 전혀 경험하지 않고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이정도의 표현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봅니다.(웃음)
허희 : 제프 다이어는 논픽션 작가로 워낙 유명하고요 소설도 쓰고 하지만 이 작품이 제프 다이어의 최고의 소설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계속 써야겠죠.(웃음) 제프 다이어의 이 소설이 2009년에 출간이 되었나 봐요. 한국에서는 2015년에 출간이 되었고요. 제프 다이어가 이 작품으로 타임선정 ‘올해의 10대 소설’로 뽑혔고요 이코노미스트, 뉴요커, 가디언 등에서는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해요. 그런데 과연 그만한 책인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얘기 하기로 하죠.
박경환 : 2009년이요? 2009년에 도대체 어떤 책들이 나왔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하네요.(웃음)
책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1부에서는 베니스에 간 제프가 로라라는 여인을 만나고 로맨스에도 빠지고 함께 밤을 보내기도 하면서 거의 연인처럼 지내다가 베니스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헤어지는 이야기고요 2부에서는 제프가 우연히 바라나시에 갈 기회가 생깁니다. 바라나시는 베니스에서 만났던 로라가 가고 싶었던 곳이기도 하고요. 저의 당연한 기대로는 바라나시에서 두 사람이 만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만나지 않더군요.(웃음) 2부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진행 됩니다.
허희 : 어떤 사물을 볼 때 익숙한 프레임으로 보기 마련이잖아요. 어차피 일상이라는 것은 반복되기 마련이고 그 안에서 생활하다 보면 어떤 사건이나 사물들도 특별하게 보기보다는 늘 그래왔던 것이라고, 어떻게 보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박경환 : 삐딱하게 보는 능력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이 시대는 아이디어 싸움을 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허희 : 노래에서 특히 대중가요에서 대부분의 소재는 사랑과 이별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한정된 이야기란 말이죠. 그런데 어떻게 가사를 쓰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 형태로 곡이 쓰여집니다. 그런걸 보면 다른 시선으로 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또 느끼게 되더라고요.
박경환 : 그러니까 그 한정된 주제,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 얼마나 다른 톤으로 이야기하는지가 그 아티스트나 뮤지션의 정체성을 이루는 거죠.
허희 : 삐딱하게 본다는 것에 대해 저는 비평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물론 제가 평론을 쓰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요. 비평이야 말로 사실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보는 것에 대해서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것, 나만의 시각으로 어떤 작품을 바라본다는 거잖아요. 그렇게 본다면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능력은 모든 사람이 비평가가 될 수는 없지만 비평적 능력을 확보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박경환 : 앨범이건, 책이건 어떤 비평가를 통해 한번 걸러져서 그 시선을 제가 누릴 수 있으면 저도 풍성해지는 느낌이에요. 이 작품을 그렇게 바라보면 또 이렇구나. 그걸 알고 또 작품을 접할 때는 또 작품이 풍성해지는 걸 느낍니다.
허희 : 비평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판단이잖아요. 물론 비평가의 판단이 절대적이라는 것은 아니고요. 다만 모든 것이 좋다, 모든 것이 나쁘다 라고 할 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런 것일 수 있다 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는 것이 지금의 비평이 하는 역할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음악이든 문학이든 대중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어떻게든 함께 이야기를 해보려는 노력들이 절실한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가 지금 이렇게 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바로 이 책을 골랐기 때문입니다.
박경환 : 허희씨가 적극 추천한 책이죠. 저희가 이번 방송에서 다룰 책은 존버거의『킹』이란 책입니다.
존 버거의 소설 『킹: 거리의 이야기』. 이 소설은 킹이라는 이름의 개가 바라본, 유럽의 어느 도시 근교 노숙인들의 이야기다. 번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멋진 신세계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옆. 버려진 트럭과 고장난 세탁기만 가득한 쓰레기 하치장에는 모두 한때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결국 이십세기에 의해 버려진 사람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다.
허희 :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다 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야말로 책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박경환 : 어떻게 이 판타지성을 설명 드려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한 구절을 예를 들어 설명해 드리는 게 괜찮은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수컷책과 암컷책이 있는데, 암컷책은 실제로 표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가슴도 나와있고 굴곡도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궁합이 맞으면 책과 책이 밤사이 교미를 해서 다음날 아침에 아기책인 ‘환서’가 탄생을 한다는 거죠. 그래서 책장을 살펴보다가 이런 책을 내가 갖고 있었나 라는 것을 경험했다면 그것은 ‘환서’가 있다는 증거라는 얘기를 합니다. 또 여기에서 사르트르와 까뮈의 책을 붙여놓으면 절대로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허희 : 둘이 사이가 좋지 않았죠.(웃음)
박경환 : 절대 궁합이 맞지 않는다. 그런 얘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허희 : 좀머 씨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파트리크 쥐스킨트 라는 작가에 대해 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작가는 은둔의 작가로 유명합니다. 사람들 앞에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려한다고 하죠. 자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친구와는 절연한다고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폐쇄적인 성격인 것 같고요. 그런 점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더구나 이 소설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자전소설이라고 하니까 더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한테 이 작가는『향수』의 작가로 남아 있습니다.『향수』라는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세상에 이런 소설이 있을 수 있구나 하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좀머 씨 이야기』는『향수』와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향수』의 강렬한 색체하고는 다른 소풍 같은 이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허희 : 제가 정세랑 작가의 이 책『재인, 재욱, 재훈』을 읽고 느낀 생각은 재인, 재욱, 재훈과 같은 친구들이 제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작가가 인물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소설 안에 악인이 없어요. 나쁜 사람이 없습니다. 물론 악당같은 인물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악당이 요즘 소설이나 영화에 비한다면 참 착한 악당들입니다. 얘네들을 악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악당들인데요.(웃음) 작가들이 이루고자 하는 작품세계가 있다면 아마도 정세랑 작가는 나쁜 세계와 인간들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그것을 향해서 어떤 단절을 선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말을 한다면 누군가는 그런 나쁜 세계와 부딪히고 싸워야 하는 건 아니냐. 그냥 단절된 채로 좋은 쪽만 바라보는 게 어쩌면 무책임한 낙관이고 회피가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단순한 도피로서 악인들과 단절하고 상냥한 인물들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나쁜 속성들이, 속해있는 세계에서 설 자리를 좁혀버림으로써 나쁜 인물들의 면전에서 고개를 쌩하고 돌려버리는 거죠. 그렇게 나쁜 것들이 이 세상에서 힘을 잃어버렸으면 하는 그런 바람들과 노력으로 읽혔습니다. 그러니까 정세랑 작가의 세계에서는 친절한 인물들이 가진 다정한 부분에 집중 하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여주고 목소리를 줍니다. 반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폭력을 휘두르는 인물들에게는 변명의 기회를 주지 않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것입니다.
나쁘고 못된 폭력에 맞서서 이런 건강한 태도로 일관해주는 사람이 친구라면 아마 든든할 것 같습니다. 친구보다 회사의 상사, 인사과의 과장님이면 참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허희 : 왜 하필 백석과 윤동주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두 사람이 제가 좋아하는 시인 이라는 것이고요. 두 번째 이유는 백석과 윤동주의 미묘한 연관관계 때문입니다. 우선 백석과 윤동주는 북방시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백석은 평안북도 출생이고요 윤동주는 만주에서 태어났는데요.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다섯 살 입니다. 백석은 1912년 생이고요 윤동주가 1917년 생입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 어렸을 때 잘 알고 지냈던 것은 아닙니다만. 백석의 시집『사슴』이 1936년에 출간이 되는데요. 그 때 윤동주 시인이 시집『사슴』을 구해서 열심히 탐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생인 윤일주에게도 백석 시인의 시집을 꼭 읽어 보라고 추천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백석은 윤동주에게 분명히 일정부분 영향을 끼친 시인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이 백석과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싶어서 제가 오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강신주 : 문학은 상상력이 많이 작동하기 때문에 자신이 상상한 거랑 다르면 시비를 거는 거예요. 자기들이 영화를 만들던가.(웃음)
이상용 : 저도 원작이 있는 영화를 놓고 세간에서 평가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영화는 보여줘야 하는 매체거든요. 영화는 감추는 게 없는 매체예요. 보여주고 제시되기 때문에. 하지만 활자는 상상하게 만드니까.
강신주 : 일반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면 이해는 해요. 그런데 평론가들이 그런 얘기를 하면 아이들 같아요.(웃음) 아까도 얘기했잖아요. 영화랑 글자 매체는 달라요. 뜨거운 매체는 영화에요. 문학은 서늘한 매체에요. 내가 막 만질 수 있어요. 그런데 영화는 뜨거워요. 만질 수 없어요. 매체가 달라요.
창작하는 사람한테 위기는 없어요. 출판사 사장님들이 문학의 위기라고 하지만 자기들 책 안 팔린다는 얘기거든요. 사실 창작가들한테는 위기가 아니에요. 때때로 소설가들이 그거에 속아서 위기라고 해요. 어쩌면 지금은 이럴 거예요. 소설을 영화적 상상력에서 써야 되는 시절이 온 거예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요. 지금 소설가가 되려면 영화를 많이 봐야 해요. 영화로 간다, 소설로 남는다가 아니라 종이매체는 낡은 매체고 영화 매체가 온 거고요. 내가 시와 소설로 전달하고 싶은 것 그것 자체를 전하려면 어쩌겠어요. 매체에 적응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영화에 더 많이 적응되어 있는데.
허희 : 이『스토너』는요 1965년에 미국에서 출간이 되었는데요 50여 년이 지난 지금 새삼스럽게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현 : 작가는 1922년생이고요 1994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니까 작가 사후 20년 만에 그리고 이 소설이 세상에 발표된지 50년 만에 아주아주 뒤늦게 인고에 회자되고 올해의 좋은 소설 뭐 이렇게 상을 받게 되고. 사람일 모른다더니 책의 운명도 모르는 그런 대표적인 작품입니다.(웃음)
허희 : 보통은 이렇게 한번 묻히면 재발굴 되기가 어려운데 이 작품은 뭐랄까요 대기만성이라고 할까요. 천천히 빛을 본 그런 작품입니다. 이『스토너』는 당시에도 문단의 호평은 정말 많았다고 해요. 평론가들이 찬사를 보냈는데요. 그에 반해 독자들은 상대적으로 이 작품을 몰랐던 책인데요. 이 작품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프랑스의 작가 안나 가발다가 이 소설을 프랑스어로 번역했다고 합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유럽에 알려지게 되었고요. 줄리언 반스, 이언 매큐언 작가와 배우 톰 행크스가 이 작품에 좋은 언급을 하면서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졌다고 합니다.
이현 : 역시 한국에도 그런 문화가 있죠. 묻혀 있던 책인데 소설 쓰는 사람들이 좋다고 얘기하면 독자들이 저 사람 추천은 믿을만하다고 하면서 읽곤 하는데요. 그런 식으로 열풍이 시작되었나 봐요. 한국의 문학독자들도『스토너』가 드디어 출간이 된다는 이야기로 기뻐했다고 해요. 하지만 이런 책들이 왕왕 그렇듯 어려울 까봐 조금 망설였었는데 제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아주 쉽고 편안한 마음으로 펼치시면 되는 그런 소설입니다.
이현 : 오늘 저희가 부모와 자식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 나누면서 두번째로 가지고 온 책은 바로『자살의 전설』입니다.
허희 :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자살의 전설』은 그저 한 권의 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죽은 제 아버지 그 자체 입니다.” 이렇게 밝혔고요. “10년간 이 책을 쓰는 동안 아버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내게 살아 돌아왔다. 자살에 따른 사별은 수치와 분노죄의식과 부정 따위가 복잡하게 얽힌 기나긴 역정이다. 책을 쓰는 행위는 치유 이상의 치유가 되어주었다. 허구의 세계에서 우리는 가장 추악한 삶조차 감내하고 아름다운 대상으로 치환할 수 있다. 동시에 어떤 점에서는 죽은자를 되살리기도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현 : 13세 살 정도 된 소년이 어느날 갑자기 같이 살지 않는 아버지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떤 감정에 휩싸이게 될지 상상하는 것 조차 힘드네요.
허희 : 어떤 이별이냐에 따라서 받아 들이는 정도가 큰 것 같아요. 물론 사별도 힘든 고통이지만 자살이라는 것은 그것과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어쩔 수 없이 이별하게 된 것과 그 사람의 결단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은,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되죠.
이현 : 어머니라는 단어 안에는 여러 가지 가치들이 혼재해 있는데요. 그것은 다시 말하면 어떻게 하든 내 새끼를 내가 지키겠다는 말이잖아요. 그것은 그 때 당시는 모르겠지만 지금, 21세기의 모성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보면 개인적인 방식으로 개인의 세계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내 자식은 내가 지키겠다는 거죠.
허희 : 그게 과도하게 나타나면서 내 자식만 잘되면 되라는 사회적인 문제로 발현되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치게 집착으로 변할 때 그것이 야기하는 부작용들도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첫 번째로 선정한 책은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 정한 책입니다. 바로 엘프리데 옐리네크의『피아노 치는 여자』입니다.
허희 :『리모노프』는 2011년 프랑스에서 르노도상, 문학상의 상, 2012년에는 네덜란드에서 유럽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현 : 그만큼 인정을 받았다는 이야기겠죠. 엠마뉘엘 카레르는『콧수염』이란 멋진 데뷔소설도 있었는데요 문제작인『적』부터 방향을 선외 하였습니다. 실화를 바탕을 둔 그 이야기에 매혹되기 시작하면서, 그래서 기록 문학의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가는 그런 작가라고 감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적』외에도 나 아닌 다른 삶. 이것은 똑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여자, 그 한명은 쓰나미 사태로 죽은 소녀고요 한 명은 암으로 죽은 자신의 처제인데요. 그 죽음을 지켜보면서 죽음과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한 저널리즘식 르포르투주(Reportage)고요. 2011년 발표한 오늘 우리가 이야기할『리모노프』도 그의 이런 방식의 집대성이라고 할만한 역작입니다. 성공작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여러분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어쨌든 이 작품을 쓰기 위해서 작가가 아주 오랫동안 절치부심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현 : 그리고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그동안 학교를 다루는 많은 소설들은 학교라는 것을 어떤 제도권의 공간으로 기본적으로 설정을 하고 들어가죠. 갑을 관계가 기본적으로 있는 거예요. 학교와 교사와 어떤 교칙, 제도는 우리를 억압하는 것이고 그 안에서 억압을 당하는 그래서 학교 밖의 세상을 꿈꾸는 학생들이라는 비교적 단일한 구성원들이 존재한다는 거죠. 물론 그 안에서 어떤 친구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저항을 하겠지만 그래도 그들이 학교제도 안에서 피해자고 희생자라는 것은 상정을 하죠. 많은 학원물들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학교라는 공간을 봅니다.
허희 : 일반적인 학원물은 대립관계가 뚜렷하죠. 억압을 가하는 자와 당하는 자. 하지만 이 책은 그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어느 한쪽도 완전한 피해자이거나 가해자이지 않다는 그런 얘기들이 있고요. 이 소설에서는 교사의 존재가 거의 배제되어 있습니다. 잠깐 등장은 하지만. 이 소설에서 전면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학생들 내부의 관계 입니다. 내부의 관계라는 것이 협소하고 편협하다기보다 그 의미망이 너무나 풍부해서 저의 학창시절을 되돌아 보게 되더라고요.
이현 :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가 어쩌면 학교에서 뭘 배운 적이 없었구나 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고요. 내가 배운 것은 학교가 아니라 학교 안의 사람들로부터 배운 것이었구나, 학교는 결국 사람과 사람과 사람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었구나 라는 단순하고 자명한 사실을 오랜만에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 실용적인 무엇인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세상에서 홀든 콜필드는 굉장히 예외적인 선택을 하는 거잖아요. 그 선택에 대해서 너는 왜 먹고 사는 일에 집중하지 않냐고 비난하는 건 응당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현 : 그가 말하는 선의는 이해 하지만, 저는 미국인들이 여기에 굉장히 열광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구는 양 떼고 누구는 목동이냐는 거죠. 파수꾼이 되겠다고 하면 파수꾼이 되는 건가? 나머지 애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아이들인가 라는 생각이, 삐딱한 저는 들기도 했어요.(웃음) 그 가치가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는 아닌지...
허희 : 대단하신데요 작가님.(웃음)
이현 : 미국인들이 세상에 대해 혹은 지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내가 파수꾼이 되어서 관리 하겠다는 그런 생각 자체를 샐린저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가치 역시 조금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허희 : 보통 최근작에서 함께 이야기해볼 작품을 선정하는데요 이번에는 최근에 나온 책이지만 거기에 실린 작품들은 우리 근현대 문학사 백 년을 아우르는 그런 단편들이 모여 있는 작품집입니다.
이현 :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이라는 책이 각 열 권의 전집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1권은 식민지 시대로 시작해서 9권, 10권에 가면 지금의 젊은 작가들까지 황석영 작가님이 직접 뽑으신 그 작가의 대표작 그리고 한국의 좋은 단편들 101편이 실려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각 단편들 뒤에는 황석영 작가님이 쓰신 짧은 해설이라고 할까요 해제라고 할까요 그런 글이 실려 있습니다.
이현 : 여기서 평론가님이 작가의 이름을 내건 이라고 하셨는데요. 작가 황석영이 선자로 이름을 내건 이죠. 저는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저희가 오늘 다른 책이 아니라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함께 나눌 이야기가 더 풍부해질 것 같고요.
이현 : 저희가 겨울에 관한 소설을 다루면서 오늘 두 번째 시간에 함께할 시간은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한국에선 이번 겨울에 출간된 소설이고요. 제목은『먼 북쪽』입니다.
허희 : 사실 많은 분들께서 마루셀 서루라는 이름보다 무라카미 하루키 추천이라는 글을 띠지에서 더 많이 보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현 : 무라카미 하루키 추천 ‘소름을 돋게 한다’ 그리고 마루셀 서루 장편소설과 똑 같은 크기로 심지어 더 잘 보이는 색깔로 무라카미 하루키 후기라고 적혀 있습니다.(웃음) 마루셀 서루의 아버지가 폴 서루라는 소설가라고 해요. 그런데 이 폴 서루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친분이 있다고 해요. 폴 서루의 추천을 받아서 하루키가 읽은 거죠. 그리고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서, 너무나 재미있어서 스스로 번역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 번역을 했답니다. 혼자 한 것은 아니고 첫 번째 번역을 하루키가 했고 뒤에 감수자가 있다고 하네요. 어쨌든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번역으로 유명해진 책이라고 합니다.
허희 : 서점의 신간코너에 가면 책들이 진열되어 있잖아요. 뭐가 나왔나 살펴보고 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글자가 확 들어오는 거예요. 하루키가 설마 신작을 또 쓴건가…
이현 : 이 책을 읽고 나면 작가의 말이 궁금해집니다. 처음에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에 살짝 경도되어서 책을 시작하였지만 이 책의 마지막 순간에는 하루키의 잔상이 남는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이 이름 몰랐던 작가가 참 궁금해집니다. 이 작가는 어쩌자고 이런 소설을 쓸 생각을 했을까? 작가의 말을 들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가까운 그런 마음이 듭니다.
이현 : 겨울하면, 눈하면 딱 떠오르는 한권의 책입니다.
허희 : 저희가 겨울에 대해서 이야기하자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언급하신 책입니다. 설국이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1968년에 노밸문학상을 수상을 하죠. 그래서 설국이 워낙 많은 분들에게 읽혔고 특히 첫 문장이 굉장히 유명합니다.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현 : 네 이런 문장입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허희 : 강렬하죠. 다들 이 문장으로 기억을 하실텐데요. 대부분의 명작들이 그러하듯이 제목과 대략의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읽지는 않는 그런 작품이기도 하잖아요.(웃음)
이현 : 누구나 들어봤는데, 집에 있기도 해요 대부분.(웃음) 막상 읽어 봤니 하면 언젠가 읽겠지 하는 그런 책들 중의 한 권일 수도 있겠네요.
이현 : 걸작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소설 입니다. 한국에서는 헝가리 작가예요. 까치라는 출판사에서 세 권으로 출간이 됐었어요. 그래서 많은 독자들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주었던, 제 또래 혹은 그 위의 선배 소설가들이 정말 좋아하는 책이고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리스트에 올리는 그런 책입니다. 그런데 중간에 이 책이 절판이 되었는지 책을 구하기가 너무너무 어려워진 거예요. 여러 권으로 분권이 되고 이러니까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데 구할 수가 없다고 했죠. 그래서 전설의 이름인 것처럼 그런『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을 둘러싼 맥락에는 어떤 구멍이 있습니다.
허희 : 저는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몰랐습니다. 작가님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좋네요. 이 책 제목을 보고 존재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소설이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이현 : 그리고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제목이 있죠.
허희 : 바로 밀란쿤데라의『참을 수 없는 존재의 거짓말』이 떠오르는데요 그 책도 사실 읽기 쉬운 책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책 역시 존재라는 이름이 들어가서 무척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고 봤는데요. 생각보다 읽기에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현 : 가독성은 굉장히 좋고 정말 잘 읽히는데 그것과는 다른 어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잘 읽히고 재미있는데 읽는 동안 너무 힘이 들어요. 눈과 머리가 힘든 것이 아니라 영혼이 힘들어지는 소설이라고 할까요?
허희 : 여러분들이 어떻게 읽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소설을 추천 드린다면 현실에서 5cm만 다른 세계로 옮겨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고 싶은 분들에게 이 소설을 권해드립니다. 딱 5cm만. 많이도 아니에요.(웃음)
이현 : 작은 사랑이 하나 지나간 느낌을 받고 싶은 분들… 저희가 길 위의 남자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는데요. 윤대녕 작가님의「소는 가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에서는 역시 길 위에 걷고 있는 남자가 나옵니다. 그와 그의 인물들이 찾으려고 하는 것은 존재의 심연이에요. 더 큰 것. 우리에게 근원이 있다는 것. 그 근원은 어딘가에 있고 우리는 그것을 찾으러 가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 우리는 그 소를 찾으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지금 2013년, 2014년 이제 2015년이네요. 이 길 위에 서있는 하루오와 나, 이 길 위의 남자들은 소를 역시 찾는 것 같습니다만. 그 소는 존재의 근원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이 있다고 믿는 것 같지도 않아요.
허희 : 그게 90년대하고는 다른 지점이죠. 저희가 20년의 간극에 대해서 첫 번째 트랙 1부에서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렇게 시간이 흐른 것 같아요. 90년대는 소가 있고 우리는 그 소를 잃어버렸지만 어쨌든 그 소를 찾아야 한다는 일종의 명제가 주어졌다면…
이현 : 네 그 소를 찾으면 우리는 다른 존재가 될 거라는 거죠.
허희 : 지금은 그 사실 자체를 의심하는 거죠.(웃음)
이현 : 그 의심도 이미 다 해서 소는 원래 없었던 거죠.(웃음)
허희 : 『은어낚시통신』을 읽는데 뭐랄까요 그 당시의 기분이 들더라고요. 물론 94년에 읽었던 건 아니고 그 이후에 읽었지만요. 『은어낚시통신』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들이 기억이 나더라고요. 도대체 이 소설이 뭐지 하는.(웃음)
이현 : 시적인 언어. 정말 시적인 문장들로 직조되어 있다는 느낌. 그리고 손에 잡히지 않는 인생의 의미. 인생의 의미라고 할까요 무의미라고 할까요? 인생의 의미와 무의미를 찾아가는 여정. 그리고 그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 주로 여자들. 이런 이야기들이 아마 스무살 무렵에 어떤 학생, 문학을 공부하려는 학생에게 와닿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 후에도 평론 공부하면서 당연히 반복하며 읽었겠지만 이번에 다시 주인공들의 나이가 되어 읽은 『은어낚시통신』의 감상이 진심으로 궁금해집니다.
허희 : 이 여자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웃음) 이 소설집을 처음 봤을 때는 소설에 나오는 여자들을 보고 도대체 현실에 가능한 여자들이야? 이런 여자들이 어디 있어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알겠더라고요. 있을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남자를 이해했다기 보다는 그 여성 캐릭터들이 남자에게 어떤 의미일 수 있을까를 살아가면서 느꼈다고 할까요? 그 경험치가 쌓인 거죠.
이현 : 오늘 그 부분 이야기를 중심으로 나누면 되겠네요.(웃음)
이현 : 저희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누구나의 마음 속에 에반게리온은 있었다’는 그 문장입니다.
허희 : 저는《에바로드》라는 다큐멘터리를 찾아봤거든요. 거기 보면 누구나 한 때는 무엇의 오타구였다 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말을 바꿔서 얘기하자면 우리가 어떤 분야든 관계없이 깊이 빠져서 몰입했던 때가 있었다는 그런 말입니다. 저는 그 말이 지금 현재의 저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그게 뭐냐 하면 저는 문학 오타쿠인거예요.
이현 : 맞아요. 이제는 문학이 오타쿠들의 세계죠.
허희 : 저도 ‘문학덕질’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작가님이나 저나 팟캐스트를 하면서… 사실 이게 뭐겠어요.(웃음)
이현 : 확 정리가 되네요. 심지어 저희는 돈을 조금 받기 때문에 이걸 ‘덕업일치’라고 하는 거죠.(웃음)
허희 : 사실 오덕질, 오타쿠질 이렇게 얘기할 때 오타쿠라는 게 기본적으로는 남들이 이것을 통해 금전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을 때, 그러니까 뭔가 세상의 부귀영화와는 관계 없는 일에 몰입할 때 이것을 덕질이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문학이 딱 그렇거든요. 세속의 부귀영화하고는 하등 관계가 없어요.
이현 : 낭만서점 청취자분들 역시 ‘덕질’ 중이신 거네요. 사람들은 팟캐스트가 뭔지도 모르고 더구나 빨간책방도 아니고 낭만서점, 그것도 소설만 다루는 낭만서점을 왜?(웃음)
허희 : 이게 소설 오타쿠인거죠. 정말 사소한 것들. 남들이 저거 잉여 아니야? 저걸 왜 해? 먹고 사는데 하등 도움이 안되잖아. 그런 것들을 저희가 지금 하고 있네요. 그런데 저는 이걸 읽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걸 떠올렸는데요. 김현 선생의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런 글이 있거든요. 문학은 배고픈 거지를 구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문학을 왜 하는가? 문학은 무용하다. 하지만 그 무용함으로 유용한 것들의 모순들을 되돌아 보게 한다.
이현 : 되돌아 봐선 또 뭐 할건데요?(웃음)
허희 : 그렇게 얘기하면 할말이 없죠.(웃음)
이현 : 니콜 크라우스의『사랑의 역사』. 사랑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같이 읽어보고 싶은 저한테는 그런 소설입니다.
허희 : 제목부터 사랑이 들어가잖아요. 그런데 사랑의 현재도 아니고 사랑의 역사 라는 이 타이틀 자체가 사랑은 이미 지난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물론 역사는 E.H. Carr가 정의 하기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이야기 하죠. 그런 면에서 역사라는 것은 단순히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의해서 계속 불려 나오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역사 라는 것 자체가 이미 끝나버린 것 이런 인상을 주잖아요. 그런 면에서 사랑이란 항상 추억하고 붙잡을 수 밖에 없는 것. 이런 것을 떠올리게 만들더라고요.
이현 : 서로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달라서 그런 것 같은데요. 평론가님은 지나간 사랑의 역사들이 떠올랐던 것 아닌가요?(웃음) 저는 사랑의 역사 라는 말을 듣고, 저 역시 쭉 떠오르기는 했지만요. 저는 지금도 사랑의 역사 중에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저의 역사는 항상 뒤가 열려 있는 역사였어요. 저는 항상 역사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제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서 그런가요?(웃음)
허희 : 그게 접근하는 태도가 그런 것 같아요. 항상 역사라는 것은 제 머리 속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연구의 대상으로 봤던 것도 제 역사관을 형성하는데 선입관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이현 : 저한테 역사는 지금 이순간이고 제가 만들고 있는 것이 역사라는 생각이 항상 있는 것 같아요.
허희 : 사실은 작가님이 가지신 그 입장이 본래의 역사관에도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편협한 저의 입장에선 항상 과거만을 본다는 것. 저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웃음)
이현 : 그러지 마세요. 미래의 연인들이 섭섭하잖아요.(웃음)
허희: 미래의 연인이요? 누굴까?(웃음)
이현 : 22회 첫 번째 트랙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이하여 조금은 특별한, 옆에 있는 사람, 옆에 있는 사랑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보시라는 의미에서 사랑에 대한 두 권의 소설을 선택해 보았습니다.
허희 : 저희가 고민을 좀 했는데요. 이왕이면 작가 두 사람의 관계도 특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두 작가의 관계가 정말 특별한 두 사람의 작품을 골랐습니다. 이현 : 저희가 이렇게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랑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함께 읽고 싶은 두 권의 소설 입니다. 1회에서 다룰 소설은 조너선 사프란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입니다.
허희 : 제목이 너무 어려워요.(웃음) 너무 길어서 저희끼리 얘기할 때는 그냥 ‘엄청나게’로 부르곤 했죠. 그리고 이 책은 김연수 작가님의 추천으로 저한테는 기억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현 : 김연수 작가님이 여러곳에서 좋아하는 책이라고 언급을 하셨나봐요.
허희 : 김연수 작가님의 추천사가 책에 쓰여있는데요. ‘지난 5년간 나온 소설 중 가장 아름답다. 이 가을 어떤 소설이 나온다고 해도 단 한 권의 추천 소설은 바로 이 책이다.’ 이렇게 단언하셨습니다. 이 작품에서 김연수 작가님의 느낌이 묻어나더라고요. 물론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쓴 책이지만 왜 김연수 작가님이 좋아하실 만 한지 그런 비슷한 분위기가 이 작품에 녹아 있습니다.
허희 : 이 소설의 주인공이 노인입니다. 거의 백세에 가까운 할머니가 주인공인데요. 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이 작가가 잘 쓸 수 있을까 하고 처음에는 의심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작가의 나이가 젊거든요. 78년생이에요.
이현 : 처음에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할머니가 나오는지도 몰랐고요. 현대인의 고독을 다루는 이야기라는 정보만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삼십 대 후반이나 많아야 사십 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읽었거든요. 한참 읽고 꽤 진도가 나갔을 때 까지도 그녀가 할머니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허희 : 저도 그랬습니다. 100세 할머니라고 하는 건 소설을 소개하는 내용을 보고 알았지 이 안에서는 주인공이 할머니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기도 했습니다. 내용 중에 오이를 깨물다가 이가 빠지는 내용이 있는데요. 그걸 보고 저는 병이 있으신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 연세가 있다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현 : 생각을 해봤죠. 제가 만약에 노인이 돼서 일기를 쓴다면 어떤 식으로 일기를 쓸 것인가에 대해서. 그런데 20년 전의 저와 일기에 쓰는 문장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본인의 노인 시절에 대해 생각해 보신적 있으세요?
허희 : 네 저는 가끔 상상합니다. 요즘 평균 수명이 길어져서 나중에 뭐해 먹고 살까 고민이 됩니다.(웃음) 노인분들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제 삶을 놓고 봤을 때 지금도 이렇게 허덕허덕 힘든데 나중에 특별한 직업도 없이 살게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는 거예요. 나이가 들수록 연금도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 저는 그런 게 없으니까. 어떤 생존의 문제에서 노년의 문제를 생각해본 적이 있고요. 지금의 삶과 굉장히 다를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가진 것이 없지만 신체라도 건강하잖아요. 나중에는 분명히 신체의 기능이 저하될 텐데. 그런 간극을 내가 과연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요즘에 많이 했습니다.
이현 : 저도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중년이라는 나이로 접어들어 살아가다 보니까 그동안 노년의 삶에 대해서 많은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죄송함이 찾아오더라고요. 간극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그 사이의 간극을 견디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문을 딱 여니까 노인이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사람은 서서히, 하루하루 아주 천천히... 준비를 하는 것 같아요. 작은 변화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천천히 나이듦을 적응해 가는 거죠.
허희 : 보통 시대를 정리하는 것은 그 시대가 완전히 끝난 다음에야 가능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2010년대 소설이 2000년대의 연장이라고 보는 입장이에요. 제가 이 부분을 정리하면서 물론 저의 관점으로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신뢰하는 평론가님의 견해를 참조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정웅수 평론가님을 참조했습니다.
우선 80년대 이야기부터 잠깐 하자면 이 때는 정치적 열망과 이념적 중압감이 문학에 작용을 했던 시절이죠. 그런데 90년대 이르면서 한국소설은 내면성의 귀환이라는 명제로 대변이 되었고 현재는 새로운 감각에 기반을 둔 미학적 스타일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리얼리즘 소설에서 벗어나서 환상성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기도 하고요.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의 시선을 도입하기도 하고요. 또 만화적이고 우주적인 상상력을 확장하면서 다양한 개성들을 가진 소설들이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소설의 특징적인 변화가운데 하나는 고시원, 반지하 셋방을 배경으로 한 빈곤의 이야기가 급증했다는데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볼 때는 IMF시기를 거쳐서 성장한 젊은 작가들에게서 이러한 경향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은데요. 여기에 대해서 긍정적인 목소리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서 현실과 대면하기를 꺼려하고 도피하는 무력한 자아의 개인주의다라고 평가한 비평가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개인을 무력화하고 압도적인 세계의 비정함을 개인적인 방식으로 대처하려는 그런 시도다라는 전제에서 도출된 의견인데요. 우리가 현재 출구 없는 어떤 봉쇄된 세계를 살아간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정직한 대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래서 2010년대 신예작가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 작가들이 이러한 경향을 갖고 있다고 하기 보다는 2000년대의 과제들, 모든 것이 막혀 있는 상황을 골똘하게 응시하면서 어떤식으로든 그것에 대응하려는 그런 시도를 2000년대에 걸쳐서 2010년대의 소설 역시 계속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현 : 신춘문예는 그런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유수 문예지에서 단편 공모를 해서 예심을 해보면 이게 예심인지 본심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많아요. 모든 작품을 끝까지 꼼꼼하게 정독을 해야 이 작품이 어떤지 예심을 통과할만한지 그렇지 않은지 아주 아주 어렵게 판독해야 하거든요. 심사자 입장에서 말씀 드리면 그래요. 그 말은 기본적으로 소설쓰기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고, 좋은 단편소설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는. 다시 말하면 문예창작과나 적어도 그런 관련 기관 혹은 혼자 독학이라도 오랜 시간 동안 훈련을 거친 분들이 투고를 한다는 거겠죠. 그런데 신춘문예를 예심을 해보면 우선 아주 많은 숫자의 투고작들이 있어요. 심사에 가보면 산처럼 원고들이 쌓여 있어요.
허희 : 사진을 보면 책상에 얼굴이 안 보일 정도로 쌓여 있더라고요.
이현 : 문예지 공모작과는 사뭇 다른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스킬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덜 훈련된 작품들도 많고요. 초등학생, 중학생이 투고하는 경우도 많고요. 분명히 소설이 아닌, 본인의 일대기를 구성하셔서 투고하시는 분들도 꽤 있고요. 이것이 소설인지 에세인지 모르게 투고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200자 원고지에 써서 투고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이렇게 정말 신춘문예는 꼭 문예창작을 전공한 학생이나 이른바 문학청년들이 아니라 남녀노소 각계 각층의 모든 분들이 일종의 축제처럼 같이 즐기는 그런 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허희 : 알베르 카뮈가 저희 20회 특집의 주제 작가 입니다. 사실 저희도 난감했습니다. 여러분들을 모시고 카뮈라는 거대한 작가 그리고 유작을 다룬 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상당했는데요.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해서 온전하게 이야기를 전한다기보다는 저희가 읽은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여러분들께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이현 : 여러분 다 아시죠. 『최초의 인간』은 알베르 카뮈가 1960년에 죽었어요. 이걸 온전한 자선소설로 보는 게 맞냐고 평론가님에게 물었더니, 평론가님이 논문을 찾아보곤 자전소설로 읽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남들이 뭐라고 하든 어떻게 읽는지는 독자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거대하고 멋진 텍스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백 명의 독자가 읽는다면 거대한 원전 하나가 아니라 백 개의 텍스트로 그 순간 분해가 되는 거거든요. 낭만서점의 특징은 저희 마음대로 읽는 것입니다.『최초의 인간』이 멋지고 거대한 텍스트인 만큼 저희 마음대로, 마음껏 읽어보겠습니다.
허희 : 주위를 둘러보시면 그림들이 걸려 있거든요. 이 그림들은『최초의 인간』의 일러스트 작가인 호세 무뇨스가 그린 작품들입니다. 이 책이 이번에 처음 나온 건 아니고요. 예전에 번역이 되어 있었는데『최초의 인간』이 94년에 나왔잖아요. 그러니까 20년 기념으로 나온 작품입니다.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호세 무뇨스라는 거장 만화가를 섭외해서 특별히 출간한 책인데요. 그냥 텍스트로만 읽을 때보다 그림이 간간히 내용들을 보충해주면서 훨씬 다채로운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카뮈에 대해 대부분 아시겠지만 간략히 설명해드리면요. 카뮈가 1913년 생입니다. 그러니까 작년 2013년 그가 태어난지 10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래서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권에서는 카뮈를 비롯한 추모행사들이 많았고요 한국에서도 카뮈 학회 같은 곳에서 카뮈를 조명하는 연구들이 다시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카뮈가 1960년에 생을 마감했다고 했는데요. 카뮈가 생전에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끔찍한 죽음은 교통사고다 라고 했는데 하필이면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 그런 아이러니한 삶을 살기도 했죠.
이현 :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간된 플래너리 오코너의 소설집이에요. 기다렸던 사람들이 아주 많았었다고 그 때 말씀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드디어 이제 나왔다고. 그런데 정말 명불허전 입니다. 저는 표제작부터 전부 다 좋았어요. 일관된 주제의식이 있고요. 한편 한편 다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그러면서 다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한칼이 있는 그런 단편들입니다.
허희 : 저는 사실 플래너리 오코너 라는 이름을, 이 소설집이 번역되지 않았을 때는 해럴드 블룸이란 유명한 문학비평가를 통해 들었습니다. 『독서의 기술』같은 비평집에 플래너리 오코너에 대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작가가 있구나 라고 이름만 들었었는데 실제로 작품을 접해보고 나서 과연 극찬할 만 하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현 : 미국 단편이라고 하는 어떤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것의 원형에 가까운 그런 모습들이 들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25세에 홍반성 낭창이라는 병에 걸려서 오랜 생활 투병을 했고요. 가톨릭계 집안에서 자랐는데 그 두 가지에서 나온 어떤 정서가 소설 안에 기묘하게 변형된 방식으로 들어있습니다.
허희 : 그걸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오코너는 카톨릭 전통의 종교적 가치관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했는데요. 실제로 영문학에서 오코너를 평가할 때 가장 중점에 두는 것이 카톨릭이라는 종교입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성장했던 조지아주는 원래 미국의 남부지방인데 이쪽은 개신교 전통이 강한 지방입니다. 대부분 개신교인데 이 오코너 집안은 증조할머니때부터 카톨릭을 믿었던 거예요. 어떤 지방의 비주류에 속하는 그런 종교를 갖고 있으면서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는 특이한 작가로 분류가 되더라고요.
이현 : 종교적 색채가 들어난다고 했는데요. 색채도 여러 가지 색채가 있잖아요. 무지개 색깔도 있고 그런데요.(웃음) 이분이 종교적 색채를 날카롭고 다크하게 또 신랄하게 드러냅니다. 그런데 분명히 아파서 오랫동안 집안에서만 지냈다고 해요. 개신교적인 사고방식과 미국 남부라는 특이한 상황을 작가는 몇 발 떨어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현 :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라고 했을 때 이 남자는요 각 소설 한 편당 한 명씩의 남자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 남자들은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과도기의 남자 인 것 같아요. 각각 서로 다른 시기에 있지만 어떤 사회에서 또 다른 사회, 다른 패러다임으로 넘어가는데 한 개인으로서 그 패러다임의 변화를 어떻게 온 몸으로 맞이하는가? 혹은 강타당하는가? 그리고 그 패러다임에 강타당할 때 어떻게 견디고 흔들리는가를 이 남자들의 증후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허희 : 저희가 오늘 다룰 소설은 봉건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또 근대사회에서 탈근대사회로 접어드는 그 각각의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입니다.
이현 : 저희가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니까 멋지고 훌륭하며 타에 모범이 되는 그런 남자들 같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고요 저희가 고른 소설은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많았던 그런 소설입니다. 제가 고른 소설은 길리언 플린의『나를 찾아줘』이고요, 허희 평론가님이 고른 소설은 위화 작가의 『허삼관 매혈기』입니다.
마침 영화 개봉시기와 저희 녹음 시기가 딱 맞아 떨어졌네요. 완전히 의도한 것만은 아닌데.(웃음) 저희는 아쉽게도 그리고 조금은 의도적으로 둘 다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소설 팟캐스트 잖아요. 소설에 천착하는.(웃음)
모든 소설은 그래요. 어떤 영화나 드라마화 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원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그러면 소설이 화를 낼 것 같아요. 소설은 누군가의 원작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소설로 존재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영화의 원작이 아닌 소설에 집중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허희 : 거기에 대해서 작가님이 칼럼을 쓴 게 있더라고요. 제가 읽었는데요. 단순히 상이 갖고 있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것이 파급되어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날카롭게 해부하셨습니다. 노벨문학상이라는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제가 다시 소개해드리자면요. 파트릭 모디아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가 되었는데, 그가 프랑스 작가고 프랑스가 이번에 받았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그렇게 많은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까? 작가의 국적이라는 것보다 결국에는 좋은 문학이 남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번에 파트릭 모디아노가 수상을 한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다만 왜 한국문학작품이 세계시장에서 통하지 않느냐? 우리가 계속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라고 쓰셨습니다.
이현 : 저는 노벨문학상 때만 되면 언론이 들끓고 갑자기 한국문학에 화살을 돌리는 것이 기이하게 느껴지거든요. 한국작가들은 뭐 하는 거야, 우리는 언제 받는 거야 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데 누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것인가에 대해서 말할 때 현실을 너무 모르고, 평소에 한국문학에 대해서 문외한이신 분들이 때를 만난 듯 계몽적 시선으로 회초리를 휘두르는 그런 느낌을 받곤 해요. 상처를 받지는 않아요. 저분들이 왜 저럴까 생각을 하기는 하죠. 일단 저의 생각은 이래요. 노벨문학상을 왜 우리가 받아야 하는지가 첫번째 생각이고요. 두번째로 드는 생각은 한국의 좋은 소설들, 시들, 문학들이 많이 나오면 당연히 좋죠. 그런데 저는 그게 한국문학이라서 더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허희 : 결국 국적에 대한 문제입니다. 과연 문학의 국적성, 그걸 따질 때 결부되는 것은 민족주의의 이데올로기인데, 작가님께서 문제제기를 하신 것이 바로 그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문학이 왜 세계문학을 통해야만 하는가. 세계문학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극히 편중된 서구의 인정을 받는 것이 우리에게 왜 그토록 강박적인 일이 되어야만 했는가에 대해서 말씀하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허희 : 오늘의 주제는 ‘이토록 매력적인 악(惡)’입니다. ‘악’이라는 것이 문학적으로 참 매력적인 주제고. 많은 작가들이 ‘악’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해왔죠.
이현 : ‘악’이라는 것도 참 주관적인 단어죠. 어떤 사람한테는 저 사람 악인이야 라고 비춰지는데 다른 사람한테는 저 사람이 무슨 악인이야, 평범한 사람이지. 너도 비슷한데 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이처럼 저는 ‘악’에 대해서 고민을 했는데요, 저희가 소설 안에서 고른 악인 이라는 캐릭터는 막상 찾아보니까 그렇게 극악무도한 사람들은 아니더라고요.
허희 : 저도 읽어봤는데요, 요즘의 악인들과 비교했을 때 그들이 악인이 아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순수함도 있더라고요. 매력적인 ‘악’이라고 했을 때 저희가 오늘 골라온 책이 충분히 부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현 : 이토록 매력적이고 서글픈 악남과 악녀 입니다.
허희 : 저희가 일부러 그렇게 골라온 것은 아닌데 한 명은 악녀고요 한 명은 악남입니다. 이런 말이 가능한지 잘 모르겠지만. 그러면 먼저 책 소개를 하고 본격적으로 책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세라 워터스 작가의 『핑거스미스』 라는 책을 가져왔습니다.
이현 : 그리고 저는, 악남 하면 이 책이죠. 『리플리』라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유명한 소설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핑거스미스』와 『리플리』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허희 : 제가 주제를 바꿔야 한다고 했죠. 커피라는 주제는 아무래도 맞지 않는 책인 것 같다. 그래서 저희가 두 책의 공통점을 추출해봤습니다.
이현 : 그런데 두 책의 공통점이 아주 쉽게 잡혔습니다. 그리고 공교롭지만, 우연이지만 이렇게 묶어서 이야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고요. 그렇게 만들어진 오늘의 주제는 ‘색다른 가족’ 입니다.
허희 : 가족은 보통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토끼 같은 자식과 같은 일반적인 형태의 모습을 생각하는데, 오늘 저희가 이야기할 가족은 상식적인 가족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이현 : 저는 우리들의 머릿속에 잡혀 있는, 이것은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야 라고 하는 상징적인 가족의 모습들이 있어요. 그런데 남 보기에는 이상적인 모습이지만, 정작 그 집의 문을 열어보면 그 모습들이 과연 이상적이기만 할까? 집집마다 문을 열어보면 정말 행복하고 단란하게 살고 있는지는 물어볼 문제 인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게 사는 것이 이상적이라면 그렇지 않은 가족들은 무엇이 되는지 이런 것들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가 오늘 선택한 두 권의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의『슬픔이여 안녕』과 에쿠니 가오리『반짝 반짝 빛나는』입니다.
이현 : 저희 두 번째 트랙에서는 이즈음에 출간된 소설들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외국소설 담당이고요 평론가님은 한국소설 담당입니다. 저희 지난 방송에서는 외국소설만 몇 작품 말씀 드렸는데요, 한국 소설은 오늘 한꺼번에 소개해주신다고 합니다.
허희 : 한번 쉰만큼 양질의 작품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현 : 양질의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었나 봐요.
허희 : 그럼요. 한국소설 작품들의 저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제가 모아 모아서 가져왔습니다.
이현 :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바꿔서 생각해보면 얼마나 책을 안 읽으면 하필이면 가을에 책을 많이 읽자고 주장을 할까 싶기도 합니다. 그만큼 가을이 날씨가 좋아서인데요. 하늘이 높고 맑아서인지 다들 밖으로 뛰어나가시고, 그래서 책이 안 팔린대요.
허희 :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사실 가을은 뭘 해도 좋은 날씨입니다. 제가 이쪽 문학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책을 일부러 찾아 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오히려 밖의 좋은 경치들을 보면서 여자친구와 놀러 다니는 게 더 즐거운 일이 아니었을까 이런 마음을 가져 봅니다. 하하. 아니 책도 읽어야죠.(웃음)
이현 : 이분이 지금 서점에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웃음)
[이주에 나온 신간 소설 리뷰]
이혜경,『저녁이 깊다』 최민석,『풍의 역사』 김혜나,『그랑 주떼』 플래너리 오코너,『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덴도 아라타,『환희의 아이』
허희 : 작가님과 제가 이번 주에는 한국소설 안에서 고르자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이야기해보면 좋은 두 명의 작가를 생각하다 세대가 다른 작가를 다뤄보면 어떨까 하고…
이현 : 어떤 작가를 이야기할까를 먼저 정했던 것은 아니고요. 처음에는 ‘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서울살이 하시는 여러분들, 또 혼자 사는 분들도 많으시죠. 자취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요즘에 서울에서 방 한 칸에 내 몸 눕히기 어렵다, 방이 없다 이런 얘기를 나눴고요. 자연스럽게 소설 안에서는 이 서울의 방들이 그동안 어떻게 형상화 되어 왔는지를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아주 자연스럽게 이 두 권의 책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그녀들의 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거고요. 상경한 그녀들의 방 입니다.
허희 : 서울로 올라온 그녀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나 이런 부제를 달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현 : 저는 서울로 올라온 그녀들은 어디서 살았나 라고 지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70년대 말 서울의 방과 2000년대 중반 서울의 방이 어떻게 다르고 같을까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허희 : 이미 방이라는 키워드에서 많은 분들이 이 책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바로 70년대 말의 방을 대변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현: 제가 고른 책은 신경숙 작가님의『외딴방』입니다.
허희 : 그리고 제가 고른 책은 김애란 작가님의『침이 고인다』입니다.
허희 : 출간 전부터 매스컴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왔었고요. 예약판매 만으로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한 바로 그 책입니다.
이현 : 네.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이 출간되었습니다.
허희 : 작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근작『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출간이 되었는데 이번에 나온 작품은 그의 단편 소설집입니다.
이현 : 하루키가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갖는 위상은 실로 대단합니다.
허희 : 하루키라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이미 예전부터 유명 브랜드였지만 지금은 그 유명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명품의 반열에 올라가고 있는 그런 이름인 것 같아요.
이현 : 저는 이미 고전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시대의 고전은 무엇인가 얘기를 한다면 하루키를 꽤 앞자리에 놓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으로 그런 이름이 하루키가 아닌가요?
허희 : 작가님이 말씀하신데로 하루키에 대한 평가가 정말 많이 바뀐 것 같아요. 하루키가 처음 한국에 소개되었을 때는 도대체 이게 뭐냐 이런 게 소개 되는 것은 조금 그렇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높았는데 지금은 하루키가 말하자면 대중적 인지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문단 내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갖게 된 것 같아요.
이현 : 문단 내부라고 했는데요 문단 내부뿐 아니라 문단 밖, 이세상에서 소설이 뭐야 소설을 요즘 누가 읽어 하는 사람들도 무라카미 하루키 하면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을까 싶어요.
허희 : 그런데 저는 이런 소리를 들었어요. 예전에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 십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이르는 그런 분들의 경우에는 하루키를 읽지 않은 사람도 많고 하루키를 모르는 사람도 꽤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하루키의 열풍을 주도하는 것은 삼사십대라고 얘기들을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하루키가 갖고 있는 파괴력이 점점 그들의 독자가 나이 들어가면서 감퇴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현 : 이분 요즘 갑자기 RHK에서 이분 책을 막 쏟아내고 있어서 이게 왠 떡이야 하면서 입을 딱 벌리고 있습니다. 이분을 한국작가라고 소개해야 할까요, 미국작가라고 소개해야 할까요? 한국계 미국 작가죠. 그렇지만 정서는 미국인이 아닐까요?
허희 : 네 3살 때 이민을 가셔서 거기서 성장을 하셨으니까요 미국 사람의 정체성을 갖고 계시겠죠.
이현 : 한국이 낳은, 이렇게 말하니까 왠지 닭살이 돋네요.(웃음) 어쨌든 한국이름을 가지신, 바로 이창래 작가님 입니다. 이창래 작가님은 네이티브 스피커로 국내에도 많은 독자를 갖고 계신 작가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만조의 바다 위에서』가 가장 최근에 나온 그분의 5번째 작품입니다. 그런데 그분의 모든 작품들이 전부 미국문단에서 큰 화재를 불러 일으켰고 평단의 지지를 받아온 그런 작품을 쓰셨어요. 그래서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늘 언급되는 그런 작가기도 하시죠.
허희 : 이창래 작가님은 대부분의 미국인이 그렇듯이 '한국계 미국인', '이태리계 미국인', '맥시코계 미국인'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경계인적인 요소를 가질 수밖에 없어요.
이현 : 네이티브 스피커를 보면 가슴이 아플 정도로 이분이 경계인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그런데 '~계 미국인'이 갖는 공통의 정서가 틀림 없이 있는 것 같아요.
허희 : 미국이 물론 다인종 국가라고 하지만 지금 흑인들의 소요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인종차별적인 그런 악습이 남아있고 그런 면에서 한국계 미국인 특히 동양인들의 차별이 심하기 때문에 이런 삶의 지점들을 이창래 작가님이 잘 녹여서 소설로 써내시는 것 같습니다.
이현 : 그래서 저희가 이창래 작가님의 이 책『만조의 바다 위에서』를 개편하는 주의 첫번째 책으로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허희 : 첫 번째 주제로 선택한 것은요 역시 '사랑' 입니다. 어디로 가나 사랑이란 주제는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사랑이 아니라 조금 더 주제를 한정 시켜서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이렇게 제목을 붙여봤습니다.
이현 :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연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여기서 주체는 누가 권하느냐 입니다. 제가 권하는 책, 허희 평론가님이 권하는 책. 물론 사랑에 대한 모범 서적들이 있겠죠. 하지만 저희 각각의 개성에 따라서 추천하려고 합니다.(웃음)
허희 : 이렇게 포맷을 바꿈으로써 가장 좋은 점은 저희의 취향이 들어난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작가님이 추천하신 책을 보면서 작가님이 이런 관심사가 있으셨구나 하면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이현 :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영혼을 먼저 떠올리죠. 사랑과 영혼인데. 사람이 영혼만 가진 존재는 아니니까요.
허희 : 그런데 작가님은 사랑하면 영혼이 떠오르시는군요. 그런데 저는 사랑하면 필연적으로 성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현 : 저는 사랑과 영혼, 영화 탓인지.(웃음)
허희 : 작가님 낭만적이세요. 소녀 같으십니다.
이현 : 어쨌든 저희 오늘 주제는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두 권 입니다. 연인끼리 같이 읽고 토론을 나누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건 두 분이 알아서 하실 문제겠죠.(웃음)
허희 : 저희가 겨냥하고 있는 바도 이 책에 대해서 연인끼리 같이 읽고 논쟁을 해보시면 어떠실까 그런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이현 : 저는 조금 걱정도 돼요. 괜히 논쟁하다, 사랑을 막 시작했는데 헤어질까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단 말이야 하면서.(웃음)
이현 : 『13계단』은 일단 표지가 섬뜩합니다.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으로 교수대에서 교수형을 시킬 때 동그랗게 목을 매다는 올가미가 그려져 있습니다. 아주 강렬해요.
허희 : 그런데 이 표지가 『13계단』의 설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다카노 가즈아키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표지가 무서워요. 『제노사이드』도 그렇고요. 표지로 충격을 주는 작품들이고요.
이현 : 너무 직설화법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표지는 조금 더 추상적이거나 암시적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책의 제목인 『13계단』은 어떤 의미인가요?
허희 : 책의 제목인 ‘13계단’이라고 하는 건, 일본에서 어떤 범죄자가 사형까지 이르는 일종의 결제 기구가 있는데 그 단계가 13가지라고 합니다. 그걸 비유적으로 13계단이라고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현 : 『13계단』은 제목과 주제에서부터 사형제도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현 : 『심플 플랜』의 저자는 스콧 스미스라는 미국 저자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이 이 심플 플랜이 그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허희 : 스콧 스미스가 좋아했던 작가가 스티븐 킹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 스티븐 킹이 바로 이 스콧 스미스의 데뷔작을 극찬했습니다.『양들의 침묵』이후 최고의 스릴러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요.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에게 이렇게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거 같아요.
이현 : ‘일단 읽어라. 지금껏 이 책에 견줄만한 서스펜스는 없었다.’라고 하는데요 저도 스티븐 킹에 동의합니다. 저는 이 책에 견줄만한 이런 단순하면서도 인간의 폐부를 건드리는 플롯은 없을 것 같다 라는 말로 대체하고 싶어요.
줄거리를 간단히 말씀 드리면 어느날 눈이 아주 많이 쌓인 숲 속에서 경비행기 한대가 추락한 것이 발견된다. 그래서 두 형제가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하고 다가갔다. 그런데 조종사는 죽어 있었다. 그리고 조종사 옆에는 커다란 더플백이 놓여 있었다. 이 형제가 그 안을 들여다봤더니 그 안에는 엄청난 현금 뭉치가 담겨 있었다. 자 이제 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소개할 수 있습니다.
허희 : 법조계는 보수적이라고 알고 있는데 판사님이 책을 내시고 방송활동을 하시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문제는 없나요?
문유석 : 국민들과 법원이 너무 단절되어 있다 보니까 외계인이라는 소리를 많이 하잖아요. 판사라는 사람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로 인해 불만과 오해가 많다는 소리를 듣다 보니까, 법원 판사님들도 그런 것들에 대해 점점 심각함을 인식하게 되는 거죠.
법원과 국민들 간의 단절과 오해, 불신 이런 것들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이제는 조심스럽게 나마 솔직한 우리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 소통하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법원 내부에도 있는 것 같아요. 조심스러워야 하는 건 물론이지만 소통의 창구자체를 닫아버리는 것은 오히려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를 해주시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낭만서점에도 나올 수 있고 그런 것 같고요.(웃음)
이현 : 미야베 미유키의 모든 작품이 성공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유』는 성공작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어떤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생각 해요. 미야베 미유키도 자신이 살고 있는 당대의 구조적 모순을 밝히겠다는 생각에서, 물론 르뽀 작가와는 다르겠지만 그렇게 시작을 한 게 아니었나 싶고요. 그렇다면 이것은 당대에 대한 뛰어난 관찰이자 기록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름 뒤에 숨은 사람들이죠. 버티기꾼, 살인자 그런 이름으로 명명된 사람들이 진짜로 품고 있는 사정, 악하지만도 않고 선하지만도 않고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약하디 약한 인간으로서의 사정을 정말 잘 표현해낸 작품입니다.
허희 : 미야베 미유키가『모방범』에서 이런 구절을 쓴 적이 있습니다. ‘오해를 각오하고 말하자면 범죄란 사회가 갈구하는 형태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라고 말했는데요. 이러한 범죄가 일어난 것도 개인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사회의 욕망이 이런 범죄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낭만서점을 찾은 11번째 손님은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의 정여울 작가님 입니다
정여울 : 여행에세이를 쓰면서 기획이라는 것도 강했지만 저는 제 안에서는 굉장히 강력한 컨셉이 있었어요. 인문학이면서 문학인 여행기를 쓰자는 거였어요. 100개의 장소를 어떻게 쓰기는 했는데, 잠을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밖에 못 자면서 쓰기는 했는데 너무 급하게 써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나만의 글쓰기로 커버되지 않는 부분을 내가 좋아하는 글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로 생각하고, 좋은 인용문들을 찾느라고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그 장소와 어울리게. 우리나라의 글이지만 크로아티아나, 도브로브니크나 이런 낯선 장소와 어울리는 글들이 있거든요. 그런 글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의 여행기들이 여행정보서이거나 굉장히 주관적인 여행 에세이거나 두 가지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걷고, 듣고, 보는 것 자체가 인문학이 되는 그런 여행기를 쓰고 싶었어요.
이현 : 저는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서점에 갈 때 우리는 군중 속에서 혼자가 되고 싶어서 간다' 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서점에 가면 다른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데도 그 안에서 나는 철저하게 혼자라는 느낌을 갖는 거죠. 왜냐하면 내가 읽고 있는 책은 나만 읽고 있기 때문에. 여러 명이 같이 있지만 각자 자기에게 충실하게 섞여 있는 곳이라는 거죠. 어딘가에 섞여 있고 싶어서 서점에 가는데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 책들 속에 섞여 있고 싶어서 간다는 것. 어떤 때는 사람들보다 책이라는 그런 존재가 인간을 더 위로하기도 한다는 것이죠.
허희 : 저는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이 물론 좋지만 그 시간이 어느 한계를 지나면 굉장히 지치기 시작해요. 그래서 제가 사실 집밖으로 안 나가거든요. 그럴 때 도피하는 그런 공간이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인 것 같아요. 거기서 다른 세계와 접속해서 나와 책의 일종의 독점 계약 같은 걸 맺는 거예요. 그런 곳에 있을 때 저는 편안해지거든요. 일부러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서점,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려고 가는 것 같아요.
김찬호 : 모멸은 모욕보다 훨씬 더 까다롭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나한테 막 대놓고 욕을 하면 이렇게 얘기하죠. 너 지금 한 말 다시 해봐 이렇게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이 은근히 나를 무시하는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면 그건 표현하기 힘들어요. 사진을 찍어둘 수도 없고.(웃음) 그게 모멸의 까다로운 지점이에요. 상당히 주관적이죠. 모욕은 누가 봐도 저 사람이 이 사람을 모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모멸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는데 혼자서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느끼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모멸감은 받는 쪽에서 많이 일어나는 감정으로 얘기될 때도 있습니다.
이현 : 현대사회에서 물론 면 대면으로 모욕을 가하는 상황도 분명히 있죠. 그런데 우리는 일상 속에서 상처를 받는 경우가 더 많아요. 직접적인 의도에 의해서, 뺨을 때리거나 그런 게 아니라 알게 모르게 라는 상황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에게 따지자니 뭔가 치사한 것 같고, 아닌 것 같고. 그 사람은 ‘내가 언제’, ‘미안해요. 몰랐네’ 하고 지나가면 그만인데 나는 그 말로는 너무 억울한 거죠.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미안한다는 말이 아닌데. 그럼 내가 더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죠. 정말 또 들여다보게 되고. 내가 이상해서 그런가? 주변 사람에게 또 물어보게 되고요. 현대인의 많은 문제들이 그런 것 같습니다.
허희 : 저희가 모욕이란 주제를 선택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사회적인 문제와 결부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요즘에 감정노동이라는 말로도 집약이 되는데요. 콜센터 직원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고객들이 굉장히 무례하게 심한 말로 그 분들을 대하거나 공격적으로 언사를 함으로써 상처를 주는 그런 일들도 요즘에 많은 기사가 되고 있고요 내밀한 관계에서는 친구들이나 가족 안에서도 이런 모욕을 주고 받는 게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한번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으로 모욕이란 주제를 다루기로 했습니다.
이현 : 우리가 생활 속에서 항상 크고 작은 모욕감과 모멸감 속에서 시달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해요. 그런데 궁금한 게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정말 그런 걸 느낄만한 감정인 것인지, 그리고 이런 경우에 다른 사람들도 이걸 느끼는지 아니면 혹시 문제가 내 안에 내 있어서 나만 이걸 유독 예민하게 느끼고 반응하는지 이런 것들이 많이 궁금했어요. 개인적으로는 모욕이라는 감정 자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만약 사회적인 관계 어딘가에 있는 거라면 그것은 또 무엇인지 낱낱이 밝혀 보고 싶었습니다.
이현 : 많은 남성분들이 내 인생의 최고의 영화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영화가 <파이란>인데요. 왜들 한국남자들이 <파이란>에 열광할까요?
송해성 : 대한민국의 남자들이 사실 다 루저잖아요.(웃음) 사실 저는 이 영화가 위로 받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이런 한 남자를 통해서. 예전에 한 영화제를 갔는데 한 분이 영화를 보고 엄청 울면서 나오시더라고요. 그 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 저 분한테는 이 영화가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될 수 있겠구나. 이 영화의 비극적이고 한심한 애들을 보면서 지금의 나는 얼마나 행복한 가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에게 위로가 되는 것처럼 이런 어떤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를 가지고 한국의 많은 남성분들도 위로를 받기를 원했던 것 같아요.
이현 : 우리 일상 안에 미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뿌리 박혀 있는데, 우리가 미식에 대해 말할 때는 혀의 감각에 대해서만 말을 하죠. 그런데 조금 더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면 무엇이 맛있고 무엇이 맛이 없고 그런 것을 다 떠나 더 본질적인 어떤 행위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 다음에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그 감각이 정말 맛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맛이라는 게 되게 주관적인 것이잖아요. 어떤 역사와 문화, 삶 이런 것들이 미식이라는 말, 더 넓게는 음식이라는 말에 다 들어 있는 개념이잖아요. 그래서 오늘 음식에 대한 이야기, 무엇을 먹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어려울 것 같다는 예상이 됩니다.
정유정 : 제가 『28』을 끝내고 힘이 빠져 있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보통 하나의 작업이 끝나면 바로 다음 작업을 시작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아닌 거예요. 모든 것에서 욕망이 사라져버린 것. 글이 안 써지는 것과 욕망이 사라진 것은 굉장히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어요. 글이 안 써지는 건 슬럼프지만 욕망이 사라진 건 베터리가 방전이 된 거거든요. 제가 무명시절부터 시작해서 『28』을 낼 때까지 단 한번도 쉬어 본적 없이 계속 달려왔어요. 나 자신을 벼랑 끝에 몰았었죠. 그래서 히말라야에 가고 싶었어요.
허희 : 히말라야 트레킹은 저라면 도전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처음 하는 여행을 히말라야로 가시다니. 정유정 작가님 답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유정 : 무식하면 용감해요.(웃음)
이현 : 저도요. 안 그런 사람도 있나요? 누구나 내면적으로는 방황하고 있죠. 그래서 굉장히 많은 문학작품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이 형상화 되어 있고요. 그들의 방황이 다채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들어 있는 소설들이 많아요. 소설에서는 구체적인 어떤 플롯이나 사건이나 서사의 형태로 방황이 들어 있는데요. 방황하지 않는 소설을 찾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허희 : 그렇죠.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갈등을 전재로 성립하는 문학이잖아요. 갈등이라는 것은 내면적인 방황 혹은 외부적인 요소에 의한 방황이 없다면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소설은 방황의 문학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은 것 같아요.
허지웅 : ‘나는 정직해야지’ 라는 말 하고는 다른 것 같아요. 정직하다는 말에는 선하고 악하다는 개념이 들어가 있잖아요. 저는 악하고 더럽고 음흉한 사람인데 저는 그걸 감추는 게 싫어요. 그게 언급되어야지만 설명되는 것들이 있을 때, 그것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할 때, 그런데 그걸 감추고 이야기 하는 게 거짓말이라서 싫은 게 아니라 그냥 싫어요. 몸이 반응해요. 저는 나쁜 사람이라는 게 그렇게 창피하지 않아요.(웃음) 왜냐하면 제가 보기에는 남들도 다 나빠요.
이현 :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데요.(웃음)
허희 : 왜 ‘마스다 미리’가 일본과 한국의 여성분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은 걸까요?
이현 : 첫 번째로는 ‘수짱 시리즈’를 비롯해 ‘마스다 미리’의 작품 속 인물들은 이제까지는 없었던 개인의 작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의 행복을 찾는 그런 사람들이에요. 사실 내러티브가 그렇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일상에서 누구나 부딪치는 작은 트러블의 순간들, 작은 모순의 순간들. 인간관계에서 큰 문제가 아니라 작은 문제. 그렇지만 난 이 사람은 너무 싫어. 그건 회사를 그만둘까 말까 결정할 수 있는 문제잖아요. 그리고 어느 날 그냥 그만둬 버리자. 누구나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그런 문제들을 굉장히 덤덤하고 심심한 것 같지만 예리하게 포착해서 그걸 잡아냅니다. 그런데 이건 동전의 양면 같기도 해요. 그만큼 한국 사회가 2000년대에 비하자면 2010년대 들어와서 살기 힘들어졌다는 반증일 수 있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거든요. 2000년대 한국에서 유행했던 그리고 대중들이 좋아했던 작품들은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나 ‘브리짓 존슨’ 같은. 이른바 ‘칙릿(Chick Lit)’이라고 이야기 되었던 작품들이 되게 많았었거든요. 그 칙릿은 기본적으로 여자의 성공을 전제로 하는데 한국 사회의 여성분들에게 그런 것들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고 생각을 해요.
허희 : 사실 서울을 벗어나기만 해도 분뇨냄새가 진동을 하고 벌거벗은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그런데 또 서울의 중심지라고 하는 곳에선 백화점이 있고. 커피를 마시는 ‘모던 걸’과 ‘모던 보이’들이 상존하는 이런 느낌들이… 구보씨와 같은 인물들로 하여금 산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욕망을 불러 일으켰던 거 같아요. 이현 : 산책이라는 행위는 걸으면서 보는 행위잖아요. 걸으면서 보면서 생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산책자’이고 그런 의미에서 구보는 생활 속이나 일상 속에 편입되어 있지 않은 인물이고. 제도 밖의 인물이기 때문에 도시를 자유롭게, 이방인의 시선으로 경성이라는 공간을 볼 수 있는 그런 거리의 ‘산책자’가 될 수 있었겠죠. 허희 : 문학사적으로 ‘산책자’는 특정하게 존재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산책자’에 대해서 군중이라는 개념과 대비시켜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데 대중에는 속하지만 그러면서도 뭔가 구분되는 지점들을 만들어 내는 사람을 ‘산책자’라고 할 수 있죠.
김연수 : 그래요?(웃음) 제가 아직도 못쓰고 있는 소설이 있는데요. 그 소설을 쓰려고 포르투칼의 리스본에 갔어요. 리스본에서도 제일 서쪽에 벨렘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발견의 탑'이라고 있어요. 엔리케 왕자가 배를 동방에 보내려고 계속 보내는 거죠. 거기서 출정식을 하는 그 자리에요. 해가 뉘엿뉘엿 지는데 갑자기 센티멘탈해지는 거예요. 내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혼자서 여기까지 왔나. 벨렘이라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여기 와서 내가 뭘 이루겠다고. 또 거기서 상상을 하고. 대체 왜 이러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굉장히 마음이 울적했어요. 소설 쓰는 게 되게 그런 일이구나. 혼자 이렇게... 말을 제대로 못하겠네요.(웃음) 울컥하는 게 있었어요. 한동안 어둠 속에 앉아있었어요. 소설 쓰는 게 거시기하구나. 그러다 돌아왔는데 수상 소식을 들었어요. 아이러니컬하기도 한 게 나는 너무 힘든데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고민도 들고. 그런데 이렇게 살라고 상도 주고.
이현 : 조지 오웰이 글을 쓰는 동기를 네 가지 밝히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순전한 이기심, 명성을 얻고 싶은 이기심이죠. 이게 강력한 동기가 아닌 것처럼 하는 것은 허위다라고 솔직하게 말하죠.
허희 : 조금 읽어보면 이렇게 얘기를 하죠. 순전한 이기심.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어린 시절 자신을 푸대접한 어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등등의 욕구를 말한다.
이현 : 아 솔직하다.(웃음) 저는 개인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어서 쓴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세계에 대해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어떤 작가에게나 가슴 밑바닥에 있을 것 같아요. 칼로 찔렀다고 똑같이 칼로 찌르는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한 복수.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무엇인가. 그리고 나를 이렇게 만든 무엇인가. 복수 아닌 복수죠. 사실 우리가 글을 써서 명성을 얻고 싶은 허명에 분노하곤 하지만 인간이지라 그것도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어떤 인정욕구라는 것이 사람한테는 있잖아요. 유명해지고 싶다, 명예를 얻고 싶다가 아니라 잘 쓰고 싶다, 잘 쓴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라는 것. 우리끼리라도.(웃음)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좋은 작품을 쓰고 싶어 그런 욕구도 여기 포함되는 것 같아요.
허희 : 누구나 그런 면을 다 갖고 있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혼자 일기장에 간직하지 뭣 하러 발표를 하겠어요.
천명관 : 보통 저를 고백적 자아가 없는 작가라고 얘기들을 해요. 그래서 작가님은 작품 속에서 어떤 인물이 당신의 페르소나냐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그럼 제가 농담처럼 얘기를 하죠. 제 작품 『고래』속에 보면 약장수가 있어요. 언변이 좋아서 다른 인물의 돈을 훔치고 예쁜 여자를 데리고 다른 동네에 가서 지식인 흉내를 내며 살아요. 비슷한 멘트 몇 가지 배워서. 그러다 나중에 들켜서 죽죠. 저는 약장수가 제 페르소나가 아닌가 하는 얘기를 할 때가 있어요.(웃음) 문단에 나와 작가 행세를 하며 모방을 하고 그러는 게 아닌가. 언젠가 들켜서 쫓겨나는 건 아닌가.(웃음)
‘모방’이란 주제로 엠마뉘엘 카레르의 소설 『적』에 대해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눕니다. 또 이와 함께 트루먼 카포티의 책『인 콜드 블러드』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정이현 "이 책을 제가 등단한 해에 읽고 놀라울 정도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감히 첫 번째 충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그 충격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 싶어서 이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게 세계 수준이구나 하는 감탄인데요. 그게 사실 우리나라 작가들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비슷함 사이에 한 끗 차이 혹은 두 끗 차이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차이는 물리적,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제 마음에 들어와 다른 울림을 낸다는 게 굉장히 놀라웠어요."
허희 "첫사랑이 모두다 실패한다고 얘기하잖아요. '첫'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어서 하는 말이지만요. 첫사랑이 실패하는 이유는 서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뭐든지 다 처음이니깐 의욕은 앞서는데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지 못하는 거죠. 자기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이니깐요. 그래서 저는 그런 이야기가 담긴 책『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가져왔습니다. 이 책은 제가 어른으로서의 삶이 시작된 20살이라는 나이에 읽은 처음의 책이라는 의미가 각별하게 담긴 책이죠.”